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너희 부자 사이의 일에 난 끼어들고 싶지 않아. 난 임종 전에 소원 하나가 있다. 너희 부자가 화해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나도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노인은 그렇게 말했다.윤신우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도 이 소망을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다.하지만 그에게 있어 그런 것들은 중요치 않았다.중요한 건 평생을 걸고 윤구주를 지키는 것뿐이었다.“됐다. 난 이만 가보마. 둘째와 셋째가 문 앞에서 널 기다리고 있다. 걔네랑 얘기 나눠.”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방에서 나갔다.잠시 뒤 윤창현과 윤정석은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두 사람은 정신을 차린 윤신우를 보고 기뻐하며 달려왔다.“형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얼른 얘기해 봐요.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이 형님을 이렇게 다치게 한 거예요?”윤창현은 성격이 가장 불같았기에 다짜고짜 물었다.윤신우는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내 상처에 관해서는 당분간 묻지 마. 난 아주 좋은 일을 너희한테 얘기해줄 거야.”“좋은 일이요?”윤창현과 윤정석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윤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건 너희 조카가, 우리 아들이 살아있다는 거야!”‘뭐?’윤신우의 말에 윤창현과 윤정석은 모두 깜짝 놀라서 말했다.“형님, 거짓말하지 마세요! 우리 조카가 살아있다고요?”윤창현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펄쩍 뛸 것 같았다. 그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윤정석 또한 경악했다.“내가 왜 너희를 속이겠어? 우리 아들은 확실히 살아있어!”윤신우는 기뻐하며 말했다.“진짜예요? 구주왕이 살아있다고요? 하지만 10개국과 싸우다가 죽음의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했잖아요.”윤정석이 서둘러 물었다.윤신우가 말했다.“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문씨 일가에서 비열한 수단을 써서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을 거야!”“문씨 일가요?”윤창현과 윤정석은 깜짝 놀랐다.“맞아. 10개국 간의 전쟁이 끝나고 문아름은 왕이 되었지. 난 예전부터 줄곧 이상하다고
“둘째 형님, 바보예요? 구주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복수를 왜 해요? 그리고 우리 조카는 화진 제일의 왕이라고요. 이 세상에 누가 감히 구주를 건드려요?”윤창현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러네. 깜빡할 뻔했어. 나 윤창현의 큰 조카는 천하무적의 구주왕이잖아!”“사사 삼천 명은 원래 우리 구주를 위해 준비한 거야. 구주가 살아있으니 그냥 구주에게 넘기려고.”말을 마친 뒤 윤신우는 작은 명령패를 윤창현에게 건넸다.그 위에는 ‘윤’이라고 적혀 있었다.그것은 윤씨 일가의 명령패라는 뜻이었다.“둘째야, 이 명령패를 가지고 가서 재이와 두식에게 전해. 지금부터는 우리 아들에게 충성하라고.”윤창현은 명령패를 건네받고 말했다.“형님, 재이와 두식은 성격이 포악하고 고집스러워서 조카 명령에 따르지 않으려고 하면 어떡해요?”“걔들이 감히 그럴 수 있겠어? 내 명령을 전해. 내 아들에게 복종하지 않는 놈들은 내가 직접 죽일 거라고.”죽인다는 말에 엄청난 기운이 담겨 있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그 자식들에게 전할게요!”윤창현은 웃으며 말했다.“콜록콜록.”이때 윤신우는 갑자기 기침하며 피를 토했다.어쩔 수 없었다.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내공으로 버티고 있지 않았더라면 윤신우는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게다가 연이어 말을 굉장히 많이 했으니 상처가 심각하다는 게 다시 드러났다.“됐어. 다들 나가 봐... 난 좀 쉬어야겠어.”윤신우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윤창현과 윤정석은 더는 그를 방해하지 못하고 묵묵히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윤신우는 입에서 검은색 피를 왈칵 토했다.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원망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이 자식, 내공이 정말로 날 초월했어. 좋아! 아주 좋아!”...서울 외곽.그곳은 서울 도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이었다.그곳에는 대부분 일꾼들이 살고 있었다.이때 밤하늘 아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그는 윤구주였다.눈앞의 허름한 집은 과거 그와 어머니가
