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희는 턱을 괴고 동그란 눈을 깜빡이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렇게 어느새 하루가 지났다.다음날, 용인 빌리지 산기슭에 차 두 대가 멈춰 섰다.차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희가 여기에서 신호를 보낸 거야?”입을 연 사람은 암흑 가문, 두씨 일가의 둘째 두현무였다.“그렇습니다, 둘째 도련님!”십이지 살수 중 첫째 자서가 대답했다.두현무는 고개를 들고 용인 빌리지를 힐끗 보고는 쿵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고 차에서 내렸다.자서와 뚱뚱한 해저, 그리고 두씨 일가의 호위들도 따라서 차에서 내렸다.“가서 나희를 데려와.”두현무가 덤덤히 말했다.“둘째 도련님, 저 술에 취한 사람은 어떡합니까?”자서는 뒤에 있는 차량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어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임진형이 있었다.“계속 자게 놔둬.”두현무가 말했다.“네!”곧이어 두현무는 옆에 있던 두 명의 고수를 데리고 두나희를 데리러 가기 위해 산을 올랐다.그들이 산길에 오르자마자 운산대진이 발동되었다.주변의 안개가 괴이하게 움직이며 변하는 순간, 초록색 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한 자서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둘째 도련님, 조심하세요! 이곳에 진법이 있습니다!”두현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눈앞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운산대진을 살펴보았다.“재밌네! 두나희는 대체 어떤 곳에 온 거야? 이곳에 이 정도 고수가 있다고? 자서, 이 진법을 파괴해!”“네!”십이지 살수 중 첫째인 자서는 두현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손으로 미간을 톡 쳤고 그 순간 혈기 한 줄기가 그의 미간에서 흘러나왔다.“건곤감리! 혈법참경!”자서가 두 손으로 인을 맺자 손가락 끝에서 나온 혈기가 순식간에 피로 범벅된 거대한 얼굴로 되었다.그 얼굴이 나타나자 자서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고, 피범벅인 얼굴이 괴이한 안개를 향해 맹렬하게 돌격했다.소음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사방에서 몰려든 안개는 피범벅인 얼굴의 충격을 받아 귀청을 찢는
세 명의 고수가 동시에 손을 써서야 무시무시한 운산대진을 겨우 막을 수 있었다.이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어떤 놈들이 감히 내 구역을 침범하려는 거지? 죽고 싶은 건가?”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큰 산과 같은 엄청난 위압감이 두현무와 십이지 살수인 자서와 해저를 압박했다.같은 시각, 쿵 하는 굉음과 함께 훤칠한 남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세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윤구주였다.윤구주가 나타나자 왕의 기운이 소용돌이처럼 두현무와 다른 두 사람을 휩쓸었다.이러한 압박감에 세 사람은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특히 두현무는 화진 4대 고대 무술 두씨 일가 세 명의 걸출한 인재 중 한 명이었다.그는 비록 셋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 역시도 윤구주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생겼다.그리고 이런 두려움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그는 눈앞의 사람이 인간이 아니라 신처럼 느껴졌다.“당... 당신은 누구죠?”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두씨 일가 십이지 살수 중 첫째인 자서였다.5품 대가 경지에 다다른 자서도 윤구주의 출현에 문득 두려움이 들었다.그는 경계심을 바짝 세우면서 눈에서 초록빛을 번뜩이며 눈앞의 윤구주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그러나 윤구주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멋대로 내 구역을 침범해 놓고서 지금 나에게 누구냐고 묻는 건가?”“형님, 저 자식과 쓸데없이 얘기 나누지 말고 일단 죽이자고요!”옆에 있던 뚱뚱한 해저가 포효하면서 윤구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자서는 비록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초록빛이 더욱더 강해졌다.윤구주는 뚱뚱한 남자가 주먹을 뻗자 차갑게 코웃음쳤다. 그의 발밑에서는 바람이 인 것처럼 들끓는 기세의 현기가 넘실댔고 주변의 모래와 자갈들이 저절로 날아올랐다.“돼지 같은 놈이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윤구주가 손을 휘두르자 그의 주변에 있던 강인한 기운이 하나의 기파가 되어 십이지
그가 유명해진 이래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처음이었다.두현무가 말했다.“그건 좀 지나치지 않습니까? 제 부하들이 이렇게 다쳤는데 말입니다!”“지나치다고? 오늘 내 실력이 이 정도가 아니었다면 당신 부하들이 날 살려줬을까?”윤구주가 차갑게 물었다.윤구주의 말이 맞았다. 조금 전 윤구주가 밀렸다면 그는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두씨 가문의 십이지 살수들은 사람을 죽일 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자들이었으니 말이다.“큼큼...”이런 상황에 두현무도 퍽 난감했다.그는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막강한 실력자를 마주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말이 좀 심하신 것 같군요. 