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쿠사이가 물러난 뒤 야나가와 류이치의 두 눈이 음산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왼쪽 벽을 살짝 눌렀고, 쿵 소리와 함께 숨겨져 있던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숨겨져 있던 문이 나오자 야나가와 류이치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거대한 밀실 안에는 흉포하게 생긴 신상이 하나 있었다.그 신상은 부성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사노오 신상이었다.신상 아래에는 도자기 인형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인형 위에는 노아의 사진이 붙어있었다.그것은 부성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생술이었다.류이치는 안으로 들어온 뒤 우선 스사노오 신상을 향해 인사를 하고 난 뒤 자기 딸 사진이 붙어있는 도자기 인형을 바라보았다.“우리 기타가와 신사는 스사노오님께 수백 년간 충성을 다했어. 이제 1년만 더 기다리면 스사노오님께서는 정말로 깨어나실 수 있을 거야.”말을 마친 뒤 그는 손을 들어 인형을 만졌다.“노아야, 아버지를 탓하지 마. 아버지가 이러는 건 전부 우리 기타가와 신사를 위해서니까.”천 년 전, 기타가와 신사의 선조는 스사노오의 부하였었다.스사노오는 원래 부성국의 번왕이었는데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 사람들에게 산채로 매장당했다.죽기 직전, 부성국에서는 수백 명의 음양사를 동원하여 그의 원기를 전부 봉인했다.그런데 천 년 뒤, 스사노오가 다시 깨어날 줄은 다들 몰랐을 것이다.과거 스사노오를 따랐던 기타가와 신사에서는 주인인 스사노오를 보호했고, 심지어 자기 딸의 육신을 바치기까지 했다.류이치가 밀실에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야나가와 님, 밖에 누군가 야나가와님을 뵈려고 합니다!”류이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시간 없다고 얘기해.”“치히로 음양사님과 가와카미 음양사님입니다.”그 두 이름을 들은 류이치는 미간을 찡그리면서 몸을 돌렸다.“그들이 왜 온 거지?”류이치는 잠깐 고민하다가 물었다.“지금 어디 있는데?”“두 분은 지금 정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좋아, 바로 가보자고.”류이치는 말을 마친 뒤 빠르게 밀실을 빠져나왔다.
류이치는 자기 딸이 주인님에게 가장 적합한 숙주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직 딸의 육신이 있어야만 주인님이 부활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노아를 데려올 생각이었다.“내 명령을 전해라. 지금 당장 노아를 찾아.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반드시 노아를 데려와야 한다.”류이치의 명령이 하달된 뒤 그곳에 있던 기타가와 신사의 제자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곧 그들은 노아를 찾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화진 강성.윤구주는 악귀의 본체가 부성국에 있다는 걸 알고 부성국에 가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만약 정말로 악귀의 본체를 얻을 수 있다면 천년초 세 개를 다 모은 셈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윤구주는 곧바로 정태웅과 백경재를 불러왔다.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온 뒤 그를 불렀다.“저하!”“태웅아, 백 선생, 나 당분간 어디 좀 갔다 와야 해. 그동안 용인 빌리지는 두 사람에게 맡길게.”윤구주가 천천히 말했다.‘응?’“저하, 어디에 가는 겁니까?”정태웅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부성국!”윤구주가 갑자기 부성국에 간다고 하자 정태웅은 팔짝 뛰었다.‘뭐라고?’“저하, 왜 갑자기 부성국에 간다는 겁니까? 설마 저하께서 잡아 온 부성국 여자 때문입니까?”정태웅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그 여자는 내가 부성국에 가게 된 이유 중 하나지. 하지만 진짜 이유는 천년초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것을 찾았기 때문이야!”그 말을 들은 정태웅은 곧바로 눈을 빛냈다.윤구주의 형제로서 정태웅은 세 번째 천년초가 뭘 의미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만약 세 번째 천년초를 얻을 수 있다면 윤구주는 체내의 기린화독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채은의 시독도 치료할 수 있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천년초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것을 찾았다고 하니 정태웅은 곧바로 흥분해서 물었다.“저하, 정말로 찾은 겁니까? 설마 부성국에 있습니까?”윤구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노아의 몸에 기생했던 악귀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그래서 소채은은 혼자 화를 내고 있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이러한 상황을 전혀 몰랐다.소채은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아버지 소청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채은아, 구주가 널 찾아왔어!”윤구주가 왔다는 말에 소채은이 말했다.“아빠, 제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해주세요!”