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갑자기 또 말했다.윤씨 일가?그 말을 들은 문아름은 의아한 얼굴로 시선을 들었다.“할아버지, 윤씨 일가는 이미 몰락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윤구주와 연을 끊었죠. 그런데 왜 갑자기 그들을 감시하라는 거예요?”노인이 말했다.“틀렸어. 절대 윤씨 일가를 얕보면 안 된다. 18년 전 그 사건은 당시 우리 화진의 국주님이 직접 명령을 내렸었어. 그래서 윤씨 일가가 윤구주를 포기한 거야. 하지만 윤씨 일가는 저력이 엄청나서 얕보면 안 돼. 윤씨 일가는 과거 모든 문벌 중 최고였어.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윤씨 일가는 비밀리에 힘을 키웠어.”“할아버지 말씀은 윤씨 일가가 윤구주와 연을 끊은 게 가짜란 말씀이세요?”문아름의 얼굴에 의아함이 드리워졌다.“그건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윤신우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 그리고 윤구주가 이미 서울로 돌아왔으니 윤씨 일가는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야. 앞으로 싸움이 난다면 윤씨 일가가 어느 쪽에 설지 단정 지을 수 없어.”노인은 그렇게 분석했고 문아름은 그제야 깨달았다.“알겠어요. 돌아가면 곧바로 비밀리에 윤씨 일가를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릴게요.”노인은 더 말하지 않았다.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멸문당한 여씨 일가 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오늘 밤 이후로 서울 전체가 발칵 뒤집히겠군.”...그날 밤은 여씨 일가의 멸문으로 일단락되었다.다음 날, 여씨 일가가 멸문당한 일은 역병처럼 온 서울에 퍼져나갔다.서울 세가, 종문, 문벌, 그리고 무인들까지 전부 여씨 일가가 멸문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여씨 일가의 조상 여동운이 죽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여씨 일가는 수백 년의 역사가 있었다.그리고 많은 신급 강자가 존재했다.그런데 그런 그들이 하룻밤 사이에 멸문당했으니 서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여씨 일가가 멸문당했다는 소식이 서울 전역에 퍼졌을 때 서울 3대 문벌 중 하나인 황씨 일가의 커다란 대전 안에는 황씨 일가의 고위 임원들이 가득했
3대 문벌은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그 신과 같은 왕이 돌아왔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와서 가장 처음 상대할 이들은 여씨, 황씨, 당씨 일가였다.그들은 괜히 천하무적의 윤구주를 건드려서 죽음을 자초했다.여씨 일가는 멸문당했고 이제 황씨 일가와 당씨 일가가 남았다.대전 안에 앉아 있던 황씨 일가의 황연주와 황씨 일가의 신급 강자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들은 국방부 쪽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당씨 일가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들과 같이 대책을 논의할 생각이었다.“변 장로님이 돌아오셨습니다!”약 2시간 뒤, 변 장로가 돌아왔다.그가 돌아오자 황연주는 곧바로 물었다.“변 장로, 이황왕은 뭐라고 해? 얼른 얘기해 봐!”지금 세 가문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문씨 일가와 문아름뿐이었다.하지만 변 장로는 안색이 잿빛이 되어서 말했다.“죄송합니다, 어르신! 국방부 쪽에서는 이황왕을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들은 이황왕이 현재 정수 중이라서 아무도 방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정수?”그 말을 들은 황연주는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그렇습니다. 제가 사정해 봤는데도 국방부에서는 절대 이황왕을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황연주는 그 말을 듣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끝났어.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는 우리 세 가문을 버리려는 거야.”황연주는 절망에 빠진 채 말했다.“당씨 일가는?”황연주는 서둘러 물었다.“당씨 일가는 현재 문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당씨 일가로 돌아갔습니다.”변 장로는 계속해 말했다.“젠장, 젠장!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우리 황씨 일가마저 멸문당해야 하는 거야?”황연주는 갑자기 포효했다.짙게 화장한 얼굴이 엄청난 분노로 인해 심하게 일그러졌다.대전 안. 황씨 일가 사람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윤씨 일가.여씨 일가가 멸문당했다는 소식이 서울 전역에 퍼졌다. 한때 화