제 부하가 실례를 저지른 건 사실이니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관용을 베풀어주신다면 제가 제 가문을 대표하여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두현무가 계속해 말했다.“가문? 설마 두씨 가문의 이름을 빌려 날 압박할 생각인 건가?”윤구주가 화를 내며 말했다.‘뭐지?’“제... 제가 두씨 가문 사람이란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그 말에 두현무의 표정이 달라졌다.조금 전에는 윤구주의 실력에 놀랐고, 지금은 단번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현무는 문득 겁이 났다.두씨 가문은 외부로 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그리고 그가 이번에 강성에 온 걸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그런데 눈앞의 윤구주는 단번에 그가 누군지 눈치챘다.“흥! 화진에서 나생문의 어두운 기운을 쓰는 자들은 암흑의 일맥인 두씨 가문밖에 없지.”윤구주가 사납게 말했다.그의 말에 두현무는 다시금 몸을 부르르 떨었다.두현무는 윤구주의 운산대진을 상대할 때 어쩔 수 없이 두씨 일가에서 가장 강력하고 은밀한 공법인 나생문을 썼다.그런데 윤구주가 그걸 단번에 알아볼 줄이야!“다, 당신은 대체 누구죠? 어떻게 우리 두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공법을 알고 있는 거죠?”두현무는 큰 충격에 빠졌다.윤구주가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안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해야 용서해 줄 거다.”윤구주가 다시 한번 차갑게 말했다.두현무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자서와 해저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두 사람은 비록 내키지 않았으나 이건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기에 결국 그들은 무릎 꿇고 윤구주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모든 걸 마친 뒤 윤구주가 말했다.“이젠 꺼져도 돼!”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몸을 돌렸다.“잠시만요!”윤구주는 걸음을 멈췄다.“왜?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아뇨, 아뇨.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오늘 무턱대고 찾아온 건 제 여동생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섭니다. 두씨 일가를 봐서라도 제 여동생을 데려가게 해주세요!”두현무가 말했다.윤구주는 두현무의 정체를 알았을 때, 그들이 두나희 때문에 왔다는 걸 알았다.두현무의 말에 윤구주는 대꾸하지 않고 손을 휘저었다.윈워터힐스.윤구주가 손을 내젓는 순간, 자욱하던 안개가 사라졌고 곧이어 작은 어린아이가 두현무와 자서, 해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어린아이는 다름 아닌 두나희였다.윈워터힐스 입구에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두나희는 안개가 사라진 순간, 산길 위에 서 있는 두현무 등 사람들을 보았다.“어? 둘째 오빠!”두나희는 들뜬 목소리로 부르면서 그에게 달려갔다.두현무도 여동생을 알아보고는 감격해서 말했다.“나희야!”두나희는 그에게로 달려가 품에 폭 안기더니 다정하게 말했다.“둘째 오빠! 드디어 날 데리러 왔네? 너무 보고 싶었어!”두현무는 두나희가 멀쩡한 것을 보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어라? 저 두 사람은 왜 팔이 부러진 거야?”두나희는 고통스러운 얼굴의 자서와 해저를 바라보았다.특히 해저의 피투성이가 된 두 손과 부러진 팔을 봤을 때는 의아했다.“저희는...”자서는 솔직히 얘기하지 못하고 난감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설마 우리 오빠를 건드린 거야?”똑똑한 두나희는 단번에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쌤통이네. 참 눈치도 없어. 감히 우리
두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돌아가.”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나 집으로 돌아가면 보고 싶어 할 거야?”두나희는 눈이 빨개져서 울먹이며 말했다.“그럼.”윤구주가 대답했다.“정말?”두나희가 흥분해서 물었다.“진짜.”“헤헤, 역시 오빠가 최고야! 휴, 그래도 아쉽다. 오빠가 그 여우 언니랑 결혼한다니.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오빠를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두나희는 눈물 한 방울을 떨구더니 소매로 닦았다.“하지만 나도 이젠 내려놨어. 난 아직 어리니까! 나 앞으로 커서 오빠한테 시집 가도 되지? 어른들이 그러던데, 결혼하고 이혼할 수 있다고! 나 크면 오빠는 그 언니랑 이혼하고 나랑 결혼하는 거야. 난 그 여우 언니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울 거니까 오빠도 틀림없이 날 좋아하게 될 거야!”“...”“됐다. 나 갈게! 오빠, 나 그리워해야 해! 참, 어르신한테 나 갔다고 얘기해줘!”두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윤구주도 두나희를 붙잡지는 않았다.두나희는 두씨 일가 사람이니 말이다.두나희가 윤구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산기슭에 주차된 차 안에서 누군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그는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었다.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그는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임진형은 깨어난 뒤 앞에 있는 두씨 일가의 부하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생수 한 병을 건네받은 그는 단숨에 반병을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둘째 도련님은?”