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그렇다면 제게 그를 이길 기회가 생긴 건가요?”문아름은 고개를 돌려 들뜬 눈빛으로 허상을 바라보며 말했다.문아름이 말한 ‘그’는 다름 아닌 화진의 예전 왕 윤구주였다.허상이 말했다.“아직은 부족해. 네 혈맥의 힘은 이제야 각성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네가 우리 문씨 일가 혈맥의 힘을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그를 직접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 잊지 마. 그의 몸에는 여전히 우리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이 있다는걸!”“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저 꼭 열심히 수련해서 우리 문씨 일가 혈맥의 힘을 제 것으로 만들게요!”문아름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그녀가 윤구주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아무도 몰랐다.문아름은 윤구주가 죽기를 바랐다.특히 윤구주가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문아름은 그가 미워 죽을 것 같았다.그녀는 윤구주도 미웠지만 소채은이 더 미웠다.“아름아, 네가 그를 계속 미워했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는 우리 화진의 왕이었어.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돼! 게다가 현재 암부는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어. 예상대로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소식이 전국에 알려질 거야.”허상이 말했다.문아름은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전 절대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거예요! 암부라고 하셨죠? 절 믿으세요. 전 그들에게 제게 미움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가르쳐 줄 거예요!”그 말을 들은 허상이 말했다.“암부를 상대할 생각이라면 유명전을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암부의 3대 지휘사는 전부 신급 강자니까!”“유명전이요? 할아버지, 겨우 암부 때문에 우리 문씨 일가의 히든카드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문아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허상이 말했다.“암부를 얕보지 마. 당시 암부는 윤구주가 직접 창립한 조직이었어. 3대 신급 강자가 지휘사가 됐을 뿐만 아니라 대가 5품 이상의 여단장 64명이 있으니까. 그 외에도 그들은 각지에 수십만 명의 정예 부대
“야나가와 류이치? 부성국의 신검이라 불리는 그 늙은이 말이야?”허상이 물었다.“네!”문아름이 대답했다.“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야나가와의 스승은 우리 화진 땅에서 목숨을 잃었었지. 그런데 그 늙은이가 다시 우리 화진으로 온다고?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봐!”허상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전 야나가와 류이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야나가와 류이치가 상대하려는 건 윤구주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야나가와 류이치를 제외하고 향문 태현문에서도 고수를 파견해서 윤구주를 상대한대요!”‘음?’허상은 그 말을 듣자 살짝 당황했다.“윤구주 그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향문의 태현문에서도 사람을 보냈다고?”문아름이 말했다.“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며칠 전 연예계의 한 거물이 동경에서 죽었대요. 그 범인이 바로 윤구주인 것 같아요!”허상은 그 말을 듣더니 호탕하게 웃었다.“이 자식 정말 사고뭉치네. 향문의 태현문까지 건드리다니 말이야.”문아름이 대답했다.“할아버지, 향문의 태현문이 그렇게 강한가요?”“강하지, 그럼. 강하고말고!”허상은 말을 마친 뒤 한마디 보탰다.“태현문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대종이야. 내가 알기엔 창립된 지 천 년은 됐어. 태현문은 주요하게 주술과 진법을 수련하지. 태현문은 동남아에 수많은 분파를 두고 있어. 심지어 강두술과 귀무술 모두 태현문에서 진화된 거야. 수십 년 전, 우리 문씨 일가는 태현문과 접촉한 적이 있어. 하지만 태현문은 당시 국내와는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냥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어.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태현문이 다시 나타날 줄이야.”그 말을 들은 문아름의 입가에 지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할아버지 말씀은 태현문이 나선다면 윤구주가 죽을 거란 뜻인가요?”허상이 말했다.“그건 잘 모르겠어. 태현문의 실력은 나도 아는 바가 거의 없거든. 내가 알기엔 태현문에 전씨 성을 가진 괴물이 한 명이 있어. 당시 곤륜전쟁에서 팔문음양진으로 두 명의
