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여옥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보은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그게.... 사돈, 오해에요. 이 계집애가!”“어떤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용수는 그 여편네 딸처럼 멍청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리 친형제여도 계산은 똑바로 해야죠. 고은지는 내 며느리니 이젠 우리 가문 사람이에요. 그러니 그런 허황한 꿈은 깨세요!”진여옥은 조보은에게 확실하게 경고하였다.조보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가 다시 창백해졌다.비록 진여옥의 말에 일리가 있지만, 고은지는 만감이 교차했다.조보은은 겨우 화를 참으며 말했다.“사돈, 그 말은 옳지 않아요. 우리 은지가 조씨 가문에 시집가면 우리는 한 가족과도 마찬가지에요. 가족끼리 내 것, 네 것이 어디 있겠어요? 아닌가요?”“누가 가족이에요?”진여옥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냈다!그나마 남았던 인내심도 바닥이 나버렸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물었다. “고은지가 우리 가문에 들어와서 이바지한 게 뭐 있어요? 오히려 우리 가문에서 서정우 학비까지 다 내줬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쪽 며느리까지 신경 써야겠어요?”“학비는 은지가 결혼 전에 모은 돈이지 조씨 가문의 돈이 아니잖아요.”조보은도 슬슬 화를 내기 시작했다.결혼 전에 고은지의 월급이 높았다는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여 그녀는 조씨 가문에서 이익을 볼 수 있으니 끊임없이 고은지에게 돈을 요구하며 선수쳤다.진여옥은 가식조차 떨지 않는 조보은을 보고 버럭 화를 내며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그래서 앞으로도 쭉 돈 뜯어낼 생각이세요?!”“내 딸한테 돈 달라는데 문제 있어요?”조보은의 인내심도 바닥을 쳤다.고은지가 조씨 가문에 시집간 뒤로 조보은은 조씨 가문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다 겪었다.그런데 진여옥이 완전히 패를 까버리고 말하자 조보은도 더는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참지 않았다.뻔뻔한 말을 이렇게 뻔뻔하게 내뱉는 조보은의 모습에 진여옥은 말 문이 막혔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조보은은 자기가 진여옥의 기세를 꺾었다고
고은지는 멍한 표정으로 조보은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이제 만족하세요?”“아니, 은지야......”“이혼, 내일이면 이혼하시라네요. 만족하시냐고요?”고은지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그녀는 수년간 조보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고, 진여옥은 그게 지겨워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했다.수년간의 인내가 순식간에 무너졌다!조보은은 뭐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고은지가 가슴을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러 뭐라 할 수 없었다. “만족하세요? 만족해요?”“언니.”고은영이 고은지를 끌어당겼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서라도 고은지를 달래고 싶었다.하지만 조보은이 한 짓을 생각하니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알 수 없었다.조보은이 말했다.“내가 뭐 이혼시키라고 했어? 네 시어머니 왜 저러니!”고은지의 울부짖음에 조보은은 바로 잘못을 진여옥에게 떠밀었다.하지만 진여옥이 저렇게 화를 낸 것은 단연 조보은 때문이다.모든게 조보은의 잘못이다!고은지는 바닥에 주저앉아 말했다.“은영아, 너 먼저 돌아가.”그녀는 피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순간 고은지는 이런 엄마가 있는 한, 자신의 가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진여옥이 오늘 이혼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불씨가 피어올랐을 것이다.고은지가 고은영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하니 조보은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가긴 어딜 가. 혼수는 어쩌고!”“당신한테 엄마 자격이 있기나 해요? 무슨 자격으로 은영이한테 혼수를 내놓으라고 하세요?!”고은지는 또 한 번 격분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고은지의 말에 조보은은 그나마 남아있던 미안한 마음도 한순간에 사라졌다.“고은지! 너 말 똑바로 해. 내가 왜 자격이 없지? 넌 내가 낳았고, 내가 키웠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엄마가 날 낳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에요!”고은지는 한 글자 한 글자 날카롭게 내뱉었다. 이 말은 전에 고은영도 한 적 있었다!고은지의 말투에는 피맺힌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이런 고통
그녀는 고은지의 정서가 이렇게 격앙될 줄 생각도 못 했다. 고은지는 고은영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조보은에게 맞섰다.그녀의 과격한 행동에 조보은도 깜짝 놀랐다.“너, 너 뭐 하는 짓이야! 그 칼 당장 내려놔!”“언니, 칼 내려놔!”고은영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고은지를 바라봤다.혹시라도 고은지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정말 두려웠다.“은영이 착하지. 너 먼저 가.”“언니가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고은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네가 가야 내가 편해져. 그러니까 내 말 들어..... 자, 이젠 그만 가.”지금 고은지는 고은영을 부른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그리고 일찍 이렇게 강하게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긴 세월 동안 내가 왜 날 괴롭히게 놔뒀을까.’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고은영은 또 어떻게 그녀를 놔두고 떠난단 말인가?고은영은 애써 목소리를 누르고 고은지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언니, 우선 칼 내려놓자!”“너 제발, 그냥 가!”고은영이 가까이 다가오자 고은지의 정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격앙됐다.칼을 든 그녀의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고, 하얀 목덜미에서 새빨간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하며 소리를 질렀다.“언니!”“가!”고은지가 울부짖었다.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상처는 점점 더 깊어졌다.고은영은 놀라서 더는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당장 갈 테니까 언니 흥분하지 마!”혹시라도 고은지가 더 흥분할까 봐 고은영은 더는 다가갈 수 없었다.고은영 마음속의 고은지는 온화하고 침착한 사람이다.하지만 오늘 갑자기 찾아온 조보은과, 완전히 관계가 틀어진 진여옥 때문에 그녀는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고은지는 그저 고은영이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랐다.“가라고!”그녀의 정서는 완전히 무너졌다.고은영은 두 다리를 벌벌 떨며 말했다.“응, 갈게, 언니. 흥분하지 말고, 다치지 말고.”
