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지금 송재이도 설영준에게 화가 나 있었다.어젯밤 그가 자신을 어떻게 말했는지, 그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그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여러 번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지금 방현수의 일까지 더해지니, 그녀는 더더욱 설영준에게 화가 났다.“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네가 모르겠어?” 설영준의 말투는 차가웠고 듣는 사람마저 오싹하게 만들었다.“방현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송재이가 소리쳤다.“네가 그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하길 바라는 거야?”“설영준, 너 또 의심하는 거지?”“내가 그를 국내에서 쫓아냈더니 네가 속상한 거야?”“난...”“그럼 다른 남자가 떠나려 하니까 네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건데?”“난...”“이미 나랑 함께 하기로 했으면 선을 지켜. 네가 밖의 남자를 위해 전화로 남편에게 따질 때는 집 열쇠를 꺼내서 네가 어떤 신분인지 상기해!”“내가, 내가 무슨 신분인데?”송재이는 설영준과 싸우면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그녀는 두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설영준은 전화 저편에서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선을 지켜” 구시대적인 말까지 해댔다!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변했다가 하얗게 변했다.설영준은 저편에서 차갑게 웃는 것 같았다.그녀가 다시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툭 전화를 끊었다.송재이는 거의 울먹일 지경이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는 문예슬의 얼굴도 좋지 않았다.그녀는 원래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 기뻐해야 했다.설영준이 송재이에게는 모질게 굴면서도 그녀를 강하게 소유하려는 욕구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었다.밖의 남자는 들개고 그는 그녀의 남자였다.특히 마지막 “선을 지켜라”라는 말에서 송재이는 고리타분한 봉건적 느낌을 받았지만 문예슬은 고대 남편이 바람피운 아내를 질책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아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보아하니 설영준의 마음속에서 송재이의 위치는 확실히 특별한 것 같다.문예슬은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송 선생님,
통화 중 두 사람은 모두 화가 나 있었다.송재이는 나중에 그가 “열쇠”에 대해 말한 것 같다고 회상했지만, 당시에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앞쪽 도로가 막혔다.그녀는 차 안에 매달려 있는 열쇠를 우연히 보았다.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영” 자가 새겨진 열쇠고리가 다른 열쇠들과 섞여 있었다.그녀의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래서 아까 그가 말한 그녀의 현재 신분이란, 아마도 지금 그녀는 그의 여자친구이므로 다른 남자를 위해 그와 싸울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가 너무 지나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방현수가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그녀는 손을 뻗어 열쇠고리의 “영” 자를 잡았다.글씨는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고 그녀는 그 윤곽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녀의 손가락 끝을 세밀하게 긁었다.아주 미세하게, 그녀의 마음을 긁는 듯했다.집에 돌아온 후,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그에 대한 원망은 약간 사라진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설영준이 과하게 반응했다고 생각했다.그가 지민건을 무너뜨리고 차근차근 지민건의 파산을 초래한 것은 송재이는 냉담하게 바라보았다.왜냐하면 그녀도 지민건이 악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 비열한 사람은 마땅히 교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방현수는 달랐다.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인품이든 일 능력이든, 그는 자신의 힘으로 오늘날의 위치까지 올랐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설영준은 가볍게 사람을 강등시키고 외국으로 보내버렸다. 어떻게 봐도 그의 행동은 너무 지나치다.그날 밤, 설영준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전화로 싸웠기 때문에 송재이는 그가 일찍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하지만 샤워를 하면서 열쇠고리의 “영”자를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간질간질했다.원래 그것은 그녀가 그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지만 그는 받지 않았고 대신 그녀에게 돈을 송금하면서 자신이 없을 때 “영”자가 그녀와 함께할 것이라는 뜻이었다.이런 사랑에 빠진 풋풋한 연인들만이
