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는 어머니 손에 나쁜 피가 묻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거 예요." 강세훈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한다.“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생각 없이 말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도설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강세훈이 쫓아낼까 봐 두려웠다.다행히도 이 작은 애는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걱정 마. 앞으로 다시는 도예나에게 손 안 댈 거야.”그녀는 오늘 처음 도예나에게 사람을 보냈는데, 강세훈에게 들켰다, 강씨 집안에서 누군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일들은 그녀가 절대 다시 직접 시켜서는 안 된다.그렇지 않으면 강세훈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점점 나빠질 것이다.“왜 또 왔어요?”강세윤이 2층에서 내려왔을 때, 도설혜를 보자마자 작은 얼굴 전체가 불쾌감으로 가득 찼다.도설혜는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다시 화가 났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추태를 부렸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다시는 추태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세윤아, 집사한테 요 며칠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됐어?”“무슨 상관이에요?”강세윤은 그녀를 경멸하듯 바라보며“빨리 우리 집에서 나가요, 단 1초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강현석이 집에 없자 강세윤의 태도가 유난히 거만했다.양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작은 도련님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도설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설혜가 집에 올 때마다 작은 도련님은 한바탕 화를 낸다.도설혜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세윤아, 네가 나를 안 좋아하는 거 알아, 금방 갈 거니까 화내지 마.”그녀는 일어나려다가 다시 말했다.“세훈아, 엄마가 부탁한 일 좀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해 주길 바래.”그녀는 말을 끝내고 집을 떠났다.강세윤은 소파에 쓰러지며 .“형, 저 여자가 또 뭘 도와 달라는 거야?”라고 불만을
강세윤이 턱을 치켜들고 검고 짙은 눈동자로 도도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면서“아버지가 예나 이모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커서 예나 이모한테 장가갈 거야, 그럼 어쨌든 매일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잖아.”강세훈의 안색이 너무 좋지 않다.그는 원래 강세윤에게 이런 쓸데없는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깊이 빠져들까 봐 두려웠다.“너는 어머니한테 언니가 있는 건 알지?”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강세윤은 시무룩하게 눈살을 찌뿌렸다.“너는 그 여자가 뭐 하는지, 형제자매가 있는지, 나랑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으니까, 나한테 얘기하지 마!”“이건 진짜 너랑 상관있는 거야. 어머니한테 도예나라는 이복 언니가 있어.”강세훈은 핸드폰으로 뉴스를 찾아 던졌다.“죽은 도예나가 4년 만에 돌아온 건 도씨 집안이랑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고, 너는 도예나가 복수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 인거야.”강세윤은 뉴스를 훑어보고는 믿을 수 없는 눈빛이었다“형, 내가 예나 이모가 우리 친이모인 게 맞아?”강세훈: “…….”평소에 얘가 어머니라고 부른 걸 본 적이 없는데, 큰이모는 오히려 아주 재빠르게 소리 지르던데……“어쩐지 내가 예나 이모를 이렇게 좋아하더라니, 우리 큰이모였어!. 우리는 가족이야!”강세윤은 기뻐서 펄쩍 뛰며,.“그럼 내가 앞으로 예나 이모를 큰이모라고 불러도 되나?”라고 말했다.강세훈: “…….”어머니랑 그들의 사이가 더 가깝잖아, 근데 이 녀석은 왜 어머니를 싫어하지?잠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강세훈은 “도예나가 너한테 접근한건 네가 어머니의 아들이기 때문이야, 너를 이용하고 있다고.”냉정하게 말했다.“그렇지 않아!”강세윤은 “형이 무슨 말을 하든 예나 이모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거니까 괜히 입만 놀리지 마.”라며,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는 짧은 다리로 소파에서 뛰어내려 위층으로 올라갔다.강세훈은 냉정하게 턱을
