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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던 금빛은 수련에 따라 점차 희미해졌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가냘픈 몸이 격렬하게 떨렸고 온몸을 뒤덮었던 금빛은 마치 쫓기기라도 한 듯 펑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아름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 위태롭게 숨을 쉬었다.

“역시 수련할 수 없는 건가?”

문아름은 실망스러운 듯 말했다.

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고개를 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아름아, 내가 그랬잖니? 이 신공은 비록 천하제일이지만 너한테는 맞지 않는다고 말이야. 이건 아무래도 그의 신공이니까.”

이때 밀폐된 암실에서 갑자기 희미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안개 같기도, 혼령 같기도 했다.

검은 그림자 너머 노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으나 그의 외모는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문아름은 그 노인이 나타난 순간, 당황하지 않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 이 구양진용결은 정말 그만 수련할 수 있는 건가요?”

‘그’를 언급하자 문아름의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신공은 신급 경지에 다다른 내공을 근간으로 할 뿐만 아니라 그 영패의 현오심법을 보조로 해야만 수련할 수 있어. 당시 이 신공은 곤륜에서 흘러나왔는데 나조차도 그 오의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정말로 이 신공을 수련할 생각이라면 잃어버린 영패를 손에 넣는 수밖에 없어.”

그 말을 들은 문아름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걸렸다.

“영패요? 그 영패는 이미 그의 시신과 함께 죽음의 바다에 가라앉았어요.”

그 말을 할 때 문아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노인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한 거냐?”

“아뇨, 아니에요!”

문아름은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황할 필요 없다. 그냥 말해본 거니까. 사실 네가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지. 어쨌든 그와 같은 왕은 이 세상에 몇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우리 문씨 가문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그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너도 반드시 그를 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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