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릴 수 없는 차량에 도제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엄마 우리 먼저 근처 레스토랑에서 내려요.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게.”이런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도예나는 핸들을 꺾으며 근처 레스토랑 앞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순간, 뒤에서 쿵 하는 굉음이 울렸다.백미러로 보니 자가용 한 대가 그들을 계속 쫓아오던 벤을 부딪힌듯했다.차체가 심각하게 찌그러져 수리비가 꽤 나올 것 같아 보였지만 벤 운전사는 제 발이 저렸는지 배상도 요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다.그리고 그 순간 자가용의 차 문이 열리더니 회색 슈트를 입은 남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갈색 눈동자는 불빛 아래에서 매혹적인 빛을 내뿜고 있었고 약간 휜 눈매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요염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여자들이 보면 함성을 지를 법한 얼굴이었다.남자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긴 다리를 앞으로 내 뻗으며 성큼성큼 도예나의 차량 곁으로 다가왔다.그리고 차 옆에 다다랐을 때 손가락으로 차창을 똑똑 두드리며 싱긋 웃었다.“나나야, 우리 다시 만날 거라고 내가 말했었지?”상대를 확인한 도예나는 그제야 차창을 내리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넌 어쩜 내 뒤꽁무니만 쫓아다녀?”남자의 이름은 설민준, 도예나가 해외에서 알게 된 재벌 2세에 소문난 바람둥이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벼운 태도로 도예나에게 대시를 해오던 그는 그녀의 친구들한테 업어치기를 당한 뒤에야 얌전해져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굴지 않았다.그리고 그 일이 있은 뒤 두 사람은 점차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도예나가 귀국하기 전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를 했고 그 뒤로 도예나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외에 있다 말고 성남까지 쫓아올 줄이야.“민준 삼촌, 여긴 어떻게 왔어요?”그때, 도제훈이 고개를 쑥 내밀며 고개를 갸우뚱했다.“제훈아,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민준 삼촌은 거리감이 느껴지잖아, 그냥 아빠라고 해.”설민준은 도제훈의 머리를 마구 흐트러 놓더니 입꼬
“외할머니 집이야.”양손 가득 식재료를 든 채 별장으로 들어가던 도예나가 무심한 듯 대답했다.“외할머니가 너 엄청 아끼나 보네! 그러면 이 집 네 명의가 아니라는 거잖아. 나랑 결혼할래? 오션 뷰 별장 하나 네 명의로 해줄 수 있는데.”“설민준, 계속 헛소리할 거면 꺼져!”장난기 섞인 설민준의 말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도예나의 사정없는 발길질이 이어졌다.“아아, 아프잖아. 살살 좀 해! 잘못했어, 다신 안 놀릴게.”이에 설민준은 수아를 안은 채 이리저리 피했고 결국 지쳤는지 거실 바닥에 앉아 수아와 레고 놀이를 시작했다.한편 도제훈은 여동생을 힐끗 바라보더니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켰다.하지만 로그인을 마친 순간 앳된 얼굴이 팍 구겨졌다. 방금 전까지 물이 흘러넘칠 정도로 부드럽던 두 눈이 싸늘하게 변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누구야?’비번을 설정한 영상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풀어진 흔적이 보였다. 108개 비번 중 절반이 벌써 풀려 있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프로그래밍 화면을 열었고 단 1초 사이에 집중 모드로 돌입했다. 상대가 비번을 하나 풀면 다시 하나를 강화하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영상 하나에 몇 백 개의 비번이 설정되었다.하지만 상대는 생각보다 끈질겼다.“제훈아, 뭐해?”그때, 설민준이 갑자기 고개를 쑥 내밀며 도제훈의 옆에 붙었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자 곧바로 기분 좋은 듯 웃었다.“와, 세상에 너랑 대적할 만한 해커도 있구나. 재밌네.”3살 때부터 천재적인 프로그래밍 재능을 보여온 도제훈은 4살이 된 지금은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탑 급 해커에 속한다.만약 도예나가 동의만 했다면 해커 기술을 이용해 벌써 부자가 되고도 남았을 수 있다.때문에 설민준은 도제훈이 진지해지면 세상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아하니 제대로 상대를 만난 모양이다.설민준은 한참 구경하다가 노트북 한 대를 가져오더니 곧바로 서포트에 나섰다.두 사람이 동시에 영상에 비번을 설정하자 속도는 두 배로 늘어
