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훈은 커튼 뒤에서 천천히 나왔다.도제훈은 강현석을 조심스럽게 따라갔다.도수아는 강현석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 사실에 관해 도제훈이 내린 결론은 아마도 이 남자가 바로 두 사람의 친아빠라는 것.그래서 도제훈은 무조건 친자 확인을 할 수 있는 샘플을 얻어야 한다.모발, 타액, 혈액, 손톱...... 모두 친자 확인을 할 수 있는 DNA 세포가 있다......도제훈은 입을 꾹 다물고 강현석을 따라갔다.강현석은 손에 들고 있던 술을 조금 마시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강현석은 이내 뒤에 꼬리가 붙었음을 감지했다.‘이런 장소에서 나를 미행하는 사람이 있다고?’강현석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는 손에 든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도제훈은 심장이 철렁했다.당황한 도제훈은 바로 뒤돌아서 지나가는 척했다.그런 그를 바라보던 강현석 입가의 미소는 점차 차갑게 변했다.‘강세윤.도망쳐서 여기로 왔다니.강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은 대체 뭘 하기에, 애 하나도 제대로 돌보지 못해?’그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거기 서."내뱉은 세글자에는 얼음이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도제훈은 여태껏 살면서 두려워하는 사람이나 일이 없었는데, 이 세글자를 듣자마자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도제훈은 못 들은 척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강세윤, 한 발짝만 앞으로 이동하면 오늘 저녁에 바로 널 해외로 보낼 거야."강현석의 목소리에는 위협이 담겨 있었다.도제훈은 드디어 멈춰 섰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저씨, 날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것 같은데요?"강현석은 앞에 있는 낯선 얼굴을 보는 순간 뻘쭘해졌다.‘강세윤이랑 헷갈렸다니!하지만!왜 이 아이 뒷모습이 강세윤이랑 똑같을 수 있지?’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왜 나를 미행했어?""그런 적 없는데요."도제훈은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어갔다."장난감 자동차를 잃어버렸어요. 아저씨, 혹시
도예나는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가자, 같이 수아 찾으러 가자."그녀는 이미 연회장에 얼굴을 비추었으니 이곳에 계속 머물러 사람들과 가식적으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차라리 애들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휴게실로 향했다.노부인은 고령이라 이런 연회에 참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부인은 계속 휴게실에서 도수아를 돌보고 있었다.서씨 가문의 첫째 외숙모와 둘째 외숙모는 도예나가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같이 휴게실에 남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한편, 도수아는 베란다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도수아의 하얀 피부는 우유처럼 빛나고 있었고부채 같은 긴 속눈썹은 도수아의 백옥같은 얼굴에 옅은 그림자를 한층 덮었다.도수아는 마치 영화 속의 아역배우처럼 빛이 났다.도수아는 무조건 굉장한 미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첫째 외숙모는 질투에 눈이 멀어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수아 참 이쁘네, 어른이 되면 나나보다 더 출중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애가 말도 못 하고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고......"더 듣기 싫은 말을 하기도 전에 첫째 외숙모는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되었다.서씨 가문 노부인은 차갑게 말했다."수아는 입을 열기 싫어하는 거지 말을 못하는 게 아니야."첫째 외숙모는 입을 삐죽거리며 생각했다. ‘그게 그거지 뭐, 어쨌든 다 벙어리잖아.’둘째 외숙모는 수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 쪽에도 수아처럼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어요.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병은 완치하기 어렵지만 부모님과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어요. 수아 아빠는 대체 누구일까요? 왜 나나는 이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을까요?"그녀는 온갖 방법을 다해 도수아의 아빠를 알아보려고 이 말을 꺼냈다.노부인이 화가 나 둘을 내쫓으려고 하는 순간, 도수아가 갑자기 책을 내팽개치더니 휴게실 문을 열고 도망쳐 버렸다."빨리 따라가 봐, 수아한테 무슨
