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를 부르고 있는 아이는 5, 6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였다.여자아이는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양갈래를 한 아이는 귀여운 노란색 치마를 입고 화원 중앙에 있는 그네를 타면서 작게 동요를 불렀다.“할머니, 저 노래 잘 부르나요?”여자아이는 몇 번 부르더니 갑자기 반짝이는 두 눈을 들어 옆에 있는 나이 든 노인에게 물었다.노인은 90대 고령이었다.그녀의 마른 풀 같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했고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남은 그녀의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다.그녀는 한 쪽 눈이 멀었고 다른 한 쪽 눈은 잘 보이지 않았다.노인은 구부정하게 아이의 뒤에 서서 아이를 위해 그네를 살살 밀어주면서 중얼거리며 말했다.“하율이는 노래를 엄청 잘 부르지!”“그러면 제가 잘 불러요? 아니면 예전의 그 오빠가 잘 불러요?”아이가 또 물었다.오빠라는 두 글자에 구부정한 몸의 노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혼탁하고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의 동공이 살짝 떨렸다.“다 잘해. 다 잘해!”그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기쁜 건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네는 계속 움직였다.하지만 노인은 십여 년 전의 추억에 빠졌다.십여 년 전, 그녀는 지금처럼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손자를 위해 그네를 밀어주면서 동요를 불러주었다.그러나...십여 년이 지났다.노인은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몸이었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손자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할머니, 오빠 대체 어디 있어요? 왜 저는 단 한 번도 오빠를 본 적이 없죠?”윤하율은 반짝이는 눈을 깜빡이면서 노인에게 물었다.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 오빠는... 오래전에 우리 저택을 떠났어.”“오빠는 어디로 갔어요? 왜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윤하율이 다시 물었다.“네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네 매정한 아버지가 네 오빠와 오빠의 어머니를 쫓아낸 그날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노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혼탁한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윤하율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황급히 그네에서 뛰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생신을 축하해주러 왔는데 정작 그녀는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했을 텐데. 생일 같은 건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다들 이만 돌아가.”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윤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무안해졌다.이때 윤신우가 다가오며 말했다.“어머니, 오늘은 어머니 졸수연이지 않습니까?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 생신을 축하드리려고 특별히 해외에서 돌아왔어요. 그러니...”“얘기했잖니? 생일 같은 건 보낼 생각이 없다고. 다 나가!”노인은 다시 한번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윤신우는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옆에 있던 중년 여성이 그를 말리면서 고개를 저어 보였다.윤신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알겠어요. 그러면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다들 물러났다.윤씨 일가의 정전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오늘은 어머니 졸수연인데 어머니는 여전히 십여 년 전 일을 마음에 두고 계시는 것 같네요. 이걸 어떡해요?”말을 한 사람은 안색이 어두운 중년 남성이었다.그는 윤씨 일가의 둘째 윤창현이었다.“맞아요, 형님! 십여 년 전 형님이 그 모자를 내쫓은 뒤로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생일을 보낸 적이 없으세요. 심지어 저희 세 형제도 제대로 보지 않으시고...”윤씨 일가의 셋째 윤정석이 말했다.윤신우, 윤창현, 윤정석은 윤씨 일가의 세 아들이었다.그들의 어머니는 당시 윤구주 모자가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로 단 한 번도 생일을 보낸 적이 없었다.심지어 오늘은 졸수연인데도 생일을 보내려고 하지 않았다.둘째와 셋째의 말을 들은 윤신우는 시선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어머니의 마음에 생긴 응어리는 우리가 풀 수 있는 게 아니야. 난 그저 어머니가 편안히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어.”“하지만 형님, 왜 어머니에게 알려드리지 않는 겁니까? 구주는 출세했고 화진 제일의 왕까지 되지 않았습니까? 비록 죽긴 했지만 어찌 됐든 구주는 우리 윤씨 일가의
