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주 유명한 태허 신급 경지 술사였다.그가 가슴팍을 치자 검은색 안개가 치솟아 올라서 방패를 만들었다. 그는 그것으로 남궁서준의 검을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막을 수 있을까?당연히 막을 수 없었다.쿠궁!남궁서준의 5미터짜리 기검은 전광석화처럼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가 만든 방패막이를 공격했다. 쿵쿵 소리가 들리면서 방패가 그대로 부서졌다.여씨 일가의 노인은 충격으로 인해 마치 폭탄에 공격당한 듯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땅이 갈라졌고, 여씨 일가 노인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구덩이에 쓰러졌다.“젠장... 이렇게 강하다고? 저... 저... 인간 맞아?”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노인은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그는 놀란 목소리로 말하면서 입에서 피를 흘렸다.어쩔 수 없었다.엄청난 검기를 지닌 남궁서준은 아주 살기등등했다.게다가 그는 단번에 그의 술법을 파괴하였고 그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런데 어떻게 그와 싸운단 말인가?“죽어!”남궁서준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죽이겠다고 하면 죽이는 것이었다.5미터짜리 기검이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를 공격했다.“여섯째야, 얼른 피해!”그곳에 있던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그 광경을 보고 곧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다급했던 그는 아주 빠르게 두 손바닥을 뻗었고, 두 개의 손바닥이 화염의 힘을 지닌 채 남궁서준의 기검을 막으려고 했다.“흥! 감히 내 검을 막으려고? 안 될걸!”남궁서준은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고 그 순간 5미터짜리 기검이 10미터로 변했다.거대한 기검은 무시무시한 파멸의 힘을 띤 채로 하늘에서 추락했다.그것은 여씨 일가 둘째 장로의 공격을 부쉈을 뿐만 아니라 여씨 일가 신급 강자를 갈기갈기 찢었다.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한 명은 남궁서준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그뿐만 아니라 조금 전 나섰던 여씨 일가의 둘째 장로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입에서 피를 흘렸다.그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여씨 일가 사람들 모두 넋이 나갔다.너무 놀라웠다.조금 전 죽은 사람은
여동운을 죽이겠으니 그를 불러 내오라는 말에 여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그들은 윤구주가 감히 여씨 일가 어르신의 존함을 막 부르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모든 여씨 일가의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이 든 목소리가 여씨 일가 내부에서 들려왔다.“휴, 결국엔 왔군요.”탄식이 섞인 말이었다.여씨 일가 내부에서 백발이 성성하고 체구가 건장한 노인이 걸어 나와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그가 바로 여씨 일가의 여동운이었다.그는 백 년 넘게 산 괴물이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여섯 명의 여씨 일가 신급 강자들이 있었다.여섯 명 중 남자가 다섯 명이고 여자가 한 명이었는데 그들 모두 백 년 넘게 살았고 다들 아주 강한 신급 강자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여씨 일가의 사람들 수백 명은 여동운이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그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그를 어르신이라고 불렀다.여동운은 그들에게 눈빛 한 번 주지 않고 떨리는 두 눈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한때 천하무적이었던 윤구주를 말이다.“여동운, 저하를 뵙습니다.”여동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씨 일가 사람들 앞에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어르신, 이게 무슨...”그 광경에 여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여씨 일가의 조상인 그가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세상에,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의 조상이 사람들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든다니.’다들 경악하고 있을 때 여동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저하께서 오셨는데 제가 직접 마중 나오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한때 저희가 저하에게 충성했던 점을 고려해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백발이 성성한 여동운은 그렇게 말하더니 윤구주를 향해 힘껏 머리를 조아렸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얘기해 봐. 우리 암부 형제들을 죽이는 일에 여씨 일가가 가담했나?”윤구주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저하! 저