주세호는 곧바로 달려갔고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과 DH 그룹의 임원들도 서둘러 그를 따랐다.쿠궁!비행기 문이 열렸고 윤구주가 주세호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리고 정태웅, 소채은, 백경재, 시괴 동산, 대스타 은설아도 모습을 드러냈다.“저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주세호는 저 멀리 있는 윤구주를 본 뒤 서둘러 그를 맞이했다.윤구주는 주세호의 출현이 뜻밖인지 참지 못하고 말했다.“세호 씨, 제가 온 건 어떻게 알았어요?”주세호가 말했다.“정태웅 지휘사님이 알려주셨습니다.”윤구주는 곧바로 깨달았다.정태웅은 남에게 자랑하는 것과 잘난 척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러니 주세호에게 이 사실을 알렸을 것이다.“주 회장님, 오랜만이에요!”이때 소채은도 나왔다.소채은을 본 주세호는 하마터면 형수님이라고 부를 뻔했으나 억지로 말을 삼켰다.“소채은 씨, 오랜만에 보니 정말 반갑네요!”주세호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그날 천시 고충에 당한 소채은이 윤구주와 함께 서남으로 갔을 때 주세호가 직접 두 사람을 배웅했었다.그래서 정신을 차린 소채은을 본 그는 무척 기뻤다.“주세호 씨, 일단 용인 빌리지로 돌아가요.”윤구주가 말했다.“좋습니다!”그렇게 그들 일행은 주세호의 차를 타고 용인 빌리지로 향했다.용인 빌리지는 윤구주가 떠난 뒤 줄곧 비어 있었다.윤구주는 소청하 부부에게 그곳에서 지내라고 했었으나 두 사람은 그곳이 불편하다면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그래서 용인 빌리지는 텅 비어 있었다.빌리지 전체를 뒤덮고 있는 운산대진만이 여전했다.용인 빌리지로 돌아온 뒤 윤구주는 주세호를 따로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주세호 씨,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강성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나요?”주세호는 서둘러 말했다.“저하, 강성은 모두 정상입니다.”“채은이 부모님은요?”윤구주가 계속해 물었다.“제가 사람을 보내 24시간 지키고 있습니다. 두 분 다 안전하세요.”“그렇다니 다행이네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윤구주가 말했다.“저하를 위한 일인
윤구주가 들어오자 은설아가 말했다.“윤구주 씨, 채은 씨랑 얘기 나누고 있어요. 난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떠났고 방 안에는 윤구주와 소채은만 남았다.“드디어 집에 왔네. 구주야, 나 부모님 뵈러 가고 싶어.”어렵게 돌아왔는데 당연히 서둘러 부모님을 뵙고 싶었다.윤구주가 말했다.“좋아, 같이 가자.”“좋아.”두 사람은 말을 마친 뒤 주세호에게 차를 한 대 부탁한 뒤 소씨 일가로 향했다.가는 길에 윤구주는 특별히 선물을 샀다.오랜만에 타지에서 돌아오는 건데 당연히 두 사람을 위해 선물을 챙겨야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선물을 두 손 가득 챙겨서 소씨 일가 별장으로 향했다.“저하, 저도 들어갈까요?”주세호가 윤구주의 뒤에서 물었다.“같이 들어가죠.”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세 사람은 선물을 가득 챙겨서 마당에 들어섰다가 안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오늘 돈을 배상해야지 않겠어? 당신이 망가뜨린 그 그림은 아주 유명한 화가가 오래전 그린 그림이라고. 그 그림이 얼마나 비싼 건지 알아? 간단히 말해줄게. 그 그림은 재작년에 해외 경매에서 20억에 팔렸었어.”마당 안에는 금목걸이를 한 민머리 남자가 거만한 태도로 소청하 부부를 손가락질하면서 망가진 그림을 들고 말하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부하 대여섯 명이 있었다.상대방이 건방을 떨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자 소청하가 말했다.“헛소리하지 마. 이 그림은 내가 망가뜨린 게 아니야. 내가 봤을 때는 이미 이 꼴이었다고...”“젠장, 변명하는 거야? 우리한테 CCTV 영상이 있어. 이 그림을 건드린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다고! 눈치 챙겨. 얼른 돈 갚아.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소청하는 골동품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다 며칠 전 심심해서 골동품 시장에 갔다가 마침 고대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을 발견하고 흥분해서 가까이서 살펴봤었다.그런데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자마자 그림 중앙이 벌어졌다.소청하는 골동품 시장에 망가진 그림으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
소채은이 갑자기 돌아오자 소청하는 매우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옆에 있던 천희수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소채은을 바라봤다.“아빠, 엄마, 저 돌아왔어요!”소채은은 기뻐서 외친 뒤 서둘러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천희수는 소채은을 와락 끌어안은 뒤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했다.“우리 딸, 드디어 돌아왔구나. 그거 아니? 나랑 너희 아빠랑 정말 걱정돼서 죽을 것 같았어.”천희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닦았다.소청하도 소채은이 무사히 돌아온 걸 보고 감개하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사람들은 누구예요? 왜 아빠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거예요?”소채은은 고개를 돌리더니 민머리 남자를 짚으며 말했다.천희수가 말했다.“이 사람들은 골동품 시장의 사람들이야. 너희 아빠에게 사기 치려고 해. 너희 아빠가 그림을 망가뜨렸다면서 말이야!”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화가 났다.