윤씨 일가의 가장 큰 사당 안은 아주 어두웠다.그곳은 윤씨 일가 조상들의 위패가 놓여 있는 중요한 곳이었다.일반적으로 윤씨 일가의 대례를 제외하면 사당은 항상 굳게 닫혀 있고 아무도 출입할 수 없었다.그러나 오늘 그곳이 갑자기 열렸다.어두운 사당 안, 건장한 몸집의 남자가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그는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였다.윤신우의 앞에는 오랫동안 놓여있던 조상들의 위패가 있었다.위패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윤신우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윤씨 일가의 불효자 윤신우, 조상님들을 뵙습니다. 제가 무능하여 제 아들은 어렸을 때 집안에서 쫓겨났습니다. 전 윤씨 일가의 가주로서 자격이 없고, 아버지로서도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 아이 몸에는 저희 윤씨 일가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윤신우는 갑자기 무척 음산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오늘 저 윤신우는 조상님들 앞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제 아들을 죽인 자들을 전부 죽이겠습니다!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저 윤신우는 당시 무능하여, 화진의 국운을 위해 타협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습니다. 전 반드시 제 아들을 위해 직접 복수할 겁니다!”매섭게 말한 뒤 윤신우는 갑자기 옆으로 걸어가서 검은색 천으로 덮여 있던 위패를 천천히 꺼냈다.검은색 천을 벗기는 순간, 새로운 위패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그것은 그의 아들 윤구주의 위패였다.사실 윤구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윤신우는 이 위패를 만들어 묵묵히 지니고 다녔다.하지만 그는 이러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 적이 없었다.심지어 윤창현, 윤정석 등 사람들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그의 고충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그가 얼마나 괴로운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사람들은 윤씨 일가가 매정하게 윤구주 모자를 윤씨 일가에서 쫓아냈다는 것만 알았다.그러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오직 윤신우만 알았다.하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그의 아들이 죽었다는 점이다.
차갑게 윤씨 일가의 현판을 본 뒤 윤구주의 시선은 천천히 윤씨 일가의 대문으로 향했다.그는 이 대문을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어렸을 때 그는 두 돌사자 위에 타는 걸 좋아했다.과거를 떠올린 윤구주의 안색이 점점 서늘해졌다.몇 분간 문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몸을 움직였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윤씨 일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이치대로라면 엄청난 부지면적을 가진 화진 제일 문벌인 윤씨 일가는 사람이 아주 많아야 했다.그러나 안으로 들어간 윤구주는 마당이 텅 비어있는 걸 보았다.예전에는 도우미들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아주 썰렁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러한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 그가 서울로 돌아온 이유는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이것은 그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돌아온 것이었다.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린 윤구주는 할머니가 계시는 방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18년이 흘렀지만 윤씨 일가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윤구주는 익숙하게 가장 뒤쪽에 있는 할머니의 거처에 도착했다.도착하자마자 윤구주는 앳된 목소리가 화원 쪽에서 들리는 걸 발견했다.“할머니, 엄마가 오늘 할머니 90세 생신이라고 했어요. 할머니, 무병장수하세요!”화원 안에서 5, 6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방금 딴 꽃을 나이 든 노인에게 건넸다.눈 한쪽이 실명된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꽃을 건네받으며 말했다.“고마워, 하율아. 우리 하율이 정말 착하네!”“할머니, 오늘은 할머니 생신인데 왜 케이크를 드시지 않는 거예요? 하율이는 과일 케이크를 제일 좋아해요!”아이가 계속해 말했다.“그래, 그래. 할머니가 잠시 뒤에 하율이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해달라고 일러둘게.”노인은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네!”“하율아, 넌 놀고 있어. 할머니는 힘들어서 먼저 들어가서 쉴게. 괜찮지?”노인은 나이가 많아서 힘든 것 같았다.“좋아요!”하율은 계속해 그네를 타면서 말했다.노인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뒤 돌아가 쉬려고 했다.나이가 드니 노인은 다리가 잘 움직