문밖에 있던 소청하는 딸의 말을 듣고 흠칫했다.“채은아, 왜 그래? 구주는 널 보러 왔는데 왜 구주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 거야?”“보고 싶지 않아서요!”소채은이 화를 내며 말했다.소청하는 어리둥절했다.설마 둘이 싸우기라도 한 걸까?잠깐 고민하던 소청하가 문밖에서 말했다.“알겠어. 그러면 그렇게 전할게.”소청하가 떠나려고 할 때 소채은이 갑자기 달려가서 말했다.“됐어요, 아빠. 그냥 만날게요.”소청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그는 딸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말만 그렇게 할 뿐, 마음이 약했다.윤구주를 쫓아낼 듯이 사납게 굴었어도 정말로 윤구주를 쫓아낼 수는 없었다.곧 소채은은 거실에 있는 윤구주를 보았다.윤구주는 소채은을 본 뒤 곧바로 달려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채은아!”하지만 소채은은 고개를 돌리고 못 들은 척했다.“채은아, 왜 그래?”윤구주가 소채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소채은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왜 날 찾아온 거야? 그 부성국의 예쁜 여자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소채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윤구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깨달았다.소채은은 질투를 하고 있었다.“채은아, 오해하지 마. 내가 그 부성국 여자를 살려둔 이유는 그 여자에게 내가 필요한 물건이 있기 때문이야.”윤구주가 웃으면서 말했다.“흥! 그 여자 몸이 마음에 든 건 아니고?”소채은은 눈을 흘기면서 계속해 비아냥댔다.“...”“채은아, 네가 오해한 거야. 그 부성국 여자에게는 정말로 내게 필요한 물건이 있어. 그리고 그걸 얻게 되면 네 시독을 치료할 수 있어.”윤구주는 어쩔
강성국제공항.여름 방학 기간이라 공항에 사람이 아주 많았다.대부분은 여행 가는 대학생들과 해외 여행하러 떠나는 사람들이었다.이때 부성국으로 향하는 국제 항공기를 타러 온 선남선녀가 공항에 나타났다.남자는 준수하면서 분위기가 남달랐고 여자는 몸매가 우월했다.하지만 여자는 무슨 근심이 있는 건지 줄곧 고개를 숙인 채로 묵묵히 잘생긴 남자의 뒤만 따랐다.두 사람은 바로 부성국으로 갈 준비를 하는 윤구주와 노아였다.노아는 윤구주가 그녀의 몸에서 악귀 분신을 꺼낸 뒤로 완전히 그에게 굴복했다.그리고 윤구주는 그녀의 몸에 생사인을 남겼다.그래서 미치지 않은 이상 도망칠 생각은 꿈도 꿀 수 없었다.더욱 중요한 건 노아가 이미 자신의 몸 상태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윤구주가 그녀의 체내에서 악귀 분신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1년 뒤 그녀의 몸은 악귀에게 점령당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노아는 머리털이 쭈뼛 섰다.“우리 비행기가 왔네. 이젠 비행기에 타야지.”윤구주는 항공편 정보를 보고 말했고 노아는 작게 대답한 뒤 윤구주를 따라갔다.윤구주는 비즈니스석을 구매했다. 비행기에 탄 뒤 윤구주는 그들의 자리를 찾았다.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좀 비켜주실래요?”고개를 돌려 보니 배낭을 메고 흰 두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은 여자가 뒤에 서 있었다.윤구주는 몸을 살짝 비켰다.여자는 윤구주의 잘생긴 얼굴을 보더니 속으로 그의 잘생김에 놀라워했다.여자가 완전히 홀린 듯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언짢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윤아, 뭘 보고 있어? 얼른 자리에 앉아야지!”서윤이라고 불린 여자는 그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것을 인지하고 윤구주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서둘러 자기 자리에 앉았다.그녀의 뒤에 있던 남자는 서늘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화가 난 듯 보였다.윤구주는 그들을 무시하고 자기 자리에 앉은 뒤 눈을 감고 휴식했다.과거
노아는 몸을 흠칫 떨면서 황급히 말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연락하겠어요...”“사실 그들에게 연락했어야 해.”윤구주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노아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기타가와 신사에 연락하면 그 사람들이 찾아와서 날 죽일 거로 생각한 거지?”윤구주는 말을 이어갔고, 노아는 침묵했다.너무 당연한 소리였다.“지금이라도 연락해서 내가 가고 있다고 해.”윤구주가 말했다.노아는 그 말을 듣더니 깜짝 놀랐다.“당... 당신은 우리 기타가와 신사의 복수가 두렵지 않은 건가요?”‘두렵다고?’윤구주는 웃었다.“난 기타가와 신사가 아니라 부성국도 두렵지 않아.”노아는 눈앞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다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했더라면 노아는 상대가 허풍을 떠는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런 말을 하니 오히려 믿음이 갔다.“좋아요, 그렇게 할게요.”말을 마친 뒤 노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기타가와 신사 쪽에 문자를 보냈다.문자를 다 보낸 뒤 그녀는 묵묵히 앉아 있었는데, 이따금 고개를 들어 카리스마 넘치는 윤구주를 힐끔댔다. 노아는 왠지 모르게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윤구주는 기타가와 신사의 사람들을 많이 죽였고 심지어 귀무인과 다카야까지 죽였다.