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놈! 겨우 암부 지휘사 따위가 감히 우리 왕에게 불경을 저질러? 죽고 싶어?”한동석은 정태웅이 문아름의 이름을 얘기하자 버럭 화를 냈다.정태웅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별 같잖은 놈이 말이 많아. 내가 국방부에 있을 때 넌 아마 소꿉놀이나 하고 있었을걸?”정태웅은 경멸에 찬 얼굴로 말한 뒤 3대 문벌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흠, 나쁘지 않네. 화진의 다섯 문벌 중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왔네?”정태웅의 말을 들은 여선희는 기묘하게 웃으며 말했다.“단번에 우리 세 가문을 알아보다니 정태웅 지휘사는 보는 눈이 있네.”“하하. 여씨, 황씨, 당씨 일가의 선조들이 당시 곤륜산에서 개처럼 우리 저하 발밑에 엎드린 적이 있으니까.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정태웅은 웃었다.당시 곤륜에서 윤구주는 혼자 문벌, 종문, 세가와 화진의 고대 무도의 모든 연맹을 휩쓸어서 천 년 만에 처음으로 화진 고대 무술계의 대통합을 이루었다.그러니 정태웅이 한 말은 사실이었다.당시 그들이 윤구주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던 일이 언급되자 세 문벌 사람은 단단히 화가 났다.당시 곤륜에서 있었던 일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치욕이었다.특히 여씨, 황씨, 당씨 일가가 그랬다.그러나 정태웅의 독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내가 묻겠어. 세 문벌 모두 국방부의 편에 서서 그들의 개가 된 거야?”여선희는 호통을 쳤다.“정태웅 지휘사, 우리는 그저 왕의 명령대로 나라를 배신한 당신을 잡으러 온 것뿐이야!”“결국엔 문씨 일가의 개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거네? 그걸 인정하는 게 싫어? 날 봐봐. 난 아주 떳떳하니까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하지 않잖아. 그래, 세 문벌 모두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의 개가 되었다는 건 이미 준비가 됐다는 걸 의미하겠지?”정태웅이 그렇게 말하자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서면서 호되게 말했다.“빌어먹을, 정태웅! 지금의 암부가 그때랑 같은 줄 알아? 솔직히 얘기할게. 우리 세 문벌은 언제든 암부를 없앨
설인의 길이는 손바닥만 했다.정태웅이 설인을 휘두르자 7미터쯤 되는 흰색 빛이 번뜩였다.설인은 그를 향해 날아오던 당씨 일가의 대가급 강자 두 명을 베었고, 안타깝게도 그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정태웅에 의해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두 쪽 난 몸이 마당에 떨어지는 순간,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국방부 장군 한동석도 마찬가지였다.사람들은 암부의 지휘사 정태웅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수련은 게을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정태웅은 무도 재능이 아주 뛰어났고 심지어 민규현, 천현수보다도 더 훌륭했다. 하지만 그 점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정태웅은 게으르고 수련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약한 건 절대 아니었다.정태웅은 단칼에 3대 문벌 중 하나인 당씨 일가의 대가들을 죽였다. 그는 입가를 핥더니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설인을 가지고 놀면서 말했다.“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얼마든지 덤벼. 어차피 난 오늘 너희들을 전부 다 죽일 거니까.”정태웅이 그렇게 말하자 당씨 일가의 신급 강자 당의전이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암부의 3대 지휘사답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오늘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 다들 저 자식을 죽여!”당의전이 그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20여 명의 대가들이 정태웅을 공격했다.3대 문벌 중 하나인 당씨 일가는 서울 문벌 대표로 아주 유명했다.심지어 여씨, 황씨 일가보다 더 대단했다.당씨 일가의 대가급 강자 20여 명이 전부 나섰고 그 순간, 대전이 시작되었다.“제기랄, 패싸움이라도 하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정태웅은 들고 있던 설인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쉭 소리와 함께 흰색의 서늘한 빛을 띤 칼날이 찬 기운을 폭발적으로 내뿜으면서 대가급 강자들을 공격했다.정태웅이 당씨 일가의 대가 20여 명에게 포위당해서 공격을 받고 있을 때, 백경재가 태현문의 춘신도를 든 채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정태웅 지휘사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백경재는 당연히 정태웅