“당신들은 누구예요? 감히 우리 소씨 일가에 와서 사기를 치려고 해요?”민머리 남자는 소채은을 힐끗 본 뒤 말했다.“넌 누군데 감히 이곳으로 와서 남 일에 간섭하는 거야?”소채은이 말했다.“여긴 우리 집이니까 당연히 제가 간섭해야죠.”민머리 남자는 그 말을 듣고 말했다.“하, 네가 바로 소청하의 딸이야? 쯧쯧, 그래도 꽤 예쁘장하게 생겼네. 아쉽지만 그래도 배상해야 해. 네 아빠가 이 그림을 망쳤으니 말이야!”“가짜 그림으로 사기를 치려고 해? 죽고 싶어?”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앞으로 나선 사람은 강성의 갑부 주세호였다.그들은 당연히 주세호를 몰랐다.주세호가 가짜 그림이라고 하자 민머리 남자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당신은 또 누구야? 감히 내 그림을 가짜라고 해?”“난 주세호다!”그 이름을 들은 순간 민머리 남자는 살짝 당황했다.“어라? 익숙한 이름이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한 부하가 갑자기 달려와서 말했다.“형님, 저희 강성 DH 그룹의 갑부 이름이 주세호였던 것 같습니다.”‘뭐라고? 강성 갑부?”민머리 남자는
“형님?”옆에 있던 다섯 명의 부하는 민머리 남자가 윤구주의 따귀를 맞아서 기절한 걸 보고 얼이 빠졌다.“제기랄, 감히 우리 형님을 때려? 죽어!”부하들은 쇠 파이프를 들고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퍽퍽퍽퍽!연달아 소리가 들려왔고 곧 눈 깜짝할 사이에 양아치들이 모두 뺨을 맞고 날아가서 기절했다.사기를 치려던 놈들을 해치운 뒤 윤구주는 그제야 미소 띤 얼굴로 소청하 부부의 곁으로 다가갔다.“장인어른, 장모님, 괜찮으세요?”갑작스러운 장인어른, 장모님이라는 호칭에 소청하는 펄쩍 뛸 뻔했다.그는 서둘러 말했다.“우리는 괜찮아.”천희수는 비록 윤구주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지만 윤구주가 대신 나서주자 매우 기뻤다.그런데 오히려 소채은이 윤구주가 자신의 부모님을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르자 얼굴을 붉혔다.“주세호 씨, 이놈들은 사람을 시켜서 밖에 내던져 버리세요. 전 채은이 부모님과 함께 있을게요.”말을 마친 뒤 그는 소청하를 따라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주세호가 손을 움직이자 곧 10여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밖에서 들어와 골동품 시장에서 온 양아치들을 밖에 던져버렸다.집 안에서 소청하 부부는 매우 기뻐했다.딸이 무사하게 돌아와서, 또 윤구주가 그녀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다.“채은아, 너 몸은 괜찮아? 우리는 매일 널 위해 절에 가서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했어. 그런데 드디어 돌아왔구나.”소청하는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천희수도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그래, 맞아. 이것 좀 봐. 얼굴이 반쪽이 됐네!”소채은도 눈물을 흘리면서 부모님과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그리고 윤구주는 묵묵히 옆에 앉아 있었다.그렇게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던 소청하는 그제야 윤구주의 곁으로 달려갔다.“구주야, 그동안 우리 채은이 돌봐줘서 고맙다.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장인어른,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는 가족이잖아요.”윤구주가 말했다.윤구주가 가족이라고 하자 소청하는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그렇지, 그렇지. 가
천희수가 그렇게 말하자 소청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사람이 정말 경우가 없네. 구주가 우리 채은이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게다가 이번에 서남에 간 것도 우리 딸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배은망덕할 수 있어?”“배은망덕이라고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요? 누가 우리 딸을 이 꼴로 만들었는지 잊은 거예요?”천희수는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두 사람이 싸울 것 같자 소채은은 서둘러 말했다.“아빠, 엄마. 싸우지 마세요. 저 그냥 집에 있을게요.”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며 말했다.“채은아, 난...”사실 윤구주가 소채은을 용인 빌리지에서 지내게 하고 싶었던 건 그녀를 직접 돌봐주고 싶어서였다.그녀의 독이 언제 발작할지 몰랐기 때문이다.소채은은 당연히 윤구주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윤구주가 더 설명하려고 하자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구주야, 괜찮아. 오랜만에 돌아온 건데 당분간은 엄마, 아빠랑 같이 있을게.”윤구주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래. 제때 약 먹는 거 잊지 마!”소채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윤구주는 그녀의 집에 조금 더 있다가 떠났다.소채은은 그에게 밥을 먹고 가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천희수가 못마땅해하자 결국 윤구주는 주세호를 데리고 떠났다.윤구주가 떠나자마자 천희수는 곧바로 소채은을 잡고 물었다.“채은아, 엄마한테 말해봐. 너 저 자식이랑 그거 했어?”“네?”소채은은 당황했다.“지금 모르는 척하는 거야? 구주랑 잤냐고 물어보는 거잖아!”천희수가 계속 캐물었다.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얼굴을 붉혔다.“흥! 너희가 그걸 했든 안 했든 이것만 기억해. 꼭 안전조치를 잘 취해야 해. 그 자식이 그걸 쓰지 않으려고 한다면 꼭 엄마한테 얘기해!”천희수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고 소채은은 답답했다.그녀는 엄마가 그런 쪽으로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엄마, 설마 아직도 저랑 구주가 만나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죠?”소채은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당연하지
