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망포를 입고 왕관을 쓴 문아름은 고대 황후와 무척 비슷했다.경국지색의 아름다운 얼굴은 여제의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미간에 있는 불꽃 표식은 그녀를 더욱 기묘해 보이게 했다.“서울에 왔다고?”문아름은 느긋하게 물었다.“네! 그리고 저희 세 가문에서는 그를 막기 위해 8명의 신급 강자를 보냈습니다...”선두에 선 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이 입을 열었다.“8명? 하하, 과거 화진 제일의 왕이었던 그를 너무 얕봤군. 8명이 아니라 80명이 간다고 해도 죽음을 자초하는 것인데 말이야.”문아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서울의 3대 문벌인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저하, 이제 저희는 어떡합니까?”문아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이 그가 서울에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사람들을 보낸 건데 왜 나한테 묻는 것이지?”그 말에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은 곧바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는...”“세 문벌로 천하제일의 화진 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참 우습군. 당시 그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어. 세가, 종문 모두 그에게 죽임당하고 굴복했지. 그런데 겨우 세 문벌이 무슨 수로 그를 막는단 말이지?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야.”문아름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문아름의 말이 맞았다.화진에서 국방부를 제외하면 3대 서열에서 세가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종문, 문벌은 세 번째였다.겨우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로 윤구주를 상대하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었다.“저하, 살려주십시오! 저희 세 가문은 문씨 일가에 목숨을 바쳐 충성했습니다. 제발 이번만 저희 세 가문을 살려주시면...”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은 문아름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으면서 애원했다.어쩔 수 없었다.그들이 건드린 사람은 화진 제일의 왕이었으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하, 저희 세 가문을
문아름은 그 말을 할 때 아름다운 얼굴에 걱정이 드리워졌다.당시 윤구주는 서울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모두를 굴복시켰다.그는 현재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구주의 추종자들은 여전히 많았다.그리고 그 추종자들을 전부 죽인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한때 천하를 뒤흔들었던 구주왕이 살아있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된다면 아마도 큰 파문이 일 것이다.노인은 그 말을 듣고 음산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윤구주는 그러지 못해!”문아름은 당황했다.“무엇 때문이죠?”“그는 화진 제일의 왕이었으니까! 그는 절대 화진에 내란이 벌어지길 바라지 않을 거야. 만약 윤구주가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었다면 네가 왕이 된 그날 병사들을 데리고 서울을 공격했을 거야. 지금까지 기다렸을 리가 없지.”노인은 기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이해가 갔다.맞는 말이었다.당시 그녀는 독을 이용해서 윤구주를 해쳤고 구주왕의 왕위를 빼앗았다. 그럼에도 그는 복수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복수를 한다는 건 비현실적이었다.“어쨌든 그가 서울로 돌아온 건 우리에게 아주 큰 위협이에요. 게다가 그는 이미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어요.”문아름이 말했다.노인이 말했다.“그건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두었다. 넌 걱정할 필요 없어. 아주 대단한 인물이 윤구주를 제압할 테니 말이야.”“누구예요?”문아름은 호기심이 들었다.그녀는 화진에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노인이 말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지금은 그냥 구경만 하면 돼.”할아버지가 더 말하려고 하지 않자 문아름도 더 캐묻지 않았다.“아름아. 우리 문씨 일가가 이러는 건 전부 화진의 기반을 위해서야. 명심해야 한다. 우리 문씨 일가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명심하겠습니다!”문아름은 정중하게 말했다....번화한 서울의 거리 위, 네 명의 사람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그들은 서울로 돌아온 윤구주,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이었다.번잡한 거리 위에는 차들이 가득했고