“그런데 너희들은 감히 내가 사라진 틈을 타서 나의 형제들을 죽이려고 했어.”윤구주의 살기는 이미 극에 달했다.그로 인해 사람들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었다.그건 여씨 일가의 어르신 여동운도 마찬가지였다.그리고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대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그랬다.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내가 얘기했을 텐데. 나 윤구주의 형제를 죽인다면 그자의 가족까지 전부 죽이겠다고 말이야. 오늘은 너희 차례야!”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여동운은 눈이 벌게져서 말했다.“저하! 저희 여씨 일가를 멸족하겠단 말입니까? 그러면 화진의 문벌이 폭동을 일으킬 겁니다! 심사숙고해 주세요!”여동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서울에서 여씨, 황씨, 당씨 일가는 화진의 문벌 중 최고였다.만약 윤구주가 여씨 일가를 도륙한다면 다른 문벌들은 어떻게 할까?‘이 세상의 문벌을 전부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흥! 감히 다른 문벌로 날 압박하려고 해? 일개 여씨 일가 따위가 말이야. 6년 전, 나 윤구주는 무력으로 천하를 압도했어. 세가도, 종문도, 문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나 윤구주는 다시 한번 너희를 도륙할 것이다!”충격적인 말에 여씨 일가의 여동운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는 두 눈이 벌게진 채로 살기 가득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그래요. 저희 여씨 일가를 반드시 죽일 생각이라면 저희도 가만있을 수는 없죠. 그렇지 않습니까?”여동운은 말을 마친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순간 그의 몸에서 기운이 천천히 퍼져나갔다.여동운은 여씨 일가의 조상으로 신급 강자 중고급이었다.140세가 넘는 고령의 그는 내공이 화진 경지였다.그의 몸에서 기운이 퍼져나가자 그릇만큼 굵은 불빛이 여동운의 주위에 나타났다.그것은 여씨 가문의 유명한 열화공이었다.“형님, 제가 죽이겠습니다!”화진 제일의 소년후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기운을 내뿜는 여동운을 죽이려고 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괜찮다. 오늘은 내가 죽일 거야.”말
혼자서 여씨 일가를 멸문시킨다니, 말도 안 되었다.게다가 여동운이라는 늙은 괴물이 있는데 말이다.그리고 7명의 신급 강자와 무도 대가 수십 명이 있었다.윤구주는 검은 옷을 입고 저승사자처럼 어둠 속에 서 있었다.그의 기운을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오로지 그의 엄청난 살기가 여씨 일가 장원을 뒤덮었다는 것만 느껴졌다.“천하제일의 저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오늘 목숨 걸고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전부 싸울 준비 해!”여동운이 제일 먼저 고함을 질렀다.“네!”그 순간 수백 명의 여씨 일가 사람들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비록 여동운은 윤구주가 실력이 뛰어나고 천하무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 윤구주 혼자서 여씨 일가를 멸문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그는 이 세상에 그렇게 강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동운은 목숨 걸고 싸울 생각이었다.싸운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가장 먼저 손을 쓴 것은 여동운이었다.여씨 일가의 조상인 그는 백 년 넘게 산 늙은 괴물이었고 그의 열화공은 이미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두 손바닥을 마주댔고 순간 그의 주위로 불바다가 펼쳐졌다.활활 타오르는 불기둥이 그의 주변에서 솟아 나왔다.그것은 여씨 일가의 열화공에서 가장 강한 팔비열화장이었다.불타는 손바닥이 나타나자마자 불기둥들은 한곳에 모였고 허공에서 엄청나게 큰, 불타는 손바닥이 생겼다.그 손바닥이 나타나자 주변 공기마저 전부 불에 타서 사라질 것 같았다.“팔비열화장!”여동운이 고함을 질렀다. 백 년 넘는 신급 내공이 이 순간 극치까지 끌어올려졌다.그가 두 손바닥에 힘을 주자 하늘 높이 치솟은 손바닥이 엄청난 기세로 윤구주를 공격했다.같은 시각, 뒤에 있던 여씨 일가의 신급 강자 7명이 전부 각자 공격을 시전했다.그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여씨 일가 사람 수백 명과 수십 명의 무도 대가들도 공격을 펼쳤다.그들의 공격 앞에서 윤구주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도도히 서 있었다.모든 이들이 연합하여 일격을 퍼붓는 순간, 윤
