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몬소프의 말은 따로 움직이자는 뜻이야.”안풍은 섬뜩한 웃음을 보이며 염구준을 노려봤다.“창성 삼숙은 이미 많이 다쳤다. 더 이상 너희들의 적수가 아니다! 먼저 창성 삼숙을 죽이고 로몬소프랑 같이 염씨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려!”쏴, 쏴!안씨 집안의 호위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한 사람은 두 팔을 벌리고 다른 사람은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둘 다 기력을 내뿜으며 빠르게 창성 삼숙을 향해 달려갔다.로몬소프는 그들보다 더 빨랐다!빠르게 퍼지는 차가운 정기가 그의 2미터 넘는 우람찬 몸을 감돌았다. 로몬소프는 통제가 안 되는 열차 같았는데 심지어 그의 몸과 공기 속에는 시뻘건 불꽃까지 튕겼다.그리고 그의 주먹!털이 두껍게 덮인 두 주먹은 마치 진정한 빙원의 곰 손바닥 같았다. 정기가 그의 손바닥에 압축되어 순백의 날카로운 얼음조각으로 변했다. 손을 내밀자마자 그의 손바닥은 이미 염구준의 머리를 쳤다.“속도는 괜찮네, 그런데 힘은... 그적저럭 봐줄 만해.”맹렬한 공세에도 염구준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손가락을 치켜들어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로몬소프의 손바닥을 찍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아쉽게도 자네가 쓴 수는 너무 난폭해.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고? 아직 멀었구나.”그는 말을 다 하고 바로 손가락을 내려놨다.1초 전까지만 해도 신마 같았던 로몬소프는 갑자기 귀신을 본 듯 놀랐다. 그의 수염까지 굳어져 버렸다. 그는 방울처럼 큰 두 눈을 더 크게 떴다.지독한 아픔이 온몸에 퍼졌다!그의 오른팔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빠르게 위축되었다. 자랑스러운 우람찬 체격도 힘없는 흙처럼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피부, 살과 피, 근맥, 뼈는 모두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되었다!그의 강진이 흡수당했다!극북 빙원에서 수십 년 동안 극한 정진을 수련했다. 하지만 염구준의 손가락 하나에 모든 걸 다 잃었다!“아니, 이게... 이게 무슨 수단이란 말인가?”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안풍은 안색이 완전히 변했다!한 수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절세의 맹수가 염구준의 몸에서 천천히 깨어나는 것 같았다. 그는 모든 걸 눈에 넣지 않는 절대 강자의 패기를 풍겼다.그의 주위에는 혈기가 솟구쳤고 살기등등했다.이게 바로 백번의 전쟁을 거친, 천리의 시신과 백골이 쌓인 수라장이다. 이게 바로 전신전 전주, 최강전신만의 패기다.내가 있으면 적은 없다!“아니야, 이건 절대 사실이 아니야...”안풍은 완전히 추태를 보였다.이류 최고 가문의 가주인 안풍은 처음으로 뼈저리게 공포를 느꼈다.눈앞의 염씨 젊은이는 전혀 사람 같지 않고 오히려 오래전의 홍황에서 나온 절세의 킬신 같았다. 안씨 가문이 어쩌다 이런 사람을 적으로 두게 되었을까?만약 후회 약이 있다면 주저없이 삼켰을 것이다!“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했지?”염구준은 기세를 거두고 뒤돌아 존경의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던 정소룡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게.”정소룡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안풍의 눈을 노려보며 호기롭게 말했다.“안풍, 손씨 그룹을 망쳐버리고 뿌리쨰 뽑아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나?”“잘 들어. 우리 정씨 가문은 이미 염 선생께 충성하겠다고 맹세했다!”“당신 앞에 선 이 사람이 바로 정씨 가문의 주인, 청해 무패의 왕, 손씨 그룹 손가을 대표의 남편, 염구준이다!”쿵!안풍은 벼락에 맞은 듯 저도 모르게 얼굴이 창백해져 뒷걸음질 쳤다.알았다...염구준, 그가 바로 염구준이다!북방 5관문을 통과하고 하룻밤 사이 남주와 북릉을 멸망시키고 8무도 호위까지 죽였다...이 모든 일을 벌인 사람은 관씨 가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추측이 다 틀렸다!이 모든 걸 한 사람은 이 남자가 분명했다. 예전에는 이름만 들었는데 드디어 그의 진짜 면목을 보게 되었다.전설 속 신비한 젊은이, 염구준!“비밀을 밝히는 순간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지. 비밀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을 모조리 죽이는 것이다.”염구준은 담담하게 안풍을 바
