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더 이상 앉아 있기 힘에 겨웠는지 집사의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그 모습을 본 도예나는 곧바로 함께 일어나 어르신의 손을 잡았다.“할머니, 제가 방까지 부축해 드릴게요.”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밖은 여전히 떠들썩했다.강현석이 처음 방문한 터라 식구들 모두 강현석과 도설혜의 혼인이 기정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다.“요즘 영화가 상영됐다던데, 오후에 설혜와 함께 영화나 가보는 게 어떤가?”서영옥은 눈웃음을 치며 강현석에게 제안했다.“영화 한편 보고 나서 쇼핑도 좀 하고 시간 때맞춰 예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 얼마나 좋아.”어머니의 부추김에 도설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현석 씨 오후에 바빠요. 영화 볼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아무리 바빠도 여자친구와 데이트는 해야지.”둘째 숙모도 흥분해서 끼어들었다.“두 사람 벌써 연애한지도 4년이 되어가는데 결혼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말 많다고 귀찮아하지 말게. 설혜도 이제 혼기가 찼는데 더 미루다가 나이 들면 어떡하려고. 두 사람 결혼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하지만 한창 떠들던 그때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스쳤다. 그 시선에 놀란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강현석이 입꼬리를 올리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우선 저 여자친구 없고, 도설혜 씨와 결혼할 마음도 없어요. 그리고 도설혜 씨가 늙던 노처녀가 되던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그는 도설혜와 선을 그었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도설혜는 지금껏 강현석이 자기와 결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대놓고 말한 적은 없었다.게다가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무안하게 한 적도 없었다.그녀는 강 씨 가문 두 도련님의 어머니가 되면서 한순간 신분상승했고 그 명목으로 도 씨 가문에서 온갖 유세를 부리고 다녔는데 강현석의 말 한마디에 화려한 껍데기가 순간 벗겨진 기분이었다.분하고 쪽팔려 몸이
도예나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고 할 때, 조수석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강현석이 차에 올라탔다.마치 자기 차라는 듯 풀어진 모습으로 의자에 앉으며 제멋대로 구는 남자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강 대표님,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제 차가 고장 나서요. 바래다줘요.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의자에 기대 담담하게 말하는 강현석을 보자 도예나는 핸들에서 손을 뗐다.“도 씨 가문 사람 중에서 강 대표님을 바래다주고 싶어 하는 사람 많을 텐데요. 제가 도설혜한테 전화하도 해드려요?”“저랑 단둘이 있는 게 그렇게 두려워요?”순간 강현석은 갑자기 허리를 굽히며 다가왔다. 그 덕에 잘 생긴 얼굴은 도예나의 얼굴과 더욱 가까워졌고 두 사람의 호흡은 서로 섞이며 야릇한 분위기를 형성했다.요동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예나는 담담한 척 고개를 돌리며 다시 핸들을 잡았다.“지난번 파티에서 강 대표님이 제 딸을 구해줬으니 이번엔 제가 보답하죠.”시동을 건 차는 이내 길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 시각 강현석의 눈은 오롯이 운전하는 도예나를 향해 있었다. 습관적으로 왼쪽으로 몸을 트는 여자를 보며 속으로 해외 생활을 한 게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순간 여자의 지난 4년이 궁금했지만 항상 그를 경계하는 여자가 그가 묻는 물음에 대답할 리가 없었다.이에 강현석은 의자에 기대앉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도예나 씨를 따라온 건 콜라보 제의를 하기 위해서였어요.”“어디 한번 들어나 보죠. 어떤 콜라보 말씀이시죠?”“강 씨 그룹이 여러 가지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건 예나 씨도 아마 알고 있겠죠? 요 몇 년간 자동차 사업도 시도해 보고 있거든요. 자율주행 자동차에 넣을 스마트 칩을 찾고 있는데 국내에는 그걸 개발하는 회사가 적어서요. 아이디어 구상은 벌써 2년 전에 마쳤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해서 그러는데 예나 씨는 어때요? 흥미 있어요?”남자의 담담한 말에 도예나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혹시 제 뒷조사했어요?”그녀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칩을