강현석은 입을 꾹 다물더니 앞으로 다가가 강세훈을 들어 올렸다.“아빠! 내려줘요!”강세훈은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심하게 버둥거렸다.“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에요. 앞으로 해커 활동 하지 않을게요…….”강세훈의 애원에 강현석은 그를 옆으로 내리고는 자기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그런데 강세훈이 역시 컴퓨터를 꺼버리는 구나라며 실망하려던 찰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든 사람이 강현석을 비즈니스계의 귀재로 알고 있지만 그에게는 강세훈만 아는 또 다른 신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해커다.강세훈이 3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한 것도 어찌 보면 강현석이 해커 기술로 다른 해커를 상대하는 것을 본 뒤부터였다. ‘아빠가 직접 나섰으니 해결되겠네.’그제야 강세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반 시간 뒤-“헉! 이거 사람 맞아?”설민준은 분한 듯 키보드를 주먹으로 가격했다.“젠장. 내가 상대조차 안 되다니!”“반대편에서 중도에 다른 사람으로 바꿨어요. 후에 바꾼 사람이야말로 진짜 고수예요. 나도 당해내지 못하겠어요.”도제훈도 작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안타까워했다.그가 해커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남짓하지만 이 두 사람을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처음 만난 상대는 그래도 그와 비등비등한 실력이지만 후에 나타난 사람은 아마 그가 열 명이 더 있더라도 상대하기 힘들 거다.이번에 그의 완패였다.그러던 그때, 저녁 준비를 마친 도예나가 두 사람을 힐끗 흘겨봤다.“설민준, 너 내 아들한테 무슨 나쁜 짓 가르쳐 주는 거야?”설민준은 이내 노트북 두 대를 소파 사이에 감추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제훈이한테 언제면 날 아빠라고 불러줄지 물어보고 있었지.”“다음 생에 아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너무하네! 나 상처받았어.”도예나의 담담한 말에 설민준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과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 너 쫓아다닌지도 4년이 되어가는데 왜 아직도 날 받아주지 않는 건데? 나 진짜 너무 불쌍하다…….”“…….”생동한
창문을 통해 비쳐드는 햇빛에 도예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만지며 일어나 앉았다.그리고 3초간 멍 때리더니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오늘 두 아이를 유치원에 바래다주고 그녀는 서 씨 그룹의 론칭 행사에 참석해야 하고 오후에는 또 강 씨 그룹과의 계약 건으로 미팅하러 가야 했다.옷장 문을 열어젖힌 그녀는 무난한 오피스룩 치마를 골라 입었다.그런데 그때, 밖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당신 누구야? 누군데 여기 있는데? 3초 줄 테니까 당장 꺼져!”화가 잔뜩 묻어 있는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서지우였다.그는 도예나와 함께 서 씨 그룹 론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거였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거실 소파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속옷 차림의 남자가 보였으니 당연히 화가 나는 수밖에.하지만 화가 난 건 설민준 역시 마찬가지였다.솔직히 그는 어제 서재에서 자려고 했지만 모기 때문에 소파에서 불편하게 잔 거였다.하지만 어릴 적부터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라온 그가 소파에서 편히 잠들 리가 없었다. 밤새도록 뒤척거리다 날이 밝아질 즈음 겨우 잠들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웬 남자가 갑자기 화를 내면서 깨운 거다.슈트 차림을 한 잘생긴 남자를 보는 순간 설민준의 눈은 가늘게 접혔다. 곧이어 소파에 기대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나나의 남잔데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남자의 말에 서지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어디서 함부로 나나의 명성을 더럽혀! 당장 꺼져. 경비더러 쫓아내라고 하기 전에.”“흥. 그쪽이 나 쫓아내면 나나가 당신 용서할 것 같아? 그러는 그쪽은 누군데 그래? 노크도 하지 않고 침입해 들어오다니. 이거 주거 침입이야! 법률로 따지면 구치소에 수감돼야 한다고!”“내 집을 내가 들어오는데 당신한테 동의라도 구해야 해?”“당연하지. 나 이 집 남자 주인이야!”설민준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같잖다는 듯 맞받아쳤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멈칫했다.“여기가 당신 집이라고?”‘어제 나나가 여긴 외할머니
