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석은 말하면서 악랄하게 웃었다.“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4대 서열, 그중 반 이상이 우리 문씨 일가의 손에 들어왔어요. 당신이 아무리 무적이라고 해도 변하는 건 없어요.”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그래?”“물론이죠. 믿기지 않는다면 서울 3대 문벌에 물어봐요!”한동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서울 3대 문벌에 묻지 않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구주왕은 이미 과거가 되었어. 하지만 한 가지는 틀렸어.”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시선을 들어 한동석을 바라보았다.팔이 부러진 한동석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제가 뭘 잘못 말했나요?”“5년 전 난 무력으로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4대 서열을 정복했어. 5년 뒤인 지금도 난 여전히 그들을 죽여서 다시 한번 정복할 수 있어.”죽여서 정복한다는 말이 우레와도 같이 쩌렁쩌렁하게 한동석 및 3대 문벌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다.윤구주는 호기롭게 말한 뒤 고개를 들어 한동석을 바라보았다.“이젠 죽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동석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팔 한쪽이 부러진 국방부 장군은 곧바로 위험한 기운이 몰려오는 걸 느끼고 본능적으로 벌떡 뛰어오르면서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아쉽게도 천하무적의 구주왕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지현이 한동석의 가슴팍 위로 떨어졌고, 펑 소리와 함께 반보 신급 강자였던 국방부 장군은 그렇게 몸이 터져서 허공에서 추락했다.결국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윤구주가 손 한 번 움직였다고 국방부 장군이 죽었다. 다들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가장 두려운 건 당연하게도 3대 문벌의 강자들이었다.당시 모든 문벌이 윤구주에게 죽임당해서 항복한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곤륜에서 왕이 된 윤구주는 서울 3대 문벌의 선조마저 무릎 꿇리고 용서를 빌게 했다.겨우 5년 전 일이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신화였던 그가 돌아오자 여선희는 가장 처음 윤구주의 발치에 무릎을 꿇
화진 최고의 소년후인 남궁서준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남궁서준은 자기 가문의 선조도 죽일 수 있었다. 어쩌면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남궁서준이 살기등등하게 말하자 윤구주는 손을 저었다.“오늘 3대 문벌은 내가 직접 처단할 거다.”그 뜻은 명확했다.오늘 윤구주가 직접 그들을 죽이겠단 뜻이었다.3대 문벌 사람들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들의 얼굴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한때 혼자서 군대를 이끌고 10개국과 대항했던 무적의 군신을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저하, 저희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발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저희를 용서해 주신다면 앞으로 저희 여씨 일가는 저하의 소가 되고 말이 되겠습니다.”여선희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로 윤구주에게 애원했다.그녀의 뒤에 있는 여씨 일가의 수십 명의 대가 또한 전부 용서해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그러나 윤구주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용서해달라고? 난 이미 5년 전 여씨 일가를 용서해 줬어. 그러니 이번에는 기회가 없어.”“저하, 설마 저희 3대 문벌을 전부 죽일 생각입니까? 잊지 마세요. 세가, 종문, 국방부, 문벌, 4대 서열 모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우리 화진 무도의 일맥을 지키는 기반입니다. 저희 3대 문벌을 전부 죽인다면 화진의 무도는 천 년의 무운을 잃게 되는 겁니다!”황정두가 말했다.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세가, 종문, 국방부, 문벌, 4대 서열은 화진 무도계를 대표할 수 있었다.천하의 무인은 모두 4대 서열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만약 윤구주가 3대 문벌을 전부 죽인다면 확실히 화진의 무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런 걸 신경 쓰겠는가?