금빛 부적은 허공에 떠 있었다.윤구주는 금빛 부적 위에 손으로 ‘멸’자를 썼다.빛을 반짝이던 금빛 부적에 아주 강한 파멸의 힘이 나타났다. 곧이어 부적은 커지기 시작했다.부적은 허공에 떠 있었는데 손바닥만 하던 것이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1미터... 2미터... 5미터... 10미터.20미터.30미터.마침내 금빛 부적은 허공에서 30미터 크기의 거대한 부적으로 변했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금빛 부적이 여씨 일가 정원을 완전히 뒤덮었다.그리고 여씨 일가 장원의 상공이 금빛으로 반짝였다.30미터의 금빛 부적 아래 윤구주는 인간이 아닌 존재처럼 바람을 딛고 서 있었다.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금빛 부적을 바라보던 정태웅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봉왕팔기! 저것은 저하의 제7기, 전설 속 부자결이야! 저것으로 신도, 악마도 죽일 수 있다지! 살면서 저걸 보는 날이 올 줄이야!”정태웅의 뜨거운 눈빛이 공중에 서 있는 윤구주에게로 향했다.“저하의 기세는 하늘을 뚫을 듯하구나!”천현수도 높이 고개를 들어 감격하며 말했다.남궁서준은 흥분해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의 검의가 윤구주의 공격으로 인해 자극을 받은 듯했다.윤구주가 부자결을 시전한 순간, 그는 마치 신처럼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을 내려다보면서 차갑게 한 글자를 내뱉었다.“멸!”여씨 일가 장원을 뒤덮은 금빛 부적이 빠르게 추락했다.그것은 태산이 붕괴하는 듯한 엄청난 위압감을 지닌 채로 순식간에 현장에 있는 모든 여씨 일가 사람을 뒤덮었다.금색 빛줄기가 부적에서 내려왔다.그것은 부적의 힘이자 정제된 힘이었다.수백 명의 무인은 막을 시간조차 없이 금빛이 발사한 빛에 녹아서 재가 되었다.그리고 대가 수십 명도 부적의 파멸적인 힘을 막을 수 없었다.그들은 몇 초간 힘겹게 버텼지만 그들의 몸과 기운 모두 부적으로 인해 소모되었다. 그들의 존재는 마치 이 세상에 온 적이 없듯 감쪽같이 지워졌다.마지막으로 여씨 일가의 여동운과 남은 7명의 신급 강자는 윤구주가 시전한 부적이 순식
죽었다.여씨 일가 사람들이 전부 죽었다.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윤구주가 봉왕팔기 제7기로 여씨 일가 사람들을 전부 죽일 줄은.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가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심지어 여씨 일가의 백 년 넘게 산 여동운조차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어쩔 수가 없었다.여씨 일가 사람들이 전부 죽는 걸 직접 봤는데 무슨 낯짝으로 살아간단 말인가?윤구주가 멸족하겠다고 했다면 반드시 멸족하게 된다.금빛 부적은 여전히 여씨 일가 상공을 비추고 있었고, 아직도 무한한 파멸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검은 옷을 입은 윤구주는 허공에 고고하게 서 있었다.신과 같은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여씨 일가를 멸문시켜 서울의 모든 문벌, 세가, 종문에 구주왕이 돌아왔음을 알렸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윤구주가 여씨 일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을 때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높은 건물 위에 검은 인영이 묵묵히 서 있었다.금빛 부적이 여씨 일가 상공을 환히 밝히던 순간, 그 인영은 탄식하며 말했다.“부자기가 나타났구나. 봉왕팔기가 곧 다시 세상에 나타나겠어.”“정말로 여씨 일가를 없앴네요!”노인의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말을 한 여자는 망포를 입고 왕관을 쓴 화진의 새로운 왕, 문아름이었다.문아름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먼 곳에 있는 여씨 일가의 상공을 바라보았다.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그녀의 얼굴 위로 걱정인지, 희열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 드러났다.“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왔으니 우리도 준비를 시작해야겠어.”노인이 중얼거렸다.“아름아. 세가, 종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일러. 동시에 절정을 모셔야겠어.”절정이라는 말에 문아름의 가녀린 몸이 흠칫 떨렸다.“할아버지! 곤륜의 명령을 잊으셨나요? 국난이 닥치지 않았다면 전 세계 절정을 세상에 나오게 하면 안 된다는 걸요!”그것은 화진 무도 성지의 명령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명령이었다.그 명령은 백여 년 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국난이 닥치지 않았다면 전 세계 절정을 세상에 나
노인이 갑자기 또 말했다.윤씨 일가?그 말을 들은 문아름은 의아한 얼굴로 시선을 들었다.“할아버지, 윤씨 일가는 이미 몰락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윤구주와 연을 끊었죠. 그런데 왜 갑자기 그들을 감시하라는 거예요?”노인이 말했다.“틀렸어. 절대 윤씨 일가를 얕보면 안 된다. 18년 전 그 사건은 당시 우리 화진의 국주님이 직접 명령을 내렸었어. 그래서 윤씨 일가가 윤구주를 포기한 거야. 하지만 윤씨 일가는 저력이 엄청나서 얕보면 안 돼. 윤씨 일가는 과거 모든 문벌 중 최고였어.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윤씨 일가는 비밀리에 힘을 키웠어.”“할아버지 말씀은 윤씨 일가가 윤구주와 연을 끊은 게 가짜란 말씀이세요?”문아름의 얼굴에 의아함이 드리워졌다.“그건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윤신우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 그리고 윤구주가 이미 서울로 돌아왔으니 윤씨 일가는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야. 앞으로 싸움이 난다면 윤씨 일가가 어느 쪽에 설지 단정 지을 수 없어.”노인은 그렇게 분석했고 문아름은 그제야 깨달았다.“알겠어요. 돌아가면 곧바로 비밀리에 윤씨 일가를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릴게요.”노인은 더 말하지 않았다.