윤구주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정태웅은 의아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저하, 예전에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그 집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다고요. 그런데 왜 갑자기 돌아가고 싶다는 겁니까?”윤구주는 다섯 살 때 집을 떠난 뒤 윤씨 일가 저택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윤구주는 여전히 윤씨 일가를 증오하고 있었고 아버지의 매정함을 증오했으며 자신과 어머니를 가문에서 쫓아낸 그들을 증오했다.윤구주와 생사를 함께한 형제들은 윤구주가 어렸을 때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 줄곧 어머니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걸 알았다.윤구주의 어머니는 병약한 몸 때문에 과로사했다.윤구주는 8살 때부터 거지가 되어 떠돌기 시작했고 9살 때 사부님을 만나서 곤륜으로 가게 되었다.과거를 떠올리자 윤구주의 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내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서야.”윤구주는 시선을 들어 유유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당시 윤씨 일가에서 할머니를 제외하면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윤구주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 이유는 할머니 때문이었다.“그렇군요. 저하, 그렇다면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정태웅이 말했다.“아니. 나 혼자 돌아가면 돼.”윤구주의 말을 들은 정태웅 등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윤구주는 윤씨 일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윤씨 일가는 과거 화진의 천만 문벌 중 첫 번째이자 화진 문벌 중 최고 문벌이었다.서울이 아니라 화진 전체를 아울러 보아도 윤씨 일가의 명성은 대단했다.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는 윤구주의 아버지이자 서울의 최고 미남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윤구주의 어머니는 몰래 그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구주왕의 성이 윤씨라는 건 알아도 윤구주가 사실 윤신우의 아들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고 화진 제일의 왕이 되었을 때도 윤구주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윤씨 일가 중에서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천하
동요를 부르고 있는 아이는 5, 6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였다.여자아이는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양갈래를 한 아이는 귀여운 노란색 치마를 입고 화원 중앙에 있는 그네를 타면서 작게 동요를 불렀다.“할머니, 저 노래 잘 부르나요?”여자아이는 몇 번 부르더니 갑자기 반짝이는 두 눈을 들어 옆에 있는 나이 든 노인에게 물었다.노인은 90대 고령이었다.그녀의 마른 풀 같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했고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남은 그녀의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다.그녀는 한 쪽 눈이 멀었고 다른 한 쪽 눈은 잘 보이지 않았다.노인은 구부정하게 아이의 뒤에 서서 아이를 위해 그네를 살살 밀어주면서 중얼거리며 말했다.“하율이는 노래를 엄청 잘 부르지!”“그러면 제가 잘 불러요? 아니면 예전의 그 오빠가 잘 불러요?”아이가 또 물었다.오빠라는 두 글자에 구부정한 몸의 노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혼탁하고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의 동공이 살짝 떨렸다.“다 잘해. 다 잘해!”그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기쁜 건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네는 계속 움직였다.하지만 노인은 십여 년 전의 추억에 빠졌다.십여 년 전, 그녀는 지금처럼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손자를 위해 그네를 밀어주면서 동요를 불러주었다.그러나...십여 년이 지났다.노인은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몸이었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손자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할머니, 오빠 대체 어디 있어요? 왜 저는 단 한 번도 오빠를 본 적이 없죠?”윤하율은 반짝이는 눈을 깜빡이면서 노인에게 물었다.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 오빠는... 오래전에 우리 저택을 떠났어.”“오빠는 어디로 갔어요? 왜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윤하율이 다시 물었다.