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 윤구주의 말을 들으니 스스로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이건 네 탓이 아니야. 난 네가 민규현과 천현수를 걱정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 감히 나 윤구주의 형제를 죽이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사람 가족들까지 전부 죽여버릴 거니까.”구주 군신이 어떤 사람인가?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한 대대의 마부 한 명을 위해서 흑여국의 천여 명 되는 정예군을 죽였다. 그 일은 여전히 흑여국인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었다.하물며 현재 위험해진 건 윤구주와 생사를 함께했던 형제 민규현과 천현수였다.그런데 윤구주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부성국에서 전성기 실력을 회복한 뒤 난 그런 얘기를 했어. 내게 빚진 것들은 전부 피로 갚아야 한다고. 국방부, 세가, 종문, 문벌, 4대 서열 상관없이 날 막는 사람들은 전부 죽일 거야. 그 일가 전체를 잡아 죽인다고 해도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살벌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이때 윤구주는 지옥에서 걸어 나온 사신 같았다.“저하! 저희는 저하를 응원합니다! 저하께서 한마디만 하신다면 저희 천하회, 백화궁, 창용 부대는 언제든지 싸우겠습니다.”박창용이 큰 목청으로 말했다.“형님! 저도요!”꼬맹이 남궁서준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윤구주는 살짝 미소 지어 보였다.이때 밖에서 갑자기 창용 부대의 한 군인이 황급히 달려 들어왔다.“저하! 총사령관님! 암부의 천현수 지휘사님이 오셨습니다!”‘뭐라고?’천현수 지휘관이라는 말을 듣자 정태웅은 제일 처음 반응했다.“천현수가 왔다고? 확, 확실한 거야?”정태웅은 서둘러 물었다.“네!”사람들은 천현수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지금 어디 있어? 어서, 어서 천현수에게로 안내해!”정태웅은 곧바로 말했다.곧 창용 부대 군인이 윤구주와 박창용, 정태웅 등 사람들을 데리고 원워터힐스 문 앞으로 갔다.대문 앞에는 십여 대의 탱크가 기세 좋게 입구에 서 있었고 주변에는 천여 명의 천하
암부원들의 표정을 본다면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본부가 파괴되고 수천 명이 전사했다.이것이 서울 암부 총지휘소의 결말이었다.“현수야, 형님은?”정태웅은 갑자기 천현수의 팔뚝을 잡고 서둘러 물었다.살아남은 암부원들은 강성으로 왔으나 민규현이 없었다. 정태웅은 걱정이 됐다.“형님은... 우리를 지키려고, 우리가 떠날 수 있게 하려고 혼자 남아서 싸웠어. 지금 생사는 불분명해. 어쩌면 국방부에 잡혀갔을지도 몰라.”천현수는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뭐라고?’그 말에 정태웅의 두 눈이 벌게졌다.뒤에 있던 박창용 등 사람들은 안색이 확 달라졌다.“현수야, 그 말 진짜야? 민규현 정도의 실력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국방부에 끌려간단 말이야?”암부 3대 지휘사인 민규현은 세 명 중에서 실력이 가장 강했다.게다가 그는 이미 신급 강자였다.그렇게 강한 그가 이렇게 쉽게 국방부에 잡혀가다니 말이 안 되었다.“총사령관님, 큰형님은 사실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천현수는 거기까지 말한 뒤 뜸을 들였다.“하지만 뭐?”박창용은 서둘러 물었다.“하지만 큰형님을 막은 건 과거 저하 곁의 4대 천왕 중 한 명이었던 청룡이었어요!”‘청룡?’그 이름을 내뱉는 순간 사람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다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청룡, 백호, 주작, 현모, 4대 천왕은 과거 윤구주의 왼팔과 오른팔인 동시에 절친한 형제였다.그러나 윤구주가 죽었다고 알려진 뒤로 4대 천왕은 전부 사라졌다.누군가는 그들이 국방부의 박해를 받고 가둬졌다고 했고, 누군가는 네 사람이 윤구주의 복수를 하기 위해 화진을 떠나 10개국으로 향했다고 했다.천현수가 청룡이라는 이름을 내뱉자 윤구주의 표정이 차가워졌다.“천현수, 청룡이 나타났단 말이야?”천현수는 윤구주를 보자 화들짝 놀라더니 서둘러 말했다.“네, 그렇습니다! 저하, 언제 돌아오신 겁니까? 태웅이 형은 저하가 부성국에 갔다고 했었는데요.”천현수는 윤구주가 부성국에 있는 줄 알
그날 밤은 그렇게 끝났다.결말은 한동석이 데려갔던 국방부 사람들이 전부 살해당했다는 것이다.심지어 3대 문벌이 데려온 200여 명의 대가들과 신급 강자 3명까지 죽었다.하지만 윤구주는 이런 것들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은 천현수가 돌아왔다는 것이다.거실 안.피투성이였던 천현수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를 통해 사람들은 현재 서울 암부가 전부 반역죄를 판결받았고 서울 각 출입구 모두 완전히 폐쇄되었으며 심지어 크고 작은 버스, 화물차 출입구까지 국방부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천현수는 백여 명의 암부 정예군을 잃은 대가로 겨우 포위를 뚫고 나와서 살아남았다고 했다.그리고 일부 암부 정예군은 여전히 서울에 갇혀 있고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천현수가 서울 암부 쪽 얘기를 이어 나가고 있을 때, 정태웅은 이미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그는 반드시 복수하겠다면서 욕지거리했다.사람들이 천현수에게서 서울 암부의 일을 듣고 있을 때 윤구주는 소채은의 방문 밖에 와 있었다.