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에 탄 윤구주는 마지막으로 모두를 쭉 둘러본 뒤 문을 닫았다.전용기는 활주로 위를 달렸다. 드디어 서울 전투가 시작되었다....호화로운 전용기 안.윤구주는 전용기에 탄 뒤 줄곧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서울은 한때 윤구주가 왕의 신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었다. 종문, 국방부, 문벌, 4대 서열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구주천왕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있었다.옆에 있던 꼬맹이 남궁서준은 줄곧 묵묵히 윤구주의 곁을 지켰다.뒤에는 정태웅과 천현수가 있었다.강성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려면 세 시간 정도 걸렸다.세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렀다. 잠시 뒤, 그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화진의 가장 큰 경제 중심이자 정치, 권력 중심인 서울에는 하늘 높이 치솟을 듯한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저하, 저희 돌아왔습니다!”입을 연 사람은 정태웅이었다.그는 말하면서 흥분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과거 그들은 윤구주를 따르면서 아주 위풍당당하게 서울에서 지내며 다른 지역을 장악했었다.그러나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았다.지금 서울에는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이 있었다.윤구주는 천천히 두 눈을 뜬 뒤 아래쪽의 익숙한 도시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그래, 돌아왔네.”10분 뒤, 전용기는 한 개인 공항에 착륙했다.그 공항은 암부의 비밀 공항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쓸쓸해 보였다.전용기에서 내린 뒤 정태웅은 텅 빈 공항을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젠장, 전부 국방부의 그 잡놈들 때문이에요. 그놈들만 아니었다면 저하가 돌아왔을 때 9부 24사의 사람들 모두 무릎 꿇고 저하를 맞이했을 거예요!”“됐어. 그만 얘기 해. 날 믿어. 우리 저하가 돌아왔으니 우린 분명 다시 정상에 서게 될 거야.”천현수가 말했다.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공항에서 나온 뒤 정태웅이 말했다.“저하! 우선 여기 계세요. 제가 가서 차를 부를게요!”그곳은 비교적 구석진 곳이었고 암부
남궁서준은 고함을 지르면서 유용검을 휘둘렀다.스스슥!십여 개의 검기가 그 순간 날아갔다.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검기가 사방을 공격했다. 쿵쿵 소리와 함께 주위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남궁서준이 검기로 공격하자 윤구주가 한 손으로 그를 만류했다.“꼬맹이, 넌 일단 물러나 있어.”남궁서준의 앳된 얼굴에서 언짢음이 보였다. 그러나 소년은 순순히 윤구주의 뒤로 물러났다.윤구주는 눈을 번뜩이며 호기롭게 주변을 바라보았다.“다시 한번 말할게. 얌전히 나오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줄 알아.”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쿠궁!이때 지면이 갑자기 떨렸다.“킥킥! 역시 우리 화진의 왕다우시네요.”아주 거칠고 소름 돋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곧 8명의 사람이 땅속 갈라진 틈으로 나타났다.8명은 모두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걸 보니 그들이 신급 강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러나 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8명의 신급 강자가 나타나자 정태웅, 천현수는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8명의 신급 강자가 안중에도 없는 듯 말이다.“구주왕을 뵙습니다!”8명의 신급 강자는 모습을 드러낸 동시에 윤구주에게 인사를 했다.그들은 이미 윤구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윤구주는 덤덤히 시선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 신분을 알면서 내 앞에서 꿍꿍이를 부리려고 해?”그중 마르고 키가 큰, 검은 망토를 쓴 노인이 말했다.“사람들은 구주천왕이 천하무적이라고 하죠.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하지만 저희도 명령을 받고 온 터라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할 말 있으면 빨리하는 게 좋을 거야.”“역시 구주왕다우시군요. 아주 호탕하십니다
아무도 윤구주가 겨우 손을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게다가 그가 죽인 사람은 무려 신급 강자였다.윤구주는 번듯하게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감히 공공연히 우리 화진의 땅을 분열하려고 해? 이건 멸족해야 마땅한 죄야.”맞는 말이었다.조금 전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은 윤구주가 서울을 떠난다면 땅을 할거하여 자신을 왕으로 칭해도 상관없다고 했다.그건 분열을 야기한 것과 다름없었다.화진 제일의 왕인 윤구주로서는 그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윤구주가 신급 강자인 노인을 죽이자 나머지 신급 강자들은 전부 몸을 흠칫 떨었다.“구주왕! 저희는 구주왕을 존경하고 공경합니다. 하지만 천자령이 있는 한 저희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화진의 5천 년 되는 역사를 위해, 서울의 문벌, 세가, 종문, 국방부, 4대 서열을 위해 서울을 떠나주십시오!”그중 한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앞으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4대 서열로 날 압박하려고? 어이가 없군. 4대 서열은 물론이고 이 세계라고 해도 나 윤구주는 모두 평정할 수 있어. 그런데 감히 천자령 따위로 날 막으려고 해?”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저희는 감히 구주왕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서울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 것뿐입니다. 구주왕, 국주 천자령의 체면을 봐서라도 잠시 서울을 떠나주십시오.”“평화? 너희들 따위가 감히 평화를 입에 올려? 우리 화진의 장병들이 10개국과 혈전을 벌이면서 국토를 지킬 때 너희들은 어디서 뭘 했지?”윤구주의 말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8명의 신급 강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구주왕은 구주 군신이라고도 불렸다.