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을 때, 송재이는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송재이는 진심으로 너무 섭섭했다. 이 선물은 그녀가 서유리와 같이 쇼핑할 때 정성스럽게 고른 선물인 데다가 설영준에 대한 송재이의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이기도 했다.그런데 설영준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도리어 그녀를 한바탕 혼냈다.이렇게 생각하자 젓가락을 쥐고 있던 송재이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그러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그녀의 눈물은 줄이 끊긴 구슬처럼 걷잡을 수 없이 밥상 위에 떨어졌다.설영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송재이한테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그러나 송재이는 어린 여자애가 삐진 것처럼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울어?”설영준은 송재이를 안아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서 그녀의 얼굴을 돌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난 당신이 준 선물을 계속 차고 있을 거야. 그러나 당신도 그걸 알아야 해. 감정은 사람과 마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걸.”“내가 안 그렇다는 거야?”‘내 마음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건가?’설영준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송재이가 자신한테 신경을 쓰는 셈이었지만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자기랑 비슷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설영준은 그런 느낌이 너무 싫었다.설영준은 자신이 마치 송재이가 어장에서 기르는 물고기같이 느껴졌다. 같이 있을 때, 그녀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만 일단 그의 시야를 벗어나면 그녀는 전혀 얌전히 있지 않았다.설영준은 송재이가 방현수 때문에 자신한테 사정하는 것도 싫고, 송재이가 박윤찬과 무심코 같은 책을 보는 케미도 싫었다. 그리고 그는 송재이가 박윤찬과 사적으로 만나서 밥 먹고 카톡 한 적이 여러 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박윤찬의 엄마 성수연도 송재이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이 일들이 우연이든 아니든,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 만난다고 해도 다 설영준을 짜증나게 했다.한번은 서유리가 실수로 그들이 같이 밥 먹고 있던 사진을 설영준의 핸드
송재이는 옷을 다시 입고 소파에 던져진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여러 개의 메시지가 와있었다.모두 서유리가 보낸 메시지였다.[재이 씨 왜 아직도 출근 안 했어요? 조금 전에 전무님의 약혼녀가 경비 두 명을 데리고 저희 오케스트라에 와서 지수 씨를 한바탕 때렸어요. 아주 흥미로웠어요.][재이 씨, 오늘 퇴근하고 우리 같이 지수 씨 병문안 갈까요?]송재이는 뒤늦게 깨닫고 나서 핸드폰 화면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말하자면 최근 들어 연지수는 많이 얌전해졌다. 매일 정상적으로 출퇴근도 하고, 비록 수석직에서 탈락했지만 그래도 제때 리허설에 참여하곤 했다.연지수가 스스로 트집을 잡지 않는 이상, 송재이는 연지수에게 크게 신경을 갖지 않았다.서유리와 송재이 두 사람은 다 연지수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연지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자, 서유리는 송재이와 함께 연지수의 병문안을 가자고 초대했다.송재이는 처음으로 서유리한테도 남의 불행을 고소하게 생각하는 악한 취미가 있다는 걸 느꼈다.송재이는 서유리한테 답변을 보냈다.[아니에요. 이런 상황에 지수 씨는 분명 그 누구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근데 전무님한테 언제 약혼녀가 생겼어요? 저는 처음 들어요.]송재이는 단순히 스캔들이 궁금했다.서유리 쪽에서 재빨리 답변이 왔다.[아휴. 단장님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약혼녀가 있는 건 흔한 일이잖아요. 사이가 좋을지 아니면 체면치레일지 모르는 거죠. 근데 내가 그 약혼녀를 봤는데 그 기세나 관상을 보니, 딱 봐도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어요!]설영준도 예전에 약혼녀가 있었다. 그가 약혼녀인 주현아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감정을 가졌는지 송재이는 몰랐지만, 서유리가 말한 ‘체면치레'와 비슷한 말은 믿었다.이런 재벌 가문은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지 마지막에 결혼하는 아내는 반드시 세력이 비슷한 집안이어야 했다.지금 설영준과 주현아는 파혼했지만 앞으로 그가 다른 여자와 약혼한다고 해도 그 여자는 송재이가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송재이
설도영은 지금 집에서 엄청 얌전했다.지난번에 설도영이 술에 취해서 집에 바래다줄 때 오서희한테 딱 걸렸다.'어린 나이에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한다니, 정말 대단하다!'그러나 오서희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남들 앞에서 아들을 꾸중한 적이 없었지만, 집 문을 닫으면 설도영은 좋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 당시 설영준은 설도영을 위해 사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난생처음으로 오서희와 같은 편에 섰다.설도영도 스스로 찔리는 게 있어서 그날부터 매일 열심히 등교하고 하교하면서 사고를 치지 않았다.최근 학교에서 학부모회가 열리는데, 오서희는 귀부인으로서 상류층의 공개 행사나 부잣집 사모님들의 사적인 모임에만 참석하면 했지 이렇게 서민적인 일은 다 설영준에게 떠맡겼었다.평소에 설영준은 다 참석했지만, 올해는 거절했다."송 선생님, 우리 형이 선생님더러 저의 학부모회에 참석하래요."설도영이 그쪽에서 말했다.송재이는 어리둥절했다."나?"설도영은 국제 사립학교에 다니고 그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같은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즉 부모들은 부자거나 지위가 높으신 분들이었다.설영준은 일단 송재이가 이 학부모회에 참석한다면, 이는 그녀와 설영준의 관계를 대중 앞에 까밝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설영준은 높은 자리에 있어서 아무런 압박도 받지 않을 테지만 송재이는 손찌검을 받게 될 것이다.송재이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은 채 설도영과의 전화를 끊고 설영준한테 전화를 걸었다."무슨 뜻이야?"송재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 요즘 바빠서 학부모회 참석할 시간이 없어. 당신 그래도 도영이 피아노 선생님도 했었고 지금은 또 나와 그렇고 그런 관계인데 한번 도와주는 게 어려워?"그런 관계...설영준의 스스럼없는 네 글자가 오히려 썸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설영준의 말소리는 빨랐고 전화로 그쪽에서 분주한 타자 소리와 옆사람의 작은 말소리가 자꾸 들리는 게 정말 많이 바빠 보였다."근데 이건 학부모회잖아..."송재이가 말했다."당신