윤정석이 말했다.“둘째 형님 말이 맞아요. 하지만 그래도 여씨 일가는 3대 문벌 중 하나인데 하룻밤 사이에 소리 소문 없이 멸문당하다니. 서울에 그 정도 실력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윤정석이 궁금해하고 있을 때 윤신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우리 아들이 죽인 거야!”그 말은 마치 폭탄 같았고 윤정석과 윤창현 모두 충격을 받고 얼이 빠졌다.“조카가 죽였다고요?”윤창현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귀신이라도 본 표정으로 윤신우를 바라보았다.윤신우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맞아. 우리 아들을 제외하면 누가 하룻밤 사이에 여씨 일가를 멸문시킬 수 있겠어?”“하지만 구주는 왜 여씨 일가부터 상대하는 거죠? 문씨 일가부터 상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윤정석이 궁금한 듯 물었다.윤신우가 말했다.“셋째야, 넌 틀렸어. 문씨 일가는 뿌리가 아주 깊어. 그리고 문아름은 우리 아들의 왕위까지 빼앗았지. 그러니 그들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해. 내 짐작이 맞다면 여씨, 황씨, 당씨 일가는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의 지시를 받고 구주를 건드렸을 거야. 그래서 구주는 그들을 죽이는 것으로 경고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창현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펄쩍 뛰었다.“형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 조카를 제외하면 하룻밤 사이에 그 빌어먹을 여씨 일가를 멸문시킬 사람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네요. 하하하하!”윤정석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말했다.“만약 정말로 구주가 한 짓이라면 서울에 큰 변화가 생기겠네요.”“그래, 셋째 네 말이 맞아. 여씨 일가가 멸문당한 건 시작일 뿐이야. 서울의 세가, 종문 중 대부분이 문씨 일가 편에 섰어. 그런데 내 아들이 지금 갑자기 서울로 돌아왔으니 그들은 아주 혈안이 될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걸 잊지 마. 18년 전 그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어.”윤신우는 18년 전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싸늘한 살기를 내뿜었다.“형님, 그 말씀은...”윤정석은 서둘러 물었다.“내 아들을 지켜야 해.”윤신우는 매섭게 말했다.“18년 전,
서울의 번화한 거리 위.붉은색 치마를 입은 훤칠한 여자가 거리 위에 나타났다.그녀는 연예인만큼 아름다웠다.붉은색 치마는 그녀의 훌륭한 몸매를 완벽히 감쌌다.경국지색의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었지만 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그녀의 손목에는 두 개의 금빛 방울이 달려 있었기에 길을 걸을 때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아름답고 조막만 한 얼굴 위에는 아름다운 눈이 반짝이고 있었고, 한 번 보면 쉽게 빠져들 것만 같았다.특히 웃을 때면 입가에 두 개의 옅은 보조개가 생겨서 더욱 미묘하고 아름다웠다.이런 절세미인이 서울의 거리 위에 나타나니 많은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휴대전화로 몰래 찍기도 했다.그러나 감히 그녀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아름다운 그녀의 곁에 괴짜 두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한 명은 터질듯한 근육을 가진 민머리의 거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몸집이 작고 왜소하지만 두 눈이 싸늘하게 빛나는 노인이었다.세 사람이 거리에 나타나자 주변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계속 힐끔거렸다.그러나 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재이야, 창현 어르신 말을 들어 보니 우리는 모두 저하를 위해 존재하는 거라면서?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전설 속의 그분이 살아있을 줄은. 정말 예상 밖이야!”말을 한 사람은 난쟁이처럼 작은 몸집을 가진 왜소한 노인이었다.노인은 손에 검은색의 스모킹 건을 들고 걸으면서 담배를 피웠다.“흥! 그가 왕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잘생겼냐 아니냐죠!”재이라고 불린 아름다운 여자가 말했다.“재이야, 너 얌전히 굴어! 창현 어르신이 그러셨어. 감히 그분께 불경을 저지른다면 가주님께서 직접 엄하게 처벌할 거라고!”스모킹 건을 들고 있는 왜소한 노인이 말했다.재이는 매혹적으로 웃으며 말했다.“벌을 받는 건 두렵지 않아요. 제 눈에 세상 남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거든요. 절 굴복시킬 수 있다면 전 얌전히 그의 시중을 들 거예요. 하지만 절 굴복시킬 수 없다면 절대 시중 따윈