임진형은 다 마시고 나서 병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둘째 도련님은 넷째 아가씨를 데리러 산에 갔습니다.”부하가 대답했다.“산?”임진형은 고개를 들어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더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먼저 기지개를 켠 뒤 걸음을 옮겨 빌리지 쪽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든 그는 산 중턱에 두현무, 자서와 해저 등이 있는 걸 보았다.그는 아무 생각 없이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갑자기 그의 앞에 낯익은 왕의 모습
“귀신이야... 귀신...”겁에 질린 임진형은 산 아래로 도망쳤다.산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두씨 일가의 부하들은 임진형이 겁에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도망쳐 내려오자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서 물었다.“임 부장님, 왜 그러세요?”“귀신! 내가... 귀신을 봤어!”임진형은 벌벌 떨면서 달렸다.심지어 그는 차도 타지 않으려 하고 미친 사람처럼 도망쳤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도망치는 임진형을 본 두씨 일가의 부하들은 의아했다.잠시 뒤, 두현무가 두나희와 중상을 입은 자서, 해저와 함께 산길을 따라 내려왔다.두나희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이따금 미련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았다.“흑흑, 나 아주 오랫동안 오빠를 보지 못하겠지?”그런 생각이 들자 두나희는 너무 슬픈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옆에 있던 두현무는 여동생과 윤구주 사이를 알지 못했다.그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이렇게 작은 강성에 저렇게 무시무시한 인물이 있다니.게다가 그는 두씨 일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밀 공법을 한눈에 알아봤다.“설마 4대 고대 무술 일가 사람인가?”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나희야,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두현무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닦고 있는 두나희에게 말했다.“뭘 묻고 싶은데?”두나희는 작은 얼굴을 쳐들었다.“그 사람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해. 그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두현무가 물었다.두나희는 뺨에 맺힌 눈물방울을 닦으면서 말했다.“우리 오빠 말하는 거야? 사실 난 오빠와 우연히 알게 됐어...”곧이어 두나희는 김 노파가 강성에 왔던 일들을 곧이곧대로 얘기했고, 윤구주가 김 노파를 죽인 일까지 전부 말했다.‘뭐라고?’“그 사람이 김 노파를 죽였다고?”두현무는 놀랐다.그리고 뒤에 있던 자서와 해주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두나희를 바라보았다.두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하지만 전부 오빠 탓은 아니야. 김 노파가 굳이 오빠 심기를 건드려서 죽은 거거든! 그런데 김 노파를 위해
두현무는 말을 마친 뒤 그들과 함께 돌아갔다.차에 탄 두현무는 차 안에 있던 임진형이 사라진 걸 보았다.“음? 임 부장님은?”두현무가 궁금한 듯 묻자 앞에 있던 부하가 서둘러 대답했다.“임 부장님은 도망치셨습니다.”“뭐라고? 도망쳤다고?”두현무는 황당했다.“네, 조금 전 임 부장님은 무슨 이유에선지 미친 사람처럼 귀신을 봤다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셨습니다. 저희가 불러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더라고요.”부하의 말에 두현무는 어리둥절했다.그는 임진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는 비록 음흉하고 여자를 밝혔지만 정치질만큼은 남들보다 월등히 잘했다.게다가 그는 현재 후방지원부대의 부부장이었다.국방부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그가 겁에 질려서 도망쳤다니?게다가 귀신을 봤다고?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먼 곳을 바라보던 두현무는 고개를 돌려 용인 빌리지를 보았다. 그는 왠지 갈수록 이 일이 윤구주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됐어. 여긴 좀 이상해. 우리는 얼른 떠나는 게 좋겠어.”두현무가 말했다.“둘째 도련님, 김 노파의 복수는 하지 않는 겁니까?”이때 팔이 부러진 자서와 해저가 함께 입을 열었다.“복수? 너희들 실력으로 복수할 수 있겠어?”두현무가 일침을 놓았다.5품 대가인 자서는 그 말을 듣자 수치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그러나 사실이었기 때문에 치욕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용인 빌리지 안.한 남자가 뒷짐을 진 채로 산허리에 서서 마치 왕이 천하를 내려다보듯 두현무 등 사람들이 떠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두씨 일가라.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곧 세상에 알려지겠군.”그렇게 중얼거린 뒤 윤구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소씨 저택.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진 뒤 소청하는 무척 즐거워했다.지금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딸이 곧 결혼한다고, 그것도 윤구주와 결혼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그의 행동에 이웃들뿐만 아니라 천희수마저 그가 미친 건 아닐지 의심했다.천희수는 소청하가 왜 갑자기 달라졌