용인 빌리지로 돌아가는 길에 마이바흐를 탄 주세호는 직접 운전해서 윤구주를 데려다주었다.윤구주가 혼자 돌아오자 주세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하, 채은 씨는 함께 용인 빌리지로 돌아가지 않는 거예요?”윤구주가 말했다.“채은이 어머니가 허락하지 않으셔서 당분간은 집에 있을 겁니다.”주세호가 말했다.“설마 그 사람 아직도 저하와 소채은 씨 사이를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 정말 너무하네요!”윤구주가 말했다.“평범한 여자니까 생각하는 것도 삶에서 가장 평범한 일들이지. 난 이해해.”윤구주의 말은 정확했다.자기 딸이 식을 올리기도 전에 남자와 동거하는 걸 어떤 어머니가 허락하겠는가?그래서 윤구주는 천희수를 이해할 수 있었다.주세호도 그래서 별말 하지 않았다.“주세호 씨, 채은이 부모님 계좌에 400억 넣어 드리세요. 부모님으로서 그들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윤구주는 천천히 말했다.주세호는 생각지도 않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뒤 재무팀에 이체하라고 말할게요.”윤구주는 별말 하지 않았다.돈?윤구주에게 있어서 돈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계의 황제 탁천수를 죽였을 때, 그는 이미 탁천수의 모든 재산을 암부에게 넘겨서 국고에 바쳤다.그러니 돈은 윤구주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곧 용인 빌리지에 도착했다.대문 앞.시괴 동산이 마치 장군처럼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그리고 백경재는 열심히 수련하고 있었다.윤구주가 용인 빌리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문 상태였다.커다란 홀 안에는 정태웅 혼자 편안히 누워있었다.이때 윤구주가 돌아온 걸 본 정태웅은 벌떡 일어났다“저하, 돌아오셨네요. 어? 형수님은요?”정태웅은 윤구주를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채은이는 당분간 집에서 지낼 거야.”윤구주는 앉으면서 말했다.정태웅은 소채은의 집이 용인 빌리지에서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더 묻지 않았다.“참, 은설아 씨는? 왜 너 혼자 있어?”윤구주는 주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
“구주왕, 당신은 우리 국주를 죽였어요. 게다가 우리 설국의 금전까지 점유했죠. 대체 뭘 어쩔 생각입니까?”이때 유니스 대학사가 앞으로 나서며 매섭게 말했다.윤구주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난 설국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어.”“정상으로요?”대신들은 놀랐다.“맞아.”윤구주는 말을 이어갔다.“난 죽어 마땅한 설국인들에게 다 벌을 주었어. 지금 설국은 국주의 자리가 비었지. 그래서 나는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할 생각이야. 그래야만 설국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뭐라고?’“우리 설국의 새로운 국주를 정하겠다고 한 겁니까?”“그... 그럴 수 있나요?”윤구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이곳을 설국이고 윤구주는 심지어 설국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윤구주가 무슨 자격으로 설국을 대신하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단 말인가?“구주왕! 우리 설국의 일에 화진인인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설국의 국주는 당연히 설국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국의 국주를 정한다는 거죠?”유니스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난 윤구주니까. 난 설국의 존망을 정할 수 있어. 내가 설국의 존재를 허락한다면 설국은 존재할 수 있고 내가 설국을 망하게 할 생각이라면 설국은 망할 거야.”패기 넘치는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윤구주는 자신이 한 나라의 존망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얼마나 놀라운가?“이... 이... 정말 너무 하는군요!”유니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씩씩댔다.윤구주는 그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내가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도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지? 내가 지금 명령을 내린다면 화진의 병사 수십만 명이 이곳으로 몰려와서 설국을 공격할 거야.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 번 해보든가.”윤구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현재 화진의 병사들 수십만 명이 낙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곧바로 설국을 평정할 수