강세윤이 사람을 찾으러 파티장으로 가려던 그때, 마침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벙어리가 못생겨졌대요!”“이거 사진 찍어. 앞으로 이 사진으로 얘 마음껏 놀려주자. 어디 다시 한번 우리를 물어봐. 가만두지 않겠어!”몇 명의 아이들은 수아를 화단에서 끄집어내며 놀려댔다.하지만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다시는 물지 못할 줄 알았던 수아가 남자애의 손등을 물어버린 것이다. 순간 빨간 피가 흥건하게 아이의 손을 적셨다.“얘 당장 때려! 때려!”주태우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엄마가 얘만 보면 화내는데 내가 얘를 때려죽이면 엄마가 칭찬하겠지?’그리고 생각을 마친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어 수아에게 던졌다.그러던 그때, 마침 고개를 돌린 강세윤은 마침 여자애의 눈과 마주쳤다. 오밀조밀 귀엽게 나 있는 오관 중 두 눈은 유독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순간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큰 소리로 명령했다.“저 애들 당장 막아!”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의 뒤에서 보디가드 한 명이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주태우가 던진 돌을 몸으로 막았다.이에 강세윤도 재빨리 수아에게로 달려가 여자애의 앞에 막아서더니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명령했다.“어떻게 몇이서 이렇게 어린 여자애를 괴롭힐 수가 있지? 네가 열 배로 돌려줘!”“예. 작은 도련님!”보디가드는 더 이상의 지체 없이 손뼈를 꾹꾹 누르더니 맨 먼저 주태우에게 다가갔다.“퍽!”그리고 몇 초도 안 되는 사이 주태우는 그대로 화단에 던져졌다.아직 어린애인지라 주태우는 무서운 아저씨의 공격에 놀라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가 앉은 자리는 이내 노란 물로 흥건히 젖었다.“엄마. 무서운 아저씨가 나 죽이려고 해. 살려줘!”하지만 보디가드는 귀찮다는 듯 화단에 있는 흙을 손에 가득 쥐더니 아이의 입을 막아버렸다.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
“흑흑흑, 할머니. 그 벙어리가 그랬어요. 벙어리가 나 괴롭혔어요!”주태우는 외할머니를 보자 배짱이 생겨났는지 바로 일러바쳤다.손자의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강세윤 등 뒤에 서 있는 수아가 보였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싸늘한 악의가 번졌다. 속에서 타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근본도 없는 계집애가 감히 내 손자를 괴롭혀?’수아가 그녀의 손자를 괴롭힌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생각할수록 차오르는 분노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수아에게로 달려가더니 아이의 귀를 잡아당겼다.하지만 곧바로 강세윤에게 밀려났다.“제가 때렸어요. 어쩌시게요? 저 때리려고요?”고작 4살짜리의 꼬맹이었지만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기류는 족히 그녀를 압도했다.동그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하게 바라보는데 어쩜 강현석의 모습과 똑 닮았다. 그 모습에 서미숙은 흠칫 놀랐다.“할머니. 쟤가 사람을 시켜 저 화단에 던졌어요!”그때 주태우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곧이어 다른 아이들도 너도나도 한 마디씩 고자질했다.“맞아요. 쟤가 그랬어요! 보디가드 시켜서 우리를 화단에 던졌어요.”“쟤가 무서운 아저씨 시켜서 제 입에 흙도 넣었어요! 흑흑. 엄마, 복수해 줘요!”하나둘 늘어나는 증언에 귀부인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가문은 모두 힘 있고 백 있는 집안이며 아이들 또한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이었다.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거지꼴이 된 것도 모자라 심지어 몸 구석구석 핏자국까지 나 있었으니…….“이봐요. 서 여사, 저 이 일 이대로 못 넘어가요. 이 애가 누군지는 몰라도 오늘 대가는 꼭 치르게 할 거예요!”정 여사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감히 우리 정씨 집안 귀한 장손에게 손을 대다니. 열 배로 갚아줄 거야!”“두 아이 다 가만둘 수 없어요!”이 여사도 끼어들었다.“그리고 저 보디가드인지 뭔지 하는 사람도 함께 감방에 처넣어요!”함께 열을 내는 사모님들의 모습에 서미숙은 속이 다 시원했다.‘이러면 내가 일부러 저년을 괴롭혔다고는 하지 못하겠지? 그러
