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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임유진은 강지혁이 샤워할 동안 그의 방 안에서 기다렸다.

기다리지 않으려 해도 어차피 이 저택은 그의 것이고 그녀가 갈 곳이라고는 그녀의 방밖에 없으니 따로 도망칠 공간도 없었다.

그러니 괜히 힘 뺄 필요가 없다.

강지혁의 방은 그녀의 방과 크기가 비슷했다. 가구 역시 나무색으로 되어 있었다. 다만 그의 방 한 벽면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이 벽도 설마 ‘피의 방’처럼 피로 물들어 있는 건 아닐까?

임유진은 소름이 돋은 채로 벽을 향해 다가갔다. 무서운 마음도 있었지만 솔직히 열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그저 인테리어용일 지도 모른다.

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샤워를 마친 강지혁이 안에서 걸어서 나왔다.

그는 허리춤에 타올 하나만 달랑 두르고 있었고 그 덕에 근육질의 다부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나오자마자 임유진을 쫓았다.

임유진은 순간 포식자 앞에 선 소동물이 된 느낌이 들었다.

강지혁은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왔고 임유진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발이 뭔가에 걸려 몸 전체가 뒤로 넘어가게 되었다.

“꺄!”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녀는 본능적으로 옆에 있는 커튼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커튼이 아래로 흘러내린 동시에 강지혁의 팔이 넘어지는 그녀의 몸을 덥석 받아냈다.

임유진과 강지혁의 두 눈이 마주쳤다.

“고... 마워.”

깜짝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후 그녀는 어색하게 몸을 바로 세우며 그의 시선을 피하고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 옆에 있는 벽을 보는 순간 다시 몸이 굳어버렸다. 임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서서히 나머지 커튼도 열어젖혔다.

벽에는 사진들이 빼곡히 붙여져 있었고 그 사진 속의 주인공은 오직 한 사람, 임유진이었다.

“내 사진이 왜...”

“왜 저기 붙어 있냐고?”

강지혁은 그녀 대신 말을 이으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임유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임유진은 그의 시선을 받고는 목이 타며 입술이 바싹 말라왔다.

강지혁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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