화진이 역사를 지키고 태평성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윤구주가 형제들을 데리고 싸웠기 때문이다.그런데 누가 감히 윤구주의 앞에서 평화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형님! 제가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이겠습니다!”꼬맹이 남궁서준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윤구주가 서울로 가는 걸 막았던 8명의 신급 강자 중 2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다.남은 6명의 신급 강자는 간담이 서늘해졌다.신급 강자가 되면 천인이라고 불린다.천인이란 무엇인가?천인이란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야 도달할 수 있는 절정의 내공이었다.그러나 윤구주와 눈앞의 꼬맹이는 신급 강자 두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비록 그들은 신급 강자 초급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급 강자였다.“구주왕, 국주의 명령을 거역하실 생각입니까? 화진을 배신하실 겁니까?”검은 망토를 입은 한 노인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배신? 하하, 너희 따위가 감히 배신이란 말을 해? 나 윤구주는 화진인으로 태어났고 죽어서도 화진인이야. 난 화진을 지키는데 내 평생을 쏟았어. 그런데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내 앞에서 배신이란 말을 입에 올려?”윤구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시무시한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엄청난 살기는 모든 걸 뒤덮을 듯했고 심지어 눈앞의 공기마저 흐름이 멈춘 듯했다.윤구주의 몸이 하늘로 치솟았고 금색 빛줄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졌다.눈부시게 빛나는 금빛과 함께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를 바라보았다.“난 오늘 서울에 갈 것이다. 신이 날 막는다면 난 신을 죽일 것이고, 악마가 날 막는다면 난 악마를 죽일 것이다.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그 어떤 세력이든 감히 내 형제를 해치려고 했다면 전부 죽일 것이다!”무자비함이 느껴지는 매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는 일제히 물러났다.“엄청난 살기야. 큰일이야! 설마... 우리를 전부 죽일 생각인 건가?”한 신급 강자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구주왕, 저희를 죽이신다면 종문, 세가, 문벌 모두 구주왕의 적이 될 겁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장총을 든 신급 강자는 덜덜 떨면서 말하는 와중에 온몸을 방어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그는 봉왕팔기로 종
술법의 끝은 절정에서 비롯된다.그것이 팔기지 중의 술현지였다.눈앞의 거대한 구덩이와 살해당한 8명의 신급 강자를 본 정태웅은 흥분해서 말했다.“저하, 드디어 전성기 실력을 회복하셨군요!”“뭘 안다고 그래요? 우리 형님은 아직 마지막 두 개는 시전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우리 형님이 8개를 모두 시전한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남궁서준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뜨거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를 가장 존경하는 남궁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그를 롤모델로 삼았다.그것이 남궁서준이 계속 윤구주의 뒤를 따르는 이유기도 했다.“꼬맹이 네 말이 맞아. 우리 저하가 8개를 모두 시전한다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윤구주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고 봉왕팔기로 세상에 위세를 떨쳤다.그는 천 년 동안 흩어져 있던 세가, 종문, 수많은 문벌과 서열들을 통일하였다.서울로 돌아온 윤구주는 자신이 서울의 각 세력의 저지를 받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저하, 아까 그 8명은 정체가 뭐죠? 시체를 파헤쳐서 한 번 조사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정태웅의 질문에 윤구주가 대답했다.“세가, 종문, 문벌, 3대 서열을 제외하면 누구겠어? 게다가 서울의 세력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어.”‘뭐?’“이 빌어먹을 놈들, 저하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 그 지독한 여자를 새로운 왕으로 섬긴 겁니까?”정태웅은 씩씩대면서 말했다.“그건 그들이 날 두려워했기 때문이야. 그들에게는 내가 눈엣가시였겠지. 그래서 이 기회를 틈타 새로운 왕을 세워 화진에서의 본인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했을 거야.”윤구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이 망할 놈들, 전부 죽어 마땅하네요! 저하, 당시 곤륜에서 3대 서열을 전부 죽여야 했어요!”정태웅이 살기등등하게 고함을 질렀다.“걱정하지 마. 저번에는 다 죽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뿌리째 뽑아버릴 거니까. 가자! 또 누가 감히 날 막아서는지 두고 보겠어!”윤구주는 차갑게 말
금빛 망포를 입고 왕관을 쓴 문아름은 고대 황후와 무척 비슷했다.경국지색의 아름다운 얼굴은 여제의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미간에 있는 불꽃 표식은 그녀를 더욱 기묘해 보이게 했다.“서울에 왔다고?”문아름은 느긋하게 물었다.“네! 그리고 저희 세 가문에서는 그를 막기 위해 8명의 신급 강자를 보냈습니다...”선두에 선 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이 입을 열었다.“8명? 하하, 과거 화진 제일의 왕이었던 그를 너무 얕봤군. 8명이 아니라 80명이 간다고 해도 죽음을 자초하는 것인데 말이야.”문아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서울의 3대 문벌인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저하, 이제 저희는 어떡합니까?”문아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이 그가 서울에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사람들을 보낸 건데 왜 나한테 묻는 것이지?”그 말에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은 곧바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는...”“세 문벌로 천하제일의 화진 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참 우습군. 