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흑흑, 할머니. 그 벙어리가 그랬어요. 벙어리가 나 괴롭혔어요!”주태우는 외할머니를 보자 배짱이 생겨났는지 바로 일러바쳤다.손자의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강세윤 등 뒤에 서 있는 수아가 보였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싸늘한 악의가 번졌다. 속에서 타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근본도 없는 계집애가 감히 내 손자를 괴롭혀?’수아가 그녀의 손자를 괴롭힌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생각할수록 차오르는 분노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수아에게로 달려가더니 아이의 귀를 잡아당겼다.하지만 곧바로 강세윤에게 밀려났다.“제가 때렸어요. 어쩌시게요? 저 때리려고요?”고작 4살짜리의 꼬맹이었지만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기류는 족히 그녀를 압도했다.동그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하게 바라보는데 어쩜 강현석의 모습과 똑 닮았다. 그 모습에 서미숙은 흠칫 놀랐다.“할머니. 쟤가 사람을 시켜 저 화단에 던졌어요!”그때 주태우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곧이어 다른 아이들도 너도나도 한 마디씩 고자질했다.“맞아요. 쟤가 그랬어요! 보디가드 시켜서 우리를 화단에 던졌어요.”“쟤가 무서운 아저씨 시켜서 제 입에 흙도 넣었어요! 흑흑. 엄마, 복수해 줘요!”하나둘 늘어나는 증언에 귀부인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가문은 모두 힘 있고 백 있는 집안이며 아이들 또한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이었다.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거지꼴이 된 것도 모자라 심지어 몸 구석구석 핏자국까지 나 있었으니…….“이봐요. 서 여사, 저 이 일 이대로 못 넘어가요. 이 애가 누군지는 몰라도 오늘 대가는 꼭 치르게 할 거예요!”정 여사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감히 우리 정씨 집안 귀한 장손에게 손을 대다니. 열 배로 갚아줄 거야!”“두 아이 다 가만둘 수 없어요!”이 여사도 끼어들었다.“그리고 저 보디가드인지 뭔지 하는 사람도 함께 감방에 처넣어요!”함께 열을 내는 사모님들의 모습에 서미숙은 속이 다 시원했다.‘이러면 내가 일부러 저년을 괴롭혔다고는 하지 못하겠지? 그러
훤칠한 키와 잘빠진 각선미 그리고 조각 같은 얼굴을 한 채 정원에 서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강현석이다.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는 그의 주위는 유독 한기가 감도는 듯했다.분명 초봄인데 그의 주위에서 칼을 에는듯한 찬 바람이 분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겁 많은 아이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울 지경이었다.강현석의 그런 모습은 마치 방금 한 말이 농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경찰은 아마 진짜로 오고 있을 거다. 그리고 곧 아이들은 잡혀가겠지…….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성남에서 내로라하는 집안 사모들이다. 피라미드에서 자그마치 2층쯤 차지한다고나 할까?하지만 강 씨 가문은 피라미드 맨 꼭대기, 그들이 건드릴 수조차 없는 위치에 있다.강현석의 한 마디면 그들 집안쯤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 있다.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아까까지만 해도 길길이 날뛰던 몇몇 사모는 이를 갈며 분을 삭였다. 그 도중 싸늘한 눈빛으로 강세윤과 수아를 흘겨보았지만 끝내 애원하는 얼굴로 강현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강 대표님, 아이들끼리 장난친 건데 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 않나요?”“맞아요. 우리 두 가문에서 파트너 관계이기도 한데 이런 일로 감정 상하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요?”“게다가 우리 애들도 다쳤는데 퉁치면 안 될까요?”가식적인 웃음과 말에 강현석은 차갑게 웃었다.“그래서 이 일은 그냥 넘어가자 그 말인가요?”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한 뉘앙스에 사모님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억지 미소를 쥐어짜내며 되물었다.“그러면 혹시 뭘 원하세요?”“사과하세요.”강현석은 차갑게 말했다.“누구를 다치게 했으면 그 상대한테 사과하세요.”그 말에 서미숙은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태우가 이지경이 되었는데 저딴 벙어리 계집애한테 사과까지 하라고? 내가 할 것 같아?’사실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모님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자기 손자가 다쳤는데 책임을 묻지 않기는커녕 허리 숙여
