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왜인지는 묻지 않는 거야?”윤구주는 소채은의 태도에 호기심이 생겼다.소채은은 윤구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바보야, 아까 규비 씨가 나한테 얘기해줬어. 너랑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네 형제에게 문제가 생겼고 반드시 네가 그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말이야. 난 모두 이해할 수 있어!”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깨달았다.연규비가 미리 소채은에게 얘기를 해준 것이다.“그래도 미안해. 또 너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그윽한 눈빛으로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소채은은 고개를 저었다.“넌 화진의 구주왕이잖아. 바쁜 건 당연하지. 그러니까 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난 규비 씨한테 얘기했어. 난 앞으로 너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거라고.”소채은이 자신을 이해해 주자 윤구주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뒤이어 윤구주는 서울로 갈 준비를 했다.거실 안.윤구주는 서울로 가기로 결정한 뒤 사람들을 전부 소집했다.정태웅, 천현수, 원성일, 연규비, 박창용, 남궁서준, 그리고 백경재까지 말이다.다들 윤구주가 서울로 갈 준비를 한다는 걸 알고 본인들도 한바탕 싸울 준비를 했다.그러나 윤구주의 이어진 말에 그들은 곧 실망스러워했다.이번에 서울에는 천현수와 정태웅만을 데려갈 것이고 남은 이들은 전부 강성에 머무르라고 했기 때문이다.그 말에 박창용이 제일 처음 나섰다.“저하, 저도 서울에 갈 수 없단 말입니까?”“창용 씨는 갈 수 없어.”윤구주가 말했다.“무엇 때문입니까?”박창용은 원망스러운 얼굴이었다.“창용 씨는 창용 부대의 총사령관이자 우리 화진 10대 군사 구역 중 하나잖아. 창용 씨가 움직인다면 국방부에서는 분명 알아차릴 거야. 그렇게 되면 창용 씨는 반란하려고 했다는 낙인이 찍히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 화진에 어떠한 재앙이 찾아올지 예상이 가지?”그의 말에 박창용은 침묵했다.“저하 말씀이 맞습니다. 박 사령관님은 강성에 남으시죠.”천현수도 그를 설득했다.박창용은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내키지 않는 표
다들 떠난 뒤 거실에는 여신처럼 아름다운 연규비와 윤구주만 남았다.“구주야, 내게 남으라고 한 건 채은 씨에 관해 묻고 싶어서지?”연규비는 아주 똑똑했다. 윤구주가 남으라고 하자 연규비는 예쁜 눈을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정말 너에게는 뭘 숨길 수가 없네.”윤구주는 인정했다.“솔직히 얘기할게. 널 남긴 이유는 너와 채은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야.”연규비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에 관한 일은 채은 씨에게 대충 설명해 줬으니까.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고마워. 그리고 너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화폭을 하나 꺼냈다.그것은 아주 오래된 듯한 화폭이었는데 짐승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그걸 꺼내자 연규비는 예쁜 눈을 반짝이면서 궁금한 듯 고개를 돌렸다.“이건 뭐야?”“이건 무도 비법이야. 이름은 접무구변이지. 이건 여자에게 적합한 공법 비법이야.윤구주는 들고 있던 화폭을 연규비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접무구변?”연규비는 화폭을 쓱 훑어보더니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이 공법을 채은 씨에게 가르쳐주길 바라는 거야?”연규비는 예쁜 눈을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고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도 알다시피 채은이는 평범한 사람이야. 그래서 난 반드시 채은이를 변화시켜야 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주 길 테니까 말이야. 채은이가 이 접무구변을 수련한다면 대가 9품이 안 되는 사람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윤구주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사실 윤구주는 줄곧 소채은을 신경 쓰고 있었다.그는 화진의 왕이지만 소채은은 그저 평범한 여자였다.윤구주의 말대로 만약 두 사람이 만남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아주 긴 길을 걸어야 했다.그러니 소채은은 반드시 수련하여 실력을 높여야 했다.그래야만 윤구주의 곁에 진정으로 함께 설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연규비는 윤구주의 마음을 깨닫고 말했다.“넌 정말 채은 씨에게
