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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차라리 끝까지 아프자

송재이가 주동적으로 박윤찬을 불러내서 처음에 박윤찬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예율 법률 사무소의 아래에 있는 태국식 레스토랑에서.

박윤찬은 물을 따르고 있었는데 송재이의 질문에 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

그의 이런 반응을 보고 송재이의 마음도 순식간에 철렁했다.

그녀는 몸을 뒤로 기댄 채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후에 그녀는 자조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당신들은 다 아는데 저 혼자만 모르는 거예요?”

박윤찬과 설연중은 가까운 사이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정직한 성품의 소유자라 사람을 속일 리가 없다.

그래서 박유찬의 반응에서 송재이는 거의 확신이 들었다.

정아현이란 여자는 확실히 존재하고 설영준과도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설영준은 여복이 참 많네?

“그럼 저와 그 여자는 얼마나 많이 닮았는지 얘기해 봐요.”

이어서 송재이는 또 물었다.

기왕 마음이 아팠으니 차라리 끝까지 아프자.

지금의 송재이는 다소 자포자기한 생각이 들었다.

박윤찬은 난처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면서 손에 든 주전자를 한쪽에 두었다.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요? 지금 영준 씨의 마음속에 재이 씨만 있으면 되잖아요.”

“박 변호사님, 제 질문에만 대답해 주시면 안 될까요?”

송재이는 박윤찬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박윤찬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말하였다.

“별로 안 닮았어요…그냥 눈만, 눈만 닮았어요.”

그가 설영준의 집에서 송재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워낙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박윤찬의 말을 듣자, 송재이는 더 환하게 웃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녀는 차를 마시면서 찻잔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녀는 설영준은 그녀를 조금이라도 사랑하고 있고 그녀를 마음에 두었고 그녀를 위해 집안 살림을 잘하는 좋은 남자로 되었다고 여러 번 생각했었다.

“그럼 둘이 왜 헤어졌나요?”

다시 입을 열 때 송재이는 목이 쉬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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