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형님, 바보예요? 구주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복수를 왜 해요? 그리고 우리 조카는 화진 제일의 왕이라고요. 이 세상에 누가 감히 구주를 건드려요?”윤창현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러네. 깜빡할 뻔했어. 나 윤창현의 큰 조카는 천하무적의 구주왕이잖아!”“사사 삼천 명은 원래 우리 구주를 위해 준비한 거야. 구주가 살아있으니 그냥 구주에게 넘기려고.”말을 마친 뒤 윤신우는 작은 명령패를 윤창현에게 건넸다.그 위에는 ‘윤’이라고 적혀 있었다.그것은 윤씨 일가의 명령패라는 뜻이었다.“둘째야, 이 명령패를 가지고 가서 재이와 두식에게 전해. 지금부터는 우리 아들에게 충성하라고.”윤창현은 명령패를 건네받고 말했다.“형님, 재이와 두식은 성격이 포악하고 고집스러워서 조카 명령에 따르지 않으려고 하면 어떡해요?”“걔들이 감히 그럴 수 있겠어? 내 명령을 전해. 내 아들에게 복종하지 않는 놈들은 내가 직접 죽일 거라고.”죽인다는 말에 엄청난 기운이 담겨 있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그 자식들에게 전할게요!”윤창현은 웃으며 말했다.“콜록콜록.”이때 윤신우는 갑자기 기침하며 피를 토했다.어쩔 수 없었다.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내공으로 버티고 있지 않았더라면 윤신우는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게다가 연이어 말을 굉장히 많이 했으니 상처가 심각하다는 게 다시 드러났다.“됐어. 다들 나가 봐... 난 좀 쉬어야겠어.”윤신우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윤창현과 윤정석은 더는 그를 방해하지 못하고 묵묵히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윤신우는 입에서 검은색 피를 왈칵 토했다.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원망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이 자식, 내공이 정말로 날 초월했어. 좋아! 아주 좋아!”...서울 외곽.그곳은 서울 도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이었다.그곳에는 대부분 일꾼들이 살고 있었다.이때 밤하늘 아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그는 윤구주였다.눈앞의 허름한 집은 과거 그와 어머니가
“정태웅, 천현수, 너희는 일단 나가 있어. 나 혼자 있고 싶어.”윤구주는 천천히 앉은 뒤 입을 열었다.정태웅 등 사람들은 윤구주가 어렸을 때 겪었던 불행을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떠났다.고요한 방 안.윤구주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밖에서는 정태웅, 천현수, 남궁 서준이 문밖에 서 있었다.“휴, 저하는 또 어머님이 그리우신 걸 거야.”정태웅은 한숨을 쉬면서 마음 아픈 얼굴로 방 쪽을 바라보았다.“그러게. 저하는 5살 때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천현수는 말하다가 침묵했다.“빌어먹을 윤씨 일가, 정말 매정하네! 나였다면 그들을 죽여서 복수를 했을 거야!”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조용히 해! 저하의 집안일이니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아. 집안마다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천현수가 귀띔했다.정태웅은 코웃음을 쳤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옆에 있던 꼬맹이 남궁서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윤구주가 방 안으로 들어간 뒤 주변 온도는 점점 더 낮아졌다.9월인데도 불구하고 엄동설한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윤구주가 싸늘한 몸으로 방 안에서 걸어 나왔다.윤구주를 본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 세 사람은 곧바로 꼿꼿이 서서 정중하게 윤구주를 맞이했다.“오늘 밤 난 사람을 죽이고 싶어!”윤구주의 입에서 싸늘한 말이 튀어나왔다.서울로 돌아온 뒤 윤구주는 8명의 신급 강자에게 가로막혔었고 윤씨 일가로 돌아가서는 자기가 가장 증오하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병으로 세상을 뜬 가련한 어머니가 떠 올랐다. 그래서 오늘 밤 윤구주는 살기가 아주 짙었다.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말에 정태웅 등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저하, 누굴 죽이고 싶으신 겁니까?”정태웅은 서둘러 물었다.“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윤구주는 차가운