설국 금전.천 년 가까이의 역사가 있는 대전은 엉망이었다.게다가 금전의 지반은 땅 밑으로 우묵하게 내려앉았다.백옥이 깔린 금전의 지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열과 틈이 생겼다.이 순간, 유니스 대학사는 설국의 문무백관을 이끌고 금전 밖에 도착했다.커다란 금전을 바라보면서 유니스는 갑자기 눈빛이 혼탁해지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군요.”길게 한숨을 내쉰 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백옥 계단으로 올라갔다.대신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댕.댕.댕우렁찬 종소리는 아직도 끊이지 않았다.유니스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을 이끌고 금전을 올랐고 곧 그들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세나미였다.“세나미 아가씨야...”“세나미 아가씨께서 살아계셨어!”세나미를 본 대신들은 모두 흥분했다.세나미는 이때 유니스가 문무 대신들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빠르게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드디어 오셨군요!”유니스는 서둘러 말했다.“세나미 씨, 다치지는 않았습니까?”“네, 괜찮아요.”세나미가 말했다.“그런데 세나미 씨께서는 그 악마에게 납치당한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가 그냥 풀어준 거죠?”일부 대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나미가 말했다.“절 풀어준 이유는... 그가 우리 설국에 아주 중요한 일을 전하기 위해서예요.”“아주 중요한 일이요?”“그 악마는 우리 설국인들을 수도 없이 죽였어요. 심지어 국주님의 목까지 베었죠. 그런데 또 뭘 하려는 거죠?”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가 말했다.“여러분도 아시죠? 화진의 구주왕 말입니다.”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은 모두 침묵했다.구주왕.설국에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지금 때문만이 아니라 6년 전 구주왕이 설국을 항복시켰기 때문이다.“그가 천하무적의 구주왕이면 뭐 어떤가요? 이 세상에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유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유니스 대학사님,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윤구주가 설태현의 목을 벤 뒤로 설국의 종은 계속해 울었다.그렇게 종은 1박 2일을 울렸고 그러다 이 순간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대신에 힘이 느껴지는 종소리가 들려왔다.그 종소리는 설국 금전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함을 의미하는 종소리였다.설국 수도의 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백성들이 그 종소리를 들었다. 그 종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울려 퍼졌을 때 백성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금전을 바라보며 의논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 금전의 종소리가 멈췄어. 대신에 조정에서 국가 대사를 의논하는 의미를 종소리가 울리는데?”“설마 우리 화진을 침략했던 그 악마가 떠난 걸까?”“모르겠어.”백성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황성의 한 대학사부 밖에는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눈앞의 대학사부는 화진의 재상부와 비슷했다.설국의 대학사는 유니스라고 불렸다.유니스는 설국 백관의 우두머리이자 세 명의 국주의 중용을 받았던 원로로서 설국에서의 지위가 높았다.이때 금전에서 우렁찬 소리가 대학사부에 울려 퍼졌다.“대학사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우렁찬 소리와 함께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가 바로 설국의 원로 유니스였다.유니스가 나타나자 그곳에 있던 문무 대신들 모두 예를 갖추었다.“대학사님을 뵙습니다.”유니스는 그 자리에 있던 문무 대신들을 쓱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다들 왔습니까?”“네, 대학사님.”“대학사님, 설국이 재앙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서 알려졌습니다. 더욱 괘씸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지원하러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이때 군복을 입은 설국의 장군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리고 그 밖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판인국과 연국에서는 우리의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유니스는 두 사람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들면서 비참하게 웃으며 말했다.“약한 나라에는 외교가 없다는 말이 있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설국은 아주 작은 나라였다.게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