전용기에 탄 윤구주는 마지막으로 모두를 쭉 둘러본 뒤 문을 닫았다.전용기는 활주로 위를 달렸다. 드디어 서울 전투가 시작되었다....호화로운 전용기 안.윤구주는 전용기에 탄 뒤 줄곧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서울은 한때 윤구주가 왕의 신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었다. 종문, 국방부, 문벌, 4대 서열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구주천왕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있었다.옆에 있던 꼬맹이 남궁서준은 줄곧 묵묵히 윤구주의 곁을 지켰다.뒤에는 정태웅과 천현수가 있었다.강성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려면 세 시간 정도 걸렸다.세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렀다. 잠시 뒤, 그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화진의 가장 큰 경제 중심이자 정치, 권력 중심인 서울에는 하늘 높이 치솟을 듯한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저하, 저희 돌아왔습니다!”입을 연 사람은 정태웅이었다.그는 말하면서 흥분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과거 그들은 윤구주를 따르면서 아주 위풍당당하게 서울에서 지내며 다른 지역을 장악했었다.그러나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았다.지금 서울에는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이 있었다.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뜬 뒤 아래쪽의 익숙한 도시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그래, 돌아왔네.”10분 뒤, 전용기는 한 개인 공항에 착륙했다.그 공항은 암부의 비밀 공항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쓸쓸해 보였다.전용기에서 내린 뒤 정태웅은 텅 빈 공항을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젠장, 전부 국방부의 그 잡놈들 때문이에요. 그놈들만 아니었다면 저하가 돌아왔을 때 9부 24사의 사람들 모두 무릎 꿇고 저하를 맞이했을 거예요!”“됐어. 그만 얘기 해. 날 믿어. 우리 저하가 돌아왔으니 우린 분명 다시 정상에 서게 될 거야.”천현수가 말했다.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공항에서 나온 뒤 정태웅이 말했다.“저하! 우선 여기 계세요. 제가 가서 차를 부를게요!”그곳은 비교적 구석진 곳이었고 암부
남궁서준은 고함을 지르면서 유용검을 휘둘렀다.스스슥!십여 개의 검기가 그 순간 날아갔다.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검기가 사방을 공격했다. 쿵쿵 소리와 함께 주위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남궁서준이 검기로 공격하자 윤구주가 한 손으로 그를 만류했다.“꼬맹이, 넌 일단 물러나 있어.”남궁서준의 앳된 얼굴에서 언짢음이 보였다. 그러나 소년은 순순히 윤구주의 뒤로 물러났다.윤구주는 눈을 번뜩이며 호기롭게 주변을 바라보았다.“다시 한번 말할게. 얌전히 나오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줄 알아.”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쿠궁!이때 지면이 갑자기 떨렸다.“킥킥! 역시 우리 화진의 왕다우시네요.”아주 거칠고 소름 돋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곧 8명의 사람이 땅속 갈라진 틈으로 나타났다.8명은 모두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걸 보니 그들이 신급 강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러나 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8명의 신급 강자가 나타나자 정태웅, 천현수는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8명의 신급 강자가 안중에도 없는 듯 말이다.“구주왕을 뵙습니다!”8명의 신급 강자는 모습을 드러낸 동시에 윤구주에게 인사를 했다.그들은 이미 윤구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윤구주는 덤덤히 시선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 신분을 알면서 내 앞에서 꿍꿍이를 부리려고 해?”그중 마르고 키가 큰, 검은 망토를 쓴 노인이 말했다.“사람들은 구주천왕이 천하무적이라고 하죠.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하지만 저희도 명령을 받고 온 터라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할 말 있으면 빨리하는 게 좋을 거야.”“역시 구주왕다우시군요. 아주 호탕하십니다
아무도 윤구주가 겨우 손을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게다가 그가 죽인 사람은 무려 신급 강자였다.윤구주는 번듯하게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감히 공공연히 우리 화진의 땅을 분열하려고 해? 이건 멸족해야 마땅한 죄야.”맞는 말이었다.조금 전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은 윤구주가 서울을 떠난다면 땅을 할거하여 자신을 왕으로 칭해도 상관없다고 했다.그건 분열을 야기한 것과 다름없었다.화진 제일의 왕인 윤구주로서는 그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윤구주가 신급 강자인 노인을 죽이자 나머지 신급 강자들은 전부 몸을 흠칫 떨었다.“구주왕! 저희는 구주왕을 존경하고 공경합니다. 하지만 천자령이 있는 한 저희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화진의 5천 년 되는 역사를 위해, 서울의 문벌, 세가, 종문, 국방부, 4대 서열을 위해 서울을 떠나주십시오!”그중 한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앞으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4대 서열로 날 압박하려고? 어이가 없군. 4대 서열은 물론이고 이 세계라고 해도 나 윤구주는 모두 평정할 수 있어. 그런데 감히 천자령 따위로 날 막으려고 해?”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저희는 감히 구주왕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서울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 것뿐입니다. 