오늘 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윤구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소채은이었다.윤구주가 구양진용혈로 소채은의 시독을 없앤 뒤부터 지금까지 소채은은 여전히 혼수상태였다.진법으로 둘러싸인 그녀의 방 앞에는 거인이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그 거인은 시괴 동산이었다.시괴는 윤구주에게 굴복한 뒤 진정한 문지기가 되었다.윤구주가 문 앞에 서자 동산은 정중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안에서 대화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윤구주는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구주니? 얼른 와 봐. 채은이가 깨어났어!”소청하는 윤구주가 들어온 뒤 흥분한 얼굴로 달려와서 말했다.고개를 돌려 보니 아름다운 소채은이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게 보였다. 그녀는 천희수의 부축을 받으면서 인삼탕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채은아...”사랑하는 사람이 깨어나자 윤구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인삼탕을 마시던 소채은은 윤구주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하더니
“나 몸이 다 나은 것 같아. 완전 괜찮아! 하지만... 조금 배고파. 헤헤!”소채은은 웃으며 말했다.“바보야, 배고프면 밥 많이 먹어. 네 체내의 시독은 내가 깨끗이 없앴으니까 지금부터는 절대 문제가 없을 거야.”“응, 엄마, 아빠가 얘기해주셨어. 구주야. 고마워. 날 살려줘서!”“바보야, 나한테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윤구주는 소채은을 품 안에 안았다.소채은의 부모님은 두 사람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청하는 천희수에게 눈치를 줬고 두 사람은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밖으로 나온 뒤 천희수는 붉게 부어오른 눈을 쓸면서 감탄했다.“정말 다행이에요. 우리 딸 드디어 다 나았어요.”“그러게. 이 모든 건 구주 덕분이야. 구주가 아니었다면 우리 딸이 어떻게 됐을지 몰라.”소청하도 감탄했다.천희수는 줄곧 윤구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러나 윤구주가 정말로 소채은을 치료한 걸 보게 되자 이렇게 말했다.“여보, 구주 정말 점점 더 신기해지는 것 같지 않아요? 예전에는 기억을 잃은 정비공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왜 점점 더 달라지는 것 같죠?”소청하는 호탕하게 웃었다.“여보, 나도 비록 구주의 진짜 신분을 알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얘기할게. 우리 소씨 일가는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야. 그러니까 구주 같은 애가 우리 집안 사위가 되려는 거지!”“그 정도라고요?”“그럼!”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거실에 도착했다.거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중무장한 창용 부대가 줄을 지어 대문 앞에 서 있는게 보였다.그 외에도 천하회, 백화궁 사람들이 가득했다.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천여 명쯤 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도 십여 대의 탱크가 있다는 점이었다.“세상에! 싸움이라도 났대요? 왜... 왜 군인들이 이렇게 많은 거죠?”천희수는 깜짝 놀라면서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상황을 보았다.소청하 또한 눈앞의 광경에 놀라서 멍해졌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지? 이곳에 왜 사람들이
박창용, 원성일 등 사람들은 정태웅의 소개를 듣고 소청하 부부를 바라보았다.“저분들이 바로 소채은 씨 부모님이셨군요!”“아저씨, 아주머니, 안녕하세요!”원성일이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중하게 말했다.천희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거실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카리스마가 넘쳤고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자의 분위기가 있었다. 강한 압박감에 천희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면서 소청하의 큰 손을 서둘러 잡았다.소청하도 깜짝 놀랐다.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침을 꿀꺽 삼킨 뒤 말했다.“여러분들은 누구시죠?”“아저씨, 아주머니.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모두 저하의 부하입니다!”천현수가 웃으며 말했다.“저하요?”그 단어를 들은 천희수는 넋이 나갔다.“그렇습니다.”군복을 입은 박창용이 말했다.소청하와 천희수는 박창용이 군복을 입고 있고 어깨에 총사령관 표식을 달고 있는 걸 보았다. 그 순간 소청하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사령관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누가 저하라고요?”소청하는 두려워하면서 물었다.박창용은 호탕하게 웃었다.“누구겠어요? 이 세상에 저희 구주왕 외에 누가 우리를 부하로 삼을 자격이 있겠습니까?”“구주왕이요?”소청하는 다시 듣고 깜짝 놀랐다.‘구주? 윤구주?’“세상에, 설마 윤구주를 말하는 겁니까?”소창하는 그제야 뒤늦게 반응했다.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그분이 바로 우리 저하입니다. 우리 화진의 왕, 구주왕이기도하죠!”정태웅이 윤구주를 구주왕이라고 하자 소청하 부부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구주왕?화진 최고의 구주왕?소청하 부부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윤구주가 구주왕이라고요? 화진 최고의 구주왕 말인가요?”소청하 부부는 일반 백성들이었지만 화진에서 구주왕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세 살짜리 아이도 구주왕을 알 정도였으니 소청하 부부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리고 구주왕이 화진을 수호하려고
