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유명해진 이래 이렇게 건방진 사람은 처음이었다.두현무가 말했다.“그건 좀 지나치지 않습니까? 제 부하들이 이렇게 다쳤는데 말입니다!”“지나치다고? 오늘 내 실력이 이 정도가 아니었다면 당신 부하들이 날 살려줬을까?”윤구주가 차갑게 물었다.윤구주의 말이 맞았다. 조금 전 윤구주가 밀렸다면 그는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두씨 가문의 십이지 살수들은 사람을 죽일 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자들이었으니 말이다.“큼큼...”이런 상황에 두현무도 퍽 난감했다.그는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막강한 실력자를 마주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말이 좀 심하신 것 같군요. 제 부하가 실례를 저지른 건 사실이니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관용을 베풀어주신다면 제가 제 가문을 대표하여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두현무가 계속해 말했다.“가문? 설마 두씨 가문의 이름을 빌려 날 압박할 생각인 건가?”윤구주가 화를 내며 말했다.‘뭐지?’“제... 제가 두씨 가문 사람이란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그 말에 두현무의 표정이 달라졌다.조금 전에는 윤구주의 실력에 놀랐고, 지금은 단번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현무는 문득 겁이 났다.두씨 가문은 외부로 나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그리고 그가 이번에 강성에 온 걸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그런데 눈앞의 윤구주는 단번에 그가 누군지 눈치챘다.“흥! 화진에서 나생문의 어두운 기운을 쓰는 자들은 암흑의 일맥인 두씨 가문밖에 없지.”윤구주가 사납게 말했다.그의 말에 두현무는 다시금 몸을 부르르 떨었다.두현무는 윤구주의 운산대진을 상대할 때 어쩔 수 없이 두씨 일가에서 가장 강력하고 은밀한 공법인 나생문을 썼다.그런데 윤구주가 그걸 단번에 알아볼 줄이야!“다, 당신은 대체 누구죠? 어떻게 우리 두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공법을 알고 있는 거죠?”두현무는 큰 충격에 빠졌다.윤구주가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안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해야 용서해 줄 거다.”윤구주가 다시 한번 차갑게 말했다.두현무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자서와 해저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했다.두 사람은 비록 내키지 않았으나 이건 생사가 달린 문제였다.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기에 결국 그들은 무릎 꿇고 윤구주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모든 걸 마친 뒤 윤구주가 말했다.“이젠 꺼져도 돼!”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몸을 돌렸다.“잠시만요!”윤구주는 걸음을 멈췄다.“왜?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아뇨, 아뇨.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오늘 무턱대고 찾아온 건 제 여동생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섭니다. 두씨 일가를 봐서라도 제 여동생을 데려가게 해주세요!”두현무가 말했다.윤구주는 두현무의 정체를 알았을 때, 그들이 두나희 때문에 왔다는 걸 알았다.두현무의 말에 윤구주는 대꾸하지 않고 손을 휘저었다.윈워터힐스.윤구주가 손을 내젓는 순간, 자욱하던 안개가 사라졌고 곧이어 작은 어린아이가 두현무와 자서, 해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어린아이는 다름 아닌 두나희였다.윈워터힐스 입구에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두나희는 안개가 사라진 순간, 산길 위에 서 있는 두현무 등 사람들을 보았다.“어? 둘째 오빠!”두나희는 들뜬 목소리로 부르면서 그에게 달려갔다.두현무도 여동생을 알아보고는 감격해서 말했다.“나희야!”두나희는 그에게로 달려가 품에 폭 안기더니 다정하게 말했다.“둘째 오빠! 드디어 날 데리러 왔네? 너무 보고 싶었어!”두현무는 두나희가 멀쩡한 것을 보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어라? 저 두 사람은 왜 팔이 부러진 거야?”두나희는 고통스러운 얼굴의 자서와 해저를 바라보았다.특히 해저의 피투성이가 된 두 손과 부러진 팔을 봤을 때는 의아했다.“저희는...”자서는 솔직히 얘기하지 못하고 난감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설마 우리 오빠를 건드린 거야?”똑똑한 두나희는 단번에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쌤통이네. 참 눈치도 없어. 감히 우리