노아는 윤구주를 미워해야 했고 그가 죽기를 바라야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노아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날 위해 내 체내의 악귀 분신을 꺼내줘서 그런 건가? 그게 고마워서?”노아는 고개를 저었다.그 이유 때문은 아닌 듯했다.그녀 체내의 악귀 분신에 관한 것은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물어야 했다.노아는 아버지에게 왜 딸을 무시무시한 귀신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한 건지 물을 생각이었다.시간을 1분 1초 흘렀고 윤구주는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었다.잠시 뒤, 듣기 좋은 목소리가 갑자기 윤구주의 귓가에서 울렸다.“안녕하세요, 전 반서윤이라고 해요. 그쪽도 부성국에 여행 가는 건가요?”말을 한 사람은 조금 전 포니테일을
“장윤형, 네가 뭔데 끼어들어? 넌 내 남자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데 내가 누구한테 연락처를 알려주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반서윤은 곧바로 반박했다.남자는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서윤아, 그래도 내가 너 짝사랑한 지 1년이 넘었잖아. 남자 친구는 아니더라도 널 걱정할 수는 있잖아?”“걱정은 무슨. 내가 왜 너한테 간섭받아야 하는데? 그리고 난 잘생긴 사람이랑 대화 좀 나눈 것뿐인데 말을 왜 그딴 식으로 해?”반서윤은 말을 마친 뒤 서둘러 윤구주에게 말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이 자식은 그냥 저랑 같은 반 친구일 뿐이에요.”윤구주는 당연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그들이 친구 사이든, 연인 사이든 상관없었다.“어머, 이쪽은 여자 친구인가요? 정말 예쁘시네요. 연예인 같아요.”반서윤은 그제야 윤구주의 곁에 있는 노아를 발견했다.부성국 여자인 노아는 정말로 아름다웠다.외모도 몸매도 최상급이었다.게다가 그녀는 부성국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이 있었기에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윤구주가 말했다.“여자 친구는 아닙니다.”“네? 그러면 무슨 사이죠?”반서윤은 의아했다.“제 노예예요.”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노예요?”노예라는 두 글자에 반서윤은 멈칫했다.그녀는 노예라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반서윤의 곁에 앉아 있던 남자 장윤형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노예요? 참나, 허풍도 정도껏 해야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남을 노예라고 하는 거예요?”반서윤 또한 의아했다.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자신의 노예라고 하다니, 지금은 현대 사회인데 말이다.그런데 이때 노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녀는 어눌한 화진 말로 말했다.”맞아요. 전 구주 씨의 노예예요.”‘뭐?’그 말을 들은 순간 조금 전까지 윤구주를 조롱하던 장윤형은 멋쩍어졌다.“혹시... 부성국 사람이에요? 화진 사람이 아닌 거예요?”반서윤은 노아의 말투에서 그녀가 부성국 사람임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녀는 몸을 흠칫 떨면서 노아를
반서윤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깨달았다.예쁜 부성국 여자는 윤구주가 자신을 살려준 것에 고마워서 그러는 것이었다.그런데 옆에 있던 장윤형이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흥, 노예라니 정말 생각도 못 했네요. 진짜 그런 변태 같은 SM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하하, 뭐 제복 같은 것도 좋아하겠네요? 노예라니, 정말 변태 같네.”장윤형이 말을 마치자마자 노아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계속 구주 씨 험담을 한다면 지금 당장 비행기에서 던져버릴 줄 알아.”노아의 싸늘한 눈비에서 살기가 느껴졌다.기타가와 신사의 아가씨인 노아는 비록 윤구주의 상대는 되지 않지만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노아가 화를 내자 장윤형은 겁을 먹고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반서윤이 말했다.“입조심 좀 해.”윤구주는 그들에게 대꾸해 주기 귀찮아서 줄곧 눈을 감고 있었다.비행은 계속됐다.얼마나 지냈을까, 반서윤이 갑자기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머, 저기 봐요. 저곳이 우리 화진의 국경이에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그녀는 사진을 찍으면서 흥분해서 말했다.“그거 알아요? 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부성국은 화해를 위해 해역 3만 리를 양보했어요. 이곳이 바로 당시 부성국이 양보했었던 국제선이에요. 게다가 이 국제선에는 아주 거대한 조각상이 있어요. 그 조각상은 홀로 군사들을 거느리고 10개국을 무찔러 우리 화진의 위상을 떨친 첫 번째 왕 구주왕이래요! 우리 화진의 첫 번째 왕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그의 조각상을 세운 거죠!”반서윤이 말을 마치자마자 예상대로 아래 국경선에 아주 거대한 조각상이 나타났다.그 조각상은 우뚝 솟아서 아주 위엄이 넘쳤다.그것은 바로 화진의 첫 번째 왕 구주왕의 조각상이었다.