이유가 뭐냐고?성이 염씨라는 걸 들었을 때 이미 알았다. 당신이 바로 북방을 혼란에 빠뜨린 근원, 모든 북방 가문이 관심하는 초점, 강력하게 북방으로 진입한 무시무시한 인물, 염구준이다!“염 선생!”안씨 가문의 참상을 지켜본 심가성은 더 이상 행운이 있기를 바라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미친 듯이 염구준에게 절을 했다.“제발 용서해 주세요. 우리가 눈이 멀어서 염 선생을 잘못 건드렸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희에게 살 길을 주세요.”“원하신다면 심씨 가문은 염 선생에게 충성하겠습니다!”충성하겠다고?염구준은 이미 심가성의 반응을 예상했다. 그래도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눈치는 빠르네!“정소룡!”염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곁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서있는 정소룡을 보며 물었다.“심씨 가문은 이류집안일 뿐이다. 나에게는 있어도 없어도 되는 별 볼 일 없는 집안인데 자네 의견은 어떤가?”정소룡은 갑작스러운 총애에 놀라며 두 손을 모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정중하게 말했다.“안풍은 선생을 건드리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죽어도 마땅합니다. 그와 달리 정씨 가문에서는 선생의 신분을 짐작했으니 어리석은 집안은 아닙니다.”“현재 북방의 형세가 혼란스럽고 여러 세력이 서로 지위 싸움을 하는 시기이니 정씨 가문을 남겨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염 선생의 실력으로 정씨 가문을 없애도 아무런 영향은 없습니다. 단숨에 모든 걸 사라지게 할 수 있으니 진정한 무적이죠!”염구준이 웃었다.정소룡은 나이는 어리지만 분석도 일리가 있었고 사람 기분 좋게 하는 말도 잘했다. 그의 말은 다 사실이었다. 그래서 반감을 사지는 않았다!“그럼, 오늘부터 심씨 가문은 정씨 가문에서 관리한다.”염구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고 뒤돌아 정씨 가문의 장원 입구로 향했다. 그의 은은한 목소리가 장원 상공에서 울려 퍼졌다.“아무도 오늘 일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특히 나의 신분을 알리면 절대 안 된다.”소식을 퍼뜨린 자는 절대 용
염구준은 웃으며 검은 주판 구슬을 버렸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아까 봤겠지만 로몬소프를 죽이는 정도는 나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다.”“내 실력을 봤는데도 감히 이렇게 기습해? 기회 있을 때 빨리 도망가지 않고 뭐해?”도망?누가 도망을 가?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두 손으로 주판을 쥐고 염구준을 향해 웃었다.“염구준, 밤새 잠복해서 겨우 당신의 신분을 알아냈다. 이미 북방에 왔으니 살아서 떠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누구나 약점은 있다, 너도 다들 게 없지. 로몬소프를 죽였다고 네가 나의 상대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내 손의 주판은 염라대왕의 명령이다. 만 명을 잘못 죽여도 절대 한 놈을 놔주지 않는다. 당신이 염씨 가문의 자식이든 아니든 오늘 네 목숨은 내가 가져가야겠다!”자고로 용하국의 무도계에는 많은 금기가 있다. ‘승도부유와 적대하지 않는다’와 ‘무기가 이상할수록 사람을 더 빨리 죽인다’는 옛말도 있다.그 뜻은 즉 승인, 도사, 여자와 아이, 그리고 이상한 무기를 쥔 사람은 일반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살인 수단으로 심지어 급을 초월해 가며 사람을 죽여 피하려고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눈앞에 있는 검은 두루마기 차림에 얼굴을 가린 사람도 이런 부류에 속한다.퍽, 퍽, 퍽...그는 시뻘건 혀를 내밀어 탐욕스럽게 입술을 핥았다. 그는 죽임을 당할 어린 양을 바라보듯 염구준을 바라보며 천천히 두 손으로 주판을 두드렸다. 이상한 무언가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음파공세!옛 용하국에는 ‘사자후공’, ‘비파행’, ‘철쟁명음’, ‘사혼피리’ 등의 음률을 이용한 무기가 많았다. 이 모두 사용자의 내진으로 음파를 내보내는 것인데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살인 효과가 뛰어났다.주판도 음률 무기가 될 수 있다!주판이 부딪히면서 공중의 음률은 점점 빨라졌다. 그 소리는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악곡 같았다. 소리의 음절은 모두 염구준의 숨결 사이를 뚫고 날카로운 침처럼 쉽게 그의 가슴을 찔렀다. “하하, 당신 당했어!”주판