송재이는 설영준을 대신하여 자기 동생의 학부모회에 참석하였다.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면 그녀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그녀가 참석하게 되면 그들의 관계는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 송재이는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이 일은 곧 설영준의 어머니인 오서희의 귀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처음에 오서희는 겉으로는 예의 있게 대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경멸했을 것이다.오서희가 이 일을 알고 난 후의 태도는 그녀는 이미 짐작했었다.…그날 송재이가 퇴근하고 막 빌딩에서 나올 때 검은색 페라리 한 대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봤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차 안에는 고귀한 기품이 넘치고 우아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긴 머리로 올림머리를 하였고 50대의 나이지만 관리를 받아서 30대처럼 보였으며 몸매는 아주 날씬하였다. 정말 빨리 오셨네!오서희를 본 순간, 송재이는 의아한 정서가 가장 먼저 나타났고, 이어서 하늘이 내려앉을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오서희가 너무 도도해 보였고 또한 설영준의 어머니라서 송재이는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타요!”오서희의 목소리 톤이 그리 높지 않았지만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송재이는 입술을 잘끈 깨물고는 고개를 돌려 같이 있던 서유리에게 말했다.“먼저 갈게요.”서유리도 오서희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식했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였다.“네. 내일 봐요.”송재이는 차에 올라탄 후, 서유리는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서 그 차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요즈음 사유리도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그녀가 일편단심 좋아했던 박윤찬이 드디어 주동적으로 데이트 요청을 했지만, 그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준 시계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유리 씨, 유리 씨의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왜요? 제가 어디가 부족한가요?”서유리는 어릴 적부터 첼로를 배웠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서 자신이 동경했던
솔직히 말해서 당시 설씨 저택에서 송재이는 설영준과 첫만남을 가진 후 며칠 만에 두 사람은 잠자리를 가졌다.그때 그녀의 어머니는 편찮았고 또 아버지는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은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어머니 앞에서 드러낼 수 없었다. 병원비의 부담에다 출생 비밀의 충격에 그녀는 답답해서 한동안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취해서 로비에서 방금 룸에서 나온 설영준과 부딪친 것이다. 평소에 감정을 많이 억제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통제력을 쉽게 잃는다더니 송재이는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송 선생?”설영준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그렇게 착해 보이고 단정하고 고상해 보이는 여자가 이런 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반쯤 얼큰하게 취한 송재이는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매혹적인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귓가에 대고 한마디 했다.“오빠, 날 데리고 가요. 네?”그녀는 자신의 유혹은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이 남자는 이런 직설적이고 촌스럽고 저속한 유혹을 많이 받아서 대수로이 여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걸려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랫동안 설영준은 주동적으로 품에 안기는 여자라면 다 받아주는 남자라고 생각했다.사실 대부분 남자는 그러하지 않은가.그날 그녀가 아니고 다른 여자라도 몸매와 얼굴이 괜찮고 그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그는 그 여자를 데리고 갔을 것이다.하룻밤을 지난 후 설영준은 어디서 송재이의 어려운 사정을 들었는지 자발적으로 그녀 어머니의 병원비를 지불해주는 대신에 애인으로 되어달라고 제안했다. 그는 돈을 내고 그녀는 몸을 내준다. 송재이는 이런 거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그녀는 다른 남자가 이런 제안을 하면 받아들이겠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영준이기에 그녀는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설영준은 미리 결과를 짐작한 듯 얼굴에 지은 미소는 자신감 외에 약간 경멸스러운 듯한 빛이 보였다. 송재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 두 사람이 완전히 헤어지지 못하고 그 뒤로 이렇게 많이 엮이게 된 것은 꼭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후에 설영준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그녀를 지켜줬고 따뜻한 사소한 일들도 많이 해주었다. 그녀의 오피스텔에서 지내면서 밥도 자주 해주었다. 침대에서도 거칠게, 또는 부드럽게 대해줘서 그녀에게 자기는 그의 유일한 사랑이라는 착각이 생기게 하였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해 송재이는 설영준의 마음속에 자기는 점점 중요한 사람으로 되었다는 느낌이 들게 된 것이다. 어쩌면 설영준은 그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이런 일들을 함으로써 그녀가 떠나지 못하게 붙잡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오서희는 사진 한 묶음으로 그녀의 모든 망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원래 품고 있었지만, 그녀가 조심스레 숨겨왔던 의혹들이 이때 무자비하게 까발렸다. “영준이가 송 선생을 마음에 뒀다기보단 송 선생의 운이 좋아서 그런 거 같아요. 