“하지만 저하께서 정체를 밝히는 걸 꺼리셔서 줄곧 숨겨왔습니다. 저하가 아니었다면 누가 소씨 가문과 조씨 가문, 그리고 강성에서의 문제를 해결해 줬겠습니까?”주세호가 호기롭게 말했다.그 말에 소청하 부부는 그제야 깨달았다.그들은 윤구주가 나타난 뒤로 왜 소씨 가문이 180도 달라졌는지 알게 되었다.SK 제약공장이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온갖 악행을 일삼던 소천홍 부자가 제재를 받은 것도, 조씨 가문과 다른 수많은 문제도 전부 윤구주가 해결해 줬던 것이다.전에 두 사람은 순진하게도 주세호가 소씨 가문을 도운 이유가 소채은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걸 떠올린 두 사람은 지금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사실 윤구주가 왕이었다니, 그것도 화진 최고의 구주왕이었다니!’“하지만... 이상한데요? TV에서는 구주왕이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고 했는데요?”소청하 부부는 갑자기 떠올라서 말했다.“하하! 이 세상에 누가 우리 저하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저하는 그 지독한 여자가 파놓은 함정 때문에 독에 당해서 죽음의 바다에 빠진 것뿐입니다. 그 일이 없었더라면 형수님과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정태웅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쿵!소청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바다에서 만났다고?’이때 소청하는 윤구주와 제일 처음 만났던 곳이 바닷가였음을 떠올렸다.동시에 그는 자기 딸이 윤구주를 바닷가에서 건져내 살려준 걸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소청하는 그제야 이해가 됐다.“알겠어요! 사실 우리 화진의 구주왕은 죽음의 바다에 빠진 것뿐이지 죽지는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그 일로 구주왕은 우리 채은이를 만나게 된 거고요... 알겠어요! 이해했어요! 세상에, 우리 채은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걸까요? 구주왕이 우리 채은이를 사랑하게 되다니, 정말 놀랍네요!”“하하하하! 이제 알겠죠?”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소청하 부부는 모든 게 이해가 됐다.그들은 소씨 가문이 이렇게 복이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화진 최고의 왕, 구주왕의 장인어
많이 먹은 뒤 소채은은 허기짐이 많이 줄어들었다.소채은은 배를 툭툭 두드리더니 윤구주의 손을 잡고 말했다.“침대에 오래 누워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해. 구주야, 나랑 같이 밖에 나가서 걷자.”“그래!”두 사람은 손을 잡고 윈워터힐스 밖으로 나왔다.밖은 밤경치가 아름다웠다. 달빛이 환해서 그런지 별이 적었다.소채은은 밖으로 나오더니 의아한 얼굴로 낯선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말했다.“어, 여기 용인 빌리지 아니었어?”“응. 여긴 주세호 씨의 거처야!”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주 회장님?”“응!”“세상에, 내가 왜 주 회장님댁에 있는 거야? 이건 너무 실례 아냐?”“괜찮아. 주세호 씨는 우리 사람이야. 멋쩍어할 필요 없어.”윤구주가 그녀를 달랬다.그렇다고 해도 소채은은 조금 익숙하지 않았다.마당으로 나오자마자 줄지어 선 중무장한 사람들과 탱크들, 그리고 천하회, 백화궁 사람들이 소채은의 시야에 들어왔다.소채은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여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심지어 군인들과 탱크도 있네?”소채은은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오늘 밤 일이 조금 있었거든. 그래서 다들 온 거야.”윤구주는 별거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설명했다.“무슨 일이 있었길래 군인들까지 출동한 거야?”소채은은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윤구주는 당연히 자세히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그는 갑자기 소채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채은아, 너한테 얘기하고 싶은 일인데 들어줄래?”“뭔데?”소채은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나에 관한 일이야.”윤구주는 고개를 돌리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여자를 바라보았다.“너에 관한 일?”“그래. 난 줄곧 너에게 내가 누군지, 예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얘기하지 않았지.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윤구주는 오늘이 말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어쩌면 화진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그래서 소채은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소채은은 윤