성남의 비즈니스계에 대해 조사한 도예나는 강 씨 그룹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그런 강 씨 그룹과 협력관계를 형성하면 암으로 돈방석에 앉을 일만 남았다고도 할 수 있다.하지만 쉽게 손을 잡지 못하는 원인은 아직도 그녀의 마음속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강현석이 왜 자기를 선택핬을지. 하버드 교수가 추천했다고 선택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버드에 프로그래밍 천재가 얼마나 많은데, 그녀가 아무리 우수하다고 한들 기껏해야 세 번째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자기를 선택했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는 틈에 차는 강현석의 별장에 도착했다.산 중턱에 위치한 별장은 3층으로 되어 있었지만 너무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풀장과 저원을 합치면 족히 삼천 평이 넘었다.이거야말로 진정한 호화 저택이었다.“강 대표님, 말씀하신 콜라보 건은 제가 생각해 보고 사흘 뒤에 답변드릴게요.”"그럼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도예나의 예의 있는 인사말에 강현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도예나가 떠나려고 하던 그때, 마침 조수석에 놓인 검은색 남성 지갑이 눈에 들어왔다.그녀 차에 앉았던 남자라고는 강현석밖에 없었기에 생각하지 않아도 지갑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강 대표님, 지갑 떨어트렸어요!”도예나는 지갑을 손에 든 채 차에서 내려 높은 목소리로 남자를 불러 세웠다.그 목소리는 2층에서 책을 읽고 있던 강세윤의 귀를 파고들었다. 익숙하고 청아한 목소리에 강세윤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테라스로 달려나갔다.아니나 다를까 별장 문 앞에 베이지 색 정장을 입은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입가에 미소를 띤 채 햇빛 아래에 서 있는 여자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강세윤의 우울하던 마음은 구름이 걷히듯 맑아졌다.한 친의 망설임도 없이 아래층으로 달려가는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양 집사가 헐레벌떡 뒤를 쫓았다.“작은 도련님, 뛰지 마세요
“세윤이 용감한 남자애 맞지? 그러니까 앞으로 울면 안 돼.”도예나는 강세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여자 애인 수아도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크게 울어본 적 없는데 남자애인 강세윤이자꾸만 울음을 터뜨리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다.“알았어요. 저 다시는 울지 않을게요. 그저 너무 오랜만에 이모를 보는 거라서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코를 훌쩍거리며 말하던 강세윤의 귀는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랐다.그 모습을 보자 강현석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예가 언제 이렇게 닭살 돋는 말을 할 줄 알았지? 게다가 이 여자가 대체 무슨 매력이 있다고 얘가 이렇게 순한 어린 양이 됐어?’도예나는 아이의 귀여운 행동을 그저 웃어넘겼다.솔직히 강세윤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강 씨 가문 아이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잘해주면 이상한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거리를 유지하는 수밖에.그녀는 강세윤을 땅에 내려주면서 입을 열었다.“이모 바빠서 이만 갈게. 안녕.”“싫어요!”반응할 새도 없이 강세윤이 다시 도예나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금방 왔으면서 왜 벌써 가려고 그래요. 나 이모 더 보고 싶단 말이에요.”앳된 목소리에 흐느낌이 섞여있었다.“…….”‘이렇게 오글거리는 대사는 대체 어디서 배웠대?’옆에서 지켜보던 강현석은 또 말을 잃고 말았다.그때 도예나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세윤아, 이모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흑흑, 나 너무 불쌍해…….”안간힘을 쓰며 참고 있던 눈물이 끝내 강세윤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빠는 맨날 나 방에 가두고 공부만 시키고,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점심때가 됐는데 아직까지 굶어서 배고프고 서러운데…… 예나 이모는 나 보자마자 가려고 하고. 왜 다 이렇게 나 싫어하는데?”이윽고 도예나의 다리를 두른 팔을 풀더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닭똥 같은 눈물은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예나의 마음은 왠지 모르