구주왕, 국주 천자령의 체면을 봐서라도 잠시 서울을 떠나주십시오.”“평화? 너희들 따위가 감히 평화를 입에 올려? 우리 화진의 장병들이 10개국과 혈전을 벌이면서 국토를 지킬 때 너희들은 어디서 뭘 했지?”윤구주의 말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8명의 신급 강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구주왕은 구주 군신이라고도 불렸다.화진이 역사를 지키고 태평성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윤구주가 형제들을 데리고 싸웠기 때문이다.그런데 누가 감히 윤구주의 앞에서 평화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형님! 제가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이겠습니다!”꼬맹이 남궁서준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윤구주가 서울로 가는 걸 막았던 8명의 신급 강자 중 2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다.남은 6명의 신급 강자는 간담이 서늘해졌다.신급 강자가 되면 천인이라고 불린다.천인이란 무엇인가?천인이란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야 도달할 수 있는 절정의 내공이었다.그러나 윤구주와 눈앞의 꼬맹이는 신급 강자 두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비록 그들은 신급 강자 초급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급 강자였다.“구주왕, 국주의 명령을 거역하실 생각입니까? 화진을 배신하실 겁니까?”검은 망토를 입은 한 노인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배신? 하하, 너희 따위가 감히 배신이란 말을 해? 나 윤구주는 화진인으로 태어났고 죽어서도 화진인이야. 난 화진을 지키는데 내 평생을 쏟았어. 그런데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내 앞에서 배신이란 말을 입에 올려?”윤구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시무시한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엄청난 살기는 모든 걸 뒤덮을 듯했고 심지어 눈앞의 공기마저 흐름이 멈춘 듯했다.윤구주의 몸이 하늘로 치솟았고 금색 빛줄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졌다.눈부시게 빛나는 금빛과 함께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를 바라보았다.“난 오늘 서울에 갈 것이다. 신이 날 막는다면 난 신을 죽일 것이고, 악마가 날 막는다면 난 악마를 죽일 것이다.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그 어떤 세력이든 감히 내 형제를 해치려고 했다면 전부 죽일 것이다!”무자비함이 느껴지는 매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는 일제히 물러났다.“엄청난 살기야. 큰일이야! 설마... 우리를 전부 죽일 생각인 건가?”한 신급 강자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구주왕, 저희를 죽이신다면 종문, 세가, 문벌 모두 구주왕의 적이 될 겁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장총을 든 신급 강자는 덜덜 떨면서 말하는 와중에 온몸을 방어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그는 봉왕팔기로 종
술법의 끝은 절정에서 비롯된다.그것이 팔기지 중의 술현지였다.눈앞의 거대한 구덩이와 살해당한 8명의 신급 강자를 본 정태웅은 흥분해서 말했다.“저하, 드디어 전성기 실력을 회복하셨군요!”“뭘 안다고 그래요? 우리 형님은 아직 마지막 두 개는 시전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우리 형님이 8개를 모두 시전한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남궁서준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뜨거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를 가장 존경하는 남궁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그를 롤모델로 삼았다.그것이 남궁서준이 계속 윤구주의 뒤를 따르는 이유기도 했다.“꼬맹이 네 말이 맞아. 우리 저하가 8개를 모두 시전한다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윤구주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고 봉왕팔기로 세상에 위세를 떨쳤다.그는 천 년 동안 흩어져 있던 세가, 종문, 수많은 문벌과 서열들을 통일하였다.서울로 돌아온 윤구주는 자신이 서울의 각 세력의 저지를 받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저하, 아까 그 8명은 정체가 뭐죠? 시체를 파헤쳐서 한 번 조사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정태웅의 질문에 윤구주가 대답했다.“세가, 종문, 문벌, 3대 서열을 제외하면 누구겠어? 게다가 서울의 세력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어.”‘뭐?’“이 빌어먹을 놈들, 저하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 그 지독한 여자를 새로운 왕으로 섬긴 겁니까?”정태웅은 씩씩대면서 말했다.“그건 그들이 날 두려워했기 때문이야. 그들에게는 내가 눈엣가시였겠지. 그래서 이 기회를 틈타 새로운 왕을 세워 화진에서의 본인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했을 거야.”윤구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이 망할 놈들, 전부 죽어 마땅하네요! 저하, 당시 곤륜에서 3대 서열을 전부 죽여야 했어요!”정태웅이 살기등등하게 고함을 질렀다.“걱정하지 마. 저번에는 다 죽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뿌리째 뽑아버릴 거니까. 가자! 또 누가 감히 날 막아서는지 두고 보겠어!”윤구주는 차갑게 말