화진의 수도, 서울.이곳은 화진의 정치, 금융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무역 중심지였다.이곳에는 부자들과 권력가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쉽게 설명하자면 지하철을 타도 어느 정치가의 발을 밟을 수 있을 정도였다.서울의 서진.그곳에는 엄청난 궁전들이 있었다.그 궁전들은 기세가 웅장하고 아주 드넓었다.그곳이 화진에서 가장 유명한 국방부 최고사령부라는 건 서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화진에서 육해공 3군 모두 최고사령부의 지휘에 따랐다.화진 국방부의 왕이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멀리서 궁전들을 바라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우뚝 솟은 9개의 거대한 기둥이다.기둥은 각각 수 미터의 너비에 그 위에는 금룡이 조각되어 있었다.화진에서는 9와 용을 숭상한다.9개의 용이 조각된 거대한 기둥은 궁전들의 최전방에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기세가 산천을 삼키고 천하를 뒤흔들 듯했다.9개의 기둥 뒤에는 웅장한 기세의 궁전이 있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구주전이었다.이 전당은 당시 화진의 왕, 구주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구주전은 십여 명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안이 텅텅 비어 있었다.과거 구주전은 최고 기밀 기지인 사령부였다.이곳에서는 5미터마다 실탄을 장착한 경위들을 볼 수 있었고 이 경위들은 모두 무사급 이상이었다.무도 실력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 특전사 이상의 총기 전문가였다.그리고 이 궁전들의 최후방에는 아주 특별한 전당이 있다.그곳은 다른 궁전들보다 훨씬 더 높고 사치스러웠다.금사남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에는 아주 커다랗게 이황전 세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그곳은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의 궁전이었다.옛 왕은 세상을 떴고 새로운 왕이 세상을 다스린다.현재 이황왕은 화진의 4대 고대 무술 가문 중 하나인 문씨 가문의 딸 문아름이었다.그녀는 지난 100년 동안 화진에서 처음 나온 국방부의 여왕이었다.그리고 한때는 구주왕의 약혼녀이기도 했다.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도
“누나도 정말 날 좋아해요?”공수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곤륜을 떠난 뒤 공수이는 줄곧 달콤한 연애를 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그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전부 윤구주를 좋아했고 그것 때문에 공수이는 꽤 충격이 컸다. 그래서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드나들었다.공수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는 난생처음 고백받았다.“응, 좋아해!”차비연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상에, 태웅이 형님. 들었어요? 누나가 절 좋아한대요!”공수이는 너무 들뜬 나머지 눈시울이 빨개져서 기쁜 얼굴로 정태웅에게 말했다.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잘됐네!”“누나, 사랑해요!”공수이는 갑자기 차비연의 곁으로 달려가더니 몸매가 좋은 차비연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면서 머리를 차비연의 가슴 쪽에 대고 비볐다.이러한 상황에 차비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공수이가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몰랐다. 공수이는 단숨에 그녀를 끌어안았다.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어처구니가 없었다.함지우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차비연을 품에 안은 공수이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세상에, 저럴 수도 있다고? 대단해. 정말 대단해!”공수이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차비연을 꽉 끌어안았다.차비연은 사람들 앞에서 안기게 됐는데도 머쓱해하지 않고 공수이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울지 마. 앞으로는 내가 예뻐해 줄게. 수이야, 잠깐 너랑 단둘이 얘기를 나눠도 될까?”차비연은 갑자기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당연히 되죠!”말을 마친 뒤 공수이는 차비연의 품에서 벗어나며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요. 제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안내해 줄게요.”그렇게 공수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비연을 데리고 떠났다.두 사람이 정말로 단둘이 떠나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약 30분 뒤, 윤구주는 소채은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왔다.두 사람은 조금 전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공수이와 칠수방의 일을 알지 못