“세상에, 원성일 씨. 천하회에서는 왜 온 겁니까?”싸우고 있던 정태웅은 멀리서 오는 그들을 보자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들고 있는 설인으로 자신에게 달려들던 당씨 일가의 대가를 찔러서 죽였다.그들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서경의 천하회였다.원성일의 뒤에는 예쁜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노정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제외하면 천하회의 대가급 경지의 10개 당의 당주가 있었다.“암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뒤 우리 천하회는 곧바로 서경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왔습니다. 다행히도 늦지 않았네요!”원성일이 큰 목청으로 말했다.정태웅은 그 말을 듣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역시 원성일 씨답네요. 아주 의리가 넘쳐요!”원성일도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우리는 천하회 암부와 함께 전장에서 싸우면서 적을 죽였었죠. 지금 암부에 문제가 생겼는데 저희 천하회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1000여 명의 천하회 사람들이 도착하자 국방부 장군 한동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은 누구야? 감히 우리 국방부랑 척지려고 해?”지팡이를 짚은 여선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동석 장군은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저 사람들은 천하회 사람들이에요.”“천하회요?”한동석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네. 당시 천하회는 서경을 지켰죠. 10개국 간의 전쟁에서는 구주왕을 섬겼었고요. 그런데 그들이 오늘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네요.”천하회가 구주왕에게 충성을 다했다는 말에 한동석의 두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그 죽은 남자의 부하였군요. 흥! 감히 우리 국방부랑 척지려고 하다니, 오늘 암부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전부 죽여!”한동석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국방부 사람들과 영문 킬러들은 곧바로 천하회와 대립했다.비록 천하회의 1000여 명 되는 무인들이 도착했지만 한동석과 3대 문벌에 실질적인 영향은 가지 않았다.3대 문벌 측에는 무려 100여 명의 대가급 강자가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여
연규비가 수백 명의 백화궁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 정태웅은 매우 기뻤다.“역시 연규비 씨가 저한테 제일 잘해주네요!”말을 마친 뒤 그는 거만한 얼굴로 자신을 둘러싸고 공격하던 국방부 장군 한동석, 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조롱했다.“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아까는 여럿이서 날 공격하려고 했지? 이제 누가 더 수가 많은지 봤지?”천하회 사람들과 백화궁의 예쁜 미인들은 무기들을 꺼내며 싸울 준비를 했다.윈워터힐스에는 천하회, 백화궁의 1000여 명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비록 대사급 경지가 수십 명밖에 되지 않지만 수만 봤을 때는 한동석 쪽보다 훨씬 더 많았다.천하회와 백화궁 사람들이 국방부와 3대 문벌 등 사람들을 포위하고 난 뒤 여선희의 입에서 엄청난 한기가 나왔다.검은 지팡이를 짚은 그녀는 갑자기 땅을 쿵 내리쳤고 폭발음과 함께 강력한 신급 강자의 기운이 엄청난 기세로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다. 그 여파로 윈워터힐스의 건물들도 심하게 흔들렸다. 그 무시무시한 기운이 뻗어져 나가는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심장이 철렁했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급 강자였다.“개미처럼 보잘것없는 것들이 수가 많아서 뭐 해?”서울의 여씨, 황씨, 당씨 일가에서는 오늘 세 명의 신급 강자를 파견했다.게다가 국방부의 장군 한동석도 사실은 반보 신급 강자였다.그 외에 3대 문벌에서는 전부 대가급 강자들을 데려왔다.정태웅이 천하회, 백화궁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오늘 싸움에서는 이기지 못할 것이다.“퉤! 신급 강자 따위가 뭐라고. 당신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정태웅이 날아갔다.정태웅은 신급 강자 따위 두렵지 않았다.일촉즉발의 순간, 쿵쿵 소리가 다시 한번 뒤에서 들려왔다.그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얼마나 심하냐면 주변 건물 위 벽돌도 지붕에서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무슨 상황이지?”“지진인가?”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쿵쿵대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곧 모두의 놀란 시선 속에서 10여 대의
