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아직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강씨 그룹의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후 다시 설민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녀는 이런 상황 때문에 당분간 유치원에 갈 수 없을까 봐 설민준에게 유치원에 가서 아이를 데리러 가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전화를 걸기도 전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아가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씨 그룹의 비서입니다. 실례지만, 오늘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예나는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몸이 좀 불편해서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그렇군요, 그럼, 몸조리 잘하시고 괜찮아지면 다시 얘기합시다.”비서는 전화를 끊고 사장실 문을 두드리려 할 때 강현석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그는 깜짝 놀라면서, 전화 내용을 보고했다.“강사장님, 아가씨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어서 오늘은 못 온다고 합니다.”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비서는 용기를 내어 뒤쫓아갔다.“사장님, 오늘 오후 일정 중 일부는 저녁 7시에 잡혀서 30분 후에 회의가 있습니다…….”“내일로 다시 잡겠습니다.”강현석은 차갑게 닫힘 버튼을 눌렀다.비서가 땀을 뻘뻘 흘린다.그는 도예나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냉정한 강사장을 크게 실망하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병원.수액을 맞은 후, 도예나의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그녀가 침대에 기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설민준은 두 아이를 데리고 왔다.“엄마, 괜찮아요?”도제훈은 침대로 다가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예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의 얼굴을 만졌다.“엄마가 조심하지 못해서 감기에 걸렸어, 이 주사 맞으면 빨리 나을 거야!.”“제훈이가 제 말을 믿지 않아요. 저는 감기 걸린 거라고 했는데, 기어코 병원에 오려고 하다니!”설민준은 침대에 털썩 앉았다.“나나야, 나 처음으로 성남에 왔는데, 오자마자 애들 아빠가 됐어,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고달프지?”도예나는 힐끗 쳐다보며,"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서 나가세
도제훈은 주먹을 꽉 쥐고 나이에 맞지 않는 얼굴로 괴로워했다.걔는 쓸모도 없고, 엄마를 보호할 능력이 없어서…….빨리 크면 좋을 텐데…….그는 중얼거리며 병실로 걸어갔다.갑자기 멈췄다.앞에 걸어가는 저 사람은 강현석 아닌가?이 사람이 어떻게 병원을 찾아왔지?근데 엄마 병실로 가는 것 같아.설마, 엄마 병문안 온 건 아니겠지?엄마랑 이 남자가 언제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어?강현석은 긴 다리로 금방 도예나의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그는 올 때 별생각이 없었지만, 병실 입구에 서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여자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이렇게 불쑥 병문안을 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는 건 그의 성격이 아니다.그가 노크 할 때, 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문틈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도예나를 볼 수 있었다.그녀는 침대에 반쯤 누워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미역같이 긴 머리카락이 목뒤로 흐트러져서 피부가 더욱 하얗게 보이는게, 마치 겨울 눈 같았다.그녀의 웃음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성남 제일의 미인은 아파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구나강현석은 이 사람이 이렇게 예쁘게 생겼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그는 길쭉한 손을 뻗어 병실 문을 살짝 열었다.그리고—그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침대에 앉아 바나나 껍질을 벗겨 직접 도예나에게 먹여주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그 여자는 거리낌 없이 한 입 베어 물었다.강현석의 차가운 눈빛이 극에 달했다.도예나는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고 삼키기도 전에 한기가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현석이 문 앞에서 있는 것을 보았다.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매의 그 모습은 지옥에서 내려온 저승사자와 같았다.도예나는 목이 메었다.“콜록콜록!”그녀는 갑자기 목이 메어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설민준은 얼른 등을 두드리면서 물을 건네주었다.“나나야 바