하지만 기대 가득한 강세윤과는 달리 강현석은 도예나를 믿지 않는 눈치였다.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재벌 집 아가씨가 음식을 한다니 믿기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아무리 요리를 배웠다고 한들 강 씨 가문에서 거금을 들이고 모셔온 셰프보다 잘할 리가 만무했다.두 부자가 각기 저만의 생각에 빠져있었지만 도예나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고 양 집사의 안내 하에 주방으로 향했다.주방에는 이미 각종 신선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모습은 호텔 레스토랑을 방불케 했다.도예나는 준비된 재료를 훑어보더니 야채와 면을 꺼내들었다. 그녀가 생각한 메뉴는 다름 아닌 잔치 국수였다.하지만 그때.“작은 도련님은 면요리를 싫어하세요…….” 양 집사가 다가와 나지막하게 귀띔했다. 즉 다른 요리로 바꾸라는 뜻이었다.하지만 도예나는 그저 싱긋 웃었다.“오랫동안 굶었으니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게 좋아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요리에 전념했다.양 집사는 그 모습을 옆에서 말없이 지켜봤다.모든 것에 관심 없는 작은 도련님이 특별하게 대하는 것도 신기한데 대표님까지 여자를 집에 들였다는 건 절대로 밉보여서는 안 될 상대라는 뜻이었으니 말이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치 국수가 완성됐다.도예나는 면을 그릇에 곱게 담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하지만 예상외로 너무 간단한 요리에 강현석의 눈썹이 저도 몰래 찡그러졌다.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지만 간단한 요리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여자의 태도가 아니꼬웠다.매번 산해진미가 차려진 밥상을 보고도 투정을 부리던 강세윤이 상을 엎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런데 웬걸? 강세윤이 활짝 웃으며 손뼉 치는 게 아니겠는가?“와, 예나 이모 짱! 이렇게 빨리 만들었어요? 냄새도 엄청 좋아요! 저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처음 봐요! 저 먹어도 왜요?”강세윤의 반응에 도예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뜨거우니 천천히 먹어.”그리고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강세윤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면을 허
국수에 기름과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도예나의 옷은 선명할 정도로 더럽혀지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릇에 있는 물이 상의에 모두 쏟아진 덕에 입고 있던 흰 셔츠 아래로 속옷이 언뜻 보였다.“미, 미안해요.”강세윤은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도예나가 어쩌다가 집에 왔는데 자기가 한 실수 때문에 다음에 다시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제가 닦아줄게요…….”그리고 허겁지겁 휴지를 뽑아 도예나의 가슴에 갖다 댔다.하지만 그 순간 강현석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일그러졌다.왠지 모르게 여자의 가슴 쪽에 갖다 댄 아들의 손이 꼴 보기 싫었다.“예나 씨, 위로 올라가서 옷 갈아입으시는 게 어때요?”도예나는 어색한 듯 가슴을 팔로 둘렀다. 셔츠 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축축해진 느낌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이런 꼴로 문을 나선다는 건 불가능했다.“샤워하고 옷도 좀 말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도예나는 강현석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되고말고요!”하지만 강현석의 대답이 들리기 전 강세윤이 먼저 끼어들었다. 그러고는 도예나의 손을 잡은 채 곧바로 2층으로 달려가 방 문을 열어젖혔다.“여기는 제 방이예요. 안에 새 옷도 많으니 마음껏 골라 입으세요.”“…….”마음껏 고르라며 선심 쓰듯 열어젖힌 옷장 안에는 남자애가 입는 옷뿐이었다.그녀의 체형이 아무리 작다고 해도 어린애 옷을 입을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하지만 그녀가 난감해 하던 그때 언제 나타났는지 강현석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이쪽에 예나 씨가 입을 만한 옷이 있으니 따라오시죠.”도예나는 강세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곧바로 강현석을 따라 옆방으로 향했다.그리고 그녀가 도착한 곳에는 아니나 다를까 여성복이 가득 걸려있었다. 게다가 상표도 미처 뜯지 않은 고가의 브랜드였다.“마음껏 골라요.”“고마워요.”담담하게 말하고 소파에 기대앉는 강현석에게 감사 인사를 한 도예나는 옷장으로 걸어가 흰색 원피스를 골랐다. 하지만 옷을 들고 욕실로 향하려던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에 강현석은 입이 바짝 말랐다.