도예나는 아직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강씨 그룹의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후 다시 설민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녀는 이런 상황 때문에 당분간 유치원에 갈 수 없을까 봐 설민준에게 유치원에 가서 아이를 데리러 가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전화를 걸기도 전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아가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씨 그룹의 비서입니다. 실례지만, 오늘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예나는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몸이 좀 불편해서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그렇군요, 그럼, 몸조리 잘하시고 괜찮아지면 다시 얘기합시다.”비서는 전화를 끊고 사장실 문을 두드리려 할 때 강현석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그는 깜짝 놀라면서, 전화 내용을 보고했다.“강사장님, 아가씨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어서 오늘은 못 온다고 합니다.”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비서는 용기를 내어 뒤쫓아갔다.“사장님, 오늘 오후 일정 중 일부는 저녁 7시에 잡혀서 30분 후에 회의가 있습니다…….”“내일로 다시 잡겠습니다.”강현석은 차갑게 닫힘 버튼을 눌렀다.비서가 땀을 뻘뻘 흘린다.그는 도예나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냉정한 강사장을 크게 실망하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병원.수액을 맞은 후, 도예나의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그녀가 침대에 기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설민준은 두 아이를 데리고 왔다.“엄마, 괜찮아요?”도제훈은 침대로 다가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예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의 얼굴을 만졌다.“엄마가 조심하지 못해서 감기에 걸렸어, 이 주사 맞으면 빨리 나을 거야!.”“제훈이가 제 말을 믿지 않아요. 저는 감기 걸린 거라고 했는데, 기어코 병원에 오려고 하다니!”설민준은 침대에 털썩 앉았다.“나나야, 나 처음으로 성남에 왔는데, 오자마자 애들 아빠가 됐어,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고달프지?”도예나는 힐끗 쳐다보며,"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서 나가세
도제훈은 주먹을 꽉 쥐고 나이에 맞지 않는 얼굴로 괴로워했다.걔는 쓸모도 없고, 엄마를 보호할 능력이 없어서…….빨리 크면 좋을 텐데…….그는 중얼거리며 병실로 걸어갔다.갑자기 멈췄다.앞에 걸어가는 저 사람은 강현석 아닌가?이 사람이 어떻게 병원을 찾아왔지?근데 엄마 병실로 가는 것 같아.설마, 엄마 병문안 온 건 아니겠지?엄마랑 이 남자가 언제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어?강현석은 긴 다리로 금방 도예나의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그는 올 때 별생각이 없었지만, 병실 입구에 서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여자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이렇게 불쑥 병문안을 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는 건 그의 성격이 아니다.그가 노크 할 때, 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문틈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도예나를 볼 수 있었다.그녀는 침대에 반쯤 누워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미역같이 긴 머리카락이 목뒤로 흐트러져서 피부가 더욱 하얗게 보이는게, 마치 겨울 눈 같았다.그녀의 웃음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성남 제일의 미인은 아파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구나강현석은 이 사람이 이렇게 예쁘게 생겼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그는 길쭉한 손을 뻗어 병실 문을 살짝 열었다.그리고—그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침대에 앉아 바나나 껍질을 벗겨 직접 도예나에게 먹여주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그 여자는 거리낌 없이 한 입 베어 물었다.강현석의 차가운 눈빛이 극에 달했다.도예나는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고 삼키기도 전에 한기가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강현석이 문 앞에서 있는 것을 보았다.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매의 그 모습은 지옥에서 내려온 저승사자와 같았다.도예나는 목이 메었다.“콜록콜록!”그녀는 갑자기 목이 메어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설민준은 얼른 등을 두드리면서 물을 건네주었다.“나나야 바