이런 일은 전화 한 통이면 들을 수 있는데 이 남자는 한가하다고 오다니…….“가는 길이었어요.”강현석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도예나는 중얼거렸다.그녀는 이 남자가 왜 한가하냐고. 어떻게 이런 일로 병원에 올 수 있는지 말했다.그녀는 담담하게“죄송합니다, 강사장님. 제가 오후에 일일이 좀 생겨서 제시간에 약속을 갈 수 없었어요.”라고 말 했다.강현석은 그녀를 위아래로 살펴보다, 정신도 괜찮고, 생각했던 것 보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다는 것을 알았다.그가 도예나를 훑어보는 동안, 설민준도 계속 그를 훑어보고 있었다.설민준과 도예나는 4년 전에 알게 됐고, 얼마나 많은 남자가 도예나를 쫓아 다녔는지, 그녀보다 더 잘 알고 있다.일단 도예나 곁에 남자가 나타나면 80% 가 여자를 쫓아다니려고 한 걸 수도 있는데…….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우리 나나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사람들 줄이 트럭으로만 몇 대인데, 당신은 어느 쪽이에요? 감히 우리 나나가 왜 약속을 깼냐고 묻다니, 나나가 약속을 깨고 싶으면 깨고 싶은 거지, 당신은 물어볼 자격이 있습니까…….”“넌 닥치세요!”도예나는 무섭게 소리쳤다.설민준은 못다 한 말을 삼키며 억울한 듯 말했다.“나나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말하면서, 도예나의 옷자락을 잡고 흔들었다.이 장면을 본 강현석의 이마에는 핏줄이 계속 튀어나왔다."우리 나나"라는 소리만으로도 그는 매우 화가 났고, 결국 이 남자는 도예나의 옷깃을 마음대로 잡아당겼다!이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관계지?바로 이때.병실 문 밖에 있던 도제훈이 들어왔다.그는 들어오자마자 강현석의 눈길을 끌었다.그의 시선엔 아이의 정수리가 보였는데, 이 아이는……, 서가 그룹 연회에서 마주친 바로 그 아이인 것 같았다.뒷모습은 강세윤과 비슷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면 또 강세훈과 비슷하다.그가 의심하는 사이에 도제훈은 이미 병실로 들어왔다.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빠, 의사 선생님이 오늘 퇴원을 못 한다고
도제훈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동생이 강현석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매번 강현석에게 끌린다는 걸 그도 이미 알아차렸다.그런데도 이런 일을 벌였으니 그의 실책이었다. 도제훈은 재빨리 수아 뒤를 따라가 동생의 팔을 잡았다.“수아야 그렇게 함부로 도망가면 어떡해. 엄마가 걱정하시잖아. 엄마가 아픈데 수아까지 걱정 끼치면 엄마 병 낫지 않을 거야.”그 말에 수아는 끝내 자리에 우뚝 섰다.하지만 눈은 오롯이 강현석을 향해 있었고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었다.동생의 그런 모습을 눈에 고스란히 담은 도제훈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옆에 놓인 손을 그러쥐었다.강현석이 그들 친아빠일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하지만 한꺼번에 두 여자를 임신하게 한 걸 보면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는 걸 보아낼 수 있다. 그런 그를 아빠로 생각하면 할수록 동생이 받을 상처도 더욱 컸다.그는 엄마가 다치는 것도 동생이 다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링거를 맞은 덕분인지 도예나는 그새 많이 회복됐다. 하지만 머리가 여전히 무겁고 어지러워 내일 퇴원할 생각이었다.다행히 두 아이는 내내 떼를 쓰지 않았고 오빠인 도제훈이 잘 돌본 덕에 수아도 어느새 다른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그때 설민준이 침대 끝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는데 그 사람들 도 씨 가문의 사주를 받고 움직인 것 같아.”“알아. 지우 오빠가 아까 경찰서 다녀와서 말해줬어. 그 범인들 얼굴도 봤다더라고. 그런데 끝까지 누가 시켰는지는 말하지 않았대. 게다가 목숨이 아니라 몸만 노린 거라고 하며 형벌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었대.”“도 씨 가문에서도 상대가 대신 비밀 지켜줄 거란 자신이 있어서 벌인 짓이겠지. 그런데 상대가 이미 이렇게 더럽게 나왔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필요 없지 않아?”설민준은 싸늘하게 말하며 뒤에서 서류 묶음을 꺼내 도예나에게 건넸다.“이건 도 씨 그룹 고객 명단이야. 지금 협력 얘기가 오가는 고객들도 있어. 한번 봐봐.