건장한 보초는 꼬맹이의 칼에 찔려 가슴이 꿰뚫렸다. 남은 십여 명의 여씨 일가 보초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당신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여씨 일가 사람을 죽여?”한 보초가 전전긍긍해서 물었다.그가 말하자마자 서늘한 검기가 그를 바닥에 꽂았다.또 심장이 꿰뚫렸다.동료들이 잇달아 죽자 여씨 일가 보초들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 그들은 사람들을 부르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들이 화진 제일 소년후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촥 소리와 함께 공포스러운 검명이 울려 퍼졌다.눈을 깜빡이자 십여 명의 보초가 전부 소년의 검에 죽었다.여씨 일족 내부.문 앞에서 비명이 잇달아 들려오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곳에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리고 그중에는 대가급 고수와 3명의 신급 강자가 있었다.“젠장, 문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이자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둘째 장로님, 누군가 저희 여씨 일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한 부하가 서둘러 대답했다.‘뭐라고?’그 말에 여씨 일가 둘째 장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떤 간이 부은 놈이 감히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당장 나랑 같이 나가서 보자고!”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말을 마친 뒤 십여 구의 피투성이가 된 시체를 보았다.문 앞에 윤구주는 신처럼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그의 앞에는 꼬맹이 남궁서준, 정태웅, 천현수가 있었다.오늘 밤, 윤구주는 그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를 멸족할 생각이었다.그들은 감히 윤구주의 형제들을 죽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히 윤구주가 서울에 가는 걸 막았다.“당신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여씨 일족을 공격해?”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부릅뜨고 화가 난 얼굴로 윤구주와 정태웅 등을 바라보았다.특히 윤구주를 보았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윤구주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세상에 내려온 신 같았다.“여씨
화진에서 가장 젊은 소년후인 남궁서준은 아주 살벌했다.윤구주에서 배웠기 때문이다.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남궁서준은 윤구주가 적을 완벽히 제압하여 그들을 항복하게 하고 시체가 산처럼 쌓이게 한 광경을 직접 목격했었다.그 일로 어린 남궁서준의 마음에 씨앗이 하나 뿌려졌다.그것은 바로 앞으로 윤구주 같은 죽음의 신이 되는 것이었다.남궁서준은 사람을 죽이겠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는데 온몸에서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그로 인해 그의 앞에 있던 두 명의 여씨 일가 사람들은 장기가 파괴되고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엄청난 살기야! 저 자식은 누구지?”여씨 일가의 한 신급 강자는 남궁서준의 무시무시한 살기를 느낀 순간 서늘한 시선으로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남궁서준이 아주 어린 걸 본 노인은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였네! 너희 다섯 명, 저 자식을 죽여!”그는 큰 손을 휘둘렀고 옆에 있던 다섯 명의 대가급 고수가 곧바로 날아갔다.다섯 명의 여씨 일가의 대가들은 남궁서준이 어려서 상대하기가 아주 쉬울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곧바로 치명적인 공격을 펼쳤다.다섯 명의 대가가 연합하면서 넘실대는 강기가 다섯 명의 치명적인 공격과 함께 남궁서준에게 날아들었다.그런데 남궁서준은 그들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손가락을 붙여서 검결을 만들어 다섯 사람을 향해 그었다.촤악!순간 엄청난 기검이 나타났다.검의 길이는 5미터 정도 될 듯했다.“이기어검! 기검화형!”“젠장, 저 꼬맹이 검도로 신급 강자였어? 얼른 물러나...”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남궁서준은 5미터짜리 기검으로 여씨 일가 대가 5명의 몸을 꿰뚫었다.조금 전 손을 쓴 여씨 일가 대가 5명은 남궁서준의 손에 전부 유명을 달리했다.그 광경에 조금 전 입을 뗐던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는 몸을 흠칫 떨었다. 심지어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도 안색이 어두워졌다.여씨 일가는 신급 강자가 두렵지 않았다.서울