“정태웅, 나 늦지 않았지?”우레와도 같은 소리가 탱크 위에서 들려왔다.말한 사람은 당연히 창용부대의 총사령관 박창용이었다.박창용이 탱크를 타고 기세등등하게 도착하자 정태웅은 흥분해서 펄쩍 뛰었다.“세상에, 창용 씨. 여긴 어쩐 일입니까?”“글쎄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 나 박창용의 형제를 건드렸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안 올 수가 있겠어?”탱크에 앉은 박창용이 호탕하게 말했다.“하하하하! 창용 씨는 역시 의리가 넘치시네요. 오늘 창용부대가 탱크까지 가져온 거 봤지? 오늘 너희들이 어떻게 죽는지 내가 똑똑히 지켜보겠어!”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한동석과 세 문벌의 사람들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당신, 그리고 국방부 놈들아. 아까는 싸우려고 했잖아. 어디 한 번 덤벼봐! 오늘 누가 죽을지 한번 해보자고!”창용부대가 부대를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도착하자 서울 3대 문벌인 여씨, 황씨, 당씨 일가 사람들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들은 조금 전에는 천하회와 백화궁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창용부대는 무려 군대였다.게다가 그들은 탱크까지 끌고 왔다.만약 그들이 대포라도 쏜다면 신급 강자라고 해도 상처를 입을 것이었다.“한동석 장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창용부대는 국방부에서 장악한 거 아닙니까? 왜 대놓고 암부를 돕는 거죠?”지팡이를 짚은 여선희가 매서운 목소리로 한동석에게 물었다.황씨, 당씨 일가도 한동석을 바라보았다.한동석은 당연히 3대 문벌의 뜻을 알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서 차가운 시선으로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전 서울 국방부 집법위 총사령관 한동석입니다. 당신이 바로 창용부대의 총사령관이죠?”“그래.”박창용은 탱크 위에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총사령관이라면 말이 통하겠군요. 박창용 사령관님, 이게 지금 무슨 뜻입니까?”한동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창용부대의 군인들을 가리켰다.박창용은 차갑게 웃었다.“내 뜻은 충분히 명확하지 않나? 당연히 내 형제를 지키려고 그러는 거지!”“박창용 사령
박창용의 말에 한동석은 침묵했다.어쩔 수 없었다. 박창용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한동석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3대 문벌 중 하나인 황씨 일가의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박창용 사령관님, 암부가 예전에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든 그들도 결국엔 우리 화진의 군대 아닙니까? 군인이라면 당연히 명령에 복종해야죠. 그것은 군인의 의무니까요. 그러니까 박창용 사령관님은 정태웅 지휘사가 국방부의 조사에 협조하도록 설득해 주시죠. 만약 정말로 누명이라면 전 국방부에서 정태웅 지휘사에게 합당한 설명을 해줄 거로 생각합니다.”황씨 일가 노인의 말을 들은 박창용은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명령에 따르라고? 미안하지만 난 이번 생엔 구주왕의 명령만 들어서 말이야. 내가 다른 같잖은 것들의 명령을 따르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박창용은 다짜고짜 욕했다.그가 말한 같잖은 것들이 이황왕인 건 분명했다.“건방지군요!”국방부 장군 한동석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는 어두워진 얼굴로 사납게 박창용에게 말했다.“박창용 사령관, 공공연히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겁니까? 반역이라도 저지를 생각입니까?”박창용은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난 명령을 거역한 적이 없어. 반역을 저지른 적도 없고. 난 그저 내 형제들을 지키고 싶은 것뿐이야. 그렇게 내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난 상관없으니까.”박창용이 그렇게 말하자 국방부 장군 한동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그는 화가 난 목소리로 박창용의 뒤에 있는 수백 명의 창용부대 군인들을 향해 말했다.“너희들은? 너희들도 박창용 사령관과 함께 반역할래? 명심해. 한 번 반역죄를 저지르면 가족들까지 전부 죽는다는 걸 말이야!”한동석의 말은 사실이었다.공공연히 국방부와 척지는 것은 정말로 반역죄였다.그리고 반역하면 가족들까지 전부 죽게 된다.한동석은 자기 말에 창용부대가 흔들릴 줄 알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창용부대는 일제히 외쳤다.“창용부대에는 철칙이 있습니다. 국토를 지키고