“네, 맞아요. 혹시 그 스님에게 전해주실 수 있나요? 호감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요.”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당연하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수이에게 얘기하고 올게요.”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곧바로 공수이를 찾으러 갔다.같은 시각, 공수이는 함지우와 나란히 앉아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이때 정태웅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수이야, 수이야. 오늘 대박이야!”공수이와 함지우는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개를 돌렸다.“태웅이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대박이라니요?”공수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달리느라 숨을 헐떡대던 정태웅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수이야, 칠수방의 미녀들 혹시 기억해? 그들이 널 찾으러 왔어!”‘뭐라고?’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태웅이 형님, 거짓말 아니죠? 정말이에요?”공수이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진짜야. 그 미녀가 널 만나고 싶다고 직접 찾아왔어. 지금 바로 집 앞에 있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안내해 줄 테니 날 따라와.”정태웅이 말했다.그 말에 공수이는 처음엔 당황하더니 곧 흥분해서 바람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마당 쪽으로 향했다.정태웅은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함지우는 그 광경을 보더니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정말로 스님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참 별난 세상이네. 안 되겠어. 나도 가봐야겠어.”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둘을 따라갔다.집 문 앞에는 긴 치마를 입은 몸매 좋은 차비연이 서 있었고 그녀의 뒤에는 늘씬한 미녀가 있었다.공수이는 서둘러 도착한 뒤 차비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누나!”차비연을 본 순간 공수이는 잠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목소리가 떨렸다.그는 달려가면서 외쳤다.차비연은 공수이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드디어 찾았네.”“누나, 혹시 날 찾으러 온 거예요?”공수이는 매우 기뻤다.“그럼! 참, 다친 곳은 어때? 나한테 약이 있는데 써볼래?”차비연은 그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여자의 훌륭한 몸매를 가릴 수는 없었다.게다가 눈처럼 흰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가 어우러지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그리고 뒤에 있는 여자도 아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넷째 언니, 정말로 이곳에서 그 스님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뒤에 있던 늘씬한 미인이 물었다.넷째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자세히 보니 칠수방의 칠금채 중 한 명인 차비연이었다.차비연은 예쁜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야.”“하지만 어르신이 그러셨잖아요. 우리 칠수방은 이번 전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리고 현문과 자운각에서 대장로를 모셨다고 해요. 넷째 언니, 우리가 그 스님을 찾는다면 현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지 않을까요?”차비연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흥, 그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들은 여럿이서 사람 한 명을 괴롭히는 비열한 인간들이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대장로까지 불러오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얼마나 뻔뻔하니. 안 그래?”늘씬한 소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확실히 뻔뻔하긴 하죠.”“그렇지? 비록 우리 칠수방도 6대종문 중 하나지만 나는 그들을 경멸해. 그리고 내가 그 귀여운 스님을 찾는 건 내 사적인 일이야. 그게 그들과 뭔 상관이야?”차비연이 한마디 보탰다.“넷째 언니, 설마 정말로 그 스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죠?”늘씬한 미녀가 눈을 깜빡이면서 웃으며 물었다.“좋아하면 안 돼? 그 스님은 아주 강했어. 게다가 얼굴도 귀엽잖아! 그런 애를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어?”“하지만... 스님이잖아요!”늘씬한 소녀가 말했다.“하하, 나는 원래 자극적인 걸 좋아해.”차비연이 대꾸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윤구주 등 사람들이 지내고 있는 집 쪽으로 향했다.“바로 저 앞이야!”윤구주의 집에 도착하기 직전, 차비연이 입을 열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곧바로 그곳으로 빠르게 다가갔고 늘씬한 미녀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집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게