설영준의 눈에는 송재이가 일부러 분위기를 망가뜨리려고 하필 이 타이밍에 방현수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였다.설영준은 흥이 확 깨져 송재이를 놓아주고는 비웃었다.“넌 역시 세 마디 할 때마다 방현수 씨 얘기를 빼놓지 않네.”송재이는 눈을 내리깔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설영준의 눈에는 송재이가 방현수 때문에 속상해하는 것처럼 보였다.이에 화가 난 설영준은 마음이 더 답답했다.그는 송재이의 몸을 획 돌려서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다.“당신 오늘 방현수 씨와 함께 밥 먹었어? 밥 먹으면서 무슨 얘기 했어?”“현수 씨랑 단둘이 먹은 게 아니라 예슬이도 있었어.”송재이는 강조했다.“뭐가 달라?”설영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말 돌리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봐. 그 사람이랑 무슨 얘기를 했어?”송재이의 머릿속에는 방현수가 자신한테 고백할 때 했던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방현수도 말했다시피 그는 단 한 번도 송재이와 어떻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고 그저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짝사랑하는 것이 전부였다.송재이는 사람의 감정은 때때로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방현수가 자기감정을 마음속에 묻어두고 누구한테도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이런 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송재이는 생각했다.“당신이 민건이를 건드릴 때, 난 당신을 말리지 않았어. 하지만 현수 씨는...”“방현수 씨는 다르다?”“현수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송재이가 말했다.설영준은 시큰둥하게 웃었다.“좋은 사람? 송 선생님, 난 당신의 사람 보는 눈에 좀 문제 있다고 생각해. 당신 처음에 문예슬 씨를 보고도 좋은 사람이라고 했었잖아. 근데 실제로 어땠어?”송재이는 멈칫하더니 입술을 깨물었다.“난 지금 당신과 현수 씨에 대해 말하고 있잖아. 여기서 갑자기 왜 예슬이 얘기를 꺼내는 거야?”“문예슬 씨와 방현수 씨가 언제부터 그렇게 친하게 지냈다고 두 사람이 당신과 함께 밥
송재이는 남자가 아니기에 당연히 남자의 생각을 모르고 남자가 성에 대해 얼마나 신경 쓰는지 몰랐다.송재이가 보기에 방현수는 그저 무방하게 짝사랑 중이었고 누구를 해치지도 않았으니,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었다.심지어 송재이는 방현수가 사랑하는 상대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그러나 현실은 얻을 수 없을수록 남자의 첫사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송재이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밤이 깊어지고 인기척이 없을 때, 그녀를 생각하면 온몸이 굳어지는 그런 정도였다.송재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녀는 그저 설영준의 마지막 귀띔이 너무 상스럽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녀의 마음속에 트라우마를 남겼다!송재이는 방현수가 자신을 생각하며 음란한 짓을 상상했는지 모르지만, 생각만 해도 속이 역겨웠다!그러나 이런 역겨움은 마침 설영준이 원하던 그림이었다....이튿날 아침 일찍, 송재이는 옷장 앞에 등지고 서서 옷을 갈아입을 때, 옷장에 한동안 놓아두었던 두 개의 가죽 벨트를 꺼내면서 생각난 김에 설영준에게 건넸다.“자, 이것이야말로 내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었어!”설영준은 눈꺼풀을 치켜들고 송재이가 건네주는 쇼핑백을 보며 멈칫하다가 바로 넘겨받았다.“가죽 벨트?”“맞아.”설영준은 눈살을 치켜들며 그윽한 눈빛으로 송재이를 바라보았다.“내가 당신한테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는다고 당신은 불만을 늘어놓았었지?”송재이가 말했다.“사실이잖아?”“그럼, 지금 줬으니까, 앞으로 이 일로 내게 투덜대지 마.”송재이는 덧붙여 말했다.이 말을 할 때 송재이는 한편으로 자기 옷의 단추를 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설영준과 이것저것 잡담을 나누는 것 같았다.설영준은 손을 뻗어 송재이를 확 잡아당겨 그녀더러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뭐 하는 거야?”송재이는 사슴 같은 눈을 치켜들면서 촉촉한 눈빛으로 설영준을 바라보았다.설영준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더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당신이 직접 갈아줘.”송재이는 입술을
