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확신에 찬 말에 도설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내가 강 씨 가문 사모님이 되면 다시는 이렇게 더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을 거야.’솔직히 그녀도 내키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직접 나선다니 이렇게 더러운 흙탕물에 직접 발을 담글 필요는 없었다.도씨 가문은 초고속으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튿날 아침 6시에 기자회견을 소집했다.자애로운 부친 코스프레를 하는 도진호는 밤을 새워 핼쑥해진 얼굴까지 더해지니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벌써 기자들의 동정 표를 꽤 받았다.“나나는 저의 친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품에 안은 자식이기도 하죠. 모든 아버지가 다 그렇듯 제가 딸애에 대한 사랑은 한두 마디로 형언할 수 없습니다. 4년 전 그 애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저는 처음으로 크게 화냈고 가엾은 애를 방에 가둔 채 몇 달간 밖에 나다니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건 언제까지나 제 불찰입니다. 하지만 다들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하신다면 저를 이해하실 겁니다…….”“그 일이 있은 뒤, 그 애가 집을 태워버리는 바람에 우리 도씨 그룹이 하루아침에 몇천억이라는 큰 돈을 손해 봤습니다. 하지만 딸애을 마주니 그 잘못들도 모두 용서가 되더군요. 지난 4년간 저는 제 딸이 죽었다고 생각해 무덤을 만들고 매년 그 애를 보러 그곳에 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 돌아오리라는 걸 꿈에도 몰랐습니다. 만약 그 애가 살아있다는 걸 알았었다면 저는 분명 그 아이를 환영하기 위해 가장 성대한 파티를 열어줬을 겁니다.”“나나야, 네가 아빠한테 뭔가 오해가 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아빠는 널 언제나 사랑한단다. 얼른 집에 오렴. 돌아와. 네 모든 걸 다시 너에게 돌려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진호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고도의 연기 덕에 도예나에게 쏠려 있던 여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도예나는 하루아침에 이기적이고 반항심 많고 철없는 부잣집 밉상 아가씨로 전락했고 도진호는 딸이 무슨 잘못을 하든 품어주는 자애로운 아버지로 탈바꿈했다.도제훈은 그런 여론을 보
도진호의 인터뷰의 여파로 인터넷 여론은 그에게 매우 호의적인 방향으로 변했다.그리고 바닥으로 처박혔던 주가도 다시 천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반 시간도 안 되는 사이,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가 그들에게 찾아온 평화를 다시 깨트렸다.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도 하나둘씩 영상 아래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헐,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사람을 시켜 살인을 저지르다니.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이 사람들 그때 봤던 도설혜 보디가드들 아니야? 이거 분명 도예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것 같은데!”“그래도 순발력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음. 어떻게 도설혜를 인질로 삼을 생각을 했지? 그런데 그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저런 외진 곳에서 죽었을 거잖아.”“어떻게 자기 핏줄한테 이렇게 악랄할 수 있지? 가족한테도 이러는데 회사 라이벌한테는 오죽할까?”“도씨 그룹이 이렇게까지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당연히 더러운 수단을 사용했을 거야. 이거 진짜 제대로 조사 해 봐야 해. 누가 알아? 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놀라울 사실이 발견될지!”“도씨 그룹 검찰 조사에 한 표 던집니다!”“…….”댓글을 읽어내려 가던 도설혜는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묘지에 있는 CCTV 내가 분명 지우라고 했는데. 도예나 그년은 또 어떻게 찾은 거야?’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여론은 처리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이대로 두었다가 도씨 그룹 주가는 또다시 곤두박질칠 게 뻔하니까.“설혜야,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이 영상 반드시 지워야 해! 너 앞으로 강씨 가문 사모님이 되어야 할 몸인데 이 영상들이 네 이미지를 망칠 거야!”서영옥이 이를 갈며 끼어들었다. 