“아, 설민준이라고, 해외에 있을 때 알게 된 친구예요. 성남에는 어제 처음 오는 거라 머물 곳이 없다고 해서 하룻밤 재워준 거예요.”도예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했다.꾸밈없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서지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 사람이 자기가 이 집 남자 주인이라고 하던데.”“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설민준은 목을 살짝 움츠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설명했다.“형님이 잘못 들어셨겠죠…… 제 뜻은 제 차림새가 이래서 옷, 옷 갈아입겠다는 뜻이었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설민준은 도망치듯 사라졌다.그 사이 서지우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나야, 너 아이 아빠도 없이 혼자서 애 키우는데 집에 아무 남자나 끌어들이는 건 아니지. 만약 저 사람이 갈 데가 없다면 서 씨 저택에서 머물게 해.”“오빠, 걱정 마요. 저 애들 유치원 보내고 회사로 바로 갈테니까.”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던 그때.“너 일 봐. 애들 유치원 내가 데려갈게.”설민준이 고개를 쑥 내밀며 끼어들었다.해외에 있을 때 도예나는 애들을 설민준에게 자주 맡겼었다. 그는 신뢰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두 아이에게만큼은 누구보다도 세심했다.그리고 그의 말이 들리자 도예나가 아이들 가방을 문 앞에 놓으며 신신당부했다.“애들 유치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가. 알았지?”“내가 세 살짜리 애도 아니고 그것까지 일일이 말할 필요 없어. 얼른 가서 일 봐!”확답을 받고 난 도예나는 그제야 가방을 들고 서지우의 차에 올라탔다.하지만 차가 별장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또 한 대의 차량이 그들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서지우도 발견했는지 그녀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 아침에 여기로 올 때도 저 차량이 대문 앞에 세워져 있었어. 지금 또 따라오는 걸 보니 우릴 미행하는 것 같은데.”“어제 애들 데리러 유치원에 갔을 때도 저 차가 따라붙었어요. 해외에서 온 지 며칠도 안되는데 대체 누구에게 원한을 샀다고 이러는지.”“도설혜
“나 서 씨 가문 첫째야. 내가 마케팅부 매니저 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데?”서슬기는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도예나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도 당연히 뭐라 말은 안 해요. 그저 다른 사람 의심하기 전 먼저 잘 학습해 두라는 말이었어요. 삼촌, 론칭 행사 곧 시작해요. 우리 나가요.”서태형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도예나와 함께 행사장으로 걸어갔다.순간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서슬기는 화가 난 듯 테이블 다리를 확 걷어찼다. 하지만 단단한 테이블에 발이 부딪혔으니 제 발만 아파났다.서 씨 그룹의 이번 론칭 행사는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주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심지어 어젯밤 갓 성남에 도착하여 미처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강세훈도 참석했다.인공지능 로봇이 점차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기에 강 씨 그룹에서도 투자를 할 계획이라 다른 회사 상황을 살필 목적이었다.초대장을 든 비서가 강세훈을 안으로 안내하며 맨 마지막 줄에 막 착석한 그때. 도예나가 서태형과 함께 무대 위로 올랐다.번쩍이는 셔터가 오히려 도예나의 뽀얀 피부를 더 맑게 비춰주었다.그 덕에 강세훈은 한 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사진으로 볼 때에도 예쁜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조금 놀라는 듯했다.예쁜 여자는 가시 돋친 장미와 같아 가까이하면 위험하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가까워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도예나가 얼굴을 비추자 행사장 전체가 떠들썩했다.성남 제일 미녀가 돌아온 뒤로 인터넷은 그녀에 관한 토론이 멈춘 적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경제 1면을 겨냥한 기사가 쏟아져야 하는 순간이었음에도 오히려 연예 1면 기사가 더 많이 작성됐다.도예나의 이름만 붙으면 조회 수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도예나 씨, 왜 서 씨 그룹 새 제품 론칭 행사에 참석하신 겁니까?”“도예나 씨, 지금 무슨 신분으로 여기에 서계신 겁니까?”“도예나 씨, 전에 도 씨 그룹 후계자로 이름이 거론되셨는데 다시 도 씨 그룹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어머니가 질투할만해.’