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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감쪽같이 속이다

설영준과 헤어지고 나서 송재이는 한동안 기분이 울적했는데 민효연도 눈치를 챘다.

하지만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주현아가 떠난 후 그녀는 항상 외로움을 탔다.

그나마 도정원이 양심이 있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비록 양육권을 빼앗겼지만, 평소에 연우를 돌보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그녀이니까.

곁에 남은 어린 손녀가 현재 민효연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가끔 고개를 돌리다가 민효연과 눈이 마주칠 때면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눈빛은 열 길 물속처럼 헤아리기 힘들었다.

따라서 당최 짐작이 안 갔다.

...

송재이는 집으로 가던 중 유은정의 연락을 받았다.

유은정은 전화에서 곧 경주를 떠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지현과 많은 일이 있었기에 잠시 이곳을 떠나 기분 전환할 겸 무작정 여행 계획을 잡았다고 했다.

다음 날 저녁, 두 여자는 포장마차에서 한 잔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유은정이 떠나기 전 유일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 사람이 송재이였고, 문예슬은 연락도 하지 않았다.

송재이 역시 문예슬에게 비밀로 했다.

그녀도 이제는 유은정의 마음속 응어리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솔직히 앞으로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고, 결국에는 운명에 달린 듯싶다.

“혼자서 자동차 여행한다며? 안전에 꼭 유의해. 자, 모든 일이 잘 풀리길 바라며 나중에 다녀왔을 때 완전히 새로운, 환골탈태한 유은정이 되기를!”

송재이가 웃으면서 잔을 부딪쳤다.

유은정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잔을 비운 뒤 시원하게 트림까지 했다.

비록 시종일관 업된 모습을 유지했지만, 송재이는 그녀의 눈빛에서 이루 형용하기 힘든 쓸쓸함과 속상함을 보아냈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자신의 앞에서 해맑은 모습으로 약혼반지를 자랑하던 여자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어쨌거나 첫사랑이자 태어나서 처음 좋아하게 된 남자이니 공감은 되었다.

이처럼 어이없고 막장 같은 결말에도 불구하고 지난 7~8년 동안 유은정은 자기 행복과 청춘을 모조리 바치지 않았는가?

“다만 하지현도 대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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