소채은이 알기론 화진의 구주천왕은 나이가 아주 많은 대영웅이었다.윤구주처럼 젊고 잘생긴 청년일 수가 없었다.그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소채은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윤구주는 답답했다.“채은아, 정말로 내가 화진의 구주천왕이라는 걸 믿지 않는 거야?”윤구주가 다시 말했다.“당연히 안 믿지!”그 말에 윤구주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그는 오늘 소채은에게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소채은은 알려줬는데도 전혀 믿지 않았다.윤구주가 서글퍼 하고 있을 때 소채은은 갑자기 윤구주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바보야, 내가 말했었잖아. 네가 누구든 난 널 사랑할 거라고. 뭘 무서워하는 거야?”윤구주는 그녀가 해주는 말을 들으면서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그녀의 말대로였다.‘왜 굳이 채은이에게 신분을 밝히려고 한 걸까? 내가 화진의 구주천왕이 아니면 뭐 어때?’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더는 말을 이어 나가지 않았다. 그는 품 안에 그녀를 안은 채 뭇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그날 밤 윤구주는 그렇게 줄곧 소채은과 함께 있었다.그러다 날이 밝기 시작할 때가 되자 그제야 소채은을 데리고 윈워터힐스로 돌아갔다.방문 앞에 도착하자 소청하 부부가 보였다.“아빠, 엄마.”부모님을 본 소채은은 서둘러 그들에게 인사했다.그러나 소청하와 천희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갑자기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털썩 꿇었다.“어? 아빠, 엄마. 뭐 하시는 거예요?”부모님이 갑자기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자 소채은은 넋이 나갔다.심지어 윤구주마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구주천왕을 뵙습니다! 저희가 안목이 없어서 저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소청하 부부는 윤구주를 향해 용서를 빌면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그 광경에 소채은은 어리둥절해졌다.“아빠, 엄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구주왕이라뇨?”천희수는 소채은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바보야, 아직도 모르겠어? 구주는 우리 화진
두둥!수옥인은 이제야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인간 세상은 물론 신의 경지까지 관여하려고 하다니! 정말 겁도 없이!’바로 이때, 천옥 상공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고, 검은 구름 뒤에 수많은 신의 그림자가 반짝이고 있었다.지면도 함께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어마어마한 악마가 땅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큰일 났어요! 구주왕님! 신께서 노하셨어요!”수옥인은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신께서 노하셨다고? 그게 뭐가 무섭다고. 너의 스승을 봐서라도 오늘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 오늘 내가 문을 부순 것은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윤구주는 눈에서 금빛 광선을 발사했다.봉왕팔기! 이화금안 발동!윤구주는 눈의 힘으로 수옥인을 휘감아 그를 다시 비석 안에 봉인시키고는 뒤돌아 십만 대군을 바라보았다.“지금 신이 나 윤구주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난 태어난 그날부터 신과 같은 존재를 믿지 않았어.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꼭 겨뤄보고 싶어. 나와 함께 하는 자는 신과 적이 되는 거야. 나와 함께 신을 죽일 용기가 있는가?”‘신을 죽인다고?’십만 대군은 모두 열광의 표정을 지었다.특히 장군들은 윤구주를 따르기 시작하면서 한번도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리기만 한다면 눈앞에 지옥이 있다고 해도 주저 없이 뛰어들 사람들이었다.“죽여!”십만 대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 대열에 은은하게 금색 빛이 나타났다.“화진의 새로운 국운이 나타난 거야!”진동왕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이것이 바로 임씨 일가가 바라던 바였다.윤구주가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켰으니 화진에도 후계자가 생긴 것이다.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하늘의 신마저도 두려워해야 했다.하늘의 검은 구름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국운을 가리기 어려웠다.“역시 윤구주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오늘부터 인간 세상은 자유로워질 거야! 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막을 수도 없어. 문을 부숴버리자고!”진동왕은 법기를 소환하고 윤구주