18년이 흘렀다.노인은 다시 윤구주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거친 손으로 윤구주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그가 자기가 가장 사랑하던 손주가 맞는지 알아보려고 했다.윤구주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를 보았다.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흰머리가 가득했다.자애롭던 할머니는 90대 고령이라 풍전등화 상태였다.“할머니, 오늘은 할머니 생신이라서 돌아왔어요!”노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윤구주를 품 안에 안았다.“돌아왔으면 됐어. 돌아왔으면 됐어! 18년이야. 18년 3개월 8일이지. 그동안 잘 지냈니? 힘든 일은 없었어? 밖에서 배를 곯지는 않았어?”노인은 윤구주의 공로나 명성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것이라고는 손주가 밖에서 고생하지는 않았냐는 것이다.“할머니, 저 그동안 잘 지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윤구주는 노인의 거친 손을 잡았다.그러나 노인은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바보야, 넌 윤씨 일가를 떠났을 때 겨우 다섯 살이었어. 겨우 다섯 살! 그런데 잘 지냈을 리가 없잖아.”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제 말은 사실이에요. 보세요, 저 이렇게 컸는걸요!”노인은 혼탁한 오른눈으로 눈앞의 건장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그래. 18년이나 됐는데 그사이 참 많이 자랐구나. 네가 구주라고 밝히지 않았더라면 나는 네가 옆에서 지나가도 널 알아보지 못했을 거야. 자, 할머니랑 같이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 들어가서 얘기를 나누자!”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의 손을 잡고 앞에 있는 작은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집은 크지 않았고 안에는 아이의 장난감이 가득했다.인형도 있고 새총도 있고 유리구슬도 있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노인은 들떠서 손가락으로 집 안 가득한 장난감을 가리키며 말했다.“구주야, 이것들을 기억하니?”윤구주는 시선을 든 순간 곧바로 알아보았다. 그것들은 전부 그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던 것들이었다.“네!”윤구주는 고개를
노인의 말을 들은 윤구주가 말했다.“할머니, 오늘은 할머니 생일이잖아요.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노인은 윤구주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윤구주는 노인의 곁을 지켰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린아이가 갑자기 문 앞에 나타났다.“할머니, 이 오빠는 누구예요?”문 앞에 서 있는 건 윤하율이었다. 윤하율은 반짝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윤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윤하율을 본 노인은 서둘러 윤하율의 손을 잡고 말했다.“네 오빠야. 얼른 오빠라고 불러 봐.”“오빠요?”윤하율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면서 다시 윤구주를 보았다.“이 오빠가 바로 할머니가 그동안 계속 기다렸던 구주 오빠예요?”윤하율이 다시 물었다.노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구주 오빠예요? 정말 다행이에요! 구주 오빠, 전 하율이라고 해요!”아이는 낯을 가리지 않는 건지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할머니가 그러셨어요. 구주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오빠라고요! 할머니는 그동안 계속 오빠를 기다렸어요. 그리고 항상 오빠 얘기를 해줬고... 오빠를 그리워했어요... 그리고 가끔은 할머니가 이불 속에 숨어서 몰래 우는 소리도 들었어요... 이것 봐요. 할머니는 너무 울어서 눈 한쪽이 실명되었어요!”윤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할머니의 실명된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윤하율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마음이 아파서 할머니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할머니, 죄송합니다!”윤구주는 평생 살면서 한 번도 무릎 꿇어본 적이 없었다.부모님에게도 꿇어본 적이 없는 그인데 할머니 앞에서만 꿇었다.윤구주가 무릎을 꿇자 노인은 서둘러 윤구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윤씨 일가지. 넌 아무 잘못도 없어. 자, 얼른 일어나.”윤구주는 부축을 받고 일어난 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할머니, 제가 불효하여 그동안 할머니의 곁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하지만 걱정
