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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내가 여기서 나갈 수 있기는 하고?”

임유진이 되물었다.

그러자 강지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열 때문인지 그 웃음마저 허약해 보였다.

“아니. 내 동의 없이 넌 여기서 못 나가.”

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이런 말을 할 때인가?

“그래서 약은? 너 지금 얼굴 불덩이야. 당장 약 먹어야 한다고.”

이렇게 된 건 다 밤새 비를 맞고 있어서일 것이다.

“없어.”

강지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럼 너 휴대폰 어디 있어? 고 비서님한테 연락해서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겠다고 전해.”

“병원 안 가도 돼. 며칠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러면 해열제라도 사 오라고 해.”

강지혁은 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불을 열어젖히더니 침대에서 내려왔다.

“너 설마 약 먹기 무서워서 그래?”

그저 한번 해본 말이었는데 강지혁은 몸을 흠칫하더니 꽤 복잡한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가뜩이나 빨개진 얼굴이 지금은 한층 더 빨개진 것 같기도 했다.

설마 진짜 약 먹기 무서웠던 건가?

임유진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전에 약을 사다 줬을 그는 잘만 받아먹었다.

“너 나 사랑해?”

강지혁이 대뜸 자기를 사랑하냐고 물어왔다.

임유진은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아니.”

그 대답에 강지혁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자조하듯 웃어다.

“그런데 내 걱정은 왜 해? 내가 이렇게 열이 나는 게 너한테는 속 시원하고 좋은 거 아니야?”

“내가 속 시원해지길 바란다면 날 여기서 내보내 줘.”

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을 이를 꽉 깨물더니 그녀를 세게 노려보았다.

“날 사랑하기 전까지 넌 여기서 못 나가. 나갈 생각 같은 거 꿈도 꾸지 마.”

임유진은 어쩐지 강지혁이 마치 떼쓰는 아이 같아 보였다. 그것도 어지간히 고집부리는 3살짜리 아이 말이다.

열 때문인 걸까?

강지혁은 말을 마치고는 욕실로 걸어갔다.

이에 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팔을 홱 잡아당겼다.

“너 지금 네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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