아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강현석은 순간 말을 잃었다.솔직히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아이들의 울음소리만 들었을 뿐.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흙투성이가 된 어린 여자애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이렇게 귀엽고 여린 여자애가 절대로 먼저 상대방을 때렸을 리 없어. 괴롭힘을 당했으면 모를까.’역시나 진짜인 것처럼 연기를 해대니 다들 그에게 허리를 굽혔다.강현석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세윤과 보디가드를 바라보자 보디가드가 먼저 한발 나서더니 공손하게 허리 굽혔다.“방금 그 애들이 이 꼬마 아가씨를 벙어리라고 놀리며 싸움이 벌어졌는데 작은 도련님께서 참지 못하고 도우라고 명령하여 제가 도운 것뿐입니다.”‘말을 하지 못한다고? 벙어리라고?’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미약하게 떨렸다.그리고 수아의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마음 한편이 아팠다.강현석은 쪼그리고 앉아 수아와 높이를 맞춘 뒤 손을 흔들었다.“아저씨한테 와봐. 어디 다쳤다 보게.”수아의 커다란 두 눈에는 강현석의 실루엣이 그대로 담겼다.입술을 꽉 깨문 아이는 끝내 결심을 내렸는지 한 걸음 한 걸음 강현석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가락을 작은 손으로 감쌌다.그 모습에 강세윤은 언짢았다.‘구해준 건 분명 난데. 나는 왜 손도 못 잡게 하는데? 내가 분명 아빠보다 멋있고 귀여운데 왜 아빠만 좋아하냐고?’곧바로 입을 삐죽거리며 나 한번 봐달라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하지만 정작 수하는 눈치채지 못했다.강현석은 더러운 건 참지 못하는 심각한 결벽증이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흙투성이가 된 아이가 더럽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뻗어 눈앞에 있는 어린애를 품에 안았다.‘이렇게 귀여운 애가 왜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았을까?’“가자. 아저씨가 깨끗하게 씻겨줄게.”강현석은 수아를 안고 휴게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불만 가득한 강세윤이 졸졸 따라왔다.그 시각, 도예나는 미칠 지경이었다.도제훈을 데리고 노부인을 찾아간 뒤에야 그녀는 수아가 심술을 쓰며 혼자
한편 강세윤은 코를 훌쩍거리며 억울함을 삼켰다.맑은 두 눈에 눈물이 맺혀 글썽거리는 모습은 도예나의 마음을 쿡쿡 찔러댔다.하긴 강세윤은 평소 장난기가 많기는 하지만 절대로 수아를 괴롭힐 애가 아니었다.게다가 강현석은 이미 어른인데 4살짜리 어린 여자애한테 손을 댈 리가 없었다.‘내가 미쳤나? 어떻게 이 두 사람이 수아를 괴롭혔다고 생각했지?’도예나는 그제야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작은 도련님, 죄송해요. 제가 오해했네요. 수아를 도와줘서 감사합니다.”“예쁜 동생 이름이 수아였구나. 이름 예쁘네.”강세윤은 언제 울었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예나 이모, 저 수아 오빠 해도 왜요? 오늘 같은 일이 있으면 제가 보호해 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수아 괴롭히지 못하게.”도예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건 수아한테 물어봐야지.”대답을 들은 강세윤은 곧바로 수아의 작은 손을 쥐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수아야, 나 네 오빠 해도 돼?”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저 침묵뿐이었다. 하다못해 고개라도 끄덕였으면 좋겠건만 그러지 않았다.그저 두 눈은 오직 강현석에게 향해 있었다. 마치 자기 거라는 듯이.도예나는 수아의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며칠 전 큰길에서 만났을 때도 이러더니 오늘도 또 이러니 원.’그녀는 이내 딸애를 품에 안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저 수아 상처 치료해 줘야 할 것 같아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런데 그때…….“예나 이모, 제 손도 다쳤는데 치료해 주면 안 돼요?”강세윤이 기회를 틈타 자기 상처를 보여주면서 불쌍함을 어필했다.그 상처는 아까 화단에서 긁힌 상처였다. 솔직히 너무 작아서 피도 나지 않은 데다가 상처라기도 민망할 정도였다.그런데 뽀얀 피부 덕에 붉게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도예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우리 같이 위층으로 갈까?”그들은 정원에 있는 계단을 통해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기 전 등 뒤에 초대하
