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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노인의 말을 들은 윤구주가 말했다.

“할머니, 오늘은 할머니 생일이잖아요.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

노인은 윤구주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윤구주는 노인의 곁을 지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린아이가 갑자기 문 앞에 나타났다.

“할머니, 이 오빠는 누구예요?”

문 앞에 서 있는 건 윤하율이었다. 윤하율은 반짝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윤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윤하율을 본 노인은 서둘러 윤하율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 오빠야. 얼른 오빠라고 불러 봐.”

“오빠요?”

윤하율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면서 다시 윤구주를 보았다.

“이 오빠가 바로 할머니가 그동안 계속 기다렸던 구주 오빠예요?”

윤하율이 다시 물었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구주 오빠예요? 정말 다행이에요! 구주 오빠, 전 하율이라고 해요!”

아이는 낯을 가리지 않는 건지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구주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오빠라고요! 할머니는 그동안 계속 오빠를 기다렸어요. 그리고 항상 오빠 얘기를 해줬고... 오빠를 그리워했어요... 그리고 가끔은 할머니가 이불 속에 숨어서 몰래 우는 소리도 들었어요... 이것 봐요. 할머니는 너무 울어서 눈 한쪽이 실명되었어요!”

윤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할머니의 실명된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윤하율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마음이 아파서 할머니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윤구주는 평생 살면서 한 번도 무릎 꿇어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에게도 꿇어본 적이 없는 그인데 할머니 앞에서만 꿇었다.

윤구주가 무릎을 꿇자 노인은 서둘러 윤구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윤씨 일가지. 넌 아무 잘못도 없어. 자, 얼른 일어나.”

윤구주는 부축을 받고 일어난 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할머니, 제가 불효하여 그동안 할머니의 곁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하지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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