“네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네 매정한 아버지가 네 오빠와 오빠의 어머니를 쫓아낸 그날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노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혼탁한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윤하율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황급히 그네에서 뛰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생신을 축하해주러 왔는데 정작 그녀는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했을 텐데. 생일 같은 건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다들 이만 돌아가.”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윤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무안해졌다.이때 윤신우가 다가오며 말했다.“어머니, 오늘은 어머니 졸수연이지 않습니까?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 생신을 축하드리려고 특별히 해외에서 돌아왔어요. 그러니...”“얘기했잖니? 생일 같은 건 보낼 생각이 없다고. 다 나가!”노인은 다시 한번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윤신우는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이 그를 말리면서 고개를 저어 보였다.윤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알겠어요. 그러면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다들 물러났다.윤씨 일가의 정전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오늘은 어머니 졸수연인데 어머니는 여전히 십여 년 전 일을 마음에 두고 계시는 것 같네요. 이걸 어떡해요?”말을 한 사람은 안색이 어두운 중년 남성이었다.그는 윤씨 일가의 둘째 윤창현이었다.“맞아요, 형님! 십여 년 전 형님이 그 모자를 내쫓은 뒤로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생일을 보낸 적이 없으세요. 심지어 저희 세 형제도 제대로 보지 않으시고...”윤씨 일가의 셋째 윤정석이 말했다.윤신우, 윤창현, 윤정석은 윤씨 일가의 세 아들이었다.그들의 어머니는 당시 윤구주 모자가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로 단 한 번도 생일을 보낸 적이 없었다.심지어 오늘은 졸수연인데도 생일을 보내려고 하지 않았다.둘째와 셋째의 말을 들은 윤신우는 시선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어머니의 마음에 생긴 응어리는 우리가 풀 수 있는 게 아니야. 난 그저 어머니가 편안히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어.”“하지만 형님, 왜 어머니에게 알려드리지 않는 겁니까? 구주는 출세했고 화진 제일의 왕까지 되지 않았습니까? 비록 죽긴 했지만 어찌 됐든 구주는 우리 윤씨 일가의
윤씨 일가의 가장 큰 사당 안은 아주 어두웠다.그곳은 윤씨 일가 조상들의 위패가 놓여 있는 중요한 곳이었다.일반적으로 윤씨 일가의 대례를 제외하면 사당은 항상 굳게 닫혀 있고 아무도 출입할 수 없었다.그러나 오늘 그곳이 갑자기 열렸다.어두운 사당 안, 건장한 몸집의 남자가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그는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였다.윤신우의 앞에는 오랫동안 놓여있던 조상들의 위패가 있었다.위패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윤신우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윤씨 일가의 불효자 윤신우, 조상님들을 뵙습니다. 제가 무능하여 제 아들은 어렸을 때 집안에서 쫓겨났습니다. 전 윤씨 일가의 가주로서 자격이 없고, 아버지로서도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 몸에는 저희 윤씨 일가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윤신우는 갑자기 무척 음산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오늘 저 윤신우는 조상님들 앞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제 아들을 죽인 자들을 전부 죽이겠습니다!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저 윤신우는 당시 무능하여, 화진의 국운을 위해 타협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습니다. 전 반드시 제 아들을 위해 직접 복수할 겁니다!”매섭게 말한 뒤 윤신우는 갑자기 옆으로 걸어가서 검은색 천으로 덮여 있던 위패를 천천히 꺼냈다.검은색 천을 벗기는 순간, 새로운 위패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그것은 그의 아들 윤구주의 위패였다.사실 윤구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윤신우는 이 위패를 만들어 묵묵히 지니고 다녔다.하지만 그는 이러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 적이 없었다.심지어 윤창현, 윤정석 등 사람들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그의 고충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그가 얼마나 괴로운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사람들은 윤씨 일가가 매정하게 윤구주 모자를 윤씨 일가에서 쫓아냈다는 것만 알았다.그러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오직 윤신우만 알았다.하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그의 아들이 죽었다는 점이다.