주판 두드리는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 가마에 콩을 볶는 듯한 큰 소리에 공기 속에는 맨눈으로도 확인 가능한 파문이 생겼다. 파문은 연이어 염구준의 머릿 속으로 파고들었다.이제 됐다!검은 두루마기 차림에 얼굴을 가린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고 호탕하게 웃었다.“하하, 공을 들여 찾아도 못 찾는 물건을 무심결에 발견한다더니. 큰형님은 참 멍청하지. 나더러 절대 염 씨 남자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다니 뭐...”그의 말이 뚝 끊겼다!10미터 밖, 이미 죽었어야 하는 염구준은 목을 살짝 돌리면서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짓고 남자의 말을 음미했다.“그건 참 재밌는 말이네. 자네 형님이 누구냐? 왜 염 씨 남자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어? 아직 안 죽었단 말인가?”검은 두루마기 차림에 얼굴을 가린 사람은 믿기 어렵다는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너, 너 왜 아직 살아있어? 내 주판 음파는 분명 너의 머리에 들어갔는데, 당신...”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음파의 수단을 막기 힘든 건 사실이다. 만약 전신 강자가 직접 이 수를 쓴다면 상황이 꽤 복잡해졌을 거다. 하지만 이 사람은 왕자 초기에 불과하다. 염구준에게는 추호의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엄청난 실력 앞에서는 무슨 수작을 써도 쓸모가 없었다.“네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젠 내 차례다.”그는 오른손을 들고 멀리 검은 두루마기 차림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받은 걸 그대로 돌려준다고 했다. 네가 음파에 능하니 나도 음율을 보여주겠어. 제대로 된 음률이 뭔지 잘 보아라!”말을 마친 염구준은 오른손 엄지를 살짝 비볐다.누구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손가락 튕기기, 그 소리가 밤하늘 아래 조용히 울려 퍼졌다!보통사람이 튕기는 손가락은 아무 위력도 없어 누구도 다치게 할 수 없다. 심지어 소리가 크지도 않다.하지만 염구준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또렷한 기류가 그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빠르게 퍼졌다. 순식간에 그 기류는
참으로 좋은 소식이었다. 염구준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아내얼굴의 기쁨을 상상하면서 무척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을아, 제품이 출시된 후 너는 북방으로 올 수 있어! 우리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했구나! 내가 보고 싶어?”“올 때 잊지 말고 희주도 데리고와! 그 계집애도 분명 아빠가 보고 싶었을 거야!”전화 반대편의 손가을은 마음이 따뜻해졌고 이쁜 얼굴에는 수줍음이 달아올랐다. “실험실의 연구개발팀이 말하기를 최장 3일이면 임상결과를 확인할 수 있데요. 그 때 희주네 학교가 방학하면 꼭 데리고 함께 갈게요!”3일뒤면 가을과 희주를 볼 수 있겠구나!염구준의 눈빛에는 기대가 넘쳤고 휴대전화를 잡고 지극한 마음으로 “가을아, 기다릴게!”라고 말했다.말하고 나서 전화를 가볍게 끊어버리고는 신속히 뒤를 돌아 검은색 베일을 쓴 남자와 겨루었던 지점으로 돌아가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더니 산산조각이 난 주산을 줍기 시작했다. 한 쪼각, 두 쪼각, 세 쪼각…부서진 주산은 점차적으로 맞추어졌으며 염구준은 주산표면의 문의를 보더니 갑자기 동공에 지진이 왔다. 단풍잎!검은 색 철주산은 완전히 맞춰지지는 않았지만 이 단풍 문의를 볼 수 있었다. 기습했던 검은 색 베일의 복면인은 검은색 단풍조직의 성원임이 분명했다. 흑풍, 한 동안의 고요함 뒤에 그들은 다시 한번 나타났다. …당일 심야, 북방, 10대1류세가중의 하나, 길씨가문!“컥, 컥컥”까마득한 어둠속에 중상을 입은 작은 그림자가 휘청거리며 길씨가문별장 문앞에 달려가 얼굴에 씌어있던 검은색 스카프를 벗고서는 바닥에 쓰러졌다. “셋, 셋째 나으리!”별장 대문의 양측에 서있던 두 명의 길씨가문 보디가드가 막아서려고 했다. 이 부상입은 노자의 얼굴을 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길씨 현재 가주 길가안의 친 동생인 서열 3위인 길가봉, 일명 길씨 셋째 나으리였다. 떵떵떵떵길가봉이 중상입고 복귀하면서 전체 길씨가문은 난장판이 되었다. 발걸음소리는 끊기지 않았고 끊임없이 뜨거운 물과 귀중한 중약재를