함지우는 공수이의 낙담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에게로 걸어갔다.“공수이, 뭐해?”함지우는 일부러 물었다.함지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공수이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뭘 하든 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음, 나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 너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그거 진짜야?”함지우의 질문에 공수이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래요. 좋아해요. 왜요?”“대단하네. 스님이 여자를 좋아하다니, 너 정말 대단하다.”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다들 속세에는 유혹이 많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일 줄이야.”함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공수이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공수이는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는 함지우와 가까이 앉기 싫은 듯했다.“자, 형한테 얘기해 봐. 넌 어떤 여자를 좋아해?”함지우는 얄미운 얼굴로 공수이에게 물었고 공수이는 그를 무시했다.“쪼잔하게 굴지 말고 얘기해 봐.”공수이가 대답하지 않자 함지우가 계속해 물었다.공수이는 잠깐 뜸을 들인 뒤 말했다.“일단 그 사람은 얼굴이 아주 예뻐요. 그뿐만 아니라 피부도 아주 매끈하고 보드라워 보였고 몸매도 굉장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도 분명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예요. 날 계속 칭찬해 줬고 날 향해 웃어주기도 했어요.”“진짜?”함지우는 그 말을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믿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공수이가 투덜댔다.“나한테 얘기해 봐. 그 사람 이름이 뭐야? 어디 출신이야?”“이름은 알지 못해요. 칠수방 사람이란 것만 알아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에 차비연을 떠올렸다.“칠수방? 6대종문 중 하나인 칠수방?”함지우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왜요?”공수이가 말했다.“네가 칠수방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칠수방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다른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공수이가 반박했다.함지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공수
“구주 형, 혹시 우리 검조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래? 우리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거라면 나랑 같이 서요산으로 가면 되잖아. 할아버지도 폐관하기 전에 형이랑 한 번 제대로 무예를 겨뤄 보고 싶다고 하셨어!”함지우는 웃는 얼굴로 할아버지 얘기를 했고 윤구주는 은은하게 웃었다.“그럴게. 일단 볼일을 다 보고 나면 너희 할아버지를 만나러 서요산으로 갈 거야.”“좋아, 좋아.”윤구주와 함지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는 윤구주의 형제들이 서 있었다.“수이야, 서요산에서 온 저 무시무시한 사람은 누구야? 우리 저하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야?”정태웅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공수이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공수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서요산 검종은 아주 비밀스러운 종문으로 화진의 많은 무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었다.검을 타고 비행하는 멋진 모습이나 엄청난 검도 실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지만 공수이는 함지우에게 호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재능이 조금 뛰어난 사람일 뿐이에요.”“진짜?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정말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던데?”정태웅이 말했다.“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무리 강해도 결국엔 우리 형님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걸요.”공수이가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고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확실히 강하긴 해요. 젊은 세대 중에서 함지우 씨가 최고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우리 형님은 제외해야 해요. 그리고 지우 씨에게는 엄청난 실력을 소유한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 할아버지는 서요산의 검조라고 불려요. 그 할아버지는 진짜 실력이 무시무시해요. 당시 곤륜에서 검을 이용하여 외국의 강자들 여럿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어요. 우리 스승님이 그러시던데 그 검조 할아버지의 전투력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래요.”공수이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세상에!’무도 성지 곤륜에서