윤구주가 정태웅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옆에 서 있던 꼬맹이, 남궁서준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지더니 그는 살기가 가득 찬 눈동자로 말했다.“감히 이곳에 몰래 들어오다니, 정체를 드러내시죠!”말을 끝낸 남궁서준이 오른손을 들자 검기가 번개처럼 정원 밖을 향했다.정원 밖에서 갑자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이 문 앞에 나타났다.가장 앞에 선 사람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하얀 팔목에 금색 방울을 달고 있는 요염한 미인이었다.나머지 두 사람 중 한 명은 대머리에 근육이 빵빵한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왜소한 노인이었으며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다.이 세 사람은 윤신우가 수년간 가르친 고수, 재이, 철영, 그리고 용민이었다.그들이 나타나자, 남궁서준은 앞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죽고 싶은가요? 함부로 이곳에 들어오다니?”그 녀석의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그러자 남궁서준의 천하를 정복할 만한 검기가 그들을 감쌌다.마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들을 죽일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남궁서준의 차가운 살기를 감지한 용민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젊은이, 잠깐만 기다리게.”“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도련님을 섬기기 위해서라네.”이 말을 들은 남궁서준은 눈을 깜빡이며 옆에 있는 윤구주를 쳐다보았다.윤구주는 두 손을 짊어지고 싸늘한 시선으로 세 사람을 훑어보았다.신념으로 그들을 스캔한 윤구주는 이 세 사람이 모두 신급 초급인 실력자라는 것을 알았다.특히 빨간 드레스를 입은 미인이 뿜어내는 기운이 가장 진했다.철영은 몸을 단련하여 신급에 도달한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용민은 아마 술법으로 신급에 도달한 것일 것이다.윤구주는 갑자기 나타난 이 세 명의 신급 강자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이미 감지했었지만 살기는 느끼지 못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었다.하지만 ‘도련님’을 따르고 싶다는 용민의 말에 윤구주는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어르신, 방금 말한 ‘도련님’은 누굴
재이의 말을 들은 용민의 눈빛이 갑자기 푸른 빛으로 반짝였다. 그는 탐지술로 윤구주의 실력을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시선이 윤구주에게 닿자마자 그는 끔찍한 냉기가 그에게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을 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듯했다.그는 탐지술로 산더미 같은 시체들과 피바다를 보았고 윤구주의 발밑에 있는 해골들을 보았다. 윤구주가 홀로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뒤에는 수많은 시체가 쌓여 있었다.‘맙소사!’용민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온몸을 떨었다.“어르신, 무슨 일이세요?”재이는 술법에 능한 용민이 이렇게 놀라는 것을 보고 급히 물었다.용민은 재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두려운 표정을 한 채 윤구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탐지술로 존귀한 분을 탐지하다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용민의 이런 반응을 본 재이와 철영은 어리둥절했다.아무도 용민이 무엇을 보았는지,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알지 못했다.드디어 윤구주가 걸어 나왔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무릎을 꿇고 떨고 있는 용민을 보며 말했다.“탐지술로 나를 엿보려 했나요? 원칙적으로는 죽이는 게 맞지만 당신이 제 정체를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단 목숨은 살려 주도록 하죠.”“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용민은 마치 죽음의 문턱을 넘은 듯 말을 더듬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재이와 철영은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어르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왜 그렇게 놀라셨어요?”철영이 용민에게 물었다.용민은 충격 때문에 멍해진 듯 몸을 떨면서 철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윤씨 일가가 18년 전에 물러났을 때, 사람들은 윤씨 일가가 쇠퇴해졌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18년 동안, 윤신우는 비밀리에 윤구주를 보호하기 위해 갈고 닦아온 것이었다.그 힘이 바로 3,000여 명의 사사와 눈앞에 있는 이 사람들이었다.재이, 철영, 용민, 그리고 얼굴을 보지
