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서준은 고함을 지르면서 유용검을 휘둘렀다.스스슥!십여 개의 검기가 그 순간 날아갔다.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검기가 사방을 공격했다. 쿵쿵 소리와 함께 주위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왔다.남궁서준이 검기로 공격하자 윤구주가 한 손으로 그를 만류했다.“꼬맹이, 넌 일단 물러나 있어.”남궁서준의 앳된 얼굴에서 언짢음이 보였다. 그러나 소년은 순순히 윤구주의 뒤로 물러났다.윤구주는 눈을 번뜩이며 호기롭게 주변을 바라보았다.“다시 한번 말할게. 얌전히 나오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줄 알아.”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쿠궁!이때 지면이 갑자기 떨렸다.“킥킥! 역시 우리 화진의 왕다우시네요.”아주 거칠고 소름 돋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곧 8명의 사람이 땅속 갈라진 틈으로 나타났다.8명은 모두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 걸 보니 그들이 신급 강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러나 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8명의 신급 강자가 나타나자 정태웅, 천현수는 곧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오직 윤구주만이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8명의 신급 강자가 안중에도 없는 듯 말이다.“구주왕을 뵙습니다!”8명의 신급 강자는 모습을 드러낸 동시에 윤구주에게 인사를 했다.그들은 이미 윤구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윤구주는 덤덤히 시선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내 신분을 알면서 내 앞에서 꿍꿍이를 부리려고 해?”그중 마르고 키가 큰, 검은 망토를 쓴 노인이 말했다.“사람들은 구주천왕이 천하무적이라고 하죠. 오늘 보니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하지만 저희도 명령을 받고 온 터라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할 말 있으면 빨리하는 게 좋을 거야.”“역시 구주왕다우시군요. 아주 호탕하십니다
아무도 윤구주가 겨우 손을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사람을 죽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게다가 그가 죽인 사람은 무려 신급 강자였다.윤구주는 번듯하게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감히 공공연히 우리 화진의 땅을 분열하려고 해? 이건 멸족해야 마땅한 죄야.”맞는 말이었다.조금 전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은 윤구주가 서울을 떠난다면 땅을 할거하여 자신을 왕으로 칭해도 상관없다고 했다.그건 분열을 야기한 것과 다름없었다.화진 제일의 왕인 윤구주로서는 그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윤구주가 신급 강자인 노인을 죽이자 나머지 신급 강자들은 전부 몸을 흠칫 떨었다.“구주왕! 저희는 구주왕을 존경하고 공경합니다. 하지만 천자령이 있는 한 저희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화진의 5천 년 되는 역사를 위해, 서울의 문벌, 세가, 종문, 국방부, 4대 서열을 위해 서울을 떠나주십시오!”그중 한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앞으로 나서면서 입을 열었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었다.“4대 서열로 날 압박하려고? 어이가 없군. 4대 서열은 물론이고 이 세계라고 해도 나 윤구주는 모두 평정할 수 있어. 그런데 감히 천자령 따위로 날 막으려고 해?”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저희는 감히 구주왕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서울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 것뿐입니다. 구주왕, 국주 천자령의 체면을 봐서라도 잠시 서울을 떠나주십시오.”“평화? 너희들 따위가 감히 평화를 입에 올려? 우리 화진의 장병들이 10개국과 혈전을 벌이면서 국토를 지킬 때 너희들은 어디서 뭘 했지?”윤구주의 말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8명의 신급 강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구주왕은 구주 군신이라고도 불렸다.화진이 역사를 지키고 태평성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윤구주가 형제들을 데리고 싸웠기 때문이다.그런데 누가 감히 윤구주의 앞에서 평화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형님! 제가 저 빌어먹을 놈들을 죽이겠습니다!”꼬맹이 남궁서준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윤구주가 서울로 가는 걸 막았던 8명의 신급 강자 중 2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었다.남은 6명의 신급 강자는 간담이 서늘해졌다.신급 강자가 되면 천인이라고 불린다.천인이란 무엇인가?천인이란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야 도달할 수 있는 절정의 내공이었다.그러나 윤구주와 눈앞의 꼬맹이는 신급 강자 두 명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비록 그들은 신급 강자 초급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급 강자였다.“구주왕, 국주의 명령을 거역하실 생각입니까? 화진을 배신하실 겁니까?”검은 망토를 입은 한 노인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배신? 하하, 너희 따위가 감히 배신이란 말을 해? 나 윤구주는 화진인으로 태어났고 죽어서도 화진인이야. 난 화진을 지키는데 내 평생을 쏟았어. 그런데 너희 같은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내 앞에서 배신이란 말을 입에 올려?”윤구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시무시한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엄청난 살기는 모든 걸 뒤덮을 듯했고 심지어 눈앞의 공기마저 흐름이 멈춘 듯했다.윤구주의 몸이 하늘로 치솟았고 금색 빛줄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졌다.눈부시게 빛나는 금빛과 함께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를 바라보았다.“난 오늘 서울에 갈 것이다. 신이 날 막는다면 난 신을 죽일 것이고, 악마가 날 막는다면 난 악마를 죽일 것이다.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그 어떤 세력이든 감히 내 형제를 해치려고 했다면 전부 죽일 것이다!”무자비함이 느껴지는 매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신급 강자는 일제히 물러났다.“엄청난 살기야. 큰일이야! 설마... 우리를 전부 죽일 생각인 건가?”한 신급 강자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구주왕, 저희를 죽이신다면 종문, 세가, 문벌 모두 구주왕의 적이 될 겁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장총을 든 신급 강자는 덜덜 떨면서 말하는 와중에 온몸을 방어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그는 봉왕팔기로 종