골목에서 뛰쳐나온 고은영은 저 멀리 가로등 아래에 세워진 배준우의 차를 발견했다.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녀는 그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었다.방금 격렬했던 상황과 지금 배준우가 그녀를 기다리는 장면은 극과 극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하나는 그녀를 숨 막히게 했고, 하나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다.고은영이 비틀거리며 차에 올랐다.문을 닫는 순간, 배준우도 전화를 끊고 그녀를 향해 물었다.“왜 그래?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한 거야?”배준우는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그녀가 열이 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한시름 놓았다.고은영은 두 눈을 붉히며 배준우를 바라봤다.순간 배준우는 깜짝 놀라 황급히 물었다.“왜 그래?”고은영이 말했다.“계속 여기서 기다렸어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계를 확인했다. 그녀를 기다린지도 거의 1시간이나 되었다.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나려고 하자 고은영이 불러세웠다.“잠깐만요.”“왜?”배준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시간이 늦었으니 배준우는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불안해서 그래요. 조금만 있다 가요.”격앙된 고은지의 정서에 고은영은 도무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그녀는 고은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다.배준우가 물었다.“무슨 일인데?”배준우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감지했다.고은영은 고개를 숙였고, 이내 그녀의 구슬 같은 눈물이 손등에 떨어지기 시작했다.비록 조보은 앞에서는 강한척 했지만 사실 그녀도 제 발이 저렸다.그리고 진여옥의 말에 그녀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생겼다!‘준우씨와의 결혼이 가짜라서 다행이야. 만약 진짜였다면...... 그렇다면 내 인생은 뒤죽박죽이 되었겠지.’배준우는 어깨를 들썩이는 그녀를 보더니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울어?”고은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깨는 점점 더 떨려왔다.배준우는 한숨을 내쉬며 휴지를 건네주었다.고은영은 휴지를 받아 들고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그녀는 흐르는
배준우는 한숨을 쉬더니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바로 이 부근에서 사는 회사 직원에게로.그는 직원을 시켜 상황을 알아보라고 했다.남자의 일사불란한 행동을 지켜보는 이 순간..... 고은영의 마음은 더없이 따뜻해졌다.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녀는 늘 먼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부터 생각했다.그녀는 늘 혼자였고 의지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에게 의지할 수 있는 편안함을 준다.전화를 끊은 배준우가 말했다.“10분만 기다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배준우가 당장 떠나자고 하지 않아서 그녀는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고은지가 정말 걱정되었다. 고은지의 떨리는 몸을 생각하면, 오늘 밤 그녀가 얼마나 큰 절망감을 느꼈었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아니면 항상 차분하던 그녀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겠는가!조영수가 집에 들어오자 조보은은 조영수를 끌고 진여옥의 말과 행동을 일러바쳤다. 그때 마침 진여옥이 방에서 나왔고 두 여자는 또 한 번 설전을 벌였다.결국 조영수가 한마디 했다.“내일 이혼서류 접수합니다!”이로써 양측의 설전도 끝이 났다.이 결혼은, 이젠 정말 끝이 날 것이다.조보은은 그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은지야, 너도 생각이란 걸 좀 해봐! 네 동생이 결혼하는데, 엄마인 내가......”“자격없어요! 엄마는 그럴 자격 없어요! 당장 나가요!”고은지의 정서는 또 한 번 격앙되었고, 조보은의 바뀐 태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조보은의 태도가 바뀐 데는 그저 고은영의 결혼에서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다.더군다나 배준우의 신분과 재력은 조보은을 흥분시킨다.하지만 고은지는 조보은이 고은영의 일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마음을 굳게 먹었다.“안 가요?”“너 왜 이래!”“돈이 그렇게 좋아요? 내 목숨까지 줄까요?”고은지는 갑자기 조보은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가더니 손에 들린 과도를 쥐여주며 자기 배에 갖다 댔다.조보은은 깜짝 놀라 과도를 던져버리려고 했다!하지만 쉽지 않았다.