아침밥을 먹을 때, 송재이는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송재이는 진심으로 너무 섭섭했다. 이 선물은 그녀가 서유리와 같이 쇼핑할 때 정성스럽게 고른 선물인 데다가 설영준에 대한 송재이의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이기도 했다.그런데 설영준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도리어 그녀를 한바탕 혼냈다.이렇게 생각하자 젓가락을 쥐고 있던 송재이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그러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그녀의 눈물은 줄이 끊긴 구슬처럼 걷잡을 수 없이 밥상 위에 떨어졌다.설영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송재이한테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그러나 송재이는 어린 여자애가 삐진 것처럼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울어?”설영준은 송재이를 안아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서 그녀의 얼굴을 돌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난 당신이 준 선물을 계속 차고 있을 거야. 그러나 당신도 그걸 알아야 해. 감정은 사람과 마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걸.”“내가 안 그렇다는 거야?”‘내 마음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건가?’설영준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송재이가 자신한테 신경을 쓰는 셈이었지만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자기랑 비슷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설영준은 그런 느낌이 너무 싫었다.설영준은 자신이 마치 송재이가 어장에서 기르는 물고기같이 느껴졌다. 같이 있을 때, 그녀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만 일단 그의 시야를 벗어나면 그녀는 전혀 얌전히 있지 않았다.설영준은 송재이가 방현수 때문에 자신한테 사정하는 것도 싫고, 송재이가 박윤찬과 무심코 같은 책을 보는 케미도 싫었다. 그리고 그는 송재이가 박윤찬과 사적으로 만나서 밥 먹고 카톡 한 적이 여러 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박윤찬의 엄마 성수연도 송재이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이 일들이 우연이든 아니든,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 만난다고 해도 다 설영준을 짜증나게 했다.한번은 서유리가 실수로 그들이 같이 밥 먹고 있던 사진을 설영준의 핸드
송재이는 옷을 다시 입고 소파에 던져진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여러 개의 메시지가 와있었다.모두 서유리가 보낸 메시지였다.[재이 씨 왜 아직도 출근 안 했어요? 조금 전에 전무님의 약혼녀가 경비 두 명을 데리고 저희 오케스트라에 와서 지수 씨를 한바탕 때렸어요. 아주 흥미로웠어요.][재이 씨, 오늘 퇴근하고 우리 같이 지수 씨 병문안 갈까요?]송재이는 뒤늦게 깨닫고 나서 핸드폰 화면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말하자면 최근 들어 연지수는 많이 얌전해졌다. 매일 정상적으로 출퇴근도 하고, 비록 수석직에서 탈락했지만 그래도 제때 리허설에 참여하곤 했다.연지수가 스스로 트집을 잡지 않는 이상, 송재이는 연지수에게 크게 신경을 갖지 않았다.서유리와 송재이 두 사람은 다 연지수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연지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자, 서유리는 송재이와 함께 연지수의 병문안을 가자고 초대했다.송재이는 처음으로 서유리한테도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생각하는 악한 취미가 있다는 걸 느꼈다.송재이는 서유리한테 답변을 보냈다.[아니에요. 이런 상황에 지수 씨는 분명 그 누구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근데 전무님한테 언제 약혼녀가 생겼어요? 저는 처음 들어요.]송재이는 단순히 스캔들이 궁금했다.서유리 쪽에서 재빨리 답변이 왔다.[아휴. 단장님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약혼녀가 있는 건 흔한 일이잖아요. 사이가 좋을지 아니면 체면치레일지 모르는 거죠. 근데 내가 그 약혼녀를 봤는데 그 기세나 관상을 보니, 딱 봐도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어요!]설영준도 예전에 약혼녀가 있었다. 그가 약혼녀인 주현아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감정을 가졌는지 송재이는 몰랐지만, 서유리가 말한 ‘체면치레'와 비슷한 말은 믿었다.이런 재벌 가문은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지 마지막에 결혼하는 아내는 반드시 세력이 비슷한 집안이어야 했다.지금 설영준과 주현아는 파혼했지만 앞으로 그가 다른 여자와 약혼한다고 해도 그 여자는 송재이가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송재이