“정태웅, 천현수, 너희는 일단 나가 있어. 나 혼자 있고 싶어.”윤구주는 천천히 앉은 뒤 입을 열었다.정태웅 등 사람들은 윤구주가 어렸을 때 겪었던 불행을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떠났다.고요한 방 안.윤구주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밖에서는 정태웅, 천현수, 남궁 서준이 문밖에 서 있었다.“휴, 저하는 또 어머님이 그리우신 걸 거야.”정태웅은 한숨을 쉬면서 마음 아픈 얼굴로 방 쪽을 바라보았다.“그러게. 저하는 5살 때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천현수는 말하다가 침묵했다.“빌어먹을 윤씨 일가, 정말 매정하네! 나였다면 그들을 죽여서 복수를 했을 거야!”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조용히 해! 저하의 집안일이니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아. 집안마다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천현수가 귀띔했다.정태웅은 코웃음을 쳤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옆에 있던 꼬맹이 남궁서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시간은 1분 1초 흘렀다.윤구주가 방 안으로 들어간 뒤 주변 온도는 점점 더 낮아졌다.9월인데도 불구하고 엄동설한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윤구주가 싸늘한 몸으로 방 안에서 걸어 나왔다.윤구주를 본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 세 사람은 곧바로 꼿꼿이 서서 정중하게 윤구주를 맞이했다.“오늘 밤 난 사람을 죽이고 싶어!”윤구주의 입에서 싸늘한 말이 튀어나왔다.서울로 돌아온 뒤 윤구주는 8명의 신급 강자에게 가로막혔었고 윤씨 일가로 돌아가서는 자기가 가장 증오하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병으로 세상을 뜬 가련한 어머니가 떠 올랐다. 그래서 오늘 밤 윤구주는 살기가 아주 짙었다.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말에 정태웅 등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저하, 누굴 죽이고 싶으신 겁니까?”정태웅은 서둘러 물었다.“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윤구주는 차가운
건장한 보초는 꼬맹이의 칼에 찔려 가슴이 꿰뚫렸다. 남은 십여 명의 여씨 일가 보초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당신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여씨 일가 사람을 죽여?”한 보초가 전전긍긍해서 물었다.그가 말하자마자 서늘한 검기가 그를 바닥에 꽂았다.또 심장이 꿰뚫렸다.동료들이 잇달아 죽자 여씨 일가 보초들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 그들은 사람들을 부르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들이 화진 제일 소년후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촥 소리와 함께 공포스러운 검명이 울려 퍼졌다.눈을 깜빡이자 십여 명의 보초가 전부 소년의 검에 죽었다.여씨 일족 내부.문 앞에서 비명이 잇달아 들려오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곳에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리고 그중에는 대가급 고수와 3명의 신급 강자가 있었다.“젠장, 문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이자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둘째 장로님, 누군가 저희 여씨 일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한 부하가 서둘러 대답했다.‘뭐라고?’그 말에 여씨 일가 둘째 장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떤 간이 부은 놈이 감히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당장 나랑 같이 나가서 보자고!”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말을 마친 뒤 십여 구의 피투성이가 된 시체를 보았다.문 앞에 윤구주는 신처럼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그의 앞에는 꼬맹이 남궁서준, 정태웅, 천현수가 있었다.오늘 밤, 윤구주는 그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를 멸족할 생각이었다.그들은 감히 윤구주의 형제들을 죽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히 윤구주가 서울에 가는 걸 막았다.“당신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여씨 일족을 공격해?”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부릅뜨고 화가 난 얼굴로 윤구주와 정태웅 등을 바라보았다.특히 윤구주를 보았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윤구주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세상에 내려온 신 같았다.“여씨