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도예나는 도 씨 그룹으로 향했다.이건 그녀가 귀국한 뒤 처음 회사에 발을 디디는 거였다.5년 전과 같은 위치에 있는 회사는 이미 새로 인테리어한 듯했다. 회사 외벽의 파란색 유리에 하늘과 구름이 비쳐 웅장한 분위기를 형성했다.도예나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회사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도 씨 가문의 첫째 아가씨, 성남 제일 미녀, 어떠한 타이틀이든지 모두 직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저 사람 도예나 아니에요? 회사엔 무슨 일이지?”“어제 뉴스 못 봤어요? 도예나가 도 씨 그룹 3대 주주가 되었잖아요. 오늘 마침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니 당연히 왔겠죠.”“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 5 년 정도 자리를 비웠는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요?”“모르면 말도 마요. 이번에 이렇게 나타났다는 건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서일 걸요.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니 꼭 알 필요도 없죠.”“왠지 회사에 전쟁 날 것 같지 않아요?”“저도 왠지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사람들이 수군대는 틈에 도예나는 여전히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걸어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바로 최고층을 눌렀다.18살 때 그녀는 이곳에 온 적이 있다.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을 물려받으려고 말이다.하지만 유산을 물려받은지 하루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고 오랜만에 다시 오니 모든 게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비서의 연락을 받은 도진호가 한달음에 달려왔다.“여긴 왜 왔어?”딸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말투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복도에서 마주친 두 부녀는 마치 원수라도 만난 듯 눈에서 스파크가 튀어나왔고 조용한 공기에 화약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도예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제가 도 씨 그룹 대주주인데 못 올 데 왔어요?”“너 MBA 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면서 회사 일을 어떻게 안다고 여길 와? 네가 주주총회 참가한다 한들 아무 의미 없어. 차 준비해 줄 테니까
“저를 쫓아내도 도 씨 그룹이 제 어머니가 일궈낸 회사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흔들림 없는 표정과 가벼운 말투는 버럭버럭 화를 내는 도진화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복도에 있던 몇몇 비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구석에 숨었다.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될 때, 도예나는 정적을 깨트리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도진호를 빤히 보는 순간 흔들림 없던 그녀의 눈빛이 끝내 미세하게 흔들렸다.“아버지, 저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네가 4년 전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간 순간부터 난 너라는 딸을 내 마음속에서 지웠다.”“만약 제가 불을 지른 게 아니라면 믿어주실 건가요?”도진호의 눈은 순간 어두워졌다. “네가 지른 게 아니라도 너 때문에 일어난 사고야. 넌 살아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네, 아버지 뜻 잘 알겠어요.”도예나는 끝내 포기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끝내 두 사람 사이에 남아있던 부녀 사이의 정도 말끔히 사라졌다.그렇다면 그녀도 앞으로 우려할 것이 없었다.그런데 그때.“아빠, 언니, 그만들 싸워요…….”도설혜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급히 달려오더니 마치 중재에 나선 듯 두 사람을 말렸다.“곧 있으면 주주총회가 시작돼요. 다른 분들 이미 회의실에서 기다리시는데 이렇게 싸우면 집안 망신이잖아요. 게다가 식구끼리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잖아요!”하지만 도예나는 오히려 싸늘한 눈빛으로 도설혜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지분 때문에 날 죽이려고까지 할 필요는 있고?”도설혜는 멈칫하더니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모른다고 발뺌해도 상관없어. 그런데 이것만은 기억해 둬. 내가 만약 증거를 잡으면 너를 내 손으로 직접 감방에 처넣을 거란 걸.”도예나는 도설혜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고는 긴 다리를 내뻗으며 회의실로 걸어갔다.그 말을 들은 도설혜는 말없이 주먹을 그러쥐었고 도진호 역시 화가 잔뜩 난 듯 중얼거렸다.“저런 애가 내 자식이라니…….”“아빠, 도예나
