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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그저 한 여자가 옛사랑을 잊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사랑과 배신이 있는 그런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오늘 이 이야기의 진짜 결말을 듣게 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 여자는 자신을 가둔 남자를 결국 사랑하게 됐으면서 왜 그를 찌르는 선택을 했던 걸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느꼈지만 그 감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던 걸까?

정혼자를 버리고 사랑한 게 고작 자신을 가둔 남자라서?

그 여자는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이 저택에서 나가고 난 뒤 다시 옛사랑을 찾아갔을까?

아니면 홀로 인생을 마감했을까?

임유진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호기심 가득할 나이는 이미 지났을 텐데 강지혁이 들려준 이야기 속의 여자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동병상련이라서 일까? 지금 자신도 이 저택에 갇혀 있는 신세라 그래서 궁금한 걸까?

임유진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 쪽으로 간 다음 커튼을 열었다.

그녀의 방에서는 뒷마당의 연못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연꽃으로 가득한 연못은 낮에는 따뜻한 햇볕 때문에 예뻤고 저녁에는 달빛 때문에 예뻤다.

하지만 지금 그 예쁜 연못 옆에 누군가가 서 있었고 그 누군가는 연못에 있는 연꽃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이 강지혁의 몸에 드리워지자 어쩐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새벽 1시간 넘어가는데 대체 강지혁은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걸까?

임유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다시 커튼을 닫고 침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도무지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때 그녀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강지혁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를 똑같이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은은한 달빛이 그의 얼굴에 내리자 차가운 인상이 조금은 부드러워 보였고 낮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의 이마에는 자연스럽게 앞머리가 내려졌고 뚜렷한 눈썹 아래에는 예쁘다는 말로는 형용이 안 될 두 눈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오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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