윤구주가 떠난 뒤 윤씨 일가의 대전.건장한 체구의 신급 강자 노인이 윤신우에게 말했다.“가주님, 조금 전에 누군가 가주님 어머님의 거처에 멋대로 침입했습니다.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신우가 다급히 물었다.“어머니는 괜찮아?”“가주님, 어르신은 무사하십니다.”그 말에 윤신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어떤 놈이 이렇게 대담한 것이지? 감히 우리 윤씨 저택에 침입하다니.”윤신우가 매섭게 물었다.“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신급 중후기인 듯했습니다. 심지어 더 강할 수도 있습니다...”건장한 노인이 말했다.“음? 그렇게 강하다고?”“네! 조금 전 막으려고 해보았으나 제게 손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고 물러나게 했습니다...”건장한 노인이 말했다.그 말을 듣자 윤신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거의 백 년 가까이 윤씨 일가에 몸담은 신급 강자였기에 윤신우는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윤씨 일가는 비록 겉보기에는 몰락하고 있고 사람도 적어 보였지만 사실 화진 제일의 문벌이었던 윤씨 일가에는 숨겨진 12명의 신급 강자가 있었다.그러나 그 12명의 신급 강자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윤씨 일가는 화진 문벌 중 최고라고 불릴 수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어떤 놈이 이렇게 배짱 좋게 공공연히 윤씨 저택에 침입한 걸까?게다가 공격도 하지 않고 윤씨 일가의 신급 강자 한 명을 물러나게 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신우는 잠깐 침묵했다가 말을 이어갔다.“알겠으니 이만 나가봐.”“네!”신급 강자인 노인이 나간 뒤 윤신우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윤씨 일가의 뒷마당에 있는 오두막 안.노인은 윤구주를 본 뒤로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이때 그녀는 오두막 안에 앉아서 윤하율에게 윤구주 어릴 때의 얘기를 해주었다.“하율아, 그거 아니? 이 장난감들은 네 구주 오빠가 어릴 때 좋아했던 것들이야. 구주는 어릴 때 장
“우리 아들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우리 아들이... 돌아왔다고?”윤신우는 중얼거리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감격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한참 지난 뒤 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역시 우리 윤씨 일가의 후손은 용과 같구나!”...밤이 깊어졌다.서울 외곽 지역의 공동묘지.한 남자가 조용히 한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밤바람이 불어와 남자의 긴 머리를 헝클어뜨렸고 남자는 유령처럼 조용히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어머니, 이 아들이 어머니를 보러 왔습니다.”그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달빛을 빌려 보니 그는 화진 제일의 왕 윤구주였다.18년 전, 다섯 살 때 어머니와 함께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로부터 그는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윤구주의 어머니는 윤구주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 네 가지 일을 했고 1년도 되지 않아서 과로 때문에 크게 앓게 되었다.어린 윤구주를 먹여 살리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아픔을 참으며 계속 일했다.그러다 윤구주가 7살이 되었을 때, 결국 과로로 쓰러졌다.윤구주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은 음력 섣달그믐날이었다.그는 그날을 기억했다. 눈이 펑펑 내리던 그날, 집마다 가족들이 단란하게 모였다.병으로 쓰러진 어머니는 잠시 뒤 일어나서 떡국을 만들어주겠다며 그를 위로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말을 한 뒤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과거를 떠올린 윤구주는 마음속에서 일그러진 증오가 치솟아 올랐다.그 증오는 마치 칼과 같아 공동묘지 전체가 쓸쓸하고 음산해졌다.어두운 밤, 윤구주는 그렇게 조각상처럼 어머니의 무덤 앞에 오랫동안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무덤 앞에 무릎 꿇고 있던 윤구주는 어둠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와요!”곧 어둠 속에서 귀신 같은 남자 한 명이 공동묘지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윤신우였다.멀지 않은 곳, 오랫동안 무덤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