‘조상님?’이 세글자를 한 초라도 늦게 말했다면 수옥인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진동왕은 그만 웃고 말았다.“보아하니 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 수련할 때 여기에 있는 신들을 두려워한 게 맞네.”윤구주가 한 손으로 신검을 다루며 여덟 명의 신을 베었을 때 다른 신들은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서야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수옥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그래서 윤구주가 검을 빼 들려고 하자 급히 무릎을 꿇은 것이다.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의 위엄은 신을 죽여서 얻은 것이다.“이제야 말이 되네.”윤구주는 수옥인이 고개를 숙이자 비로소 검을 거두었다.“구주왕님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수옥인은 무릎을 꿇고 잘 보이려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여기 와서 뭘 하겠어. 당연히 귀신족 잔당을 없애려고 왔겠지.”윤구주가 냉랭하게 말했다.수옥인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는 규칙이 있는 거예요. 비록 구주왕님께서 곤륜 구역에서 수련하셨지만 아직 곤륜 구역에서 신위를 물려주지 않았으니 본질적으로 구주왕님은 인간과 마찬가지예요. 인간은 신의 경지에 관여할 수 없어요.”분노가 치밀어오른 윤구주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하지만 그래도 애써 화를 참으며 말했다.“신의 경지의 규칙? 그래. 규칙을 한번 따져보자고. 곤륜 구역과 임씨 일가가 약속했듯이 화진 귀신족은 우리가 처리하고 곤륜 구역의 귀신족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화진 귀신족들은 모두 해결되었는데 곤륜 구역에서는 왜 잔당을 제거하지 않는 거지?”수옥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서 제거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에요.”“그러면 말해! 언제 제거할 건지.”윤구주가 또다시 물었다.“그게... 언제 제거할 건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수옥인이 대답하자 윤구주는 박장대소를 지었다.‘이렇게 말할 줄 알았어.’수옥인의 직책은 절대 작지만은 않았다.그의 말은
“에헴.”진동왕은 고개를 저으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저는 이번에 왕의 명을 받고 귀신족 잔당을 없애러 왔지만 임씨 일가 제1대 국주님이 곤륜 구역과 한 약속에 의하면 곤륜 구역의 귀신족 잔당은 그쪽에서 처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저희 화진에서 직접 처리할 것이니 문을 좀...”슉!진동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투영 속 방은 즉시 살기가 가득 찼다.“네 이놈! 왕의 명령이 무슨 소용이야. 신 앞에서는 무릎 꿇고 말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왕의 명령을 논하는 거야. 이만 돌아가.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거야.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수옥인은 여전히 진동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사람을 이 정도로 무시한다고?’진동왕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십만 대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신이든 악마이든 일단 한 판 붙어보고 싶었다.진동왕은 대군을 안정시킨 후 다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난 안 되겠어. 수옥인이 신의 경지의 규칙으로 나를 압박하고 있어. 더 이상 저 노인네를 건드리지 못하겠어.”진동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 천술은 제가 이미 간파했어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강제로 부술 수밖에 없어요.”투영 속 책을 읽고 있던 수옥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어디서 이런 허세를 부려. 너같이 평범한 인간이 천술을 간파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책은 나중에 보고, 과연 누가 이렇게 오만방자한지 확인해 봐야겠어.”수옥인은 뒷짐을 쥐고 서 있는 윤구주를 보고 침묵했다.침묵 속에 어색함이 감돌았고, 수옥인이 진동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저 사람이 왔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수옥인은 마음속으로 욕을 하며 구름을 타고 방을 나섰다.비석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구름은 태양은 물론 십만 대군의 시선마저 가렸다.300미터 가까이 되는 신이 구름 위에 나타나 신의 위엄을 드러냈다.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법인을 들어 문을 강제로 부수려고 했다.이 모습에 수옥