이런 일은 전화 한 통이면 들을 수 있는데 이 남자는 한가하다고 오다니…….“가는 길이었어요.”강현석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도예나는 중얼거렸다.그녀는 이 남자가 왜 한가하냐고. 어떻게 이런 일로 병원에 올 수 있는지 말했다.그녀는 담담하게“죄송합니다, 강사장님. 제가 오후에 일일이 좀 생겨서 제시간에 약속을 갈 수 없었어요.”라고 말 했다.강현석은 그녀를 위아래로 살펴보다, 정신도 괜찮고, 생각했던 것 보다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다는 것을 알았다.그가 도예나를 훑어보는 동안, 설민준도 계속 그를 훑어보고 있었다.설민준과 도예나는 4년 전에 알게 됐고, 얼마나 많은 남자가 도예나를 쫓아 다녔는지, 그녀보다 더 잘 알고 있다.일단 도예나 곁에 남자가 나타나면 80% 가 여자를 쫓아다니려고 한 걸 수도 있는데…….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우리 나나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사람들 줄이 트럭으로만 몇 대인데, 당신은 어느 쪽이에요? 감히 우리 나나가 왜 약속을 깼냐고 묻다니, 나나가 약속을 깨고 싶으면 깨고 싶은 거지, 당신은 물어볼 자격이 있습니까…….”“넌 닥치세요!”도예나는 무섭게 소리쳤다.설민준은 못다 한 말을 삼키며 억울한 듯 말했다.“나나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말하면서, 도예나의 옷자락을 잡고 흔들었다.이 장면을 본 강현석의 이마에는 핏줄이 계속 튀어나왔다."우리 나나"라는 소리만으로도 그는 매우 화가 났고, 결국 이 남자는 도예나의 옷깃을 마음대로 잡아당겼다!이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관계지?바로 이때.병실 문 밖에 있던 도제훈이 들어왔다.그는 들어오자마자 강현석의 눈길을 끌었다.그의 시선엔 아이의 정수리가 보였는데, 이 아이는……, 서가 그룹 연회에서 마주친 바로 그 아이인 것 같았다.뒷모습은 강세윤과 비슷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면 또 강세훈과 비슷하다.그가 의심하는 사이에 도제훈은 이미 병실로 들어왔다.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빠, 의사 선생님이 오늘 퇴원을 못 한다고
도제훈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동생이 강현석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매번 강현석에게 끌린다는 걸 그도 이미 알아차렸다.그런데도 이런 일을 벌였으니 그의 실책이었다. 도제훈은 재빨리 수아 뒤를 따라가 동생의 팔을 잡았다.“수아야 그렇게 함부로 도망가면 어떡해. 엄마가 걱정하시잖아. 엄마가 아픈데 수아까지 걱정 끼치면 엄마 병 낫지 않을 거야.”그 말에 수아는 끝내 자리에 우뚝 섰다.하지만 눈은 오롯이 강현석을 향해 있었고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었다.동생의 그런 모습을 눈에 고스란히 담은 도제훈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옆에 놓인 손을 그러쥐었다.강현석이 그들 친아빠일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하지만 한꺼번에 두 여자를 임신하게 한 걸 보면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는 걸 보아낼 수 있다. 그런 그를 아빠로 생각하면 할수록 동생이 받을 상처도 더욱 컸다.그는 엄마가 다치는 것도 동생이 다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링거를 맞은 덕분인지 도예나는 그새 많이 회복됐다. 하지만 머리가 여전히 무겁고 어지러워 내일 퇴원할 생각이었다.다행히 두 아이는 내내 떼를 쓰지 않았고 오빠인 도제훈이 잘 돌본 덕에 수아도 어느새 다른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그때 설민준이 침대 끝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는데 그 사람들 도 씨 가문의 사주를 받고 움직인 것 같아.”“알아. 지우 오빠가 아까 경찰서 다녀와서 말해줬어. 그 범인들 얼굴도 봤다더라고. 그런데 끝까지 누가 시켰는지는 말하지 않았대. 게다가 목숨이 아니라 몸만 노린 거라고 하며 형벌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었대.”“도 씨 가문에서도 상대가 대신 비밀 지켜줄 거란 자신이 있어서 벌인 짓이겠지. 그런데 상대가 이미 이렇게 더럽게 나왔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필요 없지 않아?”설민준은 싸늘하게 말하며 뒤에서 서류 묶음을 꺼내 도예나에게 건넸다.“이건 도 씨 그룹 고객 명단이야. 지금 협력 얘기가 오가는 고객들도 있어. 한번 봐봐.