훤칠한 키와 잘빠진 각선미 그리고 조각 같은 얼굴을 한 채 정원에 서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강현석이다.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는 그의 주위는 유독 한기가 감도는 듯했다.분명 초봄인데 그의 주위에서 칼을 에는듯한 찬 바람이 분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겁 많은 아이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울 지경이었다.강현석의 그런 모습은 마치 방금 한 말이 농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경찰은 아마 진짜로 오고 있을 거다. 그리고 곧 아이들은 잡혀가겠지…….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남에서 내로라하는 집안 사모들이다. 피라미드에서 자그마치 2층쯤 차지한다고나 할까?하지만 강 씨 가문은 피라미드 맨 꼭대기, 그들이 건드릴 수조차 없는 위치에 있다.강현석의 한 마디면 그들 집안쯤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 있다.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아까까지만 해도 길길이 날뛰던 몇몇 사모는 이를 갈며 분을 삭였다. 그 도중 싸늘한 눈빛으로 강세윤과 수아를 흘겨보았지만 끝내 애원하는 얼굴로 강현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강 대표님, 아이들끼리 장난친 건데 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 않나요?”“맞아요. 우리 두 가문에서 파트너 관계이기도 한데 이런 일로 감정 상하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요?”“게다가 우리 애들도 다쳤는데 퉁치면 안 될까요?”가식적인 웃음과 말에 강현석은 차갑게 웃었다.“그래서 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그 말인가요?”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한 뉘앙스에 사모님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억지 미소를 쥐어짜내며 되물었다.“그러면 혹시 뭘 원하세요?”“사과하세요.”강현석은 차갑게 말했다.“누구를 다치게 했으면 그 상대한테 사과하세요.”그 말에 서미숙은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태우가 이지경이 되었는데 저딴 벙어리 계집애한테 사과까지 하라고? 내가 할 것 같아?’사실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모님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자기 손자가 다쳤는데 책임을 묻지 않기는커녕 허리 숙여
아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강현석은 순간 말을 잃었다.솔직히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아이들의 울음소리만 들었을 뿐.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흙투성이가 된 어린 여자애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이렇게 귀엽고 여린 여자애가 절대로 먼저 상대방을 때렸을 리 없어. 괴롭힘을 당했으면 모를까.’역시나 진짜인 것처럼 연기를 해대니 다들 그에게 허리를 굽혔다.강현석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세윤과 보디가드를 바라보자 보디가드가 먼저 한발 나서더니 공손하게 허리 굽혔다.“방금 그 애들이 이 꼬마 아가씨를 벙어리라고 놀리며 싸움이 벌어졌는데 작은 도련님께서 참지 못하고 도우라고 명령하여 제가 도운 것뿐입니다.”‘말을 하지 못한다고? 벙어리라고?’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미약하게 떨렸다.그리고 수아의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마음 한편이 아팠다.강현석은 쪼그리고 앉아 수아와 높이를 맞춘 뒤 손을 흔들었다.“아저씨한테 와봐. 어디 다쳤다 보게.”수아의 커다란 두 눈에는 강현석의 실루엣이 그대로 담겼다.입술을 꽉 깨문 아이는 끝내 결심을 내렸는지 한 걸음 한 걸음 강현석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가락을 작은 손으로 감쌌다.그 모습에 강세윤은 언짢았다.‘구해준 건 분명 난데. 나는 왜 손도 못 잡게 하는데? 내가 분명 아빠보다 멋있고 귀여운데 왜 아빠만 좋아하냐고?’곧바로 입을 삐죽거리며 나 한번 봐달라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하지만 정작 수하는 눈치채지 못했다.강현석은 더러운 건 참지 못하는 심각한 결벽증이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흙투성이가 된 아이가 더럽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뻗어 눈앞에 있는 어린애를 품에 안았다.‘이렇게 귀여운 애가 왜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았을까?’“가자. 아저씨가 깨끗하게 씻겨줄게.”강현석은 수아를 안고 휴게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불만 가득한 강세윤이 졸졸 따라왔다.그 시각, 도예나는 미칠 지경이었다.도제훈을 데리고 노부인을 찾아간 뒤에야 그녀는 수아가 심술을 쓰며 혼자