저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들려왔다!동시에 배준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상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배준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변해버린 배준우의 표정에 고은영은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그래, 알겠으니까 이만 들어가 쉬어.”말을 끝낸 배준우는 전화를 끊고 그는 고은영을 바라보았고, 고은영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배준우가 말했다.“네 언니 집에 일이 생겼어.”워낙 담력이 크지 않은 그녀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손이 덜덜 떨려왔다.그녀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물었다.“어떤 일이요?”“경찰과 구급차 모두 도착했으니 자세한 건 가봐야 알 수 있어.”상황을 봐준 직원도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저 조 씨 가문이 현재 혼란스럽다는 것만 말해주었다.이웃들은 모두 조씨 가문 저택에 몰려들었는데 구체적인 상황은 그도 잘 몰랐다.경찰과 구급차까지 대동했다는 말에 고은정은 점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몇 걸음 걷던 그녀는 이내 이상함을 눈치채고 뒤돌아보았고, 뒤에는 배준우가 따라오고 있었다.고은영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뭐해요?”배준우가 물었다.“왜?”“준우 씨는 여기 있어요!”고은영이 다급히 말했다.고은지가 그녀를 지키듯이 그녀도 배준우를 지키고 싶었다.아니면 본능적으로 배준우를 이 일에서 제외하는 것일 수도 있다.어쨌든 그들의 결혼은 진짜가 아니기에 그녀는 배준우가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너......”“아니면 먼저 돌아가요. 나 혼자 갈게요.”조보은과 배준우를 만나게 하면 안 되기에 고은영은 다급히 말했다. 고은영은 경찰도 왔다는 소식에 아마 조보은이 조씨 가문 사람을 다치게 했을 거라고 생각했했다.진여옥의 태도를 생각하니 조보은의 성격에 가만 둘 리가 없다.조보은은 눈이 돌아가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배준우가 물었다.“정말 나 필요 없어?”“네, 괜찮아요. 나 혼자
의사는 고은지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고 조영수와 진여옥도 고은지에게 집중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고은영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고은영은 눈물을 흘리며 시선을 고은지의 창백한 얼굴에 고정했다.“나 아니야, 정말 아니야!”조보은은 넋을 잃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곧 고은지의 심장박동이 회복되었고 의료진은 바로 그녀를 구급차에 태웠다.진여옥은 조영수를 따라 구급차에 오르려고 했지만 조영수가 막았다.“엄마는 집에서 희주 돌보고 있어.”“그래, 돈 충분해? 가져다줄까?”이 순간, 진여옥의 얼굴에는 평소와 같은 악랄함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구급차에 함께 올라 병원에 가려는 그녀의 모습은 진심으로 보였다.조영수는 고개를 저었다.“충분할 거야!”고은영도 구급차에 타려고 했지만 진여옥이 그녀를 잡았다.“넌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았어.”고은영은 고은지가 걱정되었다.하지만 구급차 문은 굳게 닫힌 채 그대로 떠나가 버렸다.그제야 고은영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조보은에게로 향했다.경찰은 아직 가지 않았고, 고은영은 진여옥에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네 언니가 기절하기 전에 그랬는데, 엄마가 한 짓이래.”“우리 언니를 죽이려 했다고요?”고은영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그 장면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나와 네 형부는 다른 방에 있어서 구체적인 일들은 잘 몰라.”하지만 고은지가 조보은을 지목했으니 그들은 당연히 경찰에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지금 경찰은 조보은을 연행하려고 한다.고은영은 조보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그렇다면 조사에 잘 협조하게 해야죠.”그녀의 목소리를 더 없이 차가웠다. 조보은을 위해 경찰과 교섭하려는 의도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 말에 진여옥은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조보은의 평소 행동을 생각하니 고은영의 냉담함이 이해가 되었다.그녀는 고은지도 고은영처럼 이런 어머니에게 냉담하게 대할 수 있기를 바랐다!조보은은 정말 역겨운 인간이다. 돈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려고 항
황급히 달려가는 고은영의 뒷모습에 배준우는 복잡하고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다 자기처럼 돈만 좋아하는 줄 아나 봐.’고은영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조영수는 초조한 얼굴로 응급실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고은영이 조영수를 불렀다.“형부.”조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고은영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오늘 밤 일은 도대체 어떻게 발생한 건지, 그들은 현장에 없었으니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떠날 때 그 칼은 분명 고은지의 손에 들려있었다. 만약 그녀의 생각이 맞다면 고은지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발악했고, 상황이 극도로 치달으면서 이런 일이 생겼을 것이다.시간은 점점 지나갔다!이내 의사가 응급실에서 나와 마스크를 벗었고, 조영수는 한달음에 달려가 물었다.“선생님, 제 아내 지금 어떤가요?”조영수의 절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실했다.고은영은 평소에 조영수와 진여옥을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밤 고은지가 응급차에 오를 때, 그녀는 그제야 이 두 사람이 어쩌면 그녀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의사가 말했다.