만불종이 독인을 굉장히 불만스러워하자 문창정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살심스님,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이 세 분을 모신 건 온전히 우리 무도 3대 서열을 위해서니까요. 살심스님도 우리 3대 서열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그 말에 살심스님은 침묵했다.그는 비록 독인과 같은 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공수이와 서요산 함지우의 실력을 떠올리고는 결국 참았다.“살심스님, 우리 종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문창정 선배님의 말씀에 따르시죠.”이때 현문과 자운각 사람들이 하나둘 나섰다.사람들의 설득 때문에 만불종 사람들도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문창정은 만불종 사람들이 더는 뭐라고 하지 않자 계속해 웃으면서 소개했다.“이 두 분은 아마 여러분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분은 탁훈이고 이분은 옥면 여우, 미희입니다.”‘뭐라고?’다른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종문의 사람들은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은 독인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전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쳤었던 대단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옥면 여우 미희는 20년 전 이미 유명했었는데 천변 여우라고 불리기도 했었다.당시 후3품의 절정 강자들도 옥면 여우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물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희가 타고난 재능 덕분에 뛰어난 역용술을 쓸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그런데 문창정이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마귀 세 명을 단번에 불러낼 수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오늘부터 이 세 사람은 우리 종문과 함께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수호할 겁니다.”문창정은 소개를 마친 뒤 웃으며 말했다.이 순간 현문, 자운각, 만불종 사람들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비록 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의 도움이 있으면 승산이 컸다. 그래서 다들 침묵을 선택했다.“문창정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저희 세 사람은
말을 마친 뒤 살심스님은 뒤에 있던 스님에게 뭐라고 말했고 곧 그 스님은 대장로님을 모시러 부랴부랴 떠났다.만약 정말로 종문의 대장로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일이 아주 커질 것이다.“만약의 상황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와달라고 연락했습니다.”이때 문창정이 또 입을 열었다.“누구에게 연락하셨습니까?”현문, 자운각, 그리고 만불종 사람들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문창정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다들 나오시죠.”그 말과 함께 세 명의 절정 기운을 내뿜는 강자들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세 사람 중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여 아주 추악했고 등 뒤에는 검은색의 나무 상자를 메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자 아주 짙고 자극적인 독성 가스가 느껴졌다.특히 그는 두 눈동자가 녹색이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뜰 때면 마치 안개가 자욱한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그의 뒤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있었다.그 남자도 똑같이 후3품 절정 강자였고 등 뒤에 검은색의 귀형도를 메고 있었다.여자는 아주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녹색의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는 마치 여우 같아 보였다.세 사람이 다가와서 문창정을 향해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문창정 선배님을 뵙습니다.”문창정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독인입니다.”‘뭐라고?’“이 사람이 독인이란 말입니까?”문창정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의 정체를 밝히자 그 자리에 있던 살심스님과 현문의 구진철, 자운각의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갑자기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은 독인을 알지 못했기에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백 장로, 저 사람 아주 유명한가?”“저 사람은 30년 전 무림의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30년 전 수많은 무인을 죽여서 종문들에 공격당했었죠. 그 뒤로는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 사람은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그 함지우라는 사람이 왜 그 스님을 살리고 현문의 도자를 죽였겠습니까?”자운각의 장로가 말했다.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만약 서요산에서 정말로 구주왕과 연합했다면 골치가 아픈데요... 