“임씨 일가의 공이 큰 건 맞지만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영웅이었지. 역사적으로 화진 문명을 이어온 공신들과 비교하면 우리 임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야. 윤구주는 화진을 일으켜 세운 첫 번째 인물이야.”진동왕은 윤구주에게 경의를 표했다.윤구주가 임씨 가문의 검이 되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이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임씨 가문의 제1대 국주가 귀신족을 멸망시키고 국가를 세운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귀신족이 완전히 멸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해. 진정한 원흉은 곤륜 구역에 있어. 너희들 왕은 먼저 곤륜 구역에서 귀신족 왕자 혼을 처치한 후 화진을 벗어나 귀신족의 잔여 세력을 처치해야만 귀신족을 화진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어. 이제 마지막 귀신족 잔당이 천옥에 숨어있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야.”진동왕이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장군들은 하나같이 눈이 붉게 충혈되어 전투 의지가 넘쳤다. 이들은 구주왕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진동왕은 이 장군들에게 방금 말한 내용을 밑에 있는 전사들에게 전하라고 했다.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군은 이곳에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그 목적은 바로 귀족 잔당을 없애버리고 화진이 앞으로 귀신족의 위협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이런 귀신 같은 곳에서 전투하기에는 그 누구라도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목적을 알고 나니 사명감에 모든 전사는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이들은 모두 화진의 영웅이었고 화진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10만 대군의 전투 의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진동왕은 깊은 감회를 느꼈다.“윤구주, 너는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구나. 왕이 되는 것은 너의 뜻이 아니겠지만 너는 계속 올바른 길을 걷고 있어.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 10만 대군이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킬 거야.”옆에서 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화진은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이 있지 않았을까요?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끝났으니 반드시 국운에 영향을 미칠 거
“예를 들어 한 나라의 몰락하면 국운이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서 올바른 길을 걷고 하늘과 땅의 정기를 따르면 한 나라의 국운은 오래도록 쇠퇴하지 않는 법이야.”이 말에 장군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진동왕이 그들의 왕처럼 위대한 영웅이 되라고 올바른 길을 걸으라고 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이것만 알아도 충분해. 한 가지 더 말할 것은 귀술 수련자를 말끔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야. 이 녀석들은 국운을 삼킬 수 있기 때문이야. 가장 나쁜 놈은 정의로운 사람을 삼켜버려 무감각해지는 사람을 만들 뿐이야.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화진이 인간 지옥이 될수도 있어.”장군들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러면 이 사악한 기술을 누가 발명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악한 기운은 영으로 모일 수 없다면 첫 번째 귀신족은 어떻게 탄생한 거예요?”정태웅이 물었다.“좋은 질문이야. 이것은 구오 지존 이상의 경지와 관련된 문제이지. 구오 지존을 초월하면 극전 신급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육체는 파괴되어도 혼은 남아있거든. 이 혼은 우리의 의식을 의미하는 거야.”진동왕의 설명에 천현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그렇군요. 왕자의 육체가 파괴되어도 그 의식이 여전히 천지 영기를 흡수할 수 있는 거면 그 방법으로 현술을 창조하여 아래 사람들에게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게 할수 있는 거잖아요.”진동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천현수를 바라보았다.“아주 좋아!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정상 수련보다 훨씬 빠르니 귀신족도 살아있는 사람이 수련한 것이지. 그런데 일부분만 맞았어. 왕자는 육체를 잃으면 거의 수련할 수 없어. 귀술을 창조해 낸 것도 사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수련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효과가 미미해서 오히려 아래에 있는 무인들이 수련 끝에 실력이 크게 향상된 거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련의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거야. 어떤 지름길로 새려고 하지 마. 수련이란 마음을 닦는 거야. 귀신족들은 쉬운 수련을 믿고 실력