‘왜 우리 집에는 아들 둘뿐인데? 나도 딸 갖고 싶은데.’만약 딸이 있다면 그는 세상의 모든 좋은 걸 다 해주고 세상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공주로 살게 해줄 수도 있었다.강현석은 달려가서 수아를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았다.뭔 꿍꿍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도예나의 딸이라서 그저 겉모습만 예쁠지도 모른다며 자기 암시를 하면서 말이다.강현석은 어렵사리 눈길을 돌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다시 예전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지만 강세윤은 이미 수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수아의 말랑말랑한 얼굴을 꾹꾹 눌러댔다.수아는 그런 강세윤의 손을 탁 쳐내더니 여전히 경계했다.“수아야, 앞으로 내가 네 오빠니까 너 보호해 줄게. 오빠가 머리 말려줄까?”외부의 모든 소리에 반응이 미미하던 수아가 갑자기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그 모습을 본 도예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예전에 그녀가 아무리 뭐라 말해도 반응하지 않고 고개조차 움직이지 않던 수아가 낯선 아이의 말에 이런 반응을 보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수아가 이 두 부자한테만 특별하게 구는 건 같단 말이지. 대체 왜?’하지만 이내 생각을 떨쳐내고 수아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너 해치지 않을 거야. 머리 말려달라고 할까?”“응. 나 아프게 하지 않을게. 너 아프게 하면 나 때려!”강세윤의 약속에 수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예나의 눈빛은 더욱 복잡해졌다.그녀는 솔직히 수아가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하지만 정작 수아를 바꾼 게 이 두 사람이라니.한편 수아의 동의를 받아낸 강세윤은 싱글벙글 웃으며 수아의 머리를 말려줬다.카펫 위에 둥그렇게 앉은 세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한 가족인 것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강현석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이렇게 큰 사람이 서 있는데 보이지도 않나? 어쩜 앉으라고 권하지도 않는지
서 씨 가문의 파티는 밤 열 시가 되어야 막을 내렸다.그 시각 인터넷에서는 각종 뉴스가 터졌고 눈길을 사로잡는 몇몇 기사들이 검색어 상단을 차지했다.“성남 제일 미녀의 귀환!”“성남 제일 미녀의 스캔들을 파헤쳐 보자!”“도예나, 도 씨 가문과의 관계를 끝내다!”“도 씨 그룹 지분의 주인은?”“…….”그중에서도 도 씨 가문에 관련된 뉴스가 각종 포털사이트의 탑 5까지 모두 장악해 버렸다.티브이를 켜자마자 흘러나오는 뉴스에 도진호는 리모컨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때 그년을 죽였어야 했어. 감히 기자들 앞에서 도 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었다고 발표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여보, 화부터 가라앉혀. 그 계집애가 다시 돌아온 건 무조건 복수하기 위해서야. 그러니 아예 관계를 잘라내는 게 우리한테는 더 유리해. 그러면 회사 지분을 가져가지 못할 거 아니야.”서영옥은 입을 삐죽거리며 도진호를 달랬다.솔직히 도예나가 죽으면서 그녀의 지분 50퍼센트는 고스란히 도설혜에게로 넘어왔다.그런데 도예나가 제 입으로 도 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어냈으니 아무리 살아 돌아왔다 한들 그 지분을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 말을 듣고 나서야 도진호의 화는 조금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도설혜가 갑자기 놀란 듯 소리쳤다.“아빠, 도예나 그년이 사람을 사서 우리 가문에 먹칠하고 있어요!”도예나한테서 핸드폰을 건네받은 도진호는 검색어 맨 위 순위를 차지한 기사를 보는 순간 뒷목을 잡았다.10분 전 SNS에 발표된 한 글에는 도 씨 가문 지분 변경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자료를 근거로 재벌 간의 피 튀기는 상속 전쟁이니 뭐니 하는 글을 게시되어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아래에 달린 댓글이었다.“도예나는 18살에 도 씨 가문의 50퍼센트가 되는 지분을 물려받고 도 씨 그룹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함. 하지만 다음날 바로 세기의 스캔들이 터져 성남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음. 도예나의 사건이 터지자 가장 이득을 본 자는 단연 도
