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임유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챈 듯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노인네가 너한테 해를 끼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임유진은 시선을 내리고 어느새 비어버린 그릇을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이만 쉬어. 나는 이제 내 방으로 돌아갈게.”하지만 임유진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강지혁이 더 빠르게 그녀의 옷을 잡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촉촉한 두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너 아직 나 완전히 잊은 거 아니지? 그게 아니면 내 옆에서 밤새 병간호를 해주지도 않았을 거고 약도 주지 않았을 거며 죽도 끓여주지 않았을 거야. 그치?”잔뜩 잠긴 목소리가 강지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애원과 갈망을 담아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진아, 다시 날 사랑해주면 안 돼? 나는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어. 이렇게까지 깊게 사랑하게 될 줄 정말 몰랐어...!”사람들 꼭대기에만 있던 강지혁이 지금은 자존심이고 뭐고 싹 다 내려놓고 오직 임유진의 사랑 하나만을 바라고 있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한편, 강현수는 지금 자신의 모든 인맥을 이용해 임유진의 행방을 찾고 있다.하지만 그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인맥을 쓸 수 있는 만큼 강지혁 또한 임유진을 찾지 못하게 인맥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게다가 임유진이 사라진 뒤로 강지혁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더더욱 찾기 어려웠다.아주 작은 단서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 없었다.강현수는 이제껏 이렇게까지 불안하고 답답하고 신경이 곤두선 적이 없다. 심지어 바로 눈앞에서 배여진이 뭐라고 얘기하는 데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임유진의 행방에 관한 생각뿐이었다.강현수가 부모님 앞에서 임유진에 대한 마음을 고백했을 때 그의 부모님은 처음에는 놀랐다가 바로 반대했고 심지어는 임유진에게 집착하지 말라며 화를 내고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강현수는 이미 그녀에게 푹
강현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다 얘기를 전해 듣고는 갑자기 얼굴이 심각해졌다.“네? 선생님이 사라져요?”“그래, 너도 알다시피 그 양반이 환자를 오게 했으면 했지 절대 치료하러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아니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나한테 전화가 와서 환자 치료해주러 가야 한다면서 어쩌면 오래 걸릴지도 몰라 전화하는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런데 몇 시간 뒤에 다시 연락해보니까 전화를 안 받는 거야!”강현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소영훈의 아내인 김영애였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지금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하고 있다.강현수는 소영훈과 친했기에 자연스럽게 그의 아내와도 친분을 쌓게 되었다.“환자 보러 나가신다고 했다고요?”강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현수야, 이 양반 설마 누구한테 원한산 거 아닐까? 그래서 무서운 사람들한테 납치된 걸까?”김영애는 지금 별의별 나쁜 생각이 다 들었다.하지만 강현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만약 임유진이 강지혁에게 데려가 지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녀가 손가락을 치료하게 될 두 번째 날이다.강지혁의 짓일까?임유진의 치료 때문에 강지혁이 소영훈을 데려간 걸까?강현수는 김영애를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은 다음 곧바로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가 선생님을 데려갔는지 알아봐.”“네, 알겠습니다.”강현수는 전화를 끊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네? 하지만 우리 이제 온 지 10분도 안 됐는데...!”배여진은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 그와 오랜만에 식사하러 나왔는데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강현수가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그녀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미안, 밥은 너 혼자 먹어.”강현수는 그녀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소영훈이 사라진 게 정말 강지혁과 관련이 있는 걸까?임유진은 대체 강지혁에게 어디로 데려가진 거지?!강현수는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이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만약 하루빨리 임유진
“죄송해요. 설마 선생님을 이곳으로 데려올 줄은 몰랐어요...”임유진은 민망해하며 고개를 숙였다.소영훈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살다 보면 뭘 봐도 보지 않은 척해야 하는 때가 있고 뭘 들어도 듣지 않은 척해야 할 때가 있다.그는 손에 든 치료 도구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는 임유진에게 오른손을 내밀라고 얘기했다.임유진은 다양한 사이즈의 침들을 보며 순간 지난번 치료했을 때의 고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소영훈은 침을 들어 임유진의 손등으로 가져갔다. 그때 강지혁이 갑자기 소영훈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뭐하긴요. 치료하는 중이죠.”소영훈은 치료 중에 방해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기에 바로 눈썹을 찌푸렸다.“치료하는데 마취는 왜 안 합니까?”강지혁이 미간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마취하면 손가락 반응을 제대로 알 수 없어요. 반응을 제대로 알아야 치료가 제대로 됩니다!”소영훈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설명했다.하지만 강지혁은 그의 설명에도 크고 두꺼운 침 때문에 망설여졌다.“하지만...”“괜찮아. 전에도 이렇게 치료했어.”임유진을 고개를 들어 강지혁에게 말했다.“그리고 이 정도 고통은 잠깐 참으면 금방 지나니까 괜찮아.”감옥에 있었을 때처럼 잠깐만 참으면 금방 지나간다.다만 감옥에 있었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절망 속에서 고통을 참았다면 지금은 희망 속에서 고통을 참고 있다.손가락이 아무 일도 없었던 때처럼 멀쩡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 정도만 돼도 충분히 기쁠 테니까.강지혁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뭔가 떠오른 듯했다.강지혁은 소영훈을 잡던 손을 풀고 이번에는 임유진의 왼손을 잡았다. 깍지를 낀 채 아주 꽉 잡았다.“뭐 하는 거야?”임유진이 놀라며 물었다.“아프면 내 손 꽉 잡아. 내가 옆에서 네가 받는 고통을 덜어줄게.”“됐어. 나 혼자 참을 수 있어.”임유진은 손을 움직이며 그의 손