한편 강세윤은 코를 훌쩍거리며 억울함을 삼켰다.맑은 두 눈에 눈물이 맺혀 글썽거리는 모습은 도예나의 마음을 쿡쿡 찔러댔다.하긴 강세윤은 평소 장난기가 많기는 하지만 절대로 수아를 괴롭힐 애가 아니었다.게다가 강현석은 이미 어른인데 4살짜리 어린 여자애한테 손을 댈 리가 없었다.‘내가 미쳤나? 어떻게 이 두 사람이 수아를 괴롭혔다고 생각했지?’도예나는 그제야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작은 도련님, 죄송해요. 제가 오해했네요. 수아를 도와줘서 감사합니다.”“예쁜 동생 이름이 수아였구나. 이름 예쁘네.”강세윤은 언제 울었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예나 이모, 저 수아 오빠 해도 왜요? 오늘 같은 일이 있으면 제가 보호해 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수아 괴롭히지 못하게.”도예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건 수아한테 물어봐야지.”대답을 들은 강세윤은 곧바로 수아의 작은 손을 쥐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수아야, 나 네 오빠 해도 돼?”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저 침묵뿐이었다. 하다못해 고개라도 끄덕였으면 좋겠건만 그러지 않았다.그저 두 눈은 오직 강현석에게 향해 있었다. 마치 자기 거라는 듯이.도예나는 수아의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며칠 전 큰길에서 만났을 때도 이러더니 오늘도 또 이러니 원.’그녀는 이내 딸애를 품에 안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저 수아 상처 치료해 줘야 할 것 같아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런데 그때…….“예나 이모, 제 손도 다쳤는데 치료해 주면 안 돼요?”강세윤이 기회를 틈타 자기 상처를 보여주면서 불쌍함을 어필했다.그 상처는 아까 화단에서 긁힌 상처였다. 솔직히 너무 작아서 피도 나지 않은 데다가 상처라기도 민망할 정도였다.그런데 뽀얀 피부 덕에 붉게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도예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우리 같이 위층으로 갈까?”그들은 정원에 있는 계단을 통해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기 전 등 뒤에 초대하
‘왜 우리 집에는 아들 둘뿐인데? 나도 딸 갖고 싶은데.’만약 딸이 있다면 그는 세상의 모든 좋은 걸 다 해주고 세상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공주로 살게 해줄 수도 있었다.강현석은 달려가서 수아를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았다.뭔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도예나의 딸이라서 그저 겉모습만 예쁠지도 모른다며 자기 암시를 하면서 말이다.강현석은 어렵사리 눈길을 돌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다시 예전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지만 강세윤은 이미 수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수아의 말랑말랑한 얼굴을 꾹꾹 눌러댔다.수아는 그런 강세윤의 손을 탁 쳐내더니 여전히 경계했다.“수아야, 앞으로 내가 네 오빠니까 너 보호해 줄게. 오빠가 머리 말려줄까?”외부의 모든 소리에 반응이 미미하던 수아가 갑자기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그 모습을 본 도예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예전에 그녀가 아무리 뭐라 말해도 반응하지 않고 고개조차 움직이지 않던 수아가 낯선 아이의 말에 이런 반응을 보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수아가 이 두 부자한테만 특별하게 구는 건 같단 말이지. 대체 왜?’하지만 이내 생각을 떨쳐내고 수아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너 해치지 않을 거야. 머리 말려달라고 할까?”“응. 나 아프게 하지 않을게. 너 아프게 하면 나 때려!”강세윤의 약속에 수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예나의 눈빛은 더욱 복잡해졌다.그녀는 솔직히 수아가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하지만 정작 수아를 바꾼 게 이 두 사람이라니.한편 수아의 동의를 받아낸 강세윤은 싱글벙글 웃으며 수아의 머리를 말려줬다.카펫 위에 둥그렇게 앉은 세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한 가족인 것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강현석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이렇게 큰 사람이 서 있는데 보이지도 않나? 어쩜 앉으라고 권하지도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