두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돌아가.”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나 집으로 돌아가면 보고 싶어 할 거야?”두나희는 눈이 빨개져서 울먹이며 말했다.“그럼.”윤구주가 대답했다.“정말?”두나희가 흥분해서 물었다.“진짜.”“헤헤, 역시 오빠가 최고야! 휴, 그래도 아쉽다. 오빠가 그 여우 언니랑 결혼한다니.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오빠를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두나희는 눈물 한 방울을 떨구더니 소매로 닦았다.“하지만 나도 이젠 내려놨어. 난 아직 어리니까! 나 앞으로 커서 오빠한테 시집 가도 되지? 어른들이 그러던데, 결혼하고 이혼할 수 있다고! 나 크면 오빠는 그 언니랑 이혼하고 나랑 결혼하는 거야. 난 그 여우 언니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울 거니까 오빠도 틀림없이 날 좋아하게 될 거야!”“...”“됐다. 나 갈게! 오빠, 나 그리워해야 해! 참, 어르신한테 나 갔다고 얘기해줘!”두나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윤구주도 두나희를 붙잡지는 않았다.두나희는 두씨 일가 사람이니 말이다.두나희가 윤구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산기슭에 주차된 차 안에서 누군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그는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었다.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그는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임진형은 깨어난 뒤 앞에 있는 두씨 일가의 부하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생수 한 병을 건네받은 그는 단숨에 반병을 마시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둘째 도련님은?”임진형은 다 마시고 나서 병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둘째 도련님은 넷째 아가씨를 데리러 산에 갔습니다.”부하가 대답했다.“산?”임진형은 고개를 들어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더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먼저 기지개를 켠 뒤 걸음을 옮겨 빌리지 쪽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든 그는 산 중턱에 두현무, 자서와 해저 등이 있는 걸 보았다.그는 아무 생각 없이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갑자기 그의 앞에 낯익은 왕의 모습
“귀신이야... 귀신...”겁에 질린 임진형은 산 아래로 도망쳤다.산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두씨 일가의 부하들은 임진형이 겁에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도망쳐 내려오자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서 물었다.“임 부장님, 왜 그러세요?”“귀신! 내가... 귀신을 봤어!”임진형은 벌벌 떨면서 달렸다.심지어 그는 차도 타지 않으려 하고 미친 사람처럼 도망쳤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도망치는 임진형을 본 두씨 일가의 부하들은 의아했다.잠시 뒤, 두현무가 두나희와 중상을 입은 자서, 해저와 함께 산길을 따라 내려왔다.두나희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이따금 미련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았다.“흑흑, 나 아주 오랫동안 오빠를 보지 못하겠지?”그런 생각이 들자 두나희는 너무 슬픈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옆에 있던 두현무는 여동생과 윤구주 사이를 알지 못했다.그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이렇게 작은 강성에 저렇게 무시무시한 인물이 있다니.게다가 그는 두씨 일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밀 공법을 한눈에 알아봤다.“설마 4대 고대 무술 일가 사람인가?”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나희야,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두현무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닦고 있는 두나희에게 말했다.“뭘 묻고 싶은데?”두나희는 작은 얼굴을 쳐들었다.“그 사람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해. 그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두현무가 물었다.두나희는 뺨에 맺힌 눈물방울을 닦으면서 말했다.“우리 오빠 말하는 거야? 사실 난 오빠와 우연히 알게 됐어...”곧이어 두나희는 김 노파가 강성에 왔던 일들을 곧이곧대로 얘기했고, 윤구주가 김 노파를 죽인 일까지 전부 말했다.‘뭐라고?’“그 사람이 김 노파를 죽였다고?”두현무는 놀랐다.그리고 뒤에 있던 자서와 해주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두나희를 바라보았다.두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하지만 전부 오빠 탓은 아니야. 김 노파가 굳이 오빠 심기를 건드려서 죽은 거거든! 그런데 김 노파를 위해