적어도 오늘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윤구주는 뒷짐을 지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내 전우들을 죽이려고 한 순간부터 너희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대가급 200여 명이었다.말하는 사이 정태웅, 남궁서준, 박창용 등 사람들은 전부 흠칫했다.황정두는 윤구주가 혼자서 그들 모두를 상대한다고 하자 악랄하게 웃으며 말했다.“구주왕은 역시 기개가 남다르시네요. 혼자서 저희 모두를 죽이겠다고요? 그렇다면 저희도 함께 덤비겠습니다!”3대 문벌은 원래도 윤구주를 두려워했다.그런데 윤구주가 같이 덤비라고 하니 그들에게는 기회 같았다.아무래도 그들 쪽에는 신급 강자 3명과 대가급 고수 200여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아무리 상대가 만만해도 단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신급 강자 3명의 기운이 윈워터힐스 전체를 감쌌다. 200여 명의 대가급 강자들의 기운 역시 엄청났다.순간 윈워터힐스가 화산이 된 듯했다.하늘 높이 치솟는 엄청난 기운 때문에 까만 밤하늘마저 불타오를 것 같았다.“형님... 제가 도와드릴게요!”엄청난 기운에 꼬맹이 남궁서준마저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윤구주는 웃는 얼굴로 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괜찮아. 오늘 형님이 한 수 더 가르쳐줄게. 이건 천주금술이라고 해. 잘 봐둬.”윤구주가 말을 마치자 엄청난 왕의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무시무시한 기운 때문에 윤구주는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옷은 검은 밤하늘 아래서 놀랍도록 환한 빛을 발했다.그는 검을 들고 하늘을 가리켰다.“팔기지, 제5기 천주금술!”말을 마치자마자 청색 기검이 윤구주의 주변에 떠 올랐다.청색 기검은 길이가 1미터 정도 되었다.청색 기검이 나타나자마자 검명이 들려왔다.더욱 무시무시한 건 청색 기검이 무려 200여 개 나타났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수가 부단히 늘어났다.윙윙거리는 검명이 밤하늘을 뒤덮었고 청색 기검이 밤하늘을 빽빽하게 채웠다.청색 기검이 모두 나타났을 때는 총 999개였다.“세상에!”“저게 무슨 검법이죠? 저... 저건 너무 무시무시한 거 아닌가요?”천하회, 백화궁, 박창용 등 사람들은 999개의 청색 기검이 윤구주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자 전부 넋이 나갔
천주금술은 서요산 검도에서 진화한 것이었다.그것은 윤구주의 봉왕팔기 중 제5기였다.예전에 윤구주는 기린화독에 당해서 전성기 시절의 몸으로 회복할 수가 없었기에 봉왕팔기 중 뒤의 네 개는 시전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이제 실력을 회복하였으니 드디어 시전할 수 있었다.999개의 청색 기검이 밤하늘을 전부 뒤덮자 윤구주는 오른 주먹을 쥐었다.“천주, 백검귀일, 모여라!”999개의 기검이 순식간에 하나로 모여져서 30미터 넘는 거대한 검이 되었다.거대한 검이 나타난 순간, 하늘 전체가 떨리는 것 같았다.윤구주는 오만하게 하늘과 땅 사이에 서 있었고, 그의 머리 위에는 30미터 넘는 거대한 검이 있었다.윤구주는 남궁서준을 향해 말했다.“꼬맹이, 잘 봐!”그 말과 함께 윤구주는 3대 문벌 사람들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30미터 넘는 거대한 검이 하늘에서 추락하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검의가 공간을 찢으면서 마치 폭포처럼 어마어마한 기세로 3대 문벌 사람들을 공격했다.쿠구궁!윤구주의 거대한 검 때문에 3대 문벌이 서 있는 곳에 아주 넓은 골짜기가 생겼다.무시무시한 검의가 모든 걸 없앴다.3대 문벌 대가도, 신급 강자도.윤구주의 천주금술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그의 공격 한 방에 3대 문벌의 200여 명 되는 대가급 강자가 모두 검기의 충격으로 죽었다. 시체는 골짜기에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여씨, 황씨,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 세 명 중 황정두는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비참하게 죽었고 여선희와 당의전은 바로 죽지는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무적이란 무엇인가?이것이 바로 진짜 무적이었다.단칼에 3대 문벌 대가급 강자 200여 명과 신급 강자 한 명을 죽인 윤구주의 실력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큰 감명을 받았다.“저하, 정말 대단하시네요!”“저하, 진짜 강하시네요!”정태웅은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손뼉 치며 환호했다.천하회와 창용 부대 사람들은 전부 뜨거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