술법의 끝은 절정에서 비롯된다.그것이 팔기지 중의 술현지였다.눈앞의 거대한 구덩이와 살해당한 8명의 신급 강자를 본 정태웅은 흥분해서 말했다.“저하, 드디어 전성기 실력을 회복하셨군요!”“뭘 안다고 그래요? 우리 형님은 아직 마지막 두 개는 시전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우리 형님이 8개를 모두 시전한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남궁서준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뜨거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를 가장 존경하는 남궁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그를 롤모델로 삼았다.그것이 남궁서준이 계속 윤구주의 뒤를 따르는 이유기도 했다.“꼬맹이 네 말이 맞아. 우리 저하가 8개를 모두 시전한다면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윤구주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고 봉왕팔기로 세상에 위세를 떨쳤다.그는 천 년 동안 흩어져 있던 세가, 종문, 수많은 문벌과 서열들을 통일하였다.서울로 돌아온 윤구주는 자신이 서울의 각 세력의 저지를 받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저하, 아까 그 8명은 정체가 뭐죠? 시체를 파헤쳐서 한 번 조사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정태웅의 질문에 윤구주가 대답했다.“세가, 종문, 문벌, 3대 서열을 제외하면 누구겠어? 게다가 서울의 세력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어.”‘뭐?’“이 빌어먹을 놈들, 저하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서 그 지독한 여자를 새로운 왕으로 섬긴 겁니까?”정태웅은 씩씩대면서 말했다.“그건 그들이 날 두려워했기 때문이야. 그들에게는 내가 눈엣가시였겠지. 그래서 이 기회를 틈타 새로운 왕을 세워 화진에서의 본인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했을 거야.”윤구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이 망할 놈들, 전부 죽어 마땅하네요! 저하, 당시 곤륜에서 3대 서열을 전부 죽여야 했어요!”정태웅이 살기등등하게 고함을 질렀다.“걱정하지 마. 저번에는 다 죽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뿌리째 뽑아버릴 거니까. 가자! 또 누가 감히 날 막아서는지 두고 보겠어!”윤구주는 차갑게 말
금빛 망포를 입고 왕관을 쓴 문아름은 고대 황후와 무척 비슷했다.경국지색의 아름다운 얼굴은 여제의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미간에 있는 불꽃 표식은 그녀를 더욱 기묘해 보이게 했다.“서울에 왔다고?”문아름은 느긋하게 물었다.“네! 그리고 저희 세 가문에서는 그를 막기 위해 8명의 신급 강자를 보냈습니다...”선두에 선 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이 입을 열었다.“8명? 하하, 과거 화진 제일의 왕이었던 그를 너무 얕봤군. 8명이 아니라 80명이 간다고 해도 죽음을 자초하는 것인데 말이야.”문아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서울의 3대 문벌인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저하, 이제 저희는 어떡합니까?”문아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이 그가 서울에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사람들을 보낸 건데 왜 나한테 묻는 것이지?”그 말에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은 곧바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희는...”“세 문벌로 천하제일의 화진 왕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참 우습군. 당시 그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어. 세가, 종문 모두 그에게 죽임당하고 굴복했지. 그런데 겨우 세 문벌이 무슨 수로 그를 막는단 말이지?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야.”문아름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문아름의 말이 맞았다.화진에서 국방부를 제외하면 3대 서열에서 세가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종문, 문벌은 세 번째였다.겨우 여씨, 황씨, 당씨 세 문벌로 윤구주를 상대하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었다.“저하, 살려주십시오! 저희 세 가문은 문씨 일가에 목숨을 바쳐 충성했습니다. 제발 이번만 저희 세 가문을 살려주시면...”여씨 일가의 은발 노인은 문아름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으면서 애원했다.어쩔 수 없었다.그들이 건드린 사람은 화진 제일의 왕이었으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저하, 저희 세 가문을
문아름은 그 말을 할 때 아름다운 얼굴에 걱정이 드리워졌다.당시 윤구주는 서울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모두를 굴복시켰다.그는 현재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구주의 추종자들은 여전히 많았다.그리고 그 추종자들을 전부 죽인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한때 천하를 뒤흔들었던 구주왕이 살아있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된다면 아마도 큰 파문이 일 것이다.노인은 그 말을 듣고 음산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윤구주는 그러지 못해!”문아름은 당황했다.“무엇 때문이죠?”“그는 화진 제일의 왕이었으니까! 그는 절대 화진에 내란이 벌어지길 바라지 않을 거야. 만약 윤구주가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었다면 네가 왕이 된 그날 병사들을 데리고 서울을 공격했을 거야. 지금까지 기다렸을 리가 없지.”노인은 기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문아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이해가 갔다.맞는 말이었다.당시 그녀는 독을 이용해서 윤구주를 해쳤고 구주왕의 왕위를 빼앗았다. 그럼에도 그는 복수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복수를 한다는 건 비현실적이었다.“어쨌든 그가 서울로 돌아온 건 우리에게 아주 큰 위협이에요. 