두현무는 말을 마친 뒤 그들과 함께 돌아갔다.차에 탄 두현무는 차 안에 있던 임진형이 사라진 걸 보았다.“음? 임 부장님은?”두현무가 궁금한 듯 묻자 앞에 있던 부하가 서둘러 대답했다.“임 부장님은 도망치셨습니다.”“뭐라고? 도망쳤다고?”두현무는 황당했다.“네, 조금 전 임 부장님은 무슨 이유에선지 미친 사람처럼 귀신을 봤다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셨습니다. 저희가 불러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더라고요.”부하의 말에 두현무는 어리둥절했다.그는 임진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는 비록 음흉하고 여자를 밝혔지만 정치질만큼은 남들보다 월등히 잘했다.게다가 그는 현재 후방지원부대의 부부장이었다.국방부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그가 겁에 질려서 도망쳤다니?게다가 귀신을 봤다고?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먼 곳을 바라보던 두현무는 고개를 돌려 용인 빌리지를 보았다. 그는 왠지 갈수록 이 일이 윤구주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됐어. 여긴 좀 이상해. 우리는 얼른 떠나는 게 좋겠어.”두현무가 말했다.“둘째 도련님, 김 노파의 복수는 하지 않는 겁니까?”이때 팔이 부러진 자서와 해저가 함께 입을 열었다.“복수? 너희들 실력으로 복수할 수 있겠어?”두현무가 일침을 놓았다.5품 대가인 자서는 그 말을 듣자 수치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그러나 사실이었기 때문에 치욕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용인 빌리지 안.한 남자가 뒷짐을 진 채로 산허리에 서서 마치 왕이 천하를 내려다보듯 두현무 등 사람들이 떠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두씨 일가라.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곧 세상에 알려지겠군.”그렇게 중얼거린 뒤 윤구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소씨 저택.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진 뒤 소청하는 무척 즐거워했다.지금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딸이 곧 결혼한다고, 그것도 윤구주와 결혼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그의 행동에 이웃들뿐만 아니라 천희수마저 그가 미친 건 아닐지 의심했다.천희수는 소청하가 왜 갑자기 달라졌
화진의 수도, 서울.이곳은 화진의 정치, 금융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무역 중심지였다.이곳에는 부자들과 권력가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쉽게 설명하자면 지하철을 타도 어느 정치가의 발을 밟을 수 있을 정도였다.서울의 서진.그곳에는 엄청난 궁전들이 있었다.그 궁전들은 기세가 웅장하고 아주 드넓었다.그곳이 화진에서 가장 유명한 국방부 최고사령부라는 건 서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화진에서 육해공 3군 모두 최고사령부의 지휘에 따랐다.화진 국방부의 왕이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멀리서 궁전들을 바라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우뚝 솟은 9개의 거대한 기둥이다.기둥은 각각 수 미터의 너비에 그 위에는 금룡이 조각되어 있었다.화진에서는 9와 용을 숭상한다.9개의 용이 조각된 거대한 기둥은 궁전들의 최전방에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기세가 산천을 삼키고 천하를 뒤흔들 듯했다.9개의 기둥 뒤에는 웅장한 기세의 궁전이 있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구주전이었다.이 전당은 당시 화진의 왕, 구주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구주전은 십여 명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안이 텅텅 비어 있었다.과거 구주전은 최고 기밀 기지인 사령부였다.이곳에서는 5미터마다 실탄을 장착한 경위들을 볼 수 있었고 이 경위들은 모두 무사급 이상이었다.무도 실력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 특전사 이상의 총기 전문가였다.그리고 이 궁전들의 최후방에는 아주 특별한 전당이 있다.그곳은 다른 궁전들보다 훨씬 더 높고 사치스러웠다.금사남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에는 아주 커다랗게 이황전 세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그곳은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의 궁전이었다.옛 왕은 세상을 떴고 새로운 왕이 세상을 다스린다.현재 이황왕은 화진의 4대 고대 무술 가문 중 하나인 문씨 가문의 딸 문아름이었다.그녀는 지난 100년 동안 화진에서 처음 나온 국방부의 여왕이었다.그리고 한때는 구주왕의 약혼녀이기도 했다.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도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던 금빛은 수련에 따라 점차 희미해졌다.