“상처는 깊지 않은데 과다출혈로 몸이 아주 허약해진 상태입니다.”“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상처가 깊지 않다는 말에 조영수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고은영이 물었다.“의식은 있어요?”“네, 의식은 찾았으니 곧 나올 겁니다.”“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고은영도 얼른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고은지가 깨어났다는 말에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의사가 가고, 고은지는 간호사에 의해 응급실에서 밀려 나왔다.고은영이 달려갔다.“언니!”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은지를 불렀다.조영수도 앞으로 나와 고은지의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었고 고은지는 눈시울을 붉히며 조영수를 바라봤다.조영수는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줄곧 조보은에게 시달렸고, 오늘 진여옥의 말을 듣고 결국 이런 결정을 내렸다.병실!고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
안지영과의 대화를 끝낸 후 고은영은 마침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불안하게 이리저리 쫓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고은영을 달래고 나서도 심장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나태웅의 전화가 집 전화로 걸려왔다. 그녀는 번호를 볼 수 없어서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틀 남았어.” 그 한 마디에 안지영의 화가 폭발했다. “뭐라는 거야?” “주원이에게 사과해!” 안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놈! 끝까지 이러는 거야?’ 만약 예전 같았으면 안지영은 그에게 말도 안 되는 반격을 했겠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안열이 들어왔을 때 안지영은 얼굴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배씨 부인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안열은 안지영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불안한 이유가 결국 고은영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감정은 조금 달랐다. 안지영은 고은영으로 인해 말문만 막힐 정도였고 다른 사람 때문이라면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아니에요!” 사실 고은영에게 생긴 일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했고 고은영이 또 울기 시작할지도 몰랐다. 안열은 안지영의 목소리에서 누그러지지 않는 화를 느끼며 궁금해했다. 고은영이 아니라면 또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나태웅이 나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했어요. 이틀밖에 안 남았다면서요.” ‘이 사람이...!’ 나태웅에게 욕을 할 만큼 다 했는데도 그를 물리칠 수 없었다. 지금 안지영은 연달아 욕할 힘조차 없었다. 그의 존재를 설명할 만한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친놈? 병신?’ 안열은 놀라며 물었다. “뭐라고요? 사과요?” ‘정말 이 사람 끝까지 그러는 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얼마 전 나태웅의 집착과 하주원
안지영은 잠시 침묵했다. 이렇게 큰일이면 분석하는 데 얼마나 큰 두뇌 용량이 필요할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은영이 울려고 할 정도로 급해진 게 이해가 갔다. 자신이라도 정말 울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도대체 뭐야, 진짜?’ “그럼 나태현은 량천옥이 너희 언니의 친엄마라는 걸 알아?” “그건 나도 몰라.” 상황이 이미 너무 복잡해서 이젠 고은영조차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태현과 고은지가 거래를 했다는 것만 봐도 그의 동기는 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지신혜와 결혼을 약속했고 고은지를 천락 그룹에 다시 데려가려 했다. 그동안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전력도 있으니 나태현의 속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게 분명했다. 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난 네가 차라리 네 언니에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말해?” “그럼, 무조건 말해야지! 량천옥이 아무리 미워도 네 언니의 친엄마잖아.” 진실을 알게 된 후 고은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녀의 자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속 숨기면 만약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라는 사실은?” “그건, 생각 좀 해볼게!” ‘이건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까?’ 안지영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역시 나씨 가문 사람이야. 어쩜 다들 이렇게 나쁜 자식이지?’ 전에는 나태현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었다. “그래도 얘기하는 게 좋겠어!” 이렇게 큰일을 말 안 하면 나중에 얼마나 큰일로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안지영은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고은영더러 고은지에게 모든 일들을 잘 설명해 주라고 말했다. 어차피 고은지는 지금 모든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고 아무런 일도 모르는 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