그리고 전에도 이런 식으로 꽉 잡은 바람에 강현수의 손목에 피가 난 적이 있다.“너... 너 손 놔.”임유진은 소영훈이 침을 다른 것으로 바꿀 틈을 이용해 강지혁에게 말했다.“나 좀 있으면 지금보다 더 세게 잡을지도 몰라.”“그게 왜?”강지혁은 왼손을 들어 임유진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강현수 손은 잡았으면서 내 손은 못 잡아?”임유진은 그 말에 흠칫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뭐라 대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때 소영훈이 예고도 없이 또다시 침을 놓았다.“윽!”아프다. 정말 아프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이를 꽉 깨물고 고통을 참을 수밖에 없다.보송해진 이마에 또다시 땀이 맺혔다. 그리고 한 방울 한 방울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강지혁은 옆에서 임유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임유진이 고통 때문에 손등에 손톱을 세게 찔러넣어도, 슬슬 피가 고여도 그는 마치 고통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어쩌면 강지혁의 머릿속이 지금 온통 임유진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그는 임유진의 얼굴에 인 고통과 열심히 그 고통을 참는 모습, 그리고 이를 꽉 깨문 탓에 이마와 손등에 힘줄이 생긴 것까지 하나하나 다 눈에 담았다.잠시 후, 길고도 짧았던 치료가 드디어 끝이 났다.임유진은 지금 온몸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았다.“오늘 치료는 여기까지고 일주일 뒤에 세 번째 치료를 진행할 겁니다.”소영훈은 치료 도구를 정리하며 말했다.“그리고 24시간 동안 손에 물 묻히지 마세요.”“네... 감사합니다...”임유진은 창백해진 얼굴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힘들게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그제야 강지혁과 맞잡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강지혁의 손등은 그녀가 남긴 손톱자국으로 가득했다.잡는 사람도 아픈데 잡히는 사람은 얼마나 더 아플까.두 사람의 손은 치료가 끝났는데도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임유진은 서둘러 손을 빼려고 해봤지만 진이 다 빠진 것인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강지
강지혁은 임유진이 감옥에 있을 때 수많은 괴롭힘 속에 힘들게 지냈다는 걸 그간 그저 자료로만 알고 있었다. 그때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오늘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 마음이 한층 더 괴로웠다.강지혁은 지금 심장이 아려와 호흡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그간 임유진이 감옥에 가게 되는 걸 그저 지켜만 봤던 자신과 타인이 그녀를 괴롭히는 걸 방관한 자신을 무수히도 많이 후회했지만 오늘은 유독 더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과거의 자신이 미치도록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웠다.강지혁은 몸을 낮추고 임유진의 손을 잡은 다음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입을 맞췄다.“왜 나는 네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너를 만나지 못했을까...”잔뜩 잠긴 목소리가 후회를 싣고 강지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강지혁은 할 수만 있다면 임유진이 감옥 가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애초에 그런 고통을 받지 않게 무죄를, 그리고 결백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그녀는 고통을 받을 대로 다 받았다.임유진은 자신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 있는 남자를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그의 입술이 닿은 곳이 점점 뜨거워 났다. 아니, 손가락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뜨거워 나기 시작했다.“너...!”“내가 잘못했어.”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끊고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여태껏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해본 적 없던 그가 지금 임유진의 앞에서 잘못을 빌었다.“유진아, 내가 잘못했어. 그때 너랑 헤어지는 게 아니었어...”그리고 그녀가 누명을 썼을 당시 못 본 척 지나치는 게 아니었다.당시 강지혁의 눈에 임유진은 그저 버려진 패에 불과했고 그녀가 그저 재수 없게 걸려들었을 뿐이라고만 생각했다.그때 당시의 행동이 결국 돌고 돌아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임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이 지금 잘못했다고 한 건가...?!“너를 믿었어야 했어. 네가 나를 언젠가는 배신할 거라는 생각에 상처
이번에는 평생 잘할 자신이 있다....소영훈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강현수는 그 소식을 듣고는 서둘러 소영훈의 집으로 찾아왔다.“선생님, 오늘 누구한테 끌려간 겁니까? 어디로 끌려간 겁니까?”강현수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소영훈은 그런 그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강현수가 이토록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그리고 그를 이렇게 만든 건 아마...“임유진 씨 때문이지?”강현수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래서 오늘 정말 유진 씨 손 치료해주러 간 겁니까?”“그래. 눈이 가려진 채 누군가에게 그렇게 데려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소영훈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그 아가씨 옆에 남자가 한 명 있더구나. 그 남자, 강지혁 맞아?”강현수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대답했다.