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멸문당한 여씨 일가 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오늘 밤 이후로 서울 전체가 발칵 뒤집히겠군.”...그날 밤은 여씨 일가의 멸문으로 일단락되었다.다음 날, 여씨 일가가 멸문당한 일은 역병처럼 온 서울에 퍼져나갔다.서울 세가, 종문, 문벌, 그리고 무인들까지 전부 여씨 일가가 멸문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여씨 일가의 조상 여동운이 죽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있었다.그리고 많은 신급 강자가 존재했다.그런데 그런 그들이 하룻밤 사이에 멸문당했으니 서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여씨 일가가 멸문당했다는 소식이 서울 전역에 퍼졌을 때 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황씨 일가의 커다란 대전 안에는 황씨 일가의 고위 임원들이 가득했
3대 문벌은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그 신과 같은 왕이 돌아왔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와서 가장 처음 상대할 이들은 여씨, 황씨, 당씨 일가였다.그들은 괜히 천하무적의 윤구주를 건드려서 죽음을 자초했다.여씨 일가는 멸문당했고 이제 황씨 일가와 당씨 일가가 남았다.대전 안에 앉아 있던 황씨 일가의 황연주와 황씨 일가의 신급 강자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들은 국방부 쪽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당씨 일가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들과 같이 대책을 논의할 생각이었다.“변 장로님이 돌아오셨습니다!”약 2시간 뒤, 변 장로가 돌아왔다.그가 돌아오자 황연주는 곧바로 물었다.“변 장로, 이황왕은 뭐라고 해? 얼른 얘기해 봐!”지금 세 가문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문씨 일가와 문아름뿐이었다.하지만 변 장로는 안색이 잿빛이 되어서 말했다.“죄송합니다, 어르신! 국방부 쪽에서는 이황왕을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들은 이황왕이 현재 정수 중이라서 아무도 방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정수?”그 말을 들은 황연주는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그렇습니다. 제가 사정해 봤는데도 국방부에서는 절대 이황왕을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황연주는 그 말을 듣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끝났어.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는 우리 세 가문을 버리려는 거야.”황연주는 절망에 빠진 채 말했다.“당씨 일가는?”황연주는 서둘러 물었다.“당씨 일가는 현재 문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당씨 일가로 돌아갔습니다.”변 장로는 계속해 말했다.“젠장, 젠장!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우리 황씨 일가마저 멸문당해야 하는 거야?”황연주는 갑자기 포효했다.짙게 화장한 얼굴이 엄청난 분노로 인해 심하게 일그러졌다.대전 안. 황씨 일가 사람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윤씨 일가.여씨 일가가 멸문당했다는 소식이 서울 전역에 퍼졌다. 한때 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네 사람은 비석을 지나자마자 환각의 전법에 부딪혔다. 이 전법은 우연히 들어오거나 경고를 무시한 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결국 서요산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것이었다.의지력으로 환각의 전법을 통과하면 다음 전법이 기다리고 있었다.당연히 네 사람에게 환각의 전법은 통하지 않았다. 윤구주와 임정설은 물론, 백호와 청해도 곤륜에서 강자로 존경받는 존재들이었다.다음은 섭혼 전법이었다.전법에 들어가기 전부터 하늘을 찌를듯한 원한의 기운이 밀려왔다.그 기운을 느낀 임정설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수년간 왕궁에서 비술을 연구해서 알아본 건데. 이곳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야. 반경 수천 리 이내의 원한의 기운이 모두 이곳에 모여있어. 내 치하에서도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그걸 내가 몰랐다니.”그는 깊은 자책에 빠졌다.“국주님, 인간이 있는 곳에는 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근대에 들어 큰 전쟁은 사라졌지만 소규모 충돌은 끊이지 않았죠.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게다가 이곳에 모여진 원한의 기운은 억울한 죽음뿐만 아니라 극형을 받은 흉악범들의 원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은 죽어도 사라지지 않죠. 사랑 때문에 미워하고, 미움 때문에 미쳐버리는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윤구주의 말을 듣고 임정설이 한마디 물었다.“구주야, 너는 문아름을 미워하지 않느냐?”문아름의 이름을 들은 윤구주의 눈에서 짙은 살기가 번뜩였다.“당연히 미워하죠. 저 윤구주는 순수하게 사랑하고 미워하는 인간입니다. 사랑은 사랑, 증오는 증오에요. 그녀를 위해 변명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문아름이 저를 배신했으니 저에게 당연히 미워할 권리가 있죠. 하지만 문아름을 사랑한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문아름이 제게 사랑이 무엇인지, 인심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으니깐요. 가려는 길이 다르면 미래를 함께할 수 없죠. 저희는 처음부터 다른 길을 걸었어요. 저희의 만남 자체가 잘못이었지만 문아름이 저를 구주왕으로 만든 것도 사실이죠. 그리고 제가 문아름을