당의전은 갑자기 몸을 흠칫 떨었다. 숨 막힐 정도로 무시무시한 살기가 그의 온몸을 감쌌다.“왜죠?”윤구주가 말했다.“넌 당씨 일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야.”윤구주의 말에 당의전은 몸을 심하게 떨었다. 뒤에 있던 정태웅, 천하회, 백화궁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들은 윤구주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말해 봐. 넌 누구야? 왜 3대 문벌 중 하나인 당씨 일가를 사칭한 거지?”윤구주는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의전을 바라보았다.당의전은 처음엔 놀라더니 곧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뜨렸다.“하하하하하!”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그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몸 주위로 갑자기 음산한 검은 안개가 생겼고, 그 안개가 나타나면서 왜소하던 그의 체구가 갑자기 거대해졌다.동시에 그의 얼굴도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변했다.“세상에, 모습이 변했어!”정태웅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뒤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건장한 체구의 그를 바라보았다.“구주왕이 무공이 대단하단 말은 들었었지만 안목도 이렇게 뛰어날 줄은 몰랐네요. 맞아요. 전 당씨 일가 사람이 아닙니다!”건장한 남자는 본모습을 드러내고 말했다.“넌 누구지?”윤구주의 질문에 건장한 남자가 대답했다.“저하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군요. 어떻게 허점을 알아챈 겁니까?”“당씨 일가 선조는 한때 날 따랐었거든. 난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들을 전부 알고 있지.”윤구주는 오만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건장한 남자는 쓴웃음을 지었다.“그렇군요. 알겠습니다.”“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윤구주는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죽기 직전이니까 알려드리죠. 전 유명전의 일개 호법, 가두천입니다.”유명전이라는 말에 윤구주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윤구주는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구주왕은 천하제일이니 우리 유명전의 전설을 당연히 들어보셨겠죠?”본인을 가두천이라고 밝힌 건장한 남자는 음산하게 웃었다.윤구주는 천천히 고개
유명전의 신급 강자인 킬러는 꼬맹이 남궁서준에게 단칼에 죽었다.가두천의 머리가 굴러떨어지자 정태웅이 서둘러 달려갔다.“이 꼬맹이가 진짜! 왜 죽인 거야? 우리 저하께서 아직 질문을 다 하지 못하셨잖아!”남궁서준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정태웅을 무시하고 중얼거리며 말했다.“감히 우리 형님을 협박하려고 했으니 당연히 죽여야죠.”정태웅은 무척 화가 났다.하지만 화가 난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남궁서준은 신급 강자마저 죽일 수 있는 실력자였기 때문이다.“됐어, 됐어. 애들이라서 말이 전혀 안 통한다니까!”정태웅은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향해 말했다.“저하, 조금 전에 저 자식은 자기가 유명전 사람이라고 했는데 유명전이 뭡니까? 왜 저는 모릅니까?”윤구주는 시선을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유명전은 백여 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네가 모르는 건 정상이지.”“네? 백 년이요?”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펄쩍 뛸 뻔했다.“그래.”“세상에, 유명전은 대체 뭡니까? 저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요?”정태웅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그 조직은 역사가 오래된 비밀스러운 조직이야. 당시 곤륜에 있을 때 사부님들에게서 한 번 들은 적이 있어. 그런데 그들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어.”정태웅은 곤륜이라는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됐어. 유명전 일은 내가 조사할 거야. 지금은 일단 이 안목 없는 것들부터 치워야지.”윤구주가 가리킨 것은 남아있는 영문의 킬러들이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즐거운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좋습니다!”그러고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단단히 겁에 질린 영문의 킬러들을 바라보았다.“영문의 개자식들, 와 봐. 오늘 내가 다 죽여줄 테니까.”정태웅은 그렇게 말한 뒤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잠시 뒤, 3대 문벌 사람들을 포함한 한동석이 데려온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윈워터힐스의 마당은 피로 빨갛게 물들었고 시체는 산처럼 쌓였다.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은 뒤, 주세호는 서둘러 부하에게 뒤처리하