차갑게 윤씨 일가의 현판을 본 뒤 윤구주의 시선은 천천히 윤씨 일가의 대문으로 향했다.그는 이 대문을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어렸을 때 그는 두 돌사자 위에 타는 걸 좋아했다.과거를 떠올린 윤구주의 안색이 점점 서늘해졌다.몇 분간 문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몸을 움직였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윤씨 일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이치대로라면 엄청난 부지면적을 가진 화진 제일 문벌인 윤씨 일가는 사람이 아주 많아야 했다.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윤구주는 마당이 텅 비어있는 걸 보았다.예전에는 도우미들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아주 썰렁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러한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그가 서울로 돌아온 이유는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이것은 그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돌아온 것이었다.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린 윤구주는 할머니가 계시는 방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18년이 흘렀지만 윤씨 일가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윤구주는 익숙하게 가장 뒤쪽에 있는 할머니의 거처에 도착했다.도착하자마자 윤구주는 앳된 목소리가 화원 쪽에서 들리는 걸 발견했다.“할머니, 엄마가 오늘 할머니 90세 생신이라고 했어요. 할머니, 무병장수하세요!”화원 안에서 5, 6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방금 딴 꽃을 나이 든 노인에게 건넸다.눈 한쪽이 실명된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꽃을 건네받으며 말했다.“고마워, 하율아. 우리 하율이 정말 착하네!”“할머니, 오늘은 할머니 생신인데 왜 케이크를 드시지 않는 거예요? 하율이는 과일 케이크를 제일 좋아해요!”아이가 계속해 말했다.“그래, 그래. 할머니가 잠시 뒤에 하율이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해달라고 일러둘게.”노인은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네!”“하율아, 넌 놀고 있어. 할머니는 힘들어서 먼저 들어가서 쉴게. 괜찮지?”노인은 나이가 많아서 힘든 것 같았다.“좋아요!”하율은 계속해 그네를 타면서 말했다.노인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뒤 돌아가 쉬려고 했다.나이가 드니 노인은 다리가 잘 움직
18년이 흘렀다.노인은 다시 윤구주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거친 손으로 윤구주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그가 자기가 가장 사랑하던 손주가 맞는지 알아보려고 했다.윤구주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를 보았다.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흰머리가 가득했다.자애롭던 할머니는 90대 고령이라 풍전등화 상태였다.“할머니, 오늘은 할머니 생신이라서 돌아왔어요!”노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를 품 안에 안았다.“돌아왔으면 됐어. 돌아왔으면 됐어! 18년이야. 18년 3개월 8일이지. 그동안 잘 지냈니? 힘든 일은 없었어? 밖에서 배를 곯지는 않았어?”노인은 윤구주의 공로나 명성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것이라고는 손주가 밖에서 고생하지는 않았냐는 것이다.“할머니, 저 그동안 잘 지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윤구주는 노인의 거친 손을 잡았다.그러나 노인은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바보야, 넌 윤씨 일가를 떠났을 때 겨우 다섯 살이었어. 겨우 다섯 살! 그런데 잘 지냈을 리가 없잖아.”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제 말은 사실이에요. 보세요, 저 이렇게 컸는걸요!”노인은 혼탁한 오른눈으로 눈앞의 건장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그래. 18년이나 됐는데 그사이 참 많이 자랐구나. 네가 구주라고 밝히지 않았더라면 나는 네가 옆에서 지나가도 널 알아보지 못했을 거야. 자, 할머니랑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 들어가서 얘기를 나누자!”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의 손을 잡고 앞에 있는 작은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집은 크지 않았고 안에는 아이의 장난감이 가득했다.인형도 있고 새총도 있고 유리구슬도 있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노인은 들떠서 손가락으로 집 안 가득한 장난감을 가리키며 말했다.“구주야, 이것들을 기억하니?”윤구주는 시선을 든 순간 곧바로 알아보았다. 그것들은 전부 그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던 것들이었다.“네!”윤구주는 고개를