금빛 망포를 입고 왕관을 쓴 문아름은 고대 황후와 무척 비슷했다.경국지색의 아름다운 얼굴은 여제의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미간에 있는 불꽃 표식은 그녀를 더욱 기묘해 보이게 했다.“서울에 왔다고?”문아름은 느긋하게 물었다.“네! 그리고 저희 세 가문에서는 그를 막기 위해 8명의 신급 강자를 보냈습니다...”선두에 선 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이 입을 열었다.“8명? 하하, 과거 화진 제일의 왕이었던 그를 너무 얕봤군. 8명이 아니라 80명이 간다고 해도 죽음을 자초하는 것인데 말이야.”문아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서울의 3대 문벌인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저하, 이제 저희는 어떡합니까?”문아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이 그가 서울에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사람들을 보낸 건데 왜 나한테 묻는 것이지?”그 말에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은 곧바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는...”“세 문벌로 천하제일의 화진 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참 우습군. 당시 그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어. 세가, 종문 모두 그에게 죽임당하고 굴복했지. 그런데 겨우 세 문벌이 무슨 수로 그를 막는단 말이지?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야.”문아름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문아름의 말이 맞았다.화진에서 국방부를 제외하면 3대 서열에서 세가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종문, 문벌은 세 번째였다.겨우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로 윤구주를 상대하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었다.“저하, 살려주십시오! 저희 세 가문은 문씨 일가에 목숨을 바쳐 충성했습니다. 제발 이번만 저희 세 가문을 살려주시면...”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은 문아름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으면서 애원했다.어쩔 수 없었다.그들이 건드린 사람은 화진 제일의 왕이었으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하, 저희 세 가문을
두둥!수옥인은 이제야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인간 세상은 물론 신의 경지까지 관여하려고 하다니! 정말 겁도 없이!’바로 이때, 천옥 상공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고, 검은 구름 뒤에 수많은 신의 그림자가 반짝이고 있었다.지면도 함께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어마어마한 악마가 땅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큰일 났어요! 구주왕님! 신께서 노하셨어요!”수옥인은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신께서 노하셨다고? 그게 뭐가 무섭다고. 너의 스승을 봐서라도 오늘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 오늘 내가 문을 부순 것은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윤구주는 눈에서 금빛 광선을 발사했다.봉왕팔기! 이화금안 발동!윤구주는 눈의 힘으로 수옥인을 휘감아 그를 다시 비석 안에 봉인시키고는 뒤돌아 십만 대군을 바라보았다.“지금 신이 나 윤구주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난 태어난 그날부터 신과 같은 존재를 믿지 않았어.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꼭 겨뤄보고 싶어. 나와 함께 하는 자는 신과 적이 되는 거야. 나와 함께 신을 죽일 용기가 있는가?”‘신을 죽인다고?’십만 대군은 모두 열광의 표정을 지었다.특히 장군들은 윤구주를 따르기 시작하면서 한번도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리기만 한다면 눈앞에 지옥이 있다고 해도 주저 없이 뛰어들 사람들이었다.“죽여!”십만 대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 대열에 은은하게 금색 빛이 나타났다.“화진의 새로운 국운이 나타난 거야!”진동왕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이것이 바로 임씨 일가가 바라던 바였다.윤구주가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켰으니 화진에도 후계자가 생긴 것이다.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하늘의 신마저도 두려워해야 했다.하늘의 검은 구름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국운을 가리기 어려웠다.“역시 윤구주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오늘부터 인간 세상은 자유로워질 거야! 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막을 수도 없어. 문을 부숴버리자고!”진동왕은 법기를 소환하고 윤구주