“네, 맞아요.”“하필이면 그런 놈을 라이벌로 뒀으니, 쯧쯧.”소영훈은 혀를 차며 강현수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 건지는 몰라도 어쩐지 강현수는 꽤 힘든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았다.“선생님, 그곳이 어딘지 혹시 아시겠어요?”“아까도 말했다시피 가는 길 내내 시야를 차단당했어. 하지만 시간을 대충 계산해봤을 때 의원으로부터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확보됐을 때는 오래된 한옥에 도착해 있었고. 나도 그 저택을 자세히 둘러본 건 아니지만 일단 큰 규모의 집이었어.”소영훈은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보았다.강현수는 그의 말을 토대로 생각에 잠겼다. 오래된 한옥에 의원으로부터 20분 정도의 거리...범위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너무 넓다.그리고 강지혁의 사람들이 그 20분간 일부러 소영훈을 데리고 주위를 뺑뺑 돌았을 수도 있다.“그래서 유진 씨는 거기서 어때 보였어요?”한참 뒤 강현수가 물었다. 하지만 호기롭게 물어본 것 치고는 표정이 어쩐지 조금 어두웠다. 꼭 듣기 싫은 걸 듣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말이다.“뭐 특별할 건 없었어. 그 강지혁이라는 놈이 끔찍이 챙겨주고 있더구나.”소영훈은 말을 마
“헉!”임유진은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악몽인가? 또 악몽을 꾼 건가?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숨을 고르고 있는 그때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꿈을 꿨길래 이래?”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거기에는 강지혁이 있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너는 왜 여기 있어?”“잠이 안 와서.”강지혁은 티슈를 들어 그녀의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닦아주었다.“땀 좀 봐. 낮에 손을 치료했을 대보다 더 많이 흘린 것 같아. 혹시 감옥에 있었을 때 꿈을 꾼 거야?”그 말에 임유진은 흠칫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안 거지?!“아까 네가 꿈결에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어.”그녀가 고통스럽게 내뱉은 말 때문에 강지혁은 더더욱 죄책감에 휩싸였다.임유진은 쓰게 웃었다. 지난번에는 그녀가 강지혁이 꿈꾸는 것을 들어버렸고 이번에는 강지혁이 그녀의 악몽을 들어버렸다.“맞아. 그때 일들이 갑자기 꿈에 나왔어. 전에는 조금 더 자주 꿨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야.”임유진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이에 강지혁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랑 헤어진 뒤로 다시 불을 켜고 자기 시작한 거야?”임유진은 그 질문에 침묵했다.전에 강씨 저택에 있었을 당시 그녀는 불을 끄고 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강지혁과 헤어진 뒤로는 다시 불을 켜야만 잠들 수 있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답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였다.“미안해.”강지혁이 나지막이 속삭였다.어쩌면 이 세상에서 그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임유진밖에 없을지도 모른다.임유진은 그의 사과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늦었어. 이만...”“나 오늘 이 방에서 자도 돼?”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이에 임유진은 눈을 깜빡거렸다.“여기서?”여기서 자겠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이지? 설마...?“손만 잡고 잘게. 걱정하지마. 네가 날 다시 사랑하기 전까지 너한테 아무
강지혁은 줄곧 임유진을 사랑하고 있었다.“유진아, 나는 네가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너만 바라보고 너만 좋아하고 너만 사랑할게...”강지혁은 말을 이어가다 서서히 잠이 들어버렸다.임유진의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감이 들고 만족감이 찾아왔다.몇 분 후, 임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바닥에서 곤히 자고 있는 강지혁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아침.임유진은 자기가 언제 잠이 든 건지 기억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계속 강지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다.그럼 그렇게 계속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는 건가?강지혁이 지금 방에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면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 펼쳐졌을 테니까.임유진은 침에서 일어나 씻은 후 방에서 나왔다.아래로 내려가니 강지혁이 부엌에서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일어났어? 지금 아침 만들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임유진은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는 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강지혁이 아팠던 날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식사는 항상 강지혁이 책임졌다.임유진이 그가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지금 꽤 새로운 기분이었다.몇 분 후, 강지혁은 식탁 위에 음식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흰쌀밥에 계란말이, 그리고 소시지볶음에 콩나물국까지, 일반 가정집에서 먹는 아침상 그대로였다.임유진은 앞에 차려진 음식을 바라보다가 문득 강지혁이 직접 차린 상을 받은 사람은 어쩌면 자신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어제... 그렇게 자고 나서 나 이상한 짓 하지는 않았지?”임유진은 계란말이를 입에 넣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건 내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어제는 내가 너보다 더 먼저 잠들었잖아.”“...”“물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네 모습이...”강지혁은 뜸을 들이며 말을 잇지 않았다.이에 임유진이 다급하게 물었다.“내 모습이 왜?”“아침에 눈을 떠보니까 네가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한 채로 자고 있더라고.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