서요산의 비검은 천하무적이니 말이에요.”살심스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흥! 비록 서요산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 종문도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함지우는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으니 반드시 우리에게 설명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와 싸울 겁니다.”구진철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에 다른 종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요산과 싸우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요산 검종은 화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두려운 종문이었다.게다가 서요산은 줄곧 무도 성지 곤륜과 같이 언급되었다.잠깐 생각하던 살심스님은 옆에 있던 문창정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문창정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때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창정에게로 향했다.문창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리 화진의 6대 종문은 원래 연합해서 함께 종문의 위상을 높여야죠. 하지만 만약 서요산이 정말로 구주왕과 같은 편이라면... 아마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요.”“선배님 말씀은 서요산과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살심스님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고 다른 자운각의 제자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습니다. 천 년의 역사가 있는 화진의 무도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이건 질서이자 규칙이에요. 다들 국주님께서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셨는지 압니까?”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사실 국주님께서는 우리 종문이 나서서 지난 백 년간 이어진 화진의 무도 난국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국주님께서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면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겠습니까? 그리고 제 손녀가 화진의 새로운 왕이 되게 하지도 않았겠죠.”문창정의 설득에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
함지우는 문씨 일가의 저택을 단번에 무너뜨리고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형, 가자. 빌어먹을 문씨 일가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자.”“맞는 말이에요. 우리 그놈들을 죽이러 가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그러나 윤구주가 말했다.“문씨 일가는 아주 교활해. 난 서울로 돌아온 뒤 줄곧 그들의 본거지를 찾고 있었어. 하지만 문씨 일가가 많은 수작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몰라. 그렇지 않으면 난 이미 그들을 없앴을 거야.”공수이와 함지우는 그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윤구주의 성격이라면 이미 복수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문씨 일가의 본거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형, 어떡해? 설마 그 자식들이 멋대로 설치게 놔둘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번에 종문에서 나섰잖아. 그 배후에 문씨 일가가 있으니 그들은 분명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러니까 내가 굳이 찾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날 찾아올 거야.”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함지우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형 말이 맞아. 종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문씨 일가의 초대 때문이지. 심지어 우리 서요산까지 나섰잖아.”“지우 씨, 서요산에서 지우 씨를 보낸 게 설마 우리 형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니죠?”공수이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함지우가 대꾸했다.“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서요산이 왜 구주 형이랑 싸워?”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흥, 서요산은 그래도 눈치가 빠르네요. 경고하는데 만약 서요산에서 우리 형님을 적으로 돌린다면 전 곤륜으로 돌아가서 괴물들을 불러와 당신들을 상대할 거예요.”공수이는 으름장을 놓았다.한때 곤륜을 주름잡았던 공수이가 한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당시 곤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윤구주를 따랐었다.만약 윤구주가 바깥세상에서 종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안다면 엄청난 실력자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됐어. 이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