두둥!수옥인은 이제야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인간 세상은 물론 신의 경지까지 관여하려고 하다니! 정말 겁도 없이!’바로 이때, 천옥 상공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고, 검은 구름 뒤에 수많은 신의 그림자가 반짝이고 있었다.지면도 함께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어마어마한 악마가 땅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큰일 났어요! 구주왕님! 신께서 노하셨어요!”수옥인은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신께서 노하셨다고? 그게 뭐가 무섭다고. 너의 스승을 봐서라도 오늘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 오늘 내가 문을 부순 것은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윤구주는 눈에서 금빛 광선을 발사했다.봉왕팔기! 이화금안 발동!윤구주는 눈의 힘으로 수옥인을 휘감아 그를 다시 비석 안에 봉인시키고는 뒤돌아 십만 대군을 바라보았다.“지금 신이 나 윤구주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난 태어난 그날부터 신과 같은 존재를 믿지 않았어.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꼭 겨뤄보고 싶어. 나와 함께 하는 자는 신과 적이 되는 거야. 나와 함께 신을 죽일 용기가 있는가?”‘신을 죽인다고?’십만 대군은 모두 열광의 표정을 지었다.특히 장군들은 윤구주를 따르기 시작하면서 한번도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리기만 한다면 눈앞에 지옥이 있다고 해도 주저 없이 뛰어들 사람들이었다.“죽여!”십만 대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 대열에 은은하게 금색 빛이 나타났다.“화진의 새로운 국운이 나타난 거야!”진동왕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이것이 바로 임씨 일가가 바라던 바였다.윤구주가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켰으니 화진에도 후계자가 생긴 것이다.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하늘의 신마저도 두려워해야 했다.하늘의 검은 구름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국운을 가리기 어려웠다.“역시 윤구주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오늘부터 인간 세상은 자유로워질 거야! 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막을 수도 없어. 문을 부숴버리자고!”진동왕은 법기를 소환하고 윤구주
‘조상님?’이 세글자를 한 초라도 늦게 말했다면 수옥인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진동왕은 그만 웃고 말았다.“보아하니 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 수련할 때 여기에 있는 신들을 두려워한 게 맞네.”윤구주가 한 손으로 신검을 다루며 여덟 명의 신을 베었을 때 다른 신들은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서야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수옥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그래서 윤구주가 검을 빼 들려고 하자 급히 무릎을 꿇은 것이다.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의 위엄은 신을 죽여서 얻은 것이다.“이제야 말이 되네.”윤구주는 수옥인이 고개를 숙이자 비로소 검을 거두었다.“구주왕님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수옥인은 무릎을 꿇고 잘 보이려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여기 와서 뭘 하겠어. 당연히 귀신족 잔당을 없애려고 왔겠지.”윤구주가 냉랭하게 말했다.수옥인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는 규칙이 있는 거예요. 비록 구주왕님께서 곤륜 구역에서 수련하셨지만 아직 곤륜 구역에서 신위를 물려주지 않았으니 본질적으로 구주왕님은 인간과 마찬가지예요. 인간은 신의 경지에 관여할 수 없어요.”분노가 치밀어오른 윤구주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하지만 그래도 애써 화를 참으며 말했다.“신의 경지의 규칙? 그래. 규칙을 한번 따져보자고. 곤륜 구역과 임씨 일가가 약속했듯이 화진 귀신족은 우리가 처리하고 곤륜 구역의 귀신족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화진 귀신족들은 모두 해결되었는데 곤륜 구역에서는 왜 잔당을 제거하지 않는 거지?”수옥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서 제거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에요.”“그러면 말해! 언제 제거할 건지.”윤구주가 또다시 물었다.“그게... 언제 제거할 건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수옥인이 대답하자 윤구주는 박장대소를 지었다.‘이렇게 말할 줄 알았어.’수옥인의 직책은 절대 작지만은 않았다.그의 말은
“에헴.”진동왕은 고개를 저으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저는 이번에 왕의 명을 받고 귀신족 잔당을 없애러 왔지만 임씨 일가 제1대 국주님이 곤륜 구역과 한 약속에 의하면 곤륜 구역의 귀신족 잔당은 그쪽에서 처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저희 화진에서 직접 처리할 것이니 문을 좀...”슉!진동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투영 속 방은 즉시 살기가 가득 찼다.“네 이놈! 왕의 명령이 무슨 소용이야. 신 앞에서는 무릎 꿇고 말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왕의 명령을 논하는 거야. 이만 돌아가.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거야.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수옥인은 여전히 진동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사람을 이 정도로 무시한다고?’진동왕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십만 대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신이든 악마이든 일단 한 판 붙어보고 싶었다.진동왕은 대군을 안정시킨 후 다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난 안 되겠어. 수옥인이 신의 경지의 규칙으로 나를 압박하고 있어. 더 이상 저 노인네를 건드리지 못하겠어.”진동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 천술은 제가 이미 간파했어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강제로 부술 수밖에 없어요.”