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가자, 같이 수아 찾으러 가자."그녀는 이미 연회장에 얼굴을 비추었으니 이곳에 계속 머물러 사람들과 가식적으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차라리 애들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휴게실로 향했다.노부인은 고령이라 이런 연회에 참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부인은 계속 휴게실에서 도수아를 돌보고 있었다.서씨 가문의 첫째 외숙모와 둘째 외숙모는 도예나가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같이 휴게실에 남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한편, 도수아는 베란다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도수아의 하얀 피부는 우유처럼 빛나고 있었고부채 같은 긴 속눈썹은 도수아의 백옥같은 얼굴에 옅은 그림자를 한층 덮었다.도수아는 마치 영화 속의 아역배우처럼 빛이 났다.도수아는 무조건 굉장한 미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첫째 외숙모는 질투에 눈이 멀어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수아 참 이쁘네, 어른이 되면 나나보다 더 출중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애가 말도 못 하고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고......"더 듣기 싫은 말을 하기도 전에 첫째 외숙모는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되었다.서씨 가문 노부인은 차갑게 말했다."수아는 입을 열기 싫어하는 거지 말을 못하는 게 아니야."첫째 외숙모는 입을 삐죽거리며 생각했다. ‘그게 그거지 뭐, 어쨌든 다 벙어리잖아.’둘째 외숙모는 수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 쪽에도 수아처럼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어요.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병은 완치하기 어렵지만 부모님과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어요. 수아 아빠는 대체 누구일까요? 왜 나나는 이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을까요?"그녀는 온갖 방법을 다해 도수아의 아빠를 알아보려고 이 말을 꺼냈다.노부인이 화가 나 둘을 내쫓으려고 하는 순간, 도수아가 갑자기 책을 내팽개치더니 휴게실 문을 열고 도망쳐 버렸다."빨리 따라가 봐, 수아한테 무슨
강세윤이 사람을 찾으러 파티장으로 가려던 그때, 마침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벙어리가 못생겨졌대요!”“이거 사진 찍어. 앞으로 이 사진으로 얘 마음껏 놀려주자. 어디 다시 한번 우리를 물어봐. 가만두지 않겠어!”몇 명의 아이들은 수아를 화단에서 끄집어내며 놀려댔다.하지만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다시는 물지 못할 줄 알았던 수아가 남자애의 손등을 물어버린 것이다. 순간 빨간 피가 흥건하게 아이의 손을 적셨다.“얘 당장 때려! 때려!”주태우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엄마가 얘만 보면 화내는데 내가 얘를 때려죽이면 엄마가 칭찬하겠지?’그리고 생각을 마친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어 수아에게 던졌다.그러던 그때, 마침 고개를 돌린 강세윤은 마침 여자애의 눈과 마주쳤다. 오밀조밀 귀엽게 나 있는 오관 중 두 눈은 유독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순간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큰 소리로 명령했다.“저 애들 당장 막아!”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의 뒤에서 보디가드 한 명이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주태우가 던진 돌을 몸으로 막았다.이에 강세윤도 재빨리 수아에게로 달려가 여자애의 앞에 막아서더니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명령했다.“어떻게 몇이서 이렇게 어린 여자애를 괴롭힐 수가 있지? 네가 열 배로 돌려줘!”“예. 작은 도련님!”보디가드는 더 이상의 지체 없이 손뼈를 꾹꾹 누르더니 맨 먼저 주태우에게 다가갔다.“퍽!”그리고 몇 초도 안 되는 사이 주태우는 그대로 화단에 던져졌다.아직 어린애인지라 주태우는 무서운 아저씨의 공격에 놀라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가 앉은 자리는 이내 노란 물로 흥건히 젖었다.“엄마. 무서운 아저씨가 나 죽이려고 해. 살려줘!”하지만 보디가드는 귀찮다는 듯 화단에 있는 흙을 손에 가득 쥐더니 아이의 입을 막아버렸다.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