그는 손에 검을 하나 들고 부성국을 가리키고 있었다.아래 있는 조각상을 본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야나가와 노아마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아래에 있는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반서윤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윤구주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바보! 내가 바로 구주왕인데 내가 왜 그를 숭배하겠어?’그러나 윤구주는 당연히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비행기는 국경선을 지나 정식으로 부성국의 상공에 진입했다.같은 시각, 부성국의 큰 국제공항. 십여 대의 차가 공항 입구에 멈춰 섰고, 공항 직원들은 그들에게 다가가서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 문이 열리면서 카타나를 들고 신사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차에서 줄줄이 내렸다.그들은 기타가와 신사의 사람들이었다.“호쿠사이 사형, 저희 도착했습니다.”건장한 체격의 사무라이가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그 남자의 이름은 호쿠사이였다.그는 귀무인과 다카야처럼 류이치의 제자였다.호쿠사이는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물었다.“노아 씨가 보낸 문자라고 확신하는 거야?”“네, 확실합니다. 노아 씨는 지금 비행기를 타고 화진에서 날아오고 있습니다. 이제 곧 착륙할 겁니다.”건장한 남자가 말했다.“좋아! 내 명령을 전해. 공항을 정리하고 지금부터 관련 없는 자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마. 제멋대로 들어오는 사람은 전부 죽인다!”호쿠사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건장한 부하는 곧바로 대답했다.“네!”그는 곧 부하 수십 명을 데리고 공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호쿠사이는 싸늘한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노아 씨, 죄송합니다.”시간은 1분 1초 흘렀고, 그렇게 30분 뒤 비행기가 부성국 공항에 착륙했다.“드디어 도착했네!”여행 온 반서윤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이제 우리 비행기에서 내릴 건데 이름이 뭐예요?”반서윤은 비행이 너무 짧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윤구주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말이다.윤구주가 말했다.“윤구주라고 해요.”“아아, 윤구주 씨였군요. 강성으로 돌아가면 밥 사드릴게요!”반서윤은 웃으며 말했다.잠시 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했고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
“구주왕, 당신은 우리 국주를 죽였어요. 게다가 우리 설국의 금전까지 점유했죠. 대체 뭘 어쩔 생각입니까?”이때 유니스 대학사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난 설국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어.”“정상으로요?”대신들은 놀랐다.“맞아.”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난 죽어 마땅한 설국인들에게 다 벌을 주었어. 지금 설국은 국주의 자리가 비었지. 그래서 나는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할 생각이야. 그래야만 설국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뭐라고?’“우리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하겠다고 한 겁니까?”“그... 그럴 수 있나요?”윤구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이곳을 설국이고 윤구주는 심지어 설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구주가 무슨 자격으로 설국을 대신하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단 말인가?“구주왕! 우리 설국의 일에 화진인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설국의 국주는 당연히 설국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다는 거죠?”유니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윤구주니까. 난 설국의 존망을 정할 수 있어. 내가 설국의 존재를 허락한다면 설국은 존재할 수 있고 내가 설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라면 설국은 망할 거야.”패기 넘치는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이 한 나라의 존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얼마나 놀라운가?“이... 이... 정말 너무 하는군요!”유니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씩씩댔다.윤구주는 그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내가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지?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린다면 화진의 병사 수십만 명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설국을 공격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화진의 병사들 수십만 명이 낙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곧바로 설국을 평정할 수