투영 속 책을 읽고 있던 수옥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어디서 이런 허세를 부려. 너같이 평범한 인간이 천술을 간파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책은 나중에 보고, 과연 누가 이렇게 오만방자한지 확인해 봐야겠어.”수옥인은 뒷짐을 쥐고 서 있는 윤구주를 보고 침묵했다.침묵 속에 어색함이 감돌았고, 수옥인이 진동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저 사람이 왔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수옥인은 마음속으로 욕을 하며 구름을 타고 방을 나섰다.비석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구름은 태양은 물론 십만 대군의 시선마저 가렸다.300미터 가까이 되는 신이 구름 위에 나타나 신의 위엄을 드러냈다.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법인을 들어 문을 강제로 부수려고 했다.이 모습에 수옥
“임씨 일가의 공이 큰 건 맞지만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영웅이었지. 역사적으로 화진 문명을 이어온 공신들과 비교하면 우리 임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야. 윤구주는 화진을 일으켜 세운 첫 번째 인물이야.”진동왕은 윤구주에게 경의를 표했다.윤구주가 임씨 가문의 검이 되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이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임씨 가문의 제1대 국주가 귀신족을 멸망시키고 국가를 세운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귀신족이 완전히 멸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해. 진정한 원흉은 곤륜 구역에 있어. 너희들 왕은 먼저 곤륜 구역에서 귀신족 왕자 혼을 처치한 후 화진을 벗어나 귀신족의 잔여 세력을 처치해야만 귀신족을 화진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어. 이제 마지막 귀신족 잔당이 천옥에 숨어있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야.”진동왕이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장군들은 하나같이 눈이 붉게 충혈되어 전투 의지가 넘쳤다. 이들은 구주왕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진동왕은 이 장군들에게 방금 말한 내용을 밑에 있는 전사들에게 전하라고 했다.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군은 이곳에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그 목적은 바로 귀족 잔당을 없애버리고 화진이 앞으로 귀신족의 위협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이런 귀신 같은 곳에서 전투하기에는 그 누구라도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목적을 알고 나니 사명감에 모든 전사는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이들은 모두 화진의 영웅이었고 화진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10만 대군의 전투 의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진동왕은 깊은 감회를 느꼈다.“윤구주, 너는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구나. 왕이 되는 것은 너의 뜻이 아니겠지만 너는 계속 올바른 길을 걷고 있어.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 10만 대군이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킬 거야.”옆에서 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화진은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이 있지 않았을까요?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끝났으니 반드시 국운에 영향을 미칠 거
“예를 들어 한 나라의 몰락하면 국운이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서 올바른 길을 걷고 하늘과 땅의 정기를 따르면 한 나라의 국운은 오래도록 쇠퇴하지 않는 법이야.”이 말에 장군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진동왕이 그들의 왕처럼 위대한 영웅이 되라고 올바른 길을 걸으라고 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이것만 알아도 충분해. 한 가지 더 말할 것은 귀술 수련자를 말끔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야. 이 녀석들은 국운을 삼킬 수 있기 때문이야. 가장 나쁜 놈은 정의로운 사람을 삼켜버려 무감각해지는 사람을 만들 뿐이야.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화진이 인간 지옥이 될수도 있어.”장군들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러면 이 사악한 기술을 누가 발명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악한 기운은 영으로 모일 수 없다면 첫 번째 귀신족은 어떻게 탄생한 거예요?”정태웅이 물었다.“좋은 질문이야. 이것은 구오 지존 이상의 경지와 관련된 문제이지. 구오 지존을 초월하면 극전 신급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육체는 파괴되어도 혼은 남아있거든. 이 혼은 우리의 의식을 의미하는 거야.”진동왕의 설명에 천현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그렇군요. 왕자의 육체가 파괴되어도 그 의식이 여전히 천지 영기를 흡수할 수 있는 거면 그 방법으로 현술을 창조하여 아래 사람들에게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게 할수 있는 거잖아요.”진동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천현수를 바라보았다.“아주 좋아!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정상 수련보다 훨씬 빠르니 귀신족도 살아있는 사람이 수련한 것이지. 그런데 일부분만 맞았어. 왕자는 육체를 잃으면 거의 수련할 수 없어. 귀술을 창조해 낸 것도 사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수련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효과가 미미해서 오히려 아래에 있는 무인들이 수련 끝에 실력이 크게 향상된 거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련의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거야. 어떤 지름길로 새려고 하지 마. 수련이란 마음을 닦는 거야. 귀신족들은 쉬운 수련을 믿고 실력