화진에서 가장 젊은 소년후인 남궁서준은 아주 살벌했다.윤구주에서 배웠기 때문이다.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남궁서준은 윤구주가 적을 완벽히 제압하여 그들을 항복하게 하고 시체가 산처럼 쌓이게 한 광경을 직접 목격했었다.그 일로 어린 남궁서준의 마음에 씨앗이 하나 뿌려졌다.그것은 바로 앞으로 윤구주 같은 죽음의 신이 되는 것이었다.남궁서준은 사람을 죽이겠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는데 온몸에서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 그로 인해 그의 앞에 있던 두 명의 여씨 일가 사람들은 장기가 파괴되고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엄청난 살기야! 저 자식은 누구지?”여씨 일가의 한 신급 강자는 남궁서준의 무시무시한 살기를 느낀 순간 서늘한 시선으로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남궁서준이 아주 어린 걸 본 노인은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였네! 너희 다섯 명, 저 자식을 죽여!”그는 큰 손을 휘둘렀고 옆에 있던 다섯 명의 대가급 고수가 곧바로 날아갔다.다섯 명의 여씨 일가의 대가들은 남궁서준이 어려서 상대하기가 아주 쉬울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곧바로 치명적인 공격을 펼쳤다.다섯 명의 대가가 연합하면서 넘실대는 강기가 다섯 명의 치명적인 공격과 함께 남궁서준에게 날아들었다.그런데 남궁서준은 그들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손가락을 붙여서 검결을 만들어 다섯 사람을 향해 그었다.촤악!순간 엄청난 기검이 나타났다.검의 길이는 5미터 정도 될 듯했다.“이기어검! 기검화형!”“젠장, 저 꼬맹이 검도로 신급 강자였어? 얼른 물러나...”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남궁서준은 5미터짜리 기검으로 여씨 일가 대가 5명의 몸을 꿰뚫었다.조금 전 손을 쓴 여씨 일가 대가 5명은 남궁서준의 손에 전부 유명을 달리했다.그 광경에 조금 전 입을 뗐던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는 몸을 흠칫 떨었다. 심지어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도 안색이 어두워졌다.여씨 일가는 신급 강자가 두렵지 않았다.서울
그는 아주 유명한 태허 신급 경지 술사였다.그가 가슴팍을 치자 검은색 안개가 치솟아 올라서 방패를 만들었다. 그는 그것으로 남궁서준의 검을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막을 수 있을까?당연히 막을 수 없었다.쿠궁!남궁서준의 5미터짜리 기검은 전광석화처럼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만든 방패막이를 공격했다. 쿵쿵 소리가 들리면서 방패가 그대로 부서졌다.여씨 일가의 노인은 충격으로 인해 마치 폭탄에 공격당한 듯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땅이 갈라졌고, 여씨 일가 노인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구덩이에 쓰러졌다.“젠장... 이렇게 강하다고? 저... 저... 인간 맞아?”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노인은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그는 놀란 목소리로 말하면서 입에서 피를 흘렸다.어쩔 수 없었다.엄청난 검기를 지닌 남궁서준은 아주 살기등등했다.게다가 그는 단번에 그의 술법을 파괴하였고 그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런데 어떻게 그와 싸운단 말인가?“죽어!”남궁서준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죽이겠다고 하면 죽이는 것이었다.5미터짜리 기검이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를 공격했다.“여섯째야, 얼른 피해!”그곳에 있던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그 광경을 보고 곧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다급했던 그는 아주 빠르게 두 손바닥을 뻗었고, 두 개의 손바닥이 화염의 힘을 지닌 채 남궁서준의 기검을 막으려고 했다.“흥! 감히 내 검을 막으려고? 안 될걸!”남궁서준은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고 그 순간 5미터짜리 기검이 10미터로 변했다.거대한 기검은 무시무시한 파멸의 힘을 띤 채로 하늘에서 추락했다.그것은 여씨 일가 둘째 장로의 공격을 부쉈을 뿐만 아니라 여씨 일가 신급 강자를 갈기갈기 찢었다.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한 명은 남궁서준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그뿐만 아니라 조금 전 나섰던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입에서 피를 흘렸다.그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여씨 일가 사람들 모두 넋이 나갔다.너무 놀라웠다.조금 전 죽은 사람은