그들을 데리고 서울로 가서 국방부를 공격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박창용이 살기등등하게 말하자 천하회와 백화궁 사람들도 공분을 참지 못했다.다들 서울로 가서 국방부를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암부가 박해받은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윤구주 때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윤구주가 이렇게 된 건 문씨 일가의 지독한 여자 문아름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문아름만 아니었어도 윤구주가 ‘추락’할 리는 없었다. 그랬다면 세상 사람들도 천하무적의 구주왕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구주야, 서울로 가자. 이번에 암부를 대신해 복수도 하고 네가 겪었던 굴욕 모두 갚아주자!”연규비가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맞습니다, 저하! 연규비 씨 말이 맞아요. 저희 같이 서울로 갑시다. 어차피 국방부 놈들 지금 다 변절했어요. 그들을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정태웅이 말했다.“저하께서 서울로 가신다면 저희 창용 부대는 백만 명의 정예군들을 파견할 겁니다.”박창용이 호기롭게 말했다.다들 서울로 가자고 윤구주를 설득하고 있을 때, 윤구주는 몇 초간 침묵했다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아니라는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당황했다.“저하, 왜입니까?”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윤구주는 지금 서울로 가서 문씨 일가를 처단해야 했다.“지금 군대를 이끌고 간다면 우리 화진은 내란으로 혼란에 빠지게 될 거야. 설마 우리 화진의 국민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 백 년 전 때처럼 전쟁이 끊이질 않는 국면을 마주하고 싶은 거야?”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따져 물었다.윤구주의 말대로 화진은 역사가 아주 길었다.그러나 백 년 전의 내란을 사람들은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때의 내란으로 인해 천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그중 8할 이상은 불쌍한 국민이었다.전쟁이 한 번 시
그런데 지금 윤구주의 말을 들으니 스스로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이건 네 탓이 아니야. 난 네가 민규현과 천현수를 걱정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 감히 나 윤구주의 형제를 죽이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사람 가족들까지 전부 죽여버릴 거니까.”구주 군신이 어떤 사람인가?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한 대대의 마부 한 명을 위해서 흑여국의 천여 명 되는 정예군을 죽였다. 그 일은 여전히 흑여국인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었다.하물며 현재 위험해진 건 윤구주와 생사를 함께했던 형제 민규현과 천현수였다.그런데 윤구주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부성국에서 전성기 실력을 회복한 뒤 난 그런 얘기를 했어. 내게 빚진 것들은 전부 피로 갚아야 한다고.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4대 서열 상관없이 날 막는 사람들은 전부 죽일 거야. 그 일가 전체를 잡아 죽인다고 해도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살벌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이때 윤구주는 지옥에서 걸어 나온 사신 같았다.“저하! 저희는 저하를 응원합니다! 저하께서 한마디만 하신다면 저희 천하회, 백화궁, 창용 부대는 언제든지 싸우겠습니다.”박창용이 큰 목청으로 말했다.“형님! 저도요!”꼬맹이 남궁서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윤구주는 살짝 미소 지어 보였다.이때 밖에서 갑자기 창용 부대의 한 군인이 황급히 달려 들어왔다.“저하! 총사령관님! 암부의 천현수 지휘사님이 오셨습니다!”‘뭐라고?’천현수 지휘관이라는 말을 듣자 정태웅은 제일 처음 반응했다.“천현수가 왔다고? 확, 확실한 거야?”정태웅은 서둘러 물었다.“네!”사람들은 천현수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지금 어디 있어? 어서, 어서 천현수에게로 안내해!”정태웅은 곧바로 말했다.곧 창용 부대 군인이 윤구주와 박창용, 정태웅 등 사람들을 데리고 원워터힐스 문 앞으로 갔다.대문 앞에는 십여 대의 탱크가 기세 좋게 입구에 서 있었고 주변에는 천여 명의 천하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