도준호는 퇴로가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퇴로조차 없었다.때문에 모든 사실이 탄로 나면 그녀와 어머니를 기다리는 건 처참한 최후뿐이었다…….도설혜는 숨을 크게 들이켜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아빠, 주주총회 시작했어요. 우리도 얼른 가요.”도 씨 그룹의 대부분 지분은 도 씨 가문 손에 있다. 도진호가 35퍼센트, 그리고 도설혜와 도예나가 각각 25퍼센트, 나머지는 다른 주주들.원래 상황이라면 도설혜가 최대주주였겠지만 절반의 지분을 도예나에게 주면서 공동 2위로 내려앉았고 도진호가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1퍼센트를 넘겨준 덕에 그녀가 2대 주주, 도예나가 3대 주주가 된 거다.그리고 현재, 큰 회의실 안. 주인의 자리에 앉은 도진호 양옆으로 도설혜와 도예나가 앉아있다.주주총회에 참가한 주주들은 당연히 지분 변동에 대해 들은 적 있는 사람들이었고 모두 도진호와 함께 지금껏 회사를 일궈오던 사람들이다. 때문에 도 씨 가문의 일데 대해 다들 알고 있는 데다 도설혜와 전에 단독으로 얘기한 적이 있은지라 모두 마음속으로 답을 갖고 이 자리에 앉았다.“보아하니 네가 도 씨 가문 첫째 딸이구나. 그런데 자기소개도 하지 않는다니.”4대 주주 여민석이 먼저 정적을 깼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가시가 박혀 있었다.그걸 읽어낸 도예나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예쁜 눈을 접으며 당당한 태도로 맞섰다.“여 이사님, 안녕하세요. 전에 뵌 적도 있는데 자기소개가 필요한가요?”“여자는 자라면 열 번도 넘게 변한다는데 소개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알아볼리가 없잖니. 게다가 지난 4년간 뭘 하다 왔는지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앉아있을 자격이 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니니.”그 말에 옆에 있던 장기태도 끼어들었다.“그러게 말이다. 우리가 분기마다 주주총회를 열어 분기 목표를 정하는데, 넌 그런 방면의 재능이 없는 것 같으니 회의실에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이윽고 다른 주주들도 너나없이 빨리 나가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하지만 그들의 이런 반응을 도예나는 이미 짐작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 비즈니스 계에서 수십 년을 구른 베터랑들이다. 때문이 강 씨 그룹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두 그룹 사이에 친분이 없다고 하자니 도 씨 그룹이 가장 위태로울 때 손을 내밀어 준 게 강 씨 그룹이었고, 그렇다고 친분이 있다고 하자니 수익도 없는 프로젝트를 제안해온 거다.그때 장기태가 입을 열었다.“어떻든 간에 프로젝트만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유리한 건 맞지 않는가. 3년 뒤에 시공을 시작한다면 3년 뒤에 다시 의논하면 되지. 이 건은 이대로 넘어가고 둘째 아가씨가 회사에서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건 어떤가? 우리도 알고는 있어야 하니.”그의 말에 도설혜가 서류를 펼치며 다급히 보고를 시작했다.“도 씨 그룹이 현재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는 도합 세개인데 그중 두 개는 이미 완공됐고 하나는 시공 중입니다. 그 외에 회사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또 준비하고 있는데…….”그런데 그때 여민석이 심각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그렇다는 건 회사에서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고작 하나란 말인가? 이렇게 큰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만 운행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하반기 재부 보고서가 아주 가관이겠네. 그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프로젝트를 더 추가해야 할 거야!”“회사에서도 현재 노력 중입니다.”도설혜는 갑자기 화를 내는 여민석의 모습에 여리여리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태도에도 여민석은 표정을 구겼다.“현재 얘기가 오가고 있는 고객이 누군지 읊어 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게.”“죄송해요, 여 이사님. 고객 명단을 가져오지 않았어요. 회의가 끝나가 제가 따로 메일로 보내드릴게요.”도설혜는 며칠간 도예나에게 시달리는 바람에 회사 일을 관여하지 않는지 한참이 돼간다. 때문에 회사에서 교섭하고 있는 고객이 누구이고 어떤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도진호는 그런 딸애의 상황을 알았기에 대신 대답했다.“현재 교섭하고 있는 고객은 모두 세 명인데 그중 한 명은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