길가안의 마음은 거하게 진동하였고 뒤돌아 침대에 누워있는 셋째 동생을 보더니 눈에서는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셋째 동생, 같은 혈육인 형제는 더 이상 구해낼 수 없게 되었다. “길씨 가주님! 제가 길씨 셋째 나으리한테 회광 칠성침을 놓아드리겠습니다. 할 말씀이 있으시면 다그쳐 교대하시기 바랍니다.”귀수 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더니 앞으로 한발짝 나서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침낭에서 7개의 은침을 꺼내였다. 그리고 휘두르더니 순서대로 셋째 나으리의 이마에 꽂았다. 생명의 잠재력을 활성화하였다. 은침이 혈자리에 꽂히면서 간들간들하던 셋째 나으리는 갑자기 몸에 힘주더니 빛이 없던 두 눈에는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했고 목소리에는 ‘컥컥”하더니 드디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허약한 목소리로 “형, 형님!” 하고 말하였다. 쏴길가안은 조건반사처럼 침대옆에 다가가더니 셋째 동생의 눈을 바라보며 두 눈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셋째야, 무슨 소원이 있느냐? 아니… 도대체 누가 너를 이 모양으로 만든거야? 형한테 알려줘! 형이 반드시 모든 것을 걸고 너를 위해 복수해줄게!”“컥,컥”셋째 나으리는 낮은 소리로 기침을 하더니 무언가를 얘기하려다가 입가에서 갑자기 피가 쏟아졌고 눈에서 가까스레 깨어난 빛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귀수 리는 그에게 회광 칠성침을 놓아 그의 나머지 생명력을 강제적으로 깨웠는데 이는 너무 오래 지속될 수가 없었다. “셋째야!”길가안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하였고 갑자기 섬뜩 놀라더니 호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외관으로 되어있는 구식 휴대폰을 꺼내어 셋째 손에 건넸다. “말하지 말고 타자해서 알려줘!”“너를 상하게 한 자가 도대체 누구야? 어느 가문의 고수란 말이야?”침대위에 있던 셋째 나으리는 휴대전화를 잡고 손가락은 플라스틱 버튼 표면에서 격렬하게 떨더니 눈가의 근육이 떨기 시작했다. 아무 글짜도 입력하지 않았지만 피 묻은 손가락으로 대문자 ‘W’ 를 입력하였다. 그리고 팍하는 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외관의 구식 휴대전화는
많은 삼류 가문의 충성을 표함과 동시에 현재의 정씨가문은 이미 2류 최상층의 세가로 거듭나 일류세가와는 단 한 발짝 차이를 두고 있었다. 길씨 셋째의 장례식에 참가할 자격은 완전히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때 정씨 가문의 가주 정소룡은 길씨 가문에 가지 않았을뿐더러 정씨가문 정원에 있는 정자에 앉아 눈앞의 젊은 남자에게 허리를 굽신거리고 있었다.염구준!그의 손에는 주산의 조각이 놓여있었고 위에는 단풍무늬가 낙인되어 있었다. 그는 정소룡을 보더니 “길씨 가문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어?”정소룡의 이마에는 땀이 스며나왔다. 어젯밤에 염사장이 정씨네에서 나온 후 얼마 안 되어 기습을 당하였다니… 염사장의 실력이 막강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피습 받아 위태롭게 되었을 것인데 지금 갑자기 길씨 가문을 물어보다니…그는 더 깊이 생각할 수 가 없어 다급히 사실대로 보고 하였다. “소인이 장악한데 의하면 길씨가문의 유래는 민국시대에서부터 시작되며 줄곧 북방의 명문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확인됩니다.”“현재 길씨가주 길가안은 삼형제중의 맏형입니다. 둘째는 오래전부터 갑자기 실종되어 많은 사람들이 전하는데 의하면 모종의 신비한 종파에 가입하였다고 합니다.”“셋째 길가봉은 길씨가문의 핵심 재무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사람은 매우 겸손하여 자주 얼굴을 들어내지 않았는데 이번에 갑자기 죽게 된게 좀 의외입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정소룡은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놀란 표정으로 물어봤다. “염보스님, 혹시 어젯밤 습격자가?”“길가봉이야, 틀림없어. 염구준은 손에 쥐고있던 주산조각을 가지고 놀더니 “전세대 재무하시는 분들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니까 주산을 능숙히 사용을 해야 했어. 하지만 고작 일류의 세가도 왕자급의 무사를 소유하고 있을 줄이야. 참 깊게도 숨기셨네…”정소룡은 입가를 움직이더니 말을 하지는 않았다. 북방의 물은 너무 깊었다. 표면으로 볼 때 삼대 명문이라 하여도 기껏해야 종사지상이 좌진하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손씨그룹이 북쪽으로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