연구원들이 있는 텐트.“수장님!”윤구주를 보자마자 연구원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들 앉아요. 저한테 너무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어요.”시간이 촉박하고 임무가 중대했기에 이들과 예의 차릴 겨를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요 며칠 어떤 방법을 연구해 낸 거예요? 천옥 영기가 이 정도로 이상한데 외부에 영향을 미치면 화진에 재난을 가져다주는 거 아니에요?”윤구주가 물었다.정태웅 3인에게 말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바에 너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천옥은 고대 신들의 전쟁 때문에 왕자들이 천술을 남용한 나머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상식적으로 천술이 가져온 영향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만물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윤구주가 수년간 조사도 해보고 천옥에도 들어와 본 결과 영기는 진정되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윤구주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어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서 진상을 밝혀보기로 했다.연구를 주관하는 몇몇 학자들은 윤구주에게 기기로 측정한 결과를 보여주었다.윤구주는 전문 용어들을 잘 몰랐기에 결론만 보았다.데이터에 의하면 외부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 이상 기후가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특히 현재 환경에 적응한 모든 생명체에게는 심각한 시련이 닥칠 것이다.인류 측면에서는 통신 장애가 발생하여 모든 전자기기가 다양한 정도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곳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었기에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인체에 분명 좋지 않을 거예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신체 기능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거예요.”윤구주가 심각하게 말했다.몇몇 학자들이 요약하길 지질 재해는 인류 문명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다.“그래요. 서둘러 연구해 주세요. 우린 여기 오래 있지 못해요.”한편으로 진동왕은 대군들에게 이번 목적을 설명하고 있었다.“천옥에 들어온 목적은 사람을 구하기 위함이고, 이 부분은 구주왕이 책임질 거야. 우리의 임무는 이곳에 숨어있는 귀신족 잔당을
이들은 바로 윤구주 밑에 있는 장군이자 신급 고수들이었다.윤구주와 인사를 나눈 후, 멍하니 서 있는 정태웅 일행을 조롱했다.“막 도착해서 이러는 것도 정상이에요. 이틀 정도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바로 이때, 한대의 중형 군용 헬리콥터가 사람들 머리 위를 지나가며 헬리콥터에 장착된 군용 카메라로 지질을 찍고 있었다.먼곳에는 한 무리의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고정밀 기기를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었다.정태웅 일행은 그제야 윤구주가 이미 하산해서 진영 쪽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문이 있는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중앙에는 넓은 평지가 있었다. 진동왕이 이끄는 십만 대군은 이곳에 주둔하고 있었고, 이미 산골짜기에 임시 진영을 구축했다.몇만 명 전사들이 대형을 이루고 있었고, 열몇 명의 장군이 주축이 되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전사들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고, 정태웅 일행은 인기척을 느끼고 하나둘 진영으로 달려갔다.정태웅 3인은 간단히 씻고 바로 지휘소로 모였다.지휘 텐트 안에는 이미 많은 인원이 모여있었고, 장군들은 뜨거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쳐다보았다.“윤구주, 서울 쪽은 어떻게 되었어?”진동왕은 서울의 변고에 관해 묻고 있었다.“일이 좀 생겼는데 전반적으로 잘 통제되고 있어요. 저도 서울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천옥으로 온 거예요.”윤구주가 말했다.“그럼 다행이네. 십만 대군들이 내 지휘를 따르긴 하지만 네가 없으니까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더라고. 네가 오니까 다들 정신을 차리잖아. 나까지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진동왕은 그야말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십만 대군은 선발된 정예로 화진의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대표하고 있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그 후과는 상당히 심각했다.“아저씨도 곤륜 구역에서 수련한 분인데 겪어보지 못한 것이 없잖아요.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고난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윤구주는 이 말로 진동왕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다.“그래요. 그러면 저희는 계획