설국 금전.천 년 가까이의 역사가 있는 대전은 엉망이었다.게다가 금전의 지반은 땅 밑으로 우묵하게 내려앉았다.백옥이 깔린 금전의 지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열과 틈이 생겼다.이 순간, 유니스 대학사는 설국의 문무백관을 이끌고 금전 밖에 도착했다.커다란 금전을 바라보면서 유니스는 갑자기 눈빛이 혼탁해지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군요.”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백옥 계단으로 올라갔다.대신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댕.댕.댕우렁찬 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유니스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을 이끌고 금전을 올랐고 곧 그들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세나미였다.“세나미 아가씨야...”“세나미 아가씨께서 살아계셨어!”세나미를 본 대신들은 모두 흥분했다.세나미는 이때 유니스가 문무 대신들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드디어 오셨군요!”유니스는 서둘러 말했다.“세나미 씨, 다치지는 않았습니까?”“네, 괜찮아요.”세나미가 말했다.“그런데 세나미 씨께서는 그 악마에게 납치당한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가 그냥 풀어준 거죠?”일부 대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나미가 말했다.“절 풀어준 이유는... 그가 우리 설국에 아주 중요한 일을 전하기 위해서예요.”“아주 중요한 일이요?”“그 악마는 우리 설국인들을 수도 없이 죽였어요. 심지어 국주님의 목까지 베었죠. 그런데 또 뭘 하려는 거죠?”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가 말했다.“여러분도 아시죠? 화진의 구주왕 말입니다.”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은 모두 침묵했다.구주왕.설국에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지금 때문만이 아니라 6년 전 구주왕이 설국을 항복시켰기 때문이다.“그가 천하무적의 구주왕이면 뭐 어떤가요? 이 세상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유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스 대학사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윤구주가 설태현의 목을 벤 뒤로 설국의 종은 계속해 울었다.그렇게 종은 1박 2일을 울렸고 그러다 이 순간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대신에 힘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그 종소리는 설국 금전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함을 의미하는 종소리였다.설국 수도의 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 종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울려 퍼졌을 때 백성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금전을 바라보며 의논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금전의 종소리가 멈췄어. 대신에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의미를 종소리가 울리는데?”“설마 우리 화진을 침략했던 그 악마가 떠난 걸까?”“모르겠어.”백성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황성의 한 대학사부 밖에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눈앞의 대학사부는 화진의 재상부와 비슷했다.설국의 대학사는 유니스라고 불렸다.유니스는 설국 백관의 우두머리이자 세 명의 국주의 중용을 받았던 원로로서 설국에서의 지위가 높았다.이때 금전에서 우렁찬 소리가 대학사부에 울려 퍼졌다.“대학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바로 설국의 원로 유니스였다.유니스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문무 대신들 모두 예를 갖추었다.“대학사님을 뵙습니다.”유니스는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을 쓱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다들 왔습니까?”“네, 대학사님.”“대학사님,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습니다. 더욱 괘씸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지원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이때 군복을 입은 설국의 장군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리고 그 밖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판인국과 연국에서는 우리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유니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면서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설국은 아주 작은 나라였다.게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