“잠깐만, 당신 이름이 뭐야?”이런 실력이라면 아무리 부하들이 많아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이다.”이름일 뿐 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그가 정체를 밝히자 코브라는 겁에 질려 목소리까지 떨렸다.속으로 망했다고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싶었다.“염 선생님, 오해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이 사람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었다.“그럼 저 사람들은?”염구준이 주변 철창을 둘러보며 말했다.“그게…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코브라는 살짝 망설이다가 웃으면서 타협했다.“아니, 내 뜻을 오해했어. 내 말은 저 사람들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지?”염구준이 엄하게 질문했다.용하에서 국민들을 해쳤으니 여기서 쉽게 끝내면 안 되었다.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코브라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어떻게 하고 싶습니까?”“무슨 상황인지 전부 말하고 너희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 그러면 살려 줄게.”염구준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상대방은 올 게 왔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상의할 여지는 없습니까?”코브라가 질문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기운을 움직이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하, 저 사람들의 피를 뽑을 때 상의하고 했나?”염구준이 비웃으면서 되물었다.어떤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이러나 저러나 죽게 생겼는데 한번 붙어보자.”코브라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명령을 내렸다.스스슥!한 무리 그림자가 한 사람을 향해 전신 경지 실력을 펼치며 공격했다.그 반면, 코브라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고 했다.“뭘 그렇게 급하게 도망쳐?”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공격하러 온 부하들은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었다.“겨우 이 정도로 앞길을 막다니 너무 자신만만하지 않나?”“날 죽이면 안 됩니다. 저는 거록 존주의 사람이에요.”코브라는 도망칠 수 없게 되자 뒷배를 내세웠다.“거록 존주?”염구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정보를 떠올렸다.흑풍, 여우, 청목과 맞
방심했었다.우두머리는 제자리에 서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스가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으니 어떤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벙어리야?”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공격했다.몇 차례 공격을 퍼부어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했다.“잘 생각하고 말해. 한 번만 기회를 줄게.”염구준이 마지막으로 통보했다.“할 말 없어!”그드득!우두머리가 말하는 동시에 염구준은 목을 부러트렸다.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든 것이 순식간에 발생했다.염구준은 죽은 사람을 옆에 던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보스는 뒤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이제 보니 정보가 틀렸군. 하지만 무성의 실력이라면 통제할 수 있어.”그가 신경 쓰는 것은 염구준일 뿐 부하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마술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감시실에서 나왔다.