‘조상님?’이 세글자를 한 초라도 늦게 말했다면 수옥인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진동왕은 그만 웃고 말았다.“보아하니 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 수련할 때 여기에 있는 신들을 두려워한 게 맞네.”윤구주가 한 손으로 신검을 다루며 여덟 명의 신을 베었을 때 다른 신들은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서야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수옥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그래서 윤구주가 검을 빼 들려고 하자 급히 무릎을 꿇은 것이다.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의 위엄은 신을 죽여서 얻은 것이다.“이제야 말이 되네.”윤구주는 수옥인이 고개를 숙이자 비로소 검을 거두었다.“구주왕님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수옥인은 무릎을 꿇고 잘 보이려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여기 와서 뭘 하겠어. 당연히 귀신족 잔당을 없애려고 왔겠지.”윤구주가 냉랭하게 말했다.수옥인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는 규칙이 있는 거예요. 비록 구주왕님께서 곤륜 구역에서 수련하셨지만 아직 곤륜 구역에서 신위를 물려주지 않았으니 본질적으로 구주왕님은 인간과 마찬가지예요. 인간은 신의 경지에 관여할 수 없어요.”분노가 치밀어오른 윤구주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하지만 그래도 애써 화를 참으며 말했다.“신의 경지의 규칙? 그래. 규칙을 한번 따져보자고. 곤륜 구역과 임씨 일가가 약속했듯이 화진 귀신족은 우리가 처리하고 곤륜 구역의 귀신족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화진 귀신족들은 모두 해결되었는데 곤륜 구역에서는 왜 잔당을 제거하지 않는 거지?”수옥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서 제거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에요.”“그러면 말해! 언제 제거할 건지.”윤구주가 또다시 물었다.“그게... 언제 제거할 건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수옥인이 대답하자 윤구주는 박장대소를 지었다.‘이렇게 말할 줄 알았어.’수옥인의 직책은 절대 작지만은 않았다.그의 말은
“에헴.”진동왕은 고개를 저으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저는 이번에 왕의 명을 받고 귀신족 잔당을 없애러 왔지만 임씨 일가 제1대 국주님이 곤륜 구역과 한 약속에 의하면 곤륜 구역의 귀신족 잔당은 그쪽에서 처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저희 화진에서 직접 처리할 것이니 문을 좀...”슉!진동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투영 속 방은 즉시 살기가 가득 찼다.“네 이놈! 왕의 명령이 무슨 소용이야. 신 앞에서는 무릎 꿇고 말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왕의 명령을 논하는 거야. 이만 돌아가.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거야.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수옥인은 여전히 진동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사람을 이 정도로 무시한다고?’진동왕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십만 대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신이든 악마이든 일단 한 판 붙어보고 싶었다.진동왕은 대군을 안정시킨 후 다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난 안 되겠어. 수옥인이 신의 경지의 규칙으로 나를 압박하고 있어. 더 이상 저 노인네를 건드리지 못하겠어.”진동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 천술은 제가 이미 간파했어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강제로 부술 수밖에 없어요.”투영 속 책을 읽고 있던 수옥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어디서 이런 허세를 부려. 너같이 평범한 인간이 천술을 간파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책은 나중에 보고, 과연 누가 이렇게 오만방자한지 확인해 봐야겠어.”수옥인은 뒷짐을 쥐고 서 있는 윤구주를 보고 침묵했다.침묵 속에 어색함이 감돌았고, 수옥인이 진동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저 사람이 왔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수옥인은 마음속으로 욕을 하며 구름을 타고 방을 나섰다.비석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구름은 태양은 물론 십만 대군의 시선마저 가렸다.300미터 가까이 되는 신이 구름 위에 나타나 신의 위엄을 드러냈다.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법인을 들어 문을 강제로 부수려고 했다.이 모습에 수옥