현관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윤구주는 모든 정신을 모아 흐르는 천지 영기를 자세히 감지했다.영기가 침적된 곳이 아니라 영기가 충족하게 안팎으로 내뿜는 곳이 바로 현관 입구였다.“찾았어. 다들 따라와.”윤구주가 발을 내딛자 뒤에 있는 일행은 멍때리다가 대오를 놓칠까 두려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따랐다.열 걸음도 채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윤구주가 사라졌다.바짝 뒤따르던 민규현도 반응하지도 못한 채 강력한 흡입력에 휘말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무슨 상황이야!”정태웅도 손을 뻗어 잡으려다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지휘사, 저희는 이제 어떡해요?”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함부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다.“무서워할 필요가 뭐가 있어. 저하도 들어가셨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라 들어가야지!”천현수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어갔다.뒤따르던 열몇 명의 대장들도 소리를 외치며 앞다투어 뛰어들었다.이들은 오색찬란한 무지개 통로에 빨려 들어갔다.이들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하늘로 솟아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얼마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희미하게 거대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슝슝!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달아 통로를 뚫고 나와 마치 분수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쿵! 쿵! 쿵!이들은 바닥에 떨어져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러다 한참을 엎드려 쉬어서야 겨우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시각 윤구주는 바닥에 앉아 환하게 웃으면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처음이라 어지러운 게 정상이야. 사실 여기는 이미 곤륜 구역이나 마찬가지야. 다만 영기가 혼란스러워 곤륜 구역에서 배제된 것뿐이야.”윤구주는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털면서 소개했다.“천옥은 곤륜 지역의 은신지로 곤륜 구역에서 쫓겨난 수련자들이 이곳으로 유방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수련자들이 점점 많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들이 외계로 나갈까 봐 곤륜 구역에서 감시자를 보내기도 했어.”민규현 3인과 대장들은 그제야 이 신비로운 세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온 세계가
천옥이 위치한 곳은 세계 10대 생명 금지구역으로도 분류되었다.극단적인 기후 외에도 이곳에서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가 전부 무효화되었다.근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탐험대가 이곳을 정복하려고 금지구역까지 깊이 들어갔는데 결국 실종되거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이제 막 진입한 대오는 이미 완전히 방향감을 잃고 말았다.윤구주가 앞에서 인도하지 않았다면 암부 3대 지휘사라도 길을 잃었을 것이다.“저하, 여긴 정말 기이한 곳이네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도 소용없고 나침판조차 엉망이네요.”“이런 제기랄! 하늘에 왜 태양이 열 개나 있는 거야? 오로라도 있고! 여긴 도대체 어떤 곳이야!”정태웅 3인은 구시렁거리기만 했다.“그래서 내가 진북왕을 앞장세웠잖아. 구오 지존이 길을 안내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정에 빠질지 몰라. 너희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허구일 뿐 직접적인 생명 위협은 가하지 않을 거야. 제일 무서운 것은 이곳 영기가 무질서하다는 거야. 쉽게 말해 자기장이 비정상적으로 혼란스러워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기에 오래 머무를수록 더 깊이 빠지게 될 거야. 게다가 자기장이 불안정해서 어떤 규칙도 적용되지 않아. 내비게이션 장비는 물론 현수오행, 풍수 변위 기술도 여기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윤구주가 설명했다.정태웅 3인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저하, 왜 진북왕은 괜찮은 거예요?”정태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너희는 구오 지존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 경계의 신비를 알수 없어. 이 경계가 지존 왕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곳이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야. 내가 방금 말했듯이 천옥 영기가 혼란스러운 것은 영기가 너무 많아서야. 구오 지존 절정에 이르면 천지의 영기를 명확히 감지할 수 있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변동은 모두 영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영기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 대부분 숨겨진 위험을 예측하고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영기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중심점이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