염구준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했으니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한편, 염구준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것은 함정이었다.“살려줘…”그가 한참 걸어갔을 때 앞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목소리를 들으니 곧 죽을 것 같았다.염구준은 걸음을 재촉하여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희미한 불빛을 빌어 상황을 살펴보다 조금은 경악했다.이곳에 철창 10개 정도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었다.남자, 여자할 것 없이 노인과 아이들도 있었다.그 사람들 상태는 몹시 허약했다.방금 관중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마술쇼를 하면서 사라진 사람들 같았다.염구준처럼 말이다.이 사람들은 가슴에 감은 붕대에 핏자국이 묻어 있고 공기에도 피비린내가 풍겼다.‘설마 심혈?’이 사람들 심장에서 피를 뽑은 것 같았다.전에 고전 서적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이런 수법은 이미 사라진 고대 사술에서만 사용했고 보통 무술인의 실력을 제고할 때 사용했다.그러나 선정된
마술사는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갑자기 문을 열어서 상자 안을 보여줬다.사람은 사라지고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아빠 사라졌나 봐요.”그 장면을 본 염희주가 얼떨떨해졌다.관중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염구준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인근 도시에서 전해진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한편, 염구준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그곳의 불빛은 희미하고 주변은 어두컴컴했다.무대 아래였다.그는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면서 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었다.무대에 장치가 있었다. 이것이 서커스단의 속임수였다.무대가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선반 위에 무대가 있고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서커스단에서 왜 염구준을 죽이려고 하는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했다.“일단 지켜보자.”그는 전방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이곳에 통로는 하나였다.방음은 엄청 잘 처리되어서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하하하.”갑자기 몸통 절반이 나타나면서 음침한 웃음소리를 냈다.도구였다.그는 힐끗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바로 지나갔다.기운도 없고 위기감도 없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귀신집에서 염구준 같은 손님을 만난다면 바로 문을 닫을 것이다.이어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지만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CCTV를 통해서 그를 지켜보면 누구는 속이 바짝 탔다.이런 식으로 염구준이 공격하도록 유도해서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한 팀을 데리고 내려가서 실력을 테스트해 봐.”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을 열었다.“네.”옆에 있던 사람은 공수하며 대여섯 명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 사람들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였다.통로에서 한참을 걷던 염구준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움직였다.‘누가 오고 있어.’발자국 소리가 아무리 조용해도 그의 예민한 귀를 피하지 못했다.그는 어떤 경지의 힘을 사용할지 고민했다.만약 제대로 싸우면 배후가 실력을 알고 도망칠 수 있으니까.스스슥!그때 몇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