“임씨 일가의 공이 큰 건 맞지만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영웅이었지. 역사적으로 화진 문명을 이어온 공신들과 비교하면 우리 임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야. 윤구주는 화진을 일으켜 세운 첫 번째 인물이야.”진동왕은 윤구주에게 경의를 표했다.윤구주가 임씨 가문의 검이 되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이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임씨 가문의 제1대 국주가 귀신족을 멸망시키고 국가를 세운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귀신족이 완전히 멸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해. 진정한 원흉은 곤륜 구역에 있어. 너희들 왕은 먼저 곤륜 구역에서 귀신족 왕자 혼을 처치한 후 화진을 벗어나 귀신족의 잔여 세력을 처치해야만 귀신족을 화진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어. 이제 마지막 귀신족 잔당이 천옥에 숨어있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야.”진동왕이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장군들은 하나같이 눈이 붉게 충혈되어 전투 의지가 넘쳤다. 이들은 구주왕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진동왕은 이 장군들에게 방금 말한 내용을 밑에 있는 전사들에게 전하라고 했다.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군은 이곳에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그 목적은 바로 귀족 잔당을 없애버리고 화진이 앞으로 귀신족의 위협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이런 귀신 같은 곳에서 전투하기에는 그 누구라도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목적을 알고 나니 사명감에 모든 전사는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이들은 모두 화진의 영웅이었고 화진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10만 대군의 전투 의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진동왕은 깊은 감회를 느꼈다.“윤구주, 너는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구나. 왕이 되는 것은 너의 뜻이 아니겠지만 너는 계속 올바른 길을 걷고 있어.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 10만 대군이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킬 거야.”옆에서 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화진은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이 있지 않았을까요?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끝났으니 반드시 국운에 영향을 미칠 거
“예를 들어 한 나라의 몰락하면 국운이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서 올바른 길을 걷고 하늘과 땅의 정기를 따르면 한 나라의 국운은 오래도록 쇠퇴하지 않는 법이야.”이 말에 장군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진동왕이 그들의 왕처럼 위대한 영웅이 되라고 올바른 길을 걸으라고 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이것만 알아도 충분해. 한 가지 더 말할 것은 귀술 수련자를 말끔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야. 이 녀석들은 국운을 삼킬 수 있기 때문이야. 가장 나쁜 놈은 정의로운 사람을 삼켜버려 무감각해지는 사람을 만들 뿐이야.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화진이 인간 지옥이 될수도 있어.”장군들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러면 이 사악한 기술을 누가 발명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악한 기운은 영으로 모일 수 없다면 첫 번째 귀신족은 어떻게 탄생한 거예요?”정태웅이 물었다.“좋은 질문이야. 이것은 구오 지존 이상의 경지와 관련된 문제이지. 구오 지존을 초월하면 극전 신급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육체는 파괴되어도 혼은 남아있거든. 이 혼은 우리의 의식을 의미하는 거야.”진동왕의 설명에 천현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그렇군요. 왕자의 육체가 파괴되어도 그 의식이 여전히 천지 영기를 흡수할 수 있는 거면 그 방법으로 현술을 창조하여 아래 사람들에게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게 할수 있는 거잖아요.”진동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천현수를 바라보았다.“아주 좋아!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정상 수련보다 훨씬 빠르니 귀신족도 살아있는 사람이 수련한 것이지. 그런데 일부분만 맞았어. 왕자는 육체를 잃으면 거의 수련할 수 없어. 귀술을 창조해 낸 것도 사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수련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효과가 미미해서 오히려 아래에 있는 무인들이 수련 끝에 실력이 크게 향상된 거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련의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거야. 어떤 지름길로 새려고 하지 마. 수련이란 마음을 닦는 거야. 귀신족들은 쉬운 수련을 믿고 실력
