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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손에... 힘이 안 드네.”

강지혁은 말을 하고는 다시 한번 그릇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임유진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그릇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됐어. 너 그러다 죽을 침대에 엎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내가 먹여줄게.”

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죽을 한 숟가락 뜨고는 후후 불어 강지혁의 입가에 가져갔다.

강지혁은 순순히 입을 열어 그녀가 먹여주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었다.

지금 그는 마치 주인 앞의 온순한 강아지처럼 죽을 먹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전혀 온순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임유진을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이글거렸다.

그 시선을 그대로 받은 임유진은 어쩐지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저번에 말했던 그 여자 말이야. 진짜 그 방에서 남자를 죽였어?”

임유진은 아무 화제나 꺼내 이 불편한 침묵을 깼다.

“응, 진짜야.”

“하지만 그 여자가 죽인 건 강씨 가문 사람이잖아. 가문 사람들이 그 여자를 가만히 내버려 뒀어?”

70년 전이라고 해도 강씨 가문은 큰 가문이었을 테니까.

“그 남자가 유서를 남겼거든. 자기가 죽어도 그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임유진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죽일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런데도 그런 편지를 남긴 건가?

70년 전이면 지금처럼 법망이 촘촘하지 않던 시대라 강씨 가문에서 그 일을 함구하면 그 여자는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여자는 그 후에 어떻게 됐어?”

임유진은 이상하게 자꾸 그 여자의 마지막이 궁금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어. 네가 지금 있는 방, 그게 그 여자가 그때 머물렀던 방이었거든. 그 여자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그대로 여기서 생을 마감했어.”

“생을 마감했다고? 혼자?”

“둘이라고 해야겠지. 임신한 채로 이 집에 돌아왔으니까. 여기서 그 여자는 남자애를 낳았고 그 남자애는 커서 강씨 가문을 이어받았어.”

임유진은 이 이야기의 결말이 이렇게 될 줄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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