눈만 돌리면 유리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여자의 실루엣은 그야말로 자극제나 다름없었다.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 없는 도예나는 가슴에 묻은 국물을 닦은 뒤 자기 셔츠를 빨고 있었다.강현석한테서 받아온 셔츠는 욕실로 들어오는 순간 옆에 던져버렸다. 처음부터 입을 생각도 없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옷을 씻고 드라이기로 말려 입으려고 했던 그녀의 계획은 틀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욕실에 드라이기가 보이지 않았다.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드라이기를 찾으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녀에게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다행히 남자의 셔츠는 그녀의 무릎까지 덮어주었다. 나름 꽁꽁 싸맸다고 생각했는지 도예나는 만족스러운 듯 거울을 몇 번 들여다보고는 욕실 문을 열었다.순간 욕실 안에 갇혀 있던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도예나의 주위를 뒤덮었다. 새하얀 피부는 물기를 머금어 촉촉하고 반짝거렸다…….강현석은 고개를 드는 순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그는 이토록 흔들린 적이 없었다. 몇 년 전 도설혜가 두 아들을 안고 찾아왔을 때도 흔들림 없던 그였는데 도예나를 보는 순간 모든 벽이 무너져 내렸다.‘정말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네. 십 대의 어린 나이에 성남 제일 미녀라는 타이틀을 얻을만하네.’남자의 시선이 오롯이 자기를 향하자 도예나는 난처한 듯 헛기침을 해댔다.“혹시 드라이기가 어디 있나요?”여자의 목소리가 강현석을 현실로 끌었다.‘젠장. 샤워하고 나온 여자를 이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니. 예의를 밥 말아 먹은 것도 아니고.’“제가 가져다드릴게요.”강현석은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 자기 방에서 드라이기를 찾았다. 하지만 옆방으로 가려던 찰나 걸음이 우뚝 멈췄다.여자의 그런 모습을 다시 보면 이성을 잃을 것만 같다는 위험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하지만 양 집사더러 대신 전해주라고 분부하려던 찰나 다시 생각을 부정했다.아무리 나이가 있다 해도 양 집사도 남자인데 도예나에게 흔들리지
도예나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오후 4시, 유치원 하원 시간이었다.‘강 씨 저택에 이렇게 오래 있었을 줄이야…….’작업실에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은지라 바로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가야 할 판이다.도예나는 곧바로 시동을 걸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서로 손을 잡고 나오는 두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아이들 곁에는 꼬마 친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도제훈, 너 오늘 짱 멋있었어! 넌 내가 본 유치원생 중에서 아마 짱일 걸!”“도제훈, 너 왜 이렇게 잘 생겼어? 나도 너랑 친구하고 싶은데. 나 내일 너랑 같이 앉아도 돼?”“난 내 동생 수아랑 같이 앉을 거야. 네가 내 동생을 친구로 생각하면 나도 너 친구로 받아줄게.”“수아처럼 예쁜 애랑 친구하면 나도 예쁜 공주 될 거야!”“나도 수아랑 친구할래!”도제훈 주위에서 재잘거리던 아이들은 이번에는 수아 주변으로 몰려들었다.하지만 수아가 말하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 덕에 수아도 애들을 배척하지 않았다. 물론 애들이 뭐라 하든 무응답으로 일관했지만.그 모습을 본 도예나는 안도감이 들었다.아이들이 수아를 친구로 대해준다는 게 믿기지 않기도 했고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다.이에 그녀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그때.“와, 도제훈. 저 사람 네 엄마야? 엄청 이쁘다!”“네 엄마 혹시 선녀야? 그래서 너와 네 동생도 이렇게 예쁜 거구나!”아이들은 이번에 도예나 주위를 맴돌며 재잘재잘 떠들어 댔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도예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과일 많이 먹고 물 많이 먹으면 피부가 하얘지고 예뻐질 수 있어!”외모에 신경 쓰는 여자애들은 그 말을 마음속에 저장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이 친구들과 인사를 한 도제훈은 동생의 손을 잡고 차에 올랐다.두 아이를 보니 도예나의 입가에는 저도 몰래 미소가 걸렸다.“유치원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네. 수아도 친구 금방 만들겠는데.”“애들 엄청 친절해요. 수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