마침 그가 첫사랑을 잃어서 몇 년 동안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송 선생이 갑자기 나타난 거죠. 지금 그가 송 선생에게 한 것은 마음속에 있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일 뿐이죠.”오서희는 송재이를 향해 지은 미소에 심지어 동정심이 어려 있다.오서희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송재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런 얘기를 일찍 송 선생에게 말했어야 했어요. 근데 저도 여자라 여자는 가끔 자신을 속이는 것을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송 선생이 달콤한 꿈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으라고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한 거예요.” 오서희는 정말 이런 선심을 썼을까?송재이가 보기엔 오선희는 그냥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테이블 아래서 주먹을 꽉 쥐었고 부르르 떨 뻔했다.“영준이는 마음이 한결같다고 할 수 있죠. 몇 년이나 흘렀어도 여전히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정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첫사랑 외
송재이가 주동적으로 박윤찬을 불러내서 처음에 박윤찬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예율 법률 사무소의 아래에 있는 태국식 레스토랑에서. 박윤찬은 물을 따르고 있었는데 송재이의 질문에 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그의 이런 반응을 보고 송재이의 마음도 순식간에 철렁했다. 그녀는 몸을 뒤로 기댄 채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후에 그녀는 자조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당신들은 다 아는데 저 혼자만 모르는 거예요?” 박윤찬과 설연중은 가까운 사이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정직한 성품의 소유자라 사람을 속일 리가 없다. 그래서 박유찬의 반응에서 송재이는 거의 확신이 들었다. 정아현이란 여자는 확실히 존재하고 설영준과도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설영준은 여복이 참 많네? “그럼 저와 그 여자는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 얘기해 봐요.”이어서 송재이는 또 물었다. 기왕 마음이 아팠으니 차라리 끝까지 아프자.지금의 송재이는 다소 자포자기한 생각이 들었다.박윤찬은 난처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면서 손에 든 주전자를 한쪽에 두었다.“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지금 영준 씨의 마음속에 재이 씨만 있으면 되잖아요.”“박 변호사님, 제 질문에만 대답해 주시면 안 될까요?”송재이는 박윤찬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박윤찬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말하였다. “별로 안 닮았어요…그냥 눈만, 눈만 닮았어요.”그가 설영준의 집에서 송재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워낙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박윤찬의 말을 듣자, 송재이는 더 환하게 웃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녀는 차를 마시면서 찻잔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그녀는 설영준은 그녀를 조금이라도 사랑하고 있고 그녀를 마음에 두었고 그녀를 위해 집안 살림을 잘하는 좋은 남자로 되었다고 여러 번 생각했었다. “그럼 둘이 왜 헤어졌나요?”다시 입을 열 때 송재이는 목이 쉬었다는 것을
송재이가 처음으로 설영준의 회사에 온 것은 아니었다. 프런트 데스크에 있는 직원도 그녀를 알아봤다. 특히 며칠 전에 그녀가 설영준 남동생의 학부모회에 참석한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조금이라도 가십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이 소식을 들었다. 송재이가 설영주의 사무실로 가는데 가로막는 사람이 없었다. 송재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올 때 여진과 마주쳤는데 여진도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십니다.”다만 송재이가 지나간 후 여진의 얼굴에 번져 있던 웃음이 점차 굳어졌다. 그는 은근히 오늘의 송재이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사무실 안.설영준이 서류를 보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머리도 들지 않고 말했다.“들어오세요!”송재이는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이틀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 설영준이 송재이더러 자신을 대신해서 설도영의 학부모회에 참가하라는 것도 사실은 그녀의 신분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또한 이 기회를 빌려서 두 사람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이다.앞으로 결혼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녀가 굳이 원한다면…“설영준, 우리 헤어지자.”송재이는 그의 책상머리에 서서 불쑥 이렇게 말하였다.설영준은 글을 쓰던 손을 멈추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들어온 사람이 송재이인 걸 보고 꽤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를 더욱 의아하게 만든 것은 방금 그녀가 한 말이었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하였다.“뭐라고 했어?”“우리 헤어지자고 했어.”송재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였다.그녀는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꽉 쥐었다. 그는 그녀의 강렬한 정서를 느끼지 못했고 단지 그녀가 겉으로 드러난 잔잔한 표정만 볼 수 있었다.설영준은 갑자기 웃으면서 뒤로 기대었다.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면서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입가의 웃음은 그녀를 웃는지 자신을 웃는지 알 수가 없었다.한참 후에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하였다.“좋아.”그러고 나서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