연구원들이 있는 텐트.“수장님!”윤구주를 보자마자 연구원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들 앉아요. 저한테 너무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어요.”시간이 촉박하고 임무가 중대했기에 이들과 예의 차릴 겨를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요 며칠 어떤 방법을 연구해 낸 거예요? 천옥 영기가 이 정도로 이상한데 외부에 영향을 미치면 화진에 재난을 가져다주는 거 아니에요?”윤구주가 물었다.정태웅 3인에게 말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바에 너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천옥은 고대 신들의 전쟁 때문에 왕자들이 천술을 남용한 나머지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상식적으로 천술이 가져온 영향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만물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윤구주가 수년간 조사도 해보고 천옥에도 들어와 본 결과 영기는 진정되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윤구주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어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서 진상을 밝혀보기로 했다.연구를 주관하는 몇몇 학자들은 윤구주에게 기기로 측정한 결과를 보여주었다.윤구주는 전문 용어들을 잘 몰랐기에 결론만 보았다.데이터에 의하면 외부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 이상 기후가 발생할 것으로 보였다.특히 현재 환경에 적응한 모든 생명체에게는 심각한 시련이 닥칠 것이다.인류 측면에서는 통신 장애가 발생하여 모든 전자기기가 다양한 정도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곳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었기에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인체에 분명 좋지 않을 거예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신체 기능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거예요.”윤구주가 심각하게 말했다.몇몇 학자들이 요약하길 지질 재해는 인류 문명에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다.“그래요. 서둘러 연구해 주세요. 우린 여기 오래 있지 못해요.”한편으로 진동왕은 대군들에게 이번 목적을 설명하고 있었다.“천옥에 들어온 목적은 사람을 구하기 위함이고, 이 부분은 구주왕이 책임질 거야. 우리의 임무는 이곳에 숨어있는 귀신족 잔당을
이들은 바로 윤구주 밑에 있는 장군이자 신급 고수들이었다.윤구주와 인사를 나눈 후, 멍하니 서 있는 정태웅 일행을 조롱했다.“막 도착해서 이러는 것도 정상이에요. 이틀 정도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바로 이때, 한대의 중형 군용 헬리콥터가 사람들 머리 위를 지나가며 헬리콥터에 장착된 군용 카메라로 지질을 찍고 있었다.먼곳에는 한 무리의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고정밀 기기를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었다.정태웅 일행은 그제야 윤구주가 이미 하산해서 진영 쪽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문이 있는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중앙에는 넓은 평지가 있었다. 진동왕이 이끄는 십만 대군은 이곳에 주둔하고 있었고, 이미 산골짜기에 임시 진영을 구축했다.몇만 명 전사들이 대형을 이루고 있었고, 열몇 명의 장군이 주축이 되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전사들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고, 정태웅 일행은 인기척을 느끼고 하나둘 진영으로 달려갔다.정태웅 3인은 간단히 씻고 바로 지휘소로 모였다.지휘 텐트 안에는 이미 많은 인원이 모여있었고, 장군들은 뜨거운 시선으로 윤구주를 쳐다보았다.“윤구주, 서울 쪽은 어떻게 되었어?”진동왕은 서울의 변고에 관해 묻고 있었다.“일이 좀 생겼는데 전반적으로 잘 통제되고 있어요. 저도 서울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천옥으로 온 거예요.”윤구주가 말했다.“그럼 다행이네. 십만 대군들이 내 지휘를 따르긴 하지만 네가 없으니까 전혀 기운을 차리지 못하더라고. 네가 오니까 다들 정신을 차리잖아. 나까지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진동왕은 그야말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십만 대군은 선발된 정예로 화진의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대표하고 있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그 후과는 상당히 심각했다.“아저씨도 곤륜 구역에서 수련한 분인데 겪어보지 못한 것이 없잖아요.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고난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윤구주는 이 말로 진동왕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다.“그래요. 그러면 저희는 계획