당시 그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어. 세가, 종문 모두 그에게 죽임당하고 굴복했지. 그런데 겨우 세 문벌이 무슨 수로 그를 막는단 말이지?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야.”문아름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문아름의 말이 맞았다.화진에서 국방부를 제외하면 3대 서열에서 세가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종문, 문벌은 세 번째였다.겨우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로 윤구주를 상대하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었다.“저하, 살려주십시오! 저희 세 가문은 문씨 일가에 목숨을 바쳐 충성했습니다. 제발 이번만 저희 세 가문을 살려주시면...”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은 문아름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으면서 애원했다.어쩔 수 없었다.그들이 건드린 사람은 화진 제일의 왕이었으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하, 저희 세 가문을
문아름은 그 말을 할 때 아름다운 얼굴에 걱정이 드리워졌다.당시 윤구주는 서울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모두를 굴복시켰다.그는 현재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구주의 추종자들은 여전히 많았다.그리고 그 추종자들을 전부 죽인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한때 천하를 뒤흔들었던 구주왕이 살아있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된다면 아마도 큰 파문이 일 것이다.노인은 그 말을 듣고 음산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윤구주는 그러지 못해!”문아름은 당황했다.“무엇 때문이죠?”“그는 화진 제일의 왕이었으니까! 그는 절대 화진에 내란이 벌어지길 바라지 않을 거야. 만약 윤구주가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었다면 네가 왕이 된 그날 병사들을 데리고 서울을 공격했을 거야. 지금까지 기다렸을 리가 없지.”노인은 기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이해가 갔다.맞는 말이었다.당시 그녀는 독을 이용해서 윤구주를 해쳤고 구주왕의 왕위를 빼앗았다. 그럼에도 그는 복수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복수를 한다는 건 비현실적이었다.“어쨌든 그가 서울로 돌아온 건 우리에게 아주 큰 위협이에요. 게다가 그는 이미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어요.”문아름이 말했다.노인이 말했다.“그건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두었다. 넌 걱정할 필요 없어. 아주 대단한 인물이 윤구주를 제압할 테니 말이야.”“누구예요?”문아름은 호기심이 들었다.그녀는 화진에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노인이 말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지금은 그냥 구경만 하면 돼.”할아버지가 더 말하려고 하지 않자 문아름도 더 캐묻지 않았다.“아름아. 우리 문씨 일가가 이러는 건 전부 화진의 기반을 위해서야. 명심해야 한다. 우리 문씨 일가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명심하겠습니다!”문아름은 정중하게 말했다....번화한 서울의 거리 위, 네 명의 사람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그들은 서울로 돌아온 윤구주,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이었다.번잡한 거리 위에는 차들이 가득했고
윤구주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정태웅은 의아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저하, 예전에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그 집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다고요. 그런데 왜 갑자기 돌아가고 싶다는 겁니까?”윤구주는 다섯 살 때 집을 떠난 뒤 윤씨 일가 저택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윤구주는 여전히 윤씨 일가를 증오하고 있었고 아버지의 매정함을 증오했으며 자신과 어머니를 가문에서 쫓아낸 그들을 증오했다.윤구주와 생사를 함께한 형제들은 윤구주가 어렸을 때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 줄곧 어머니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걸 알았다.윤구주의 어머니는 병약한 몸 때문에 과로사했다.윤구주는 8살 때부터 거지가 되어 떠돌기 시작했고 9살 때 사부님을 만나서 곤륜으로 가게 되었다.과거를 떠올리자 윤구주의 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내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서야.”윤구주는 시선을 들어 유유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당시 윤씨 일가에서 할머니를 제외하면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윤구주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 이유는 할머니 때문이었다.“그렇군요. 저하, 그렇다면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정태웅이 말했다.“아니. 나 혼자 돌아가면 돼.”윤구주의 말을 들은 정태웅 등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윤구주는 윤씨 일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윤씨 일가는 과거 화진의 천만 문벌 중 첫 번째이자 화진 문벌 중 최고 문벌이었다.서울이 아니라 화진 전체를 아울러 보아도 윤씨 일가의 명성은 대단했다.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는 윤구주의 아버지이자 서울의 최고 미남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윤구주의 어머니는 몰래 그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구주왕의 성이 윤씨라는 건 알아도 윤구주가 사실 윤신우의 아들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고 화진 제일의 왕이 되었을 때도 윤구주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윤씨 일가 중에서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천하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