설도영은 지금 집에서 엄청 얌전했다.지난번에 설도영이 술에 취해서 집에 바래다줄 때 오서희한테 딱 걸렸다.'어린 나이에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한다니, 정말 대단하다!'그러나 오서희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남들 앞에서 아들을 꾸중한 적이 없었지만, 집 문을 닫으면 설도영은 좋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 당시 설영준은 설도영을 위해 사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난생처음으로 오서희와 같은 편에 섰다.설도영도 스스로 찔리는 게 있어서 그날부터 매일 열심히 등교하고 하교하면서 사고를 치지 않았다.최근 학교에서 학부모회가 열리는데, 오서희는 귀부인으로서 상류층의 공개 행사나 부잣집 사모님들의 사적인 모임에만 참석하면 했지 이렇게 서민적인 일은 다 설영준에게 떠맡겼었다.평소에 설영준은 다 참석했지만, 올해는 거절했다."송 선생님, 우리 형이 선생님더러 저의 학부모회에 참석하래요."설도영이 그쪽에서 말했다.송재이는 어리둥절했다."나?"설도영은 국제 사립학교에 다니고 그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같은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즉 부모들은 부자거나 지위가 높으신 분들이었다.설영준은 일단 송재이가 이 학부모회에 참석한다면, 이는 그녀와 설영준의 관계를 대중 앞에 까밝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설영준은 높은 자리에 있어서 아무런 압박도 받지 않을 테지만 송재이는 손찌검을 받게 될 것이다.송재이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은 채 설도영과의 전화를 끊고 설영준한테 전화를 걸었다."무슨 뜻이야?"송재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 요즘 바빠서 학부모회 참석할 시간이 없어. 당신 그래도 도영이 피아노 선생님도 했었고 지금은 또 나와 그렇고 그런 관계인데 한번 도와주는 게 어려워?"그런 관계...설영준의 스스럼없는 네 글자가 오히려 썸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설영준의 말소리는 빨랐고 전화로 그쪽에서 분주한 타자 소리와 옆사람의 작은 말소리가 자꾸 들리는 게 정말 많이 바빠 보였다."근데 이건 학부모회잖아..."송재이가 말했다."당신
송재이는 설영준을 대신하여 자기 동생의 학부모회에 참석하였다.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면 그녀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그녀가 참석하게 되면 그들의 관계는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 송재이는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이 일은 곧 설영준의 어머니인 오서희의 귀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처음에 오서희는 겉으로는 예의 있게 대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경멸했을 것이다.오서희가 이 일을 알고 난 후의 태도는 그녀는 이미 짐작했었다.…그날 송재이가 퇴근하고 막 빌딩에서 나올 때 검은색 페라리 한 대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봤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차 안에는 고귀한 기품이 넘치고 우아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긴 머리로 올림머리를 하였고 50대의 나이지만 관리를 받아서 30대처럼 보였으며 몸매는 아주 날씬하였다. 정말 빨리 오셨네!오서희를 본 순간, 송재이는 의아한 정서가 가장 먼저 나타났고, 이어서 하늘이 내려앉을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오서희가 너무 도도해 보였고 또한 설영준의 어머니라서 송재이는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타요!”오서희의 목소리 톤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송재이는 입술을 잘끈 깨물고는 고개를 돌려 같이 있던 서유리에게 말했다.“먼저 갈게요.”서유리도 오서희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식했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였다.“네. 내일 봐요.”송재이는 차에 올라탄 후, 서유리는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서 그 차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요즈음 사유리도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그녀가 일편단심 좋아했던 박윤찬이 드디어 주동적으로 데이트 요청을 했지만, 그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준 시계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유리 씨, 유리 씨의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왜요? 제가 어디가 부족한가요?”서유리는 어릴 적부터 첼로를 배웠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서 자신이 동경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