아버지의 확신에 찬 말에 도설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내가 강 씨 가문 사모님이 되면 다시는 이렇게 더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을 거야.’솔직히 그녀도 내키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직접 나선다니 이렇게 더러운 흙탕물에 직접 발을 담글 필요는 없었다.도씨 가문은 초고속으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튿날 아침 6시에 기자회견을 소집했다.자애로운 부친 코스프레를 하는 도진호는 밤을 새워 핼쑥해진 얼굴까지 더해지니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벌써 기자들의 동정 표를 꽤 받았다.“나나는 저의 친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품에 안은 자식이기도 하죠. 모든 아버지가 다 그렇듯 제가 딸애에 대한 사랑은 한두 마디로 형언할 수 없습니다. 4년 전 그 애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저는 처음으로 크게 화냈고 가엾은 애를 방에 가둔 채 몇 달간 밖에 나다니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건 언제까지나 제 불찰입니다. 하지만 다들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신다면 저를 이해하실 겁니다…….”“그 일이 있은 뒤, 그 애가 집을 태워버리는 바람에 우리 도씨 그룹이 하루아침에 몇천억이라는 큰 돈을 손해 봤습니다. 하지만 딸애을 마주니 그 잘못들도 모두 용서가 되더군요. 지난 4년간 저는 제 딸이 죽었다고 생각해 무덤을 만들고 매년 그 애를 보러 그곳에 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 돌아오리라는 걸 꿈에도 몰랐습니다. 만약 그 애가 살아있다는 걸 알았었다면 저는 분명 그 아이를 환영하기 위해 가장 성대한 파티를 열어줬을 겁니다.”“나나야, 네가 아빠한테 뭔가 오해가 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아빠는 널 언제나 사랑한단다. 얼른 집에 오렴. 돌아와. 네 모든 걸 다시 너에게 돌려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진호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고도의 연기 덕에 도예나에게 쏠려 있던 여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도예나는 하루아침에 이기적이고 반항심 많고 철없는 부잣집 밉상 아가씨로 전락했고 도진호는 딸이 무슨 잘못을 하든 품어주는 자애로운 아버지로 탈바꿈했다.도제훈은 그런 여론을 보
도진호의 인터뷰의 여파로 인터넷 여론은 그에게 매우 호의적인 방향으로 변했다.그리고 바닥으로 처박혔던 주가도 다시 천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반 시간도 안 되는 사이,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가 그들에게 찾아온 평화를 다시 깨트렸다.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도 하나둘씩 영상 아래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헐,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사람을 시켜 살인을 저지르다니.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이 사람들 그때 봤던 도설혜 보디가드들 아니야? 이거 분명 도예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것 같은데!”“그래도 순발력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음. 어떻게 도설혜를 인질로 삼을 생각을 했지? 그런데 그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저런 외진 곳에서 죽었을 거잖아.”“어떻게 자기 핏줄한테 이렇게 악랄할 수 있지? 가족한테도 이러는데 회사 라이벌한테는 오죽할까?”“도씨 그룹이 이렇게까지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당연히 더러운 수단을 사용했을 거야. 이거 진짜 제대로 조사 해 봐야 해. 누가 알아? 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놀라울 사실이 발견될지!”“도씨 그룹 검찰 조사에 한 표 던집니다!”“…….”댓글을 읽어내려 가던 도설혜는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묘지에 있는 CCTV 내가 분명 지우라고 했는데. 도예나 그년은 또 어떻게 찾은 거야?’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여론은 처리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이대로 두었다가 도씨 그룹 주가는 또다시 곤두박질칠 게 뻔하니까.“설혜야,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이 영상 반드시 지워야 해! 너 앞으로 강씨 가문 사모님이 되어야 할 몸인데 이 영상들이 네 이미지를 망칠 거야!”서영옥이 이를 갈며 끼어들었다. 영상 속에 도설혜의 얼굴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댓글에서 모두 도설혜가 보디가드를 시켜 도예나를 살해하려 했다고 떠들어댔다.그 덕에 도설혜는 순식간에 악독한 여동생으로 낙인찍혔고 그 댓글을 봤으니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