혈육 때문에 이끌리는 건지 강세훈은 도예나를 미워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예나의 목적이 도 씨 가문을 무너트리는 거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는 새에 생겨난 호감을 눌렀다.그를 낳은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기에 그는 어머니를 보호해야 했다.그 시각 무대 위에 있는 도예나는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아래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바글바글 모여든 인파 속에서 그 시선의 주인을 찾으려 하는 그때 마이크 하나가 그녀 앞으로 쑥 나왔다.“도예나 씨, 모두가 도예나 씨와 도 씨 가문 상황에 관심을 가지는데 이 자리에서 공유해 줄 수 있나요?”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점차 흐지부지되었기에 사람들은 당연히 궁금했다.그제야 도예나는 눈빛을 거두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도 씨 가문 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바꿀 수도 없고요. 그리고 도 씨 그룹 지분 25퍼센트가 이미 제 명의로 되어 회사 주주로 되었기에 앞으로 도 씨 그룹 경영에 참가할 생각입니다.”그 말에 현장은 또다시 떠들썩해졌다.전에 도예나와 도 씨 가문이 인터넷 공방을 벌이며 대립관계를 나타냈기에 사람들은 당연히 도예나가 도 씨 가문에서 제명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도 씨 가문에서 오히려 한발 물러나 도예나에게 지분까지 양도하다니 그들이 생각할 정도로 도 씨 가문이 양심 없는 사람들만 모인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기자들이 놀라는 사이 도예나는 서태형과 서지우의 보호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사실 그녀는 이런 공식 석상에 나오는 걸 싫어했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서 할 수 없이 매번 사람들 앞에 서야 했다.도 씨 그룹 지분 건도 그녀가 먼저 공론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설혜와 서영옥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또 인터넷 여론을 뒤흔들 테니까.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먼저 말한다면 뇌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지분이 원래 그녀 것이었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거다.그 틈에 인터넷 여론을 움직이면 도설혜가 나머지 절반 지분을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
강세훈은 복도 끝에 어두운 표정으로 서있었다.도예나는 4년 전 도 씨 가문에게 그런 재난을 안겨주고 사라진 것도 모자라 4년 뒤 나타나서 또다시 도 씨 가문을 겨냥한 사람이다. 때문에 어머니가 그 여자를 혼내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그 여자가 더 이상 어머니와 맞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하지만 강세훈이 몸을 돌려 떠나려 하던 그때, 앞에서 건장한 남자 네 명이 걸어왔다.“우리한테 이런 좋은 일이 생길 줄이야. 아까 들었지? 상대가 성남 제일 미녀래. 재벌 2세들도 껌뻑 죽을 정도로 예쁘다던데 우리 손에 들어올 줄이야…….”강세훈은 순간 가던 걸음을 멈췄다.고개를 들어보니 모두 180이 넘는 키에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들이었다. 게다가 눈을 굴리며 입맛을 다시는 걸 보니 뭔가 작당을 하는 것 같았다.이런 남자 네 명이 함께 달려든다면 도예나가 꼼짝없이 당할 게 뻔했다.하지만 다행인지 네 명의 남자 모두 구석에 숨어 있는 강세훈을 발견하지 못했다.“아까 로비에서 봤는데 그 여자 다리 봤어? 와, 진짜 대박이더라. 가슴도 크고.”“야, 꿈 깨. 우리가 노려야 하는 건 그 여자 몸이 아니라 목숨이라고! 실패하면 10억도 없어.”“여자 하나 죽이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죽이기 전에 재미 좀 보자는 거잖아…….”남자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강세훈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어머니가 그 여자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니!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 친언니인데 이렇게 잔인할 수 있지?’강세훈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핸드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했다…….그 시각, 도예나는 회의실에 앉아 핸드폰으로 기사를 찾아보고 있었다.서 씨 그룹 새 제품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녀가 도 씨 그룹 3대 주주가 되었다는 기사였다.“전에 도 씨 가문 모녀가 악독하다고 한 사람은 어디 숨었대!”“내 말이. 만약 정말 그렇게 악독하다면 자기 지분을 절반이나 턱 내놓겠냐? 나 같으면 절대 뱉어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