그는 아주 유명한 태허 신급 경지 술사였다.그가 가슴팍을 치자 검은색 안개가 치솟아 올라서 방패를 만들었다. 그는 그것으로 남궁서준의 검을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막을 수 있을까?당연히 막을 수 없었다.쿠궁!남궁서준의 5미터짜리 기검은 전광석화처럼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만든 방패막이를 공격했다. 쿵쿵 소리가 들리면서 방패가 그대로 부서졌다.여씨 일가의 노인은 충격으로 인해 마치 폭탄에 공격당한 듯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땅이 갈라졌고, 여씨 일가 노인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구덩이에 쓰러졌다.“젠장... 이렇게 강하다고? 저... 저... 인간 맞아?”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노인은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그는 놀란 목소리로 말하면서 입에서 피를 흘렸다.어쩔 수 없었다.엄청난 검기를 지닌 남궁서준은 아주 살기등등했다.게다가 그는 단번에 그의 술법을 파괴하였고 그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런데 어떻게 그와 싸운단 말인가?“죽어!”남궁서준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죽이겠다고 하면 죽이는 것이었다.5미터짜리 기검이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를 공격했다.“여섯째야, 얼른 피해!”그곳에 있던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그 광경을 보고 곧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다급했던 그는 아주 빠르게 두 손바닥을 뻗었고, 두 개의 손바닥이 화염의 힘을 지닌 채 남궁서준의 기검을 막으려고 했다.“흥! 감히 내 검을 막으려고? 안 될걸!”남궁서준은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고 그 순간 5미터짜리 기검이 10미터로 변했다.거대한 기검은 무시무시한 파멸의 힘을 띤 채로 하늘에서 추락했다.그것은 여씨 일가 둘째 장로의 공격을 부쉈을 뿐만 아니라 여씨 일가 신급 강자를 갈기갈기 찢었다.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한 명은 남궁서준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그뿐만 아니라 조금 전 나섰던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입에서 피를 흘렸다.그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여씨 일가 사람들 모두 넋이 나갔다.너무 놀라웠다.조금 전 죽은 사람은
여동운을 죽이겠으니 그를 불러 내오라는 말에 여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그들은 윤구주가 감히 여씨 일가 어르신의 존함을 막 부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모든 여씨 일가의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이 든 목소리가 여씨 일가 내부에서 들려왔다.“휴, 결국엔 왔군요.”탄식이 섞인 말이었다.여씨 일가 내부에서 백발이 성성하고 체구가 건장한 노인이 걸어 나와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그가 바로 여씨 일가의 여동운이었다.그는 백 년 넘게 산 괴물이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여섯 명의 여씨 일가 신급 강자들이 있었다.여섯 명 중 남자가 다섯 명이고 여자가 한 명이었는데 그들 모두 백 년 넘게 살았고 다들 아주 강한 신급 강자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여씨 일가의 사람들 수백 명은 여동운이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그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그를 어르신이라고 불렀다.여동운은 그들에게 눈빛 한 번 주지 않고 떨리는 두 눈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한때 천하무적이었던 윤구주를 말이다.“여동운, 저하를 뵙습니다.”여동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씨 일가 사람들 앞에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어르신, 이게 무슨...”그 광경에 여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여씨 일가의 조상인 그가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세상에,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의 조상이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든다니.’다들 경악하고 있을 때 여동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저하께서 오셨는데 제가 직접 마중 나오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한때 저희가 저하에게 충성했던 점을 고려해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백발이 성성한 여동운은 그렇게 말하더니 윤구주를 향해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얘기해 봐. 우리 암부 형제들을 죽이는 일에 여씨 일가가 가담했나?”윤구주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저하! 저