“흑흑흑, 할머니. 그 벙어리가 그랬어요. 벙어리가 나 괴롭혔어요!”주태우는 외할머니를 보자 배짱이 생겨났는지 바로 일러바쳤다.손자의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강세윤 등 뒤에 서 있는 수아가 보였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싸늘한 악의가 번졌다. 속에서 타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근본도 없는 계집애가 감히 내 손자를 괴롭혀?’수아가 그녀의 손자를 괴롭힌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생각할수록 차오르는 분노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수아에게로 달려가더니 아이의 귀를 잡아당겼다.하지만 곧바로 강세윤에게 밀려났다.“제가 때렸어요. 어쩌시게요? 저 때리려고요?”고작 4살짜리의 꼬맹이었지만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기류는 족히 그녀를 압도했다.동그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하게 바라보는데 어쩜 강현석의 모습과 똑 닮았다. 그 모습에 서미숙은 흠칫 놀랐다.“할머니. 쟤가 사람을 시켜 저 화단에 던졌어요!”그때 주태우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곧이어 다른 아이들도 너도나도 한 마디씩 고자질했다.“맞아요. 쟤가 그랬어요! 보디가드 시켜서 우리를 화단에 던졌어요.”“쟤가 무서운 아저씨 시켜서 제 입에 흙도 넣었어요! 흑흑. 엄마, 복수해 줘요!”하나둘 늘어나는 증언에 귀부인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가문은 모두 힘 있고 백 있는 집안이며 아이들 또한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이었다.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거지꼴이 된 것도 모자라 심지어 몸 구석구석 핏자국까지 나 있었으니…….“이봐요. 서 여사, 저 이 일 이대로 못 넘어가요. 이 애가 누군지는 몰라도 오늘 대가는 꼭 치르게 할 거예요!”정 여사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감히 우리 정씨 집안 귀한 장손에게 손을 대다니. 열 배로 갚아줄 거야!”“두 아이 다 가만둘 수 없어요!”이 여사도 끼어들었다.“그리고 저 보디가드인지 뭔지 하는 사람도 함께 감방에 처넣어요!”함께 열을 내는 사모님들의 모습에 서미숙은 속이 다 시원했다.‘이러면 내가 일부러 저년을 괴롭혔다고는 하지 못하겠지? 그러
훤칠한 키와 잘빠진 각선미 그리고 조각 같은 얼굴을 한 채 정원에 서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강현석이다.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는 그의 주위는 유독 한기가 감도는 듯했다.분명 초봄인데 그의 주위에서 칼을 에는듯한 찬 바람이 분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겁 많은 아이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울 지경이었다.강현석의 그런 모습은 마치 방금 한 말이 농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경찰은 아마 진짜로 오고 있을 거다. 그리고 곧 아이들은 잡혀가겠지…….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남에서 내로라하는 집안 사모들이다. 피라미드에서 자그마치 2층쯤 차지한다고나 할까?하지만 강 씨 가문은 피라미드 맨 꼭대기, 그들이 건드릴 수조차 없는 위치에 있다.강현석의 한 마디면 그들 집안쯤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 있다.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아까까지만 해도 길길이 날뛰던 몇몇 사모는 이를 갈며 분을 삭였다. 그 도중 싸늘한 눈빛으로 강세윤과 수아를 흘겨보았지만 끝내 애원하는 얼굴로 강현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강 대표님, 아이들끼리 장난친 건데 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 않나요?”“맞아요. 우리 두 가문에서 파트너 관계이기도 한데 이런 일로 감정 상하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요?”“게다가 우리 애들도 다쳤는데 퉁치면 안 될까요?”가식적인 웃음과 말에 강현석은 차갑게 웃었다.“그래서 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그 말인가요?”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한 뉘앙스에 사모님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억지 미소를 쥐어짜내며 되물었다.“그러면 혹시 뭘 원하세요?”“사과하세요.”강현석은 차갑게 말했다.“누구를 다치게 했으면 그 상대한테 사과하세요.”그 말에 서미숙은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태우가 이지경이 되었는데 저딴 벙어리 계집애한테 사과까지 하라고? 내가 할 것 같아?’사실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모님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자기 손자가 다쳤는데 책임을 묻지 않기는커녕 허리 숙여
