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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응, 지금 윤이 옆에 있는 사람 정말 윤이 아빠 맞아.”

탁유미는 윤이에게 언젠가는 이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는 아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윤이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그때 다시 얘기해주려고 했었다.

“왜 아빠는 이제야 하늘에서 내려온 거예요?”

윤이는 이경빈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경빈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기침을 내뱉고는 탁유미를 힐끔 노려보았다.

탁유미도 윤이가 설마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는지 차마 이경빈 쪽을 보지 못했다.

“아빠가 전에는 윤이가 있는 줄 몰라서 윤이 찾으러 못 왔던 거야.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이제는 윤이 보러 자주 올 거야.”

그는 차갑고 매정한 인간이지만 자기 핏줄 앞에서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솔직히 이경빈 본인도 자신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경빈은 시선을 옆으로 돌려 아이의 귀를 바라보았다.

매번 윤이의 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다.

이경빈의 아들이 장애라니.

처음부터 원했던 아들은 아니지만 이경빈의 핏줄로 태어난 이상 윤이에게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줄 생각이다.

윤이에게는 그 어떤 차별도 용납이 되지 않고 윤이는 모든 이가 떠받들어야 할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그럼 아빠 나 목마 태워줄 수 있어요?”

윤이는 이경빈을 향해 활짝 웃으며 물었다.

탁유미와 닮은 아이의 눈동자에는 갈망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윤이는 줄곧 아빠가 목마 태워주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탁유미에게도 목마 태워달라고 얘기해본 적 있지만 역시 아빠가 태워주기를 더 바랐다.

지난번 곽동현이 목마를 태워줬을 때 윤이는 너무나도 기뻤다. 그래서 만약 자신에게도 아빠가 존재했으면 아마 이렇게 목마를 태워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지금 그토록 원하던 아빠가 바로 눈앞에 있다.

이경빈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 생소한 부탁이 아닐 수 없었다.

순간 부자간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니까... 윤이를 네 목에 태워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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