영상 속에 도설혜의 얼굴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댓글에서 모두 도설혜가 보디가드를 시켜 도예나를 살해하려 했다고 떠들어댔다.그 덕에 도설혜는 순식간에 악독한 여동생으로 낙인찍혔고 그 댓글을 봤으니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 건너편에서 낮고도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 무슨 일이세요?”“세훈아, 엄마 이제 너밖에 없어. 엄마 도와줄 거지? 도 씨 그룹이 지금 공격받고 있어. 지금 인터넷에 도 씨 그룹에 관한 나쁜 소문들이 계속 생겨나 주가가 폭등했어. 이러다가 파산될지도 몰라…….”도설혜는 입을 막고 흐느끼더니 급기야 눈물까지 흘렸다.하지만 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갑자기 키보드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참 뒤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머니, 도 씨 그룹처럼 그렇게 큰 규모가 큰 회사가 그런 일로 파산할 리가 없어요.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나쁜 소문이 그 1분도 채 안 되는 CCTV 영상 때문인 것 같은데 혹시 영상 속 사람이 정말 어머니세요?”“나 아니야…… 그게 어떻게 나겠어?”도설혜는 본능적으로 부정했다.“그건 누군가가 도 씨 그룹을 무너트리려고 가짜 영상을 뿌린 거야!”“그래요?”전화 건너편에서 키보드 소리가 연속 들려오더니 한껏 내린 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영상이 합성 흔적 하나 없는데, 왜 거짓말하세요?”도설혜는 순간 당황했다.강세훈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왜 잊었을까? 왜 화를 못 참고 거짓말을 했을까 후회됐다.하지만 이내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세훈아, 엄마 일부러 너 속이려던 거 아니야. 그거 네 외할아버지가 엄마 협박해서 엄마도 할 수 없이 한 거야…… 세훈 네가 엄마를 악독한 여자로 오해할까 봐 인정하지 못했어…… 세훈아, 그 영상 지워줄 수 있어?”“기다려 봐요.”강세훈은 짤막한 한마디를 툭 내뱉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그는 검은 두 눈으로 컴퓨터 스크린을 빤히 들여다보았다.50초짜리 영상은 파란 바탕에서 순식간에 수많은 사진으로 나누어지더니 고스란히 휴지통에 버려졌다.하지만 모든 게 쉽게 끝났다고 생각한 그때 산산조각 났던 파일이 다시 영상으로 변해 재생되는 게 아니겠는가?‘영상이 삭제가 안 된다고?’강세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어릴 때부터 컴퓨터 천재
강 씨 그룹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공개하자 세간이 떠들썩해졌다.이런 시기에 강 씨 그룹이 택한 파트너가 도 씨 그룹일 줄은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했다.“도 씨 그룹 주가가 바닥을 찍었는데 강 씨 그룹은 대체 왜 파트너로 도 씨 그룹을 선택했대?”“두 그룹이 예전에 한 번도 콜라보한 적 없었잖아? 그런데 하필 이런 때에 콜라보한다고? 구세주인가? 이번에 강 씨 그룹 아니었으면 도 씨 그룹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을 텐데!”“도 씨 그룹 운발 진짜 죽인다!”“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강 씨 그룹과 인연을 맺었대?”“이제 누가 도 씨 그룹을 건드려?”“당연히 못 건드리지. 우리도 그만하자!”반나절도 안 되는 사이 인터넷 여론이 또다시 한번 바뀌었고 도 씨 그룹 주가는 다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마치 아무 어제저녁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인터넷을 끊임없이 달구는 뉴스에 도예나는 눈살을 찌푸렸다.분명 이번에 도 씨 가문을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카드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강 씨 그룹이라…….’도 씨 그룹을 열 개 차려도 강 씨 그룹 하나 당해내지 못한다. 그런 그룹에서 나서서 도 씨 그룹을 지켜준다면 그녀 또한 도설혜를 어떻게 상대할 수 없었다.순간 한숨이 새어 나왔다.“몇 년 전 강현석과 도설혜 결혼설이 떠서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서지우의 목소리도 유독 가라앉았다.“그러고 보니 두 가문이 친분이 있었던 거네. 결혼까진 아니더라도 강 씨 가문에서 도 씨 가문에 손을 내민 걸 보면 뭐가 있긴 있네.”“다른 사람에 의지한다면 언젠가 상대가 망하면 같이 망하게 돼 있어. 설마 도 씨 가문에서 한평생 강 씨 가문에 의지할 건 아니잖아?”노부인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강 씨 그룹에서 이번에 도와주는 건 의리라 쳐. 하지만 그로 인해 도 씨 가문이 앞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순항한다는 보장은 없어. 나나야, 이럴 때 일 수록 급해하면 안 돼. 우리 천천히 하자꾸나.”“네, 할머니. 그러면 잠시 이 일은 생각하지 않을게요