여동운을 죽이겠으니 그를 불러 내오라는 말에 여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그들은 윤구주가 감히 여씨 일가 어르신의 존함을 막 부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모든 여씨 일가의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이 든 목소리가 여씨 일가 내부에서 들려왔다.“휴, 결국엔 왔군요.”탄식이 섞인 말이었다.여씨 일가 내부에서 백발이 성성하고 체구가 건장한 노인이 걸어 나와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그가 바로 여씨 일가의 여동운이었다.그는 백 년 넘게 산 괴물이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여섯 명의 여씨 일가 신급 강자들이 있었다.여섯 명 중 남자가 다섯 명이고 여자가 한 명이었는데 그들 모두 백 년 넘게 살았고 다들 아주 강한 신급 강자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여씨 일가의 사람들 수백 명은 여동운이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그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그를 어르신이라고 불렀다.여동운은 그들에게 눈빛 한 번 주지 않고 떨리는 두 눈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한때 천하무적이었던 윤구주를 말이다.“여동운, 저하를 뵙습니다.”여동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씨 일가 사람들 앞에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어르신, 이게 무슨...”그 광경에 여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여씨 일가의 조상인 그가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세상에,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의 조상이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든다니.’다들 경악하고 있을 때 여동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저하께서 오셨는데 제가 직접 마중 나오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한때 저희가 저하에게 충성했던 점을 고려해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백발이 성성한 여동운은 그렇게 말하더니 윤구주를 향해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얘기해 봐. 우리 암부 형제들을 죽이는 일에 여씨 일가가 가담했나?”윤구주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저하! 저
“그런데 너희들은 감히 내가 사라진 틈을 타서 나의 형제들을 죽이려고 했어.”윤구주의 살기는 이미 극에 달했다.그로 인해 사람들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었다.그건 여씨 일가의 어르신 여동운도 마찬가지였다.그리고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대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그랬다.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내가 얘기했을 텐데. 나 윤구주의 형제를 죽인다면 그자의 가족까지 전부 죽이겠다고 말이야. 오늘은 너희 차례야!”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여동운은 눈이 벌게져서 말했다.“저하! 저희 여씨 일가를 멸족하겠단 말입니까? 그러면 화진의 문벌이 폭동을 일으킬 겁니다! 심사숙고해 주세요!”여동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서울에서 여씨, 황씨, 당씨 일가는 화진의 문벌 중 최고였다.만약 윤구주가 여씨 일가를 도륙한다면 다른 문벌들은 어떻게 할까?‘이 세상의 문벌을 전부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흥! 감히 다른 문벌로 날 압박하려고 해? 일개 여씨 일가 따위가 말이야. 6년 전, 나 윤구주는 무력으로 천하를 압도했어. 세가도, 종문도, 문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나 윤구주는 다시 한번 너희를 도륙할 것이다!”충격적인 말에 여씨 일가의 여동운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는 두 눈이 벌게진 채로 살기 가득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그래요. 저희 여씨 일가를 반드시 죽일 생각이라면 저희도 가만있을 수는 없죠. 그렇지 않습니까?”여동운은 말을 마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순간 그의 몸에서 기운이 천천히 퍼져나갔다.여동운은 여씨 일가의 조상으로 신급 강자 중고급이었다.140세가 넘는 고령의 그는 내공이 화진 경지였다.그의 몸에서 기운이 퍼져나가자 그릇만큼 굵은 불빛이 여동운의 주위에 나타났다.그것은 여씨 가문의 유명한 열화공이었다.“형님, 제가 죽이겠습니다!”화진 제일의 소년후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기운을 내뿜는 여동운을 죽이려고 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괜찮다. 오늘은 내가 죽일 거야.”말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