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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윤이는 까르륵 웃으며 이 순간을 즐겼다.

탁유미는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윤이는 지금 정말 즐거워 보였다.

윤이는 내성적인 아이라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보통은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아예 뒤로 숨어버리고 마음을 연 사람 앞에서만 활발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흥분한 모습은 극히 드물었다.

이경빈은 양복 차림으로 아이를 목에 태웠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럼에도 다정함이 흘러나왔다.

그는 윤이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움직이다가 또 왼쪽으로 움직였다.

평소 냉랭하기 그지없는 이강 그룹 대표가 이런 이면이 있다는 것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탁유미는 순간 코가 시큰거렸다.

부자 사이에도 연이 있는 것일까?

이제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윤이가 4살이 될 때까지 이경빈은 한 번도 아이의 인생에 나타난 적이 없지만 윤이는 이경빈을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였다.

핏줄은 결국 핏줄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탁유미가 윤이를 향해 말했다.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할머니 기다리시겠다.”

윤이는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이경빈의 목에서 내려왔다.

아이를 탁유미에게 넘길 때 이경빈은 다시 원래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왔다.

그걸 보고 탁유미는 쓰게 웃었다.

그가 그녀에게 주는 건 언제나 이런 쌀쌀함과 냉랭함 뿐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그를 향한 감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윤이에게만 다정하면 되니까.

탁유미는 아들을 데리고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윤이는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 이경빈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는 우리랑 같이 안 살아요?”

아이가 물었다.

윤이가 본 대부분의 아빠 엄마들은 모두 같은 집에 살았으니까.

“응... 엄마랑 아빠는 오래전에 헤어졌어. 그래서... 같이 못 살아.”

탁유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솔직히 얘기해주었다.

그러자 윤이의 입에서 생각도 못 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엄마랑 아빠는 이혼한 거예요?”

“이혼?”

탁유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정우네 엄마 아빠는 이혼했어요. 그래서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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