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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바보야, 거기를 왜 안가? 너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그 연회 초대장을 갖고 싶어 하는지 알아? 네가 왜 안가!”

그러자 소채은이 다시 한번 강하게 말했다.

“저는 주 회장님과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왜? 주 회장님께서 얼마나 잘해주시는데, 그분이 아니었으면 네가 SK제약을 인수 하기나 했을 것 같아? 게다가 회장님이 우리 소씨 가문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는데, 네가 당연히 감사를 표해야지, 안 그래?”

하지만 소채은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정말 만나기 싫은데 그렇다고 아빠 말씀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야. 내가 지금 소씨 저택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을 포함해 이 모두가 다 DH 그룹 덕분이니까. 하지만... 정말 나는 주 회장님과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참석해야죠. 그 주 회장님도 직접 만나봐야겠어요!”

“정말이냐?!”

소채은이 동의하자, 그는 감격에 겨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그래, 그래! 좋지! 그럼 어서 빨리 준비하도록 해. 가서 피부관리, 미용, 예쁜 이브닝드레스도 사야지!”

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도 당연히 소청하의 알량한 그 속셈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속으로 몇 마디 대꾸한 다음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렇게 소채은은 종일 방에서 SK제약의 일로 바삐 보냈다.

피부 미용이나 이브닝드레스를 준비하러 갈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소청하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바로 주세호를 직접 만나러 가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반드시 그에게 자신은 남자친구가 있는 몸이라고 분명히 말해야 했다. 그래야 주세호가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다음 날이 되어서도 소채은은 윤구주를 일부러 무시했다.

화가 났다.

그녀가 보기에 윤구주는 이미 자신의 남자친구였다.

때문에 다른 남자가 꽃 선물을 했는데도 화를 내지 않는 그의 모습에 화가 안 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 째깍째깍 흘러갔다.

강성의 연회는 저녁 8시에 시작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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