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가냘픈 몸이 격렬하게 떨렸고 온몸을 뒤덮었던 금빛은 마치 쫓기기라도 한 듯 펑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문아름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 위태롭게 숨을 쉬었다.“역시 수련할 수 없는 건가?”문아름은 실망스러운 듯 말했다.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고개를 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아름아, 내가 그랬잖니? 이 신공은 비록 천하제일이지만 너한테는 맞지 않는다고 말이야. 이건 아무래도 그의 신공이니까.”이때 밀폐된 암실에서 갑자기 희미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그것은 안개 같기도, 혼령 같기도 했다.검은 그림자 너머 노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으나 그의 외모는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문아름은 그 노인이 나타난 순간, 당황하지 않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 이 구양진용결은 정말 그만 수련할 수 있는 건가요?”‘그’를 언급하자 문아름의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 신공은 신급 경지에 다다른 내공을 근간으로 할 뿐만 아니라 그 영패의 현오심법을 보조로 해야만 수련할 수 있어. 당시 이 신공은 곤륜에서 흘러나왔는데 나조차도 그 오의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정말로 이 신공을 수련할 생각이라면 잃어버린 영패를 손에 넣는 수밖에 없어.”그 말을 들은 문아름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걸렸다.“영패요? 그 영패는 이미 그의 시신과 함께 죽음의 바다에 가라앉았어요.”그 말을 할 때 문아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노인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한 거냐?”“아뇨, 아니에요!”문아름은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었다.“당황할 필요 없다. 그냥 말해본 거니까. 사실 네가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지. 어쨌든 그와 같은 왕은 이 세상에 몇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우리 문씨 가문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그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너도 반드시 그를 잊어야
노인이 떠난 뒤 문아름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아름다운 두 눈을 꼭 감았다.“구주 오빠, 우리 평생 함께하자!”“구주 오빠, 무술 가르쳐줘!”“구주 오빠, 사랑해. 난 오빠랑 같이 이 세상의 풍경을 보고 싶어. 평생 내 곁에 있어 줘야 해...”지난 추억들이 영화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갔고 어느샌가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려 마침내 그녀의 백옥 같은 흰 팔 위로 떨어졌다.차가운 눈물 한 방울을 바라보며 문아름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나 팔을 털자 별안간 그녀의 온몸에서 악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그 순간, 조금 전의 부드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무자비한 기운이 감돌았다....같은 시각, 국방부 입구에 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다.차가 멈추고 누군가 허둥지둥 차에서 내렸다.자세히 보니 그는 며칠 전 강성에 갔었던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었다.임진형은 그날 윤구주를 본 뒤로 완전히 겁에 질려서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하루 종일 끼니조차 챙기지 못하고 돌아온 그는 곧장 국방부로 돌아왔다.국방부 입구에 도착한 뒤 임진형은 미친 사람처럼 국방부 대문을 향해 돌진했다.“누가 감히 국방부에 난입하려고 해?”분노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입구에 있는 네 명의 실탄을 장착한 국방부 경비원이 임진형을 향해 새까만 총구를 겨누었다.“난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다. 급한 용무가 있어 왕을 뵈어야겠다!”임진형이 숨을 헐떡이며 서둘러 품속에서 자신의 후방지원부대 영패를 꺼냈다.경비원들은 영패를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왕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폐관 수련하는 동안은 아무도 방해하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무단 침입자는 죽이라고 하셨습니다.”“급한 일이라고! 아주 큰 일이란 말이다! 시간이 지체되어 왕께서 죄를 물으신다면 너희 모두 죽게 될 거다.”임진형이 매섭게 소리쳤다.국방부 경비원들은 그 말을 들은 후 망설이는 눈빛으로 임진형을 바라보았다.그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