남궁서준의 출현에 단 한 번도 긴장한 적 없던 서울 3대 문벌 사람들은 전부 안색이 달라졌다.3대 문벌의 신급 강자 여선희, 황정두, 당의전도 마찬가지였다.신급 강자인 그들은 남궁서준의 몸에서 엄청난 검의를 느꼈다.남궁서준은 겨우 14, 15살처럼 보였지만 그가 내뿜는 무시무시한 검의에 세 명의 신급 강자 모두 몸을 떨었다.심지어 조금 전 그 공격은 신도 벨 수 있을 것 같았다.“젠장, 저 자식은 또 누구죠? 어디서 나타난 거죠?”빨간색 옷을 입은 여선희는 어두워진 얼굴로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모르겠어요. 하지만 내공이 뛰어난 것 같아요. 얕보면 안 되겠어요.”황정두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가장 거만했던 당의전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음산한 눈빛으로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남궁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현장에 있는 사람 중 소년만큼 무시무시한 사람은 없다는 듯 말이다.남궁서준은 그곳에 나타나더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마치 다른 이들은 개미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말이다.화진의 첫 번째 소년후인 남궁서준이 나타난 순간 정태웅은 흥분해서 외쳤다.“미친, 꼬맹아. 넌 여기 웬일로 왔어? 날 도와주러 온 거야?”남궁서준은 정태웅을 무시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왜 귀찮게 당신을 도와요? 전 그냥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것뿐이에요!”“하하하, 아닌 척하긴, 꼬맹아, 형을 도와주고 싶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정태웅은 뻔뻔하게 말했다.남궁서준은 코웃음 치더니 정태웅을 무시했다.“어쨌든 네가 와서 정말 다행이야!”남궁서준은 고개를 들었다.아직 앳돼 보이는 얼굴을 보니 어린아이가 영락없었다.그러나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검의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어쩔 수 없었다.그는 화진의 소년후이자 남궁 가문의 검도 귀재였기 때문이다.“죽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남궁서준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현장에 있
남궁서준은 육체를 횡련한 무도 대가를 손쉽게 죽였다.말도 안 되었다.다들 겁을 먹고 넋이 나가 있을 때 남궁서준은 계속해 말했다.“계속하죠. 이번에는 누가 먼저 죽을래요?”이 순간 국방부든, 영문이든, 서울의 3대 문벌이든, 더는 거만을 떠는 사람이 없었다.다들 경계 어린 표정으로 마치 마귀를 바라보듯 화진의 첫 번째 소년후를 바라보았다.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못하자 정태웅은 조롱하기 시작했다.“이봐! 계속 건방 떨어보라고! 아까는 날 죽이고 싶어 했잖아? 그런데 왜 다들 겁을 먹었어? 거기 군복을 입은 장군, 아까는 엄청 기고만장했잖아. 그렇게 잘났으면 우리 동생이랑 싸워보지 그래? 우리 동생 손에 죽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여씨, 황씨, 당씨, 3대 문벌. 당신들도 마찬가지야. 특히 여선희 당신 아까는 거만했잖아? 말 좀 해 봐. 뭐 똥이라도 씹었어?”정태웅의 조롱과 비아냥에 한동석과 서울 3대 문벌 사람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적당히 해!”“다들 같이 덤비는 게 좋겠어. 같이 덤비면 저놈을 죽일 수 있을 거야!”한동석의 등 뒤에 있던 사람들, 그리고 3대 문벌의 대가들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곧이어 10여 명의 대가들이 함께 남궁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들은 꽤 이름을 떨친 대가들이었는데 이렇게 모욕당하는 걸 참고 있을 수 없었다.수많은 대가들이 날아들자 정태웅은 서둘러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꼬맹아, 부탁할게!”남궁서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엄청난 검의를 내뿜고 있었고 10여 명의 대가들이 날아드는 순간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그러고는 다시 오른손을 움직였다.현기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기검이 그의 주변에서 나타났다.기검이 나타난 순간, 남궁서준은 팔을 움직였고 쿵쾅대는 소리와 함께 10여 명의 대가급 강자들은 전부 바닥에 꽂혔다.다들 심장이 꿰뚫렸고 그 광경은 아주 섬뜩했다.한동석뿐만 아니라 서울 3대 문벌, 심지어 천하회, 백화궁, 박창용마저 전부 충격을 받았다.이 어린아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