“저하와 생사를 함께할 수 있다니. 그건 제 영광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 전하와 제가 정말로 서요산에서 죽게 되면 청룡이 돌아온다 해도 성수가 한자리 비게 되는 건데 그분을 어떻게 소환하시렵니까?”백호가 의혹이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윤구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걸 설명하려면 너를 실험체로 삶고 실험을 진행할 때부터 얘기해야 해. 정확히 말하면 청룡, 현모, 주작의 몸속에는 네 피가 흐르고 있어. 네가 성수의 피를 융합한 첫 번째 수련자야. 예로부터 지금까지 오직 너만이 진정한 융합에 성공했지. 네 피를 빌려 그들에게 성수의 정수를 주입했던 거야.”“백호,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다. 네가 이런 괴물 같은 모습이 된 건 전부 내 탓이야. 그러니 나를 원망해도 좋아.”백호는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어떻게 저하를 원망하겠습니까? 게다가 당시 저하께서는 제 목숨을 구하려고 그러신 거였잖아요. 제가 고마워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융합에 성공한 수련자는 제가 아닐건데요? 저하께서도 성수의 피를 다루시지 않았습니까?”그 말을 들은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아니. 달라. 그건 그냥 성수의 피를 통제하는 것 뿐이야. 진짜 융합했으면 나도 네 꼴이 됐을 거야.”백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됐다. 옛날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서요산으로 떠날 준비나 해.”며칠 후, 윤구주는 임정설 국주, 청해, 백호와 함께 서요산으로 향했다.비 오는 밤, 연기를 뿜는 수송기가 짙은 구름을 뚫고 산을 향해 돌진했다.비행기가 산에 충돌하기 직전, 수많은 바람의 부적이 나타나 비행기를 강제로 선회시켜 간신히 산기슭에 착륙했다.비행기가 막 착륙하자 비행기 문이 누군가의 주먹 한 방에 박살 났다. 멀미로 비틀거리던 청해가 나오더니 몸을 움츠린 채 구토를 멈추지 못했다. 뒤이어 내린 임정설도 배를 움켜쥐며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억지로 참는 모습이었다.그들과 달리 윤구주는 멀쩡한 상태로 내려와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백호의 질문에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네가 진짜라 믿는다면 그것은 진짜야. 초심을 잃지 않아야 길이 열리는 법이지.”이 말은 백호에게만이 아닌 자신에게도 하는 것이었다.서울의 위기는 해결되었지만 윤구주는 이 모든 것이 문씨 가문의 그 여자의 계획 중 하나임을 알고 있었다.“국주님, 이제 서요산으로 갈 때입니다.”그가 임정설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요산을 지키려는 거니? 마인이 나타날 거란 말이야?”임정설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요탑 아래에는 천년 동안 갇힌 수많은 마인들이 있었다.“맞아요. 서요산의 지맥 영기가 거의 고갈되었습니다. 만약 진요탑이 무너지면 큰 재앙이 찾아올 것입니다.”윤구주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요탑이 붕괴하여 마인들이 쏟아져 나오면 윤구주라도 그들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좋아. 내가 같이 가주마. 이 늦은 재앙은 언젠가 닥칠 운명이니 우리가 짊어져야 해. 지금의 희생은 후손들을 위한 것이야.”임정설의 눈빛이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화진을 위해, 백성들을 위해 그는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윤구주는 현모에게 연락을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뭐라고요? 저하께서 서요산으로 가신다고요? 그렇다면 저희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현모와 주작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특히 주작은 서요산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천년 동안 축적된 재앙을 겨우 수십 년 수련한 윤구주 혼자서 떠맡기엔 버거웠다.“괜찮아. 너희에게는 따로 시킬 일이 있어. 내가 서요산에 있는 동안 너희는 국경을 지켜줘. 청룡의 행방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시킨 일에 몰두해. 난 문아름을 그 여자를 잘 알고 있어. 문아름은 일이 내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을 거야.”“추가로 부탁이 있는데 만약 내가 전사한다면 그때쯤 청룡이 모습을 드러낼 거야. 청룡을 불러내는 게 복인지 화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그 상황이 오면 너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야. 문아름이 결정을 내리겠지.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둬.”유언을 남기는 듯한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