연구원들이 있는 텐트.“수장님!”윤구주를 보자마자 연구원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들 앉아요. 저한테 너무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어요.”시간이 촉박하고 임무가 중대했기에 이들과 예의 차릴 겨를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요 며칠 어떤 방법을 연구해 낸 거예요? 천옥 영기가 이 정도로 이상한데 외부에 영향을 미치면 화진에 재난을 가져다주는 거 아니에요?”윤구주가 물었다.정태웅 3인에게 말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바에 너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천옥은 고대 신들의 전쟁 때문에 왕자들이 천술을 남용한 나머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상식적으로 천술이 가져온 영향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만물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윤구주가 수년간 조사도 해보고 천옥에도 들어와 본 결과 영기는 진정되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윤구주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어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서 진상을 밝혀보기로 했다.연구를 주관하는 몇몇 학자들은 윤구주에게 기기로 측정한 결과를 보여주었다.윤구주는 전문 용어들을 잘 몰랐기에 결론만 보았다.데이터에 의하면 외부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 이상 기후가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특히 현재 환경에 적응한 모든 생명체에게는 심각한 시련이 닥칠 것이다.인류 측면에서는 통신 장애가 발생하여 모든 전자기기가 다양한 정도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곳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었기에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인체에 분명 좋지 않을 거예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신체 기능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거예요.”윤구주가 심각하게 말했다.몇몇 학자들이 요약하길 지질 재해는 인류 문명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다.“그래요. 서둘러 연구해 주세요. 우린 여기 오래 있지 못해요.”한편으로 진동왕은 대군들에게 이번 목적을 설명하고 있었다.“천옥에 들어온 목적은 사람을 구하기 위함이고, 이 부분은 구주왕이 책임질 거야. 우리의 임무는 이곳에 숨어있는 귀신족 잔당을
이들은 바로 윤구주 밑에 있는 장군이자 신급 고수들이었다.윤구주와 인사를 나눈 후, 멍하니 서 있는 정태웅 일행을 조롱했다.“막 도착해서 이러는 것도 정상이에요. 이틀 정도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바로 이때, 한대의 중형 군용 헬리콥터가 사람들 머리 위를 지나가며 헬리콥터에 장착된 군용 카메라로 지질을 찍고 있었다.먼곳에는 한 무리의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고정밀 기기를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었다.정태웅 일행은 그제야 윤구주가 이미 하산해서 진영 쪽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문이 있는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중앙에는 넓은 평지가 있었다. 진동왕이 이끄는 십만 대군은 이곳에 주둔하고 있었고, 이미 산골짜기에 임시 진영을 구축했다.몇만 명 전사들이 대형을 이루고 있었고, 열몇 명의 장군이 주축이 되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전사들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고, 정태웅 일행은 인기척을 느끼고 하나둘 진영으로 달려갔다.정태웅 3인은 간단히 씻고 바로 지휘소로 모였다.지휘 텐트 안에는 이미 많은 인원이 모여있었고, 장군들은 뜨거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쳐다보았다.“윤구주, 서울 쪽은 어떻게 되었어?”진동왕은 서울의 변고에 관해 묻고 있었다.“일이 좀 생겼는데 전반적으로 잘 통제되고 있어요. 저도 서울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천옥으로 온 거예요.”윤구주가 말했다.“그럼 다행이네. 십만 대군들이 내 지휘를 따르긴 하지만 네가 없으니까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더라고. 네가 오니까 다들 정신을 차리잖아. 나까지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진동왕은 그야말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십만 대군은 선발된 정예로 화진의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대표하고 있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그 후과는 상당히 심각했다.“아저씨도 곤륜 구역에서 수련한 분인데 겪어보지 못한 것이 없잖아요.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고난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윤구주는 이 말로 진동왕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다.“그래요. 그러면 저희는 계획