게다가 그는 이미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어요.”문아름이 말했다.노인이 말했다.“그건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두었다. 넌 걱정할 필요 없어. 아주 대단한 인물이 윤구주를 제압할 테니 말이야.”“누구예요?”문아름은 호기심이 들었다.그녀는 화진에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노인이 말했다.“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지금은 그냥 구경만 하면 돼.”할아버지가 더 말하려고 하지 않자 문아름도 더 캐묻지 않았다.“아름아. 우리 문씨 일가가 이러는 건 전부 화진의 기반을 위해서야. 명심해야 한다. 우리 문씨 일가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명심하겠습니다!”문아름은 정중하게 말했다....번화한 서울의 거리 위, 네 명의 사람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그들은 서울로 돌아온 윤구주,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이었다.번잡한 거리 위에는 차들이 가득했고
윤구주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정태웅은 의아한 얼굴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저하, 예전에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그 집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다고요. 그런데 왜 갑자기 돌아가고 싶다는 겁니까?”윤구주는 다섯 살 때 집을 떠난 뒤 윤씨 일가 저택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윤구주는 여전히 윤씨 일가를 증오하고 있었고 아버지의 매정함을 증오했으며 자신과 어머니를 가문에서 쫓아낸 그들을 증오했다.윤구주와 생사를 함께한 형제들은 윤구주가 어렸을 때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뒤 줄곧 어머니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걸 알았다.윤구주의 어머니는 병약한 몸 때문에 과로사했다.윤구주는 8살 때부터 거지가 되어 떠돌기 시작했고 9살 때 사부님을 만나서 곤륜으로 가게 되었다.과거를 떠올리자 윤구주의 몸에서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내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서야.”윤구주는 시선을 들어 유유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당시 윤씨 일가에서 할머니를 제외하면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윤구주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 이유는 할머니 때문이었다.“그렇군요. 저하, 그렇다면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정태웅이 말했다.“아니. 나 혼자 돌아가면 돼.”윤구주의 말을 들은 정태웅 등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윤구주는 윤씨 일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윤씨 일가는 과거 화진의 천만 문벌 중 첫 번째이자 화진 문벌 중 최고 문벌이었다.서울이 아니라 화진 전체를 아울러 보아도 윤씨 일가의 명성은 대단했다.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는 윤구주의 아버지이자 서울의 최고 미남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윤구주의 어머니는 몰래 그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구주왕의 성이 윤씨라는 건 알아도 윤구주가 사실 윤신우의 아들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고 화진 제일의 왕이 되었을 때도 윤구주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윤씨 일가 중에서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천하
동요를 부르고 있는 아이는 5, 6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였다.여자아이는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양갈래를 한 아이는 귀여운 노란색 치마를 입고 화원 중앙에 있는 그네를 타면서 작게 동요를 불렀다.“할머니, 저 노래 잘 부르나요?”여자아이는 몇 번 부르더니 갑자기 반짝이는 두 눈을 들어 옆에 있는 나이 든 노인에게 물었다.노인은 90대 고령이었다.그녀의 마른 풀 같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했고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남은 그녀의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다.그녀는 한 쪽 눈이 멀었고 다른 한 쪽 눈은 잘 보이지 않았다.노인은 구부정하게 아이의 뒤에 서서 아이를 위해 그네를 살살 밀어주면서 중얼거리며 말했다.“하율이는 노래를 엄청 잘 부르지!”“그러면 제가 잘 불러요? 아니면 예전의 그 오빠가 잘 불러요?”아이가 또 물었다.오빠라는 두 글자에 구부정한 몸의 노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혼탁하고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의 동공이 살짝 떨렸다.“다 잘해. 다 잘해!”그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기쁜 건지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네는 계속 움직였다.하지만 노인은 십여 년 전의 추억에 빠졌다.십여 년 전, 그녀는 지금처럼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손자를 위해 그네를 밀어주면서 동요를 불러주었다.그러나...십여 년이 지났다.노인은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몸이었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손자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할머니, 오빠 대체 어디 있어요? 왜 저는 단 한 번도 오빠를 본 적이 없죠?”윤하율은 반짝이는 눈을 깜빡이면서 노인에게 물었다.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 오빠는... 오래전에 우리 저택을 떠났어.”“오빠는 어디로 갔어요? 왜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윤하율이 다시 물었다.“네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네 매정한 아버지가 네 오빠와 오빠의 어머니를 쫓아낸 그날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어.”노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혼탁한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윤하율은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황급히 그네에서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