아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강현석은 순간 말을 잃었다.솔직히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아이들의 울음소리만 들었을 뿐.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흙투성이가 된 어린 여자애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이렇게 귀엽고 여린 여자애가 절대로 먼저 상대방을 때렸을 리 없어. 괴롭힘을 당했으면 모를까.’역시나 진짜인 것처럼 연기를 해대니 다들 그에게 허리를 굽혔다.강현석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세윤과 보디가드를 바라보자 보디가드가 먼저 한발 나서더니 공손하게 허리 굽혔다.“방금 그 애들이 이 꼬마 아가씨를 벙어리라고 놀리며 싸움이 벌어졌는데 작은 도련님께서 참지 못하고 도우라고 명령하여 제가 도운 것뿐입니다.”‘말을 하지 못한다고? 벙어리라고?’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미약하게 떨렸다.그리고 수아의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마음 한편이 아팠다.강현석은 쪼그리고 앉아 수아와 높이를 맞춘 뒤 손을 흔들었다.“아저씨한테 와봐. 어디 다쳤다 보게.”수아의 커다란 두 눈에는 강현석의 실루엣이 그대로 담겼다.입술을 꽉 깨문 아이는 끝내 결심을 내렸는지 한 걸음 한 걸음 강현석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가락을 작은 손으로 감쌌다.그 모습에 강세윤은 언짢았다.‘구해준 건 분명 난데. 나는 왜 손도 못 잡게 하는데? 내가 분명 아빠보다 멋있고 귀여운데 왜 아빠만 좋아하냐고?’곧바로 입을 삐죽거리며 나 한번 봐달라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하지만 정작 수하는 눈치채지 못했다.강현석은 더러운 건 참지 못하는 심각한 결벽증이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흙투성이가 된 아이가 더럽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뻗어 눈앞에 있는 어린애를 품에 안았다.‘이렇게 귀여운 애가 왜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았을까?’“가자. 아저씨가 깨끗하게 씻겨줄게.”강현석은 수아를 안고 휴게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불만 가득한 강세윤이 졸졸 따라왔다.그 시각, 도예나는 미칠 지경이었다.도제훈을 데리고 노부인을 찾아간 뒤에야 그녀는 수아가 심술을 쓰며 혼자
한편 강세윤은 코를 훌쩍거리며 억울함을 삼켰다.맑은 두 눈에 눈물이 맺혀 글썽거리는 모습은 도예나의 마음을 쿡쿡 찔러댔다.하긴 강세윤은 평소 장난기가 많기는 하지만 절대로 수아를 괴롭힐 애가 아니었다.게다가 강현석은 이미 어른인데 4살짜리 어린 여자애한테 손을 댈 리가 없었다.‘내가 미쳤나? 어떻게 이 두 사람이 수아를 괴롭혔다고 생각했지?’도예나는 그제야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작은 도련님, 죄송해요. 제가 오해했네요. 수아를 도와줘서 감사합니다.”“예쁜 동생 이름이 수아였구나. 이름 예쁘네.”강세윤은 언제 울었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예나 이모, 저 수아 오빠 해도 왜요? 오늘 같은 일이 있으면 제가 보호해 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수아 괴롭히지 못하게.”도예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건 수아한테 물어봐야지.”대답을 들은 강세윤은 곧바로 수아의 작은 손을 쥐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수아야, 나 네 오빠 해도 돼?”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저 침묵뿐이었다. 하다못해 고개라도 끄덕였으면 좋겠건만 그러지 않았다.그저 두 눈은 오직 강현석에게 향해 있었다. 마치 자기 거라는 듯이.도예나는 수아의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며칠 전 큰길에서 만났을 때도 이러더니 오늘도 또 이러니 원.’그녀는 이내 딸애를 품에 안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저 수아 상처 치료해 줘야 할 것 같아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런데 그때…….“예나 이모, 제 손도 다쳤는데 치료해 주면 안 돼요?”강세윤이 기회를 틈타 자기 상처를 보여주면서 불쌍함을 어필했다.그 상처는 아까 화단에서 긁힌 상처였다. 솔직히 너무 작아서 피도 나지 않은 데다가 상처라기도 민망할 정도였다.그런데 뽀얀 피부 덕에 붉게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도예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우리 같이 위층으로 갈까?”그들은 정원에 있는 계단을 통해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기 전 등 뒤에 초대하