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도예나는 도 씨 그룹으로 향했다.이건 그녀가 귀국한 뒤 처음 회사에 발을 디디는 거였다.5년 전과 같은 위치에 있는 회사는 이미 새로 인테리어한 듯했다. 회사 외벽의 파란색 유리에 하늘과 구름이 비쳐 웅장한 분위기를 형성했다.도예나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회사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다.도 씨 가문의 첫째 아가씨, 성남 제일 미녀, 어떠한 타이틀이든지 모두 직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저 사람 도예나 아니에요? 회사엔 무슨 일이지?”“어제 뉴스 못 봤어요? 도예나가 도 씨 그룹 3대 주주가 되었잖아요. 오늘 마침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니 당연히 왔겠죠.”“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 5 년 정도 자리를 비웠는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어요?”“모르면 말도 마요. 이번에 이렇게 나타났다는 건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서일 걸요.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니 꼭 알 필요도 없죠.”“왠지 회사에 전쟁 날 것 같지 않아요?”“저도 왠지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사람들이 수군대는 틈에 도예나는 여전히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걸어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바로 최고층을 눌렀다.18살 때 그녀는 이곳에 온 적이 있다. 어머니가 남겨준 유산을 물려받으려고 말이다.하지만 유산을 물려받은지 하루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고 오랜만에 다시 오니 모든 게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비서의 연락을 받은 도진호가 한달음에 달려왔다.“여긴 왜 왔어?”딸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말투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복도에서 마주친 두 부녀는 마치 원수라도 만난 듯 눈에서 스파크가 튀어나왔고 조용한 공기에 화약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도예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제가 도 씨 그룹 대주주인데 못 올 데 왔어요?”“너 MBA 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면서 회사 일을 어떻게 안다고 여길 와? 네가 주주총회 참가한다 한들 아무 의미 없어. 차 준비해 줄 테니까
“저를 쫓아내도 도 씨 그룹이 제 어머니가 일궈낸 회사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흔들림 없는 표정과 가벼운 말투는 버럭버럭 화를 내는 도진화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복도에 있던 몇몇 비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구석에 숨었다.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될 때, 도예나는 정적을 깨트리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도진호를 빤히 보는 순간 흔들림 없던 그녀의 눈빛이 끝내 미세하게 흔들렸다.“아버지, 저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네가 4년 전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간 순간부터 난 너라는 딸을 내 마음속에서 지웠다.”“만약 제가 불을 지른 게 아니라면 믿어주실 건가요?”도진호의 눈은 순간 어두워졌다. “네가 지른 게 아니라도 너 때문에 일어난 사고야. 넌 살아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어.”“네, 아버지 뜻 잘 알겠어요.”도예나는 끝내 포기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끝내 두 사람 사이에 남아있던 부녀 사이의 정도 말끔히 사라졌다.그렇다면 그녀도 앞으로 우려할 것이 없었다.그런데 그때.“아빠, 언니, 그만들 싸워요…….”도설혜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급히 달려오더니 마치 중재에 나선 듯 두 사람을 말렸다.“곧 있으면 주주총회가 시작돼요. 다른 분들 이미 회의실에서 기다리시는데 이렇게 싸우면 집안 망신이잖아요. 게다가 식구끼리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잖아요!”하지만 도예나는 오히려 싸늘한 눈빛으로 도설혜를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지분 때문에 날 죽이려고까지 할 필요는 있고?”도설혜는 멈칫하더니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모른다고 발뺌해도 상관없어. 그런데 이것만은 기억해 둬. 내가 만약 증거를 잡으면 너를 내 손으로 직접 감방에 처넣을 거란 걸.”도예나는 도설혜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고는 긴 다리를 내뻗으며 회의실로 걸어갔다.그 말을 들은 도설혜는 말없이 주먹을 그러쥐었고 도진호 역시 화가 잔뜩 난 듯 중얼거렸다.“저런 애가 내 자식이라니…….”“아빠, 도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