“수아는 엄마가 한 밥만 좋아해요. 요즘 할머니 집에 있으면서 살까지 빠졌다니까요.”앳된 목소리로 자기 무릎에 엎드려 말하는 도제훈의 모습에 노부인은 실소했다.“그러면 할머니가 네 엄마더러 요리하지 말라고 하면 수아 괴롭히는 악한 할망구 되는 거잖아?”“아니죠. 전 그저 할머니가 우리 엄마 음식 솜씨 한번 보라고 드린 말씀이에요. 정말 맛있어요.”도제훈은 맑은 눈을 깜빡거렸다.“할머니도 맛보면 알걸요!”“우리 제훈이, 우리 똥강아지 귀여워서 어쩌나!”노부인은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4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동생도 보살피고 엄마 일도 돕는다니 할머니가 되어서 귀여운 건 당연했다.이렇게 속 깊은 꼬맹이가 귀엽지 않을 리가.한바탕 해프닝이 있는 뒤 도예나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음식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두 아이 모두 조산으로 태어났기에 건강이 다른 애들보다 못한 건 당연했다. 그렇기에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무척 중요했다. 그때부터 도예나는 음식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18세 이전에 그녀는 확실히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부잣집 큰 아가씨였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뒤로 그녀는 점차 요리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점차 요리의 매력에 빠졌다.정성껏 차린 건강한 음식을 소중한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또 없었다. 행복은 그렇듯 간단했다.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풍성한 한 상이 완성되었다.노인의 입맛에 맞춘 닭고기 두부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짝지근한 호박죽과 닭 날개 구이, 그 외에도 돼지갈비와 잡채 그리고 깔끔한 국물까지…… 그야말로 맛과 구색을 다 갖춘 한 상이었다.“이게 다 네가 한 거라고?”노부인은 믿기지 않는 듯 도예나를 바라봤다.“이거 거의 뭐 호텔 셰프 급 수준인데.”그런데 그때, 도제훈이 닭고기 두부볼 하나를 집어 노부인의 밥 위에 얹었다.“할머니, 한번 드셔보세요. 드셔보시면 우리 엄마가 셰프들보다도 낫다는 걸 아실 거예요.”설마 하는 생각으로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노부인은 그 맛에
골든썬 국제 유치원. 유치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와 18세기로 타임슬립 했다고 해도 믿을 법한 고풍스럽고 화려한 건물.그리고 그 앞에 크고 작은 인영이 서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도설혜와 강세윤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엄마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주위 환경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강세윤이 자기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도설혜의 손을 뿌리친 것이다.도설혜의 눈살을 그 자리에서 팍 구겨졌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겨우겨우 억눌렀다.“세윤아, 이건 네 아빠가 결정한 건데 왜 나한테 심술이야?”“제가 언제 심술을 부렸다고 그래요?”곧이어 흥하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전 그저 아줌마가 저 만지는 게 싫어서 그래요.”“너!”도설혜는 순간 평정심을 잃을 뻔했지만 다시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혔다.“말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내 신경 긁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나도 네 아빠한테 할 말이 없으니까.”“휴학하러 온 건데 제가 언제 신경을 긁었다고 그래요? 아줌마가 들어가서 사인하세요. 전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하지만 강세윤의 앳된 얼굴에는 귀찮다는 표정이 가득했다.“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도망가면 네 아빠가 너 가만두지 않을걸.”도설혜는 그런 강세윤의 태도에 화를 참지 못하고 홱 돌아서더니 하이힐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갔다.‘내가 저놈을 진작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4년 동안 곱게 길러준 게 그녀는 계속 후회됐다.한편 강세윤은 건물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치 나 지금 기분 나빠요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았다.그도 그럴 것이, 휴학 신청을 하면 앞으로 집에서 나오기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전에는 유치원 생활이 너무 유치하고 매일 노래하고 춤추는 게 재미없어 몰래 도망쳐 나와 혼자 놀곤 했지만 집에 갇혀있기보다는 그게 백배 나았다…….그가 잔뜩 풀이 죽어 앉아 있을 그때, 마침 유치원 문 앞에서 크고 작은 인영 네 개가 보였다.익숙한 얼굴을 보는