현관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윤구주는 모든 정신을 모아 흐르는 천지 영기를 자세히 감지했다.영기가 침적된 곳이 아니라 영기가 충족하게 안팎으로 내뿜는 곳이 바로 현관 입구였다.“찾았어. 다들 따라와.”윤구주가 발을 내딛자 뒤에 있는 일행은 멍때리다가 대오를 놓칠까 두려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따랐다.열 걸음도 채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윤구주가 사라졌다.바짝 뒤따르던 민규현도 반응하지도 못한 채 강력한 흡입력에 휘말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무슨 상황이야!”정태웅도 손을 뻗어 잡으려다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지휘사, 저희는 이제 어떡해요?”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함부로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다.“무서워할 필요가 뭐가 있어. 저하도 들어가셨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라 들어가야지!”천현수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어갔다.뒤따르던 열몇 명의 대장들도 소리를 외치며 앞다투어 뛰어들었다.이들은 오색찬란한 무지개 통로에 빨려 들어갔다.이들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하늘로 솟아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얼마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희미하게 거대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슝슝!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달아 통로를 뚫고 나와 마치 분수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쿵! 쿵! 쿵!이들은 바닥에 떨어져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그러다 한참을 엎드려 쉬어서야 겨우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시각 윤구주는 바닥에 앉아 환하게 웃으면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처음이라 어지러운 게 정상이야. 사실 여기는 이미 곤륜 구역이나 마찬가지야. 다만 영기가 혼란스러워 곤륜 구역에서 배제된 것뿐이야.”윤구주는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털면서 소개했다.“천옥은 곤륜 지역의 은신지로 곤륜 구역에서 쫓겨난 수련자들이 이곳으로 유방 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수련자들이 점점 많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들이 외계로 나갈까 봐 곤륜 구역에서 감시자를 보내기도 했어.”민규현 3인과 대장들은 그제야 이 신비로운 세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온 세계가
천옥이 위치한 곳은 세계 10대 생명 금지구역으로도 분류되었다.극단적인 기후 외에도 이곳에서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가 전부 무효화되었다.근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탐험대가 이곳을 정복하려고 금지구역까지 깊이 들어갔는데 결국 실종되거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이제 막 진입한 대오는 이미 완전히 방향감을 잃고 말았다.윤구주가 앞에서 인도하지 않았다면 암부 3대 지휘사라도 길을 잃었을 것이다.“저하, 여긴 정말 기이한 곳이네요! 모든 내비게이션 장치도 소용없고 나침판조차 엉망이네요.”“이런 제기랄! 하늘에 왜 태양이 열 개나 있는 거야? 오로라도 있고! 여긴 도대체 어떤 곳이야!”정태웅 3인은 구시렁거리기만 했다.“그래서 내가 진북왕을 앞장세웠잖아. 구오 지존이 길을 안내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정에 빠질지 몰라. 너희들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허구일 뿐 직접적인 생명 위협은 가하지 않을 거야. 제일 무서운 것은 이곳 영기가 무질서하다는 거야. 쉽게 말해 자기장이 비정상적으로 혼란스러워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기에 오래 머무를수록 더 깊이 빠지게 될 거야. 게다가 자기장이 불안정해서 어떤 규칙도 적용되지 않아. 내비게이션 장비는 물론 현수오행, 풍수 변위 기술도 여기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윤구주가 설명했다.정태웅 3인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저하, 왜 진북왕은 괜찮은 거예요?”정태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너희는 구오 지존에 도달하지 않으면 이 경계의 신비를 알수 없어. 이 경계가 지존 왕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곳이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야. 내가 방금 말했듯이 천옥 영기가 혼란스러운 것은 영기가 너무 많아서야. 구오 지존 절정에 이르면 천지의 영기를 명확히 감지할 수 있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기이한 변동은 모두 영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영기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 대부분 숨겨진 위험을 예측하고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영기가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중심점이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