현관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윤구주는 모든 정신을 모아 흐르는 천지 영기를 자세히 감지했다.영기가 침적된 곳이 아니라 영기가 충족하게 안팎으로 내뿜는 곳이 바로 현관 입구였다.“찾았어. 다들 따라와.”윤구주가 발을 내딛자 뒤에 있는 일행은 멍때리다가 대오를 놓칠까 두려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따랐다.열 걸음도 채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윤구주가 사라졌다.바짝 뒤따르던 민규현도 반응하지도 못한 채 강력한 흡입력에 휘말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무슨 상황이야!”정태웅도 손을 뻗어 잡으려다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지휘사, 저희는 이제 어떡해요?”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함부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다.“무서워할 필요가 뭐가 있어. 저하도 들어가셨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라 들어가야지!”천현수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어갔다.뒤따르던 열몇 명의 대장들도 소리를 외치며 앞다투어 뛰어들었다.이들은 오색찬란한 무지개 통로에 빨려 들어갔다.이들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하늘로 솟아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얼마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희미하게 거대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슝슝!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달아 통로를 뚫고 나와 마치 분수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쿵! 쿵! 쿵!이들은 바닥에 떨어져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러다 한참을 엎드려 쉬어서야 겨우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시각 윤구주는 바닥에 앉아 환하게 웃으면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처음이라 어지러운 게 정상이야. 사실 여기는 이미 곤륜 구역이나 마찬가지야. 다만 영기가 혼란스러워 곤륜 구역에서 배제된 것뿐이야.”윤구주는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털면서 소개했다.“천옥은 곤륜 지역의 은신지로 곤륜 구역에서 쫓겨난 수련자들이 이곳으로 유방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수련자들이 점점 많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들이 외계로 나갈까 봐 곤륜 구역에서 감시자를 보내기도 했어.”민규현 3인과 대장들은 그제야 이 신비로운 세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온 세계가
천옥이 위치한 곳은 세계 10대 생명 금지구역으로도 분류되었다.극단적인 기후 외에도 이곳에서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가 전부 무효화되었다.근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탐험대가 이곳을 정복하려고 금지구역까지 깊이 들어갔는데 결국 실종되거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이제 막 진입한 대오는 이미 완전히 방향감을 잃고 말았다.윤구주가 앞에서 인도하지 않았다면 암부 3대 지휘사라도 길을 잃었을 것이다.“저하, 여긴 정말 기이한 곳이네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도 소용없고 나침판조차 엉망이네요.”“이런 제기랄! 하늘에 왜 태양이 열 개나 있는 거야? 오로라도 있고! 여긴 도대체 어떤 곳이야!”정태웅 3인은 구시렁거리기만 했다.“그래서 내가 진북왕을 앞장세웠잖아. 구오 지존이 길을 안내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정에 빠질지 몰라. 너희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허구일 뿐 직접적인 생명 위협은 가하지 않을 거야. 제일 무서운 것은 이곳 영기가 무질서하다는 거야. 쉽게 말해 자기장이 비정상적으로 혼란스러워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기에 오래 머무를수록 더 깊이 빠지게 될 거야. 게다가 자기장이 불안정해서 어떤 규칙도 적용되지 않아. 내비게이션 장비는 물론 현수오행, 풍수 변위 기술도 여기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윤구주가 설명했다.정태웅 3인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저하, 왜 진북왕은 괜찮은 거예요?”정태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너희는 구오 지존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 경계의 신비를 알수 없어. 이 경계가 지존 왕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곳이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야. 내가 방금 말했듯이 천옥 영기가 혼란스러운 것은 영기가 너무 많아서야. 구오 지존 절정에 이르면 천지의 영기를 명확히 감지할 수 있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변동은 모두 영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영기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 대부분 숨겨진 위험을 예측하고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영기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중심점이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