‘이런 곳에서 그 남자 아들을 만나다니. 이래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나?;하지만 방금 남자애가 누구든 뭘 하든 그와는 하등 상관없었다.도제훈은 생각을 던져버린 채 다시 수아를 밀어주었다.그리고 5분쯤 지났을 무렵.강세훈이 장난감을 한가득 안아오더니 도제훈 앞에 툭 내려놨다.“이거 다 너 줄게.”도제훈은 어이없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내가 장난감 너한테 다 줄 테니가 수아 나 좀 빌려줘.”강세윤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조건을 내걸었다. 상대가 무조건 제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태도였다.이 장난감들은 모두 그가 유치원에서 자주 갖고 놀던 것들이다. 비행기 모형만 해도 몇백만 원을 호가했기에 선생님조차 고가의 장난감이라며 다른 애들은 만지게도 못했다.‘내가 이랬는데 흔들리지 않고 배겨?’하지만 도지훈은 흔들리기는커녕 눈빛이 오히려 차가워졌다.“내 동생은 사람이야. 이깟 장난감이 아니라고!”한마디 한마디 하는 순간마다 주위의 온도가 따라서 내려가는 느낌마저 들었다.그 모습에 강세윤은 흠칫 놀랐다.‘얘 말투가 왜 형이랑 이렇게 비슷하지?’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입을 삐죽거리더니 되물었다.“그러면 내가 뭘 해주면 수아가 나랑 놀게 할 건데?”“뭘 하든 안돼!”도제훈은 수아를 그네에서 안아 내리더니 몸을 홱 돌려 멀어졌다. 그 모습에 강세윤은 심통이 났다.“야! 너 어쩜 그럴 수 있어? 수아가 나랑 놀고 싶을 수도 있잖아.”그는 곧바로 두 사람을 쫓아가 수아의 얼굴을 검지로 콕콕 찔러댔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손목이 도제훈에게 붙들렸다.“내 동생한테 손대지 마!”도제훈은 싸늘하게 경고하더니 강세윤을 밀어버리고 수아의 앞에 막아섰다.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아오던 작은 도련님에게 이런 대접은 너무나 생소했다.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고 당장이라도 도제훈과 치고받고 싸우고 싶었다.그런데…….“경고하는데 앞으로 다시는 내 동생한테 접근하지 마. 내 엄마한테도!”도제훈이
두 아이의 입학 수속은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끝났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7시, 도예나는 두 아이를 유치원으로 데려갔다.“제훈아 동생 잘 돌봐야 해.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하고, 알았지?”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일 봐요. 동생은 제가 잘 돌볼게요.”도예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결심을 내린 듯 몸을 돌렸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않고 다시 고개를 몇 번째, 끝내 유치원에서 멀어졌다.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도제훈은 수아의 손을 잡고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학기 도중에 전학 온 터라 두 아이 모두 9반에 배정되었다. 9반 담임은 갓 스무 살을 넘은 우세정이라는 젊은 선생이었다.그녀는 귀여운 두 아이를 보는 순간 바로 마음을 빼앗겼다.“와, 네가 도제훈이구나. 이 애는 네 동생 수아 맞지?”“안녕하세요. 저는 도제훈이고 얘는 제 여동생 도수아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도제훈은 살갑게 맞이하는 선생님에게 예의를 갖춰 꾸벅 인사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우아함과 대범함까지 그야말로 놀라웠다.우세정은 두 아이의 머리를 만지고는 교실로 데리고 들어갔다.“얘들아,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 두 명이 왔어. 앞으로 잘 지내야 해.”예쁜 전학생은 누구나 다 좋아한다. 그건 파릇파릇한 고등학생이든 귀염뽀짝한 유치원생이든 마찬가지다.아니나 다를까 휴식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수아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곧바로 수아의 이상함을 눈치챘다.“도수아, 나 너랑 말하는데 왜 나 무시해?”“도수아, 너 정말 예쁘다. 나 너랑 친구 하고 싶은데 나 좀 봐주면 안 돼?”“도수아, 너 왜 말 안 해? 설마 벙어리야?”마지막 아이가 말을 꺼내는 순간 도제훈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그는 곧바로 동생 앞에 막아서며 말을 꺼낸 여자아이를 차갑게 째려봤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봐!”다른 아이들 앞에서 자기한테 차갑게 구는 도제훈의 태도에 여자애는 순간 화가 났다.이 유치원에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