“그런데 너희들은 감히 내가 사라진 틈을 타서 나의 형제들을 죽이려고 했어.”윤구주의 살기는 이미 극에 달했다.그로 인해 사람들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었다.그건 여씨 일가의 어르신 여동운도 마찬가지였다.그리고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대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그랬다.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내가 얘기했을 텐데. 나 윤구주의 형제를 죽인다면 그자의 가족까지 전부 죽이겠다고 말이야. 오늘은 너희 차례야!”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여동운은 눈이 벌게져서 말했다.“저하! 저희 여씨 일가를 멸족하겠단 말입니까? 그러면 화진의 문벌이 폭동을 일으킬 겁니다! 심사숙고해 주세요!”여동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서울에서 여씨, 황씨, 당씨 일가는 화진의 문벌 중 최고였다.만약 윤구주가 여씨 일가를 도륙한다면 다른 문벌들은 어떻게 할까?‘이 세상의 문벌을 전부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흥! 감히 다른 문벌로 날 압박하려고 해? 일개 여씨 일가 따위가 말이야. 6년 전, 나 윤구주는 무력으로 천하를 압도했어. 세가도, 종문도, 문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나 윤구주는 다시 한번 너희를 도륙할 것이다!”충격적인 말에 여씨 일가의 여동운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는 두 눈이 벌게진 채로 살기 가득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그래요. 저희 여씨 일가를 반드시 죽일 생각이라면 저희도 가만있을 수는 없죠. 그렇지 않습니까?”여동운은 말을 마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순간 그의 몸에서 기운이 천천히 퍼져나갔다.여동운은 여씨 일가의 조상으로 신급 강자 중고급이었다.140세가 넘는 고령의 그는 내공이 화진 경지였다.그의 몸에서 기운이 퍼져나가자 그릇만큼 굵은 불빛이 여동운의 주위에 나타났다.그것은 여씨 가문의 유명한 열화공이었다.“형님, 제가 죽이겠습니다!”화진 제일의 소년후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기운을 내뿜는 여동운을 죽이려고 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괜찮다. 오늘은 내가 죽일 거야.”말
혼자서 여씨 일가를 멸문시킨다니, 말도 안 되었다.게다가 여동운이라는 늙은 괴물이 있는데 말이다.그리고 7명의 신급 강자와 무도 대가 수십 명이 있었다.윤구주는 검은 옷을 입고 저승사자처럼 어둠 속에 서 있었다.그의 기운을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오로지 그의 엄청난 살기가 여씨 일가 장원을 뒤덮었다는 것만 느껴졌다.“천하제일의 저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오늘 목숨 걸고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전부 싸울 준비 해!”여동운이 제일 먼저 고함을 질렀다.“네!”그 순간 수백 명의 여씨 일가 사람들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비록 여동운은 윤구주가 실력이 뛰어나고 천하무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 윤구주 혼자서 여씨 일가를 멸문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그는 이 세상에 그렇게 강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동운은 목숨 걸고 싸울 생각이었다.싸운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가장 먼저 손을 쓴 것은 여동운이었다.여씨 일가의 조상인 그는 백 년 넘게 산 늙은 괴물이었고 그의 열화공은 이미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두 손바닥을 마주댔고 순간 그의 주위로 불바다가 펼쳐졌다.활활 타오르는 불기둥이 그의 주변에서 솟아 나왔다.그것은 여씨 일가의 열화공에서 가장 강한 팔비열화장이었다.불타는 손바닥이 나타나자마자 불기둥들은 한곳에 모였고 허공에서 엄청나게 큰, 불타는 손바닥이 생겼다.그 손바닥이 나타나자 주변 공기마저 전부 불에 타서 사라질 것 같았다.“팔비열화장!”여동운이 고함을 질렀다. 백 년 넘는 신급 내공이 이 순간 극치까지 끌어올려졌다.그가 두 손바닥에 힘을 주자 하늘 높이 치솟은 손바닥이 엄청난 기세로 윤구주를 공격했다.같은 시각, 뒤에 있던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7명이 전부 각자 공격을 시전했다.그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여씨 일가 사람 수백 명과 수십 명의 무도 대가들도 공격을 펼쳤다.그들의 공격 앞에서 윤구주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도도히 서 있었다.모든 이들이 연합하여 일격을 퍼붓는 순간, 윤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