“윤씨 일가의 도련님 아니신가요?”철영이 어리둥절했다.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그 모습을 본 철영은 자신의 대머리를 만졌다.“알겠습니다. 만약 윤씨 일가의 도련님이 아니시면 더 이상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도록 하죠.”말을 마친 그는 재이의 곁으로 물러섰다.“재이야, 윤씨 일가의 도련님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우리가 사람을 잘못 찾은 건가?”철영이 물었다.재이는 철영을 노려보며 말했다.“바보야? 좀 조용히 해.”철영을 크게 혼낸 그녀가 입을 열었다.“재이라고 하옵니다. 도련님을 뵙습니다.”“용민이라고 하옵니다. 도련님을 뵙겠습니다.”용민이 존경스러운 자세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재이와 용민이 무릎을 꿇고 있는 걸 보고 철영은 어리둥절해졌다.철영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저는 윤씨 일가의 도련님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여러분, 사람을 잘못 찾으셨습니다.”“아뇨, 아뇨!”“도련님께서는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십니다. 저희가 어떻게 잘못 볼 수 있겠습니까?”재이가 급히 말했다.“재이 말이 틀림없습니다. 도련님께서는 화진의 제일 신왕이십니다. 저희가 아무리 눈이 멀었다고 해도 잘못 볼 수는 없습니다.”용민도 재이의 말에 가담했다.이 말을 들은 정태웅은 놀라기 시작했다.“저하!”“이 세 사람은 저하의 정체를 알고 있어요. 어디서 나타난 사람일까요?”천현수와 남궁서준의 얼굴에도 궁금증을 가득했다.이른 아침, 갑자기 나타나서는 윤구주를 따르겠다고 하질 않나, 누가 이 상황에 놓이든 수상하다고 여길 것이었다.“저희는 가주님께서 직접 기른 사사들로, 오랜 세월 동안 은밀히 숨어 있었습니다. 도련님께서 나오시는 걸 기다려왔습니다!”“이젠 도련님께서 드디어 나오셨으니 저희도 드디어 도련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정태웅의 질문을 들은 용민이 급히 이유를 설명했다.“가주님?”“혹시 윤씨 일가의 가주인가요?”정태웅이 놀라며 물었다.용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이 말을 들은 정태웅
작은 집 안에서.이 세 사람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사사들임을 알게 된 윤구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신우가 어머니와 그를 윤씨 일가에서 쫓아낸 이후로, 윤구주는 윤씨 일가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맹세했었다.화진의 첫 번째 왕으로 되더라도 말이다.그는 자기의 출신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않았다.세상 사람들은 그를 화진의 구주왕, 전투에서 무적인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윤구주의 정체를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지금, 18년이 지났다.윤신우는 갑자기 자신이 가르친 사사들을 불러들여 윤구주에게 충성을 맹세하라고 했다. 하지만 윤구주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윤구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른다.정태웅과 천현수가 방으로 들어왔다.두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윤구주가 물었다.“그 사람들은 갔어?”“보고드립니다. 그 세 사람은 아직 떠나지 않았고 마당에 있습니다.”정태웅이 대답했다.“그렇게 남고 싶어 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기나 하자고!”윤구주는 냉정하게 말했다.정태웅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저하, 그자들은 꽤 진지해 보이는 데다가 내공도 낮지 않습니다. 그들을 남겨두는 게 어떨까요?”정태웅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구주는 그를 노려보았다.그 눈빛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고 정태웅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잘 기억해!”“18년 전부터 나, 윤구주는 윤씨 일가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윤씨 일가의 일도 나와 아무 상관 없다는 거야, 알겠어?”윤구주의 차가운 말에 정태웅과 천현수는 조용히 말했다.“알겠습니다!”이렇게 대답한 그들은 방에서 나갔다.한편, 폐허가 된 마당에서.빨간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는 재이는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다.용민과 어리둥절한 철용도 그대로 서 있었다.“어르신, 도련님께서 저희를 깔보고 있는 건가요?”철용이 물었다.전에 탐지술로 윤구주의 마음을 살펴봤던 용민이 급히 철용의 말을 끊었다.“이 바보 같은 놈, 빨리 입을 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