‘왜 우리 집에는 아들 둘뿐인데? 나도 딸 갖고 싶은데.’만약 딸이 있다면 그는 세상의 모든 좋은 걸 다 해주고 세상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공주로 살게 해줄 수도 있었다.강현석은 달려가서 수아를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았다.뭔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도예나의 딸이라서 그저 겉모습만 예쁠지도 모른다며 자기 암시를 하면서 말이다.강현석은 어렵사리 눈길을 돌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다시 예전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지만 강세윤은 이미 수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수아의 말랑말랑한 얼굴을 꾹꾹 눌러댔다.수아는 그런 강세윤의 손을 탁 쳐내더니 여전히 경계했다.“수아야, 앞으로 내가 네 오빠니까 너 보호해 줄게. 오빠가 머리 말려줄까?”외부의 모든 소리에 반응이 미미하던 수아가 갑자기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그 모습을 본 도예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예전에 그녀가 아무리 뭐라 말해도 반응하지 않고 고개조차 움직이지 않던 수아가 낯선 아이의 말에 이런 반응을 보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수아가 이 두 부자한테만 특별하게 구는 건 같단 말이지. 대체 왜?’하지만 이내 생각을 떨쳐내고 수아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너 해치지 않을 거야. 머리 말려달라고 할까?”“응. 나 아프게 하지 않을게. 너 아프게 하면 나 때려!”강세윤의 약속에 수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예나의 눈빛은 더욱 복잡해졌다.그녀는 솔직히 수아가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하지만 정작 수아를 바꾼 게 이 두 사람이라니.한편 수아의 동의를 받아낸 강세윤은 싱글벙글 웃으며 수아의 머리를 말려줬다.카펫 위에 둥그렇게 앉은 세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한 가족인 것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강현석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이렇게 큰 사람이 서 있는데 보이지도 않나? 어쩜 앉으라고 권하지도 않는지
서 씨 가문의 파티는 밤 열 시가 되어야 막을 내렸다.그 시각 인터넷에서는 각종 뉴스가 터졌고 눈길을 사로잡는 몇몇 기사들이 검색어 상단을 차지했다.“성남 제일 미녀의 귀환!”“성남 제일 미녀의 스캔들을 파헤쳐 보자!”“도예나, 도 씨 가문과의 관계를 끝내다!”“도 씨 그룹 지분의 주인은?”“…….”그중에서도 도 씨 가문에 관련된 뉴스가 각종 포털사이트의 탑 5까지 모두 장악해 버렸다.티브이를 켜자마자 흘러나오는 뉴스에 도진호는 리모컨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때 그년을 죽였어야 했어. 감히 기자들 앞에서 도 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었다고 발표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여보, 화부터 가라앉혀. 그 계집애가 다시 돌아온 건 무조건 복수하기 위해서야. 그러니 아예 관계를 잘라내는 게 우리한테는 더 유리해. 그러면 회사 지분을 가져가지 못할 거 아니야.”서영옥은 입을 삐죽거리며 도진호를 달랬다.솔직히 도예나가 죽으면서 그녀의 지분 50퍼센트는 고스란히 도설혜에게로 넘어왔다.그런데 도예나가 제 입으로 도 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어냈으니 아무리 살아 돌아왔다 한들 그 지분을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 말을 듣고 나서야 도진호의 화는 조금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도설혜가 갑자기 놀란 듯 소리쳤다.“아빠, 도예나 그년이 사람을 사서 우리 가문에 먹칠하고 있어요!”도예나한테서 핸드폰을 건네받은 도진호는 검색어 맨 위 순위를 차지한 기사를 보는 순간 뒷목을 잡았다.10분 전 SNS에 발표된 한 글에는 도 씨 가문 지분 변경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자료를 근거로 재벌 간의 피 튀기는 상속 전쟁이니 뭐니 하는 글을 게시되어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아래에 달린 댓글이었다.“도예나는 18살에 도 씨 가문의 50퍼센트가 되는 지분을 물려받고 도 씨 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함. 하지만 다음날 바로 세기의 스캔들이 터져 성남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음. 도예나의 사건이 터지자 가장 이득을 본 자는 단연 도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