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네. 알겠어. 이 일은 전부 나한테 맡겨!”소채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결혼식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전부 자신의 태블릿에 적었다.다 기록한 뒤 소채은은 태블릿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야, 나 지금 엄청 중요한 거 물어볼 거거든? 제대로 대답해야 해!”“응, 얘기해.”윤구주가 말했다.“알겠어. 그럼 물을게. 나 만나기 전에 여자 친구 사귄 적 있어? 좋아하는 여자는 있었어?”그 질문에 윤구주는 당황했다.그는 소채은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다. 윤구주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구주야, 왜 대답하지 않는 거야? 설마 예전 일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래?”윤구주가 대답하지 않자 소채은이 물었다.“아니.”윤구주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그럼?”소채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윤구주를 향했다.“채은아, 솔직히 얘기할게. 난 예전에 확실히 여자가 있었어.”윤구주의 대답에 소채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그녀는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계속 얘기해 봐.”윤구주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난 사실 그녀에 관한 일은 거론하고 싶지 않아. 그 여자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거든. 하지만 네가 물었으니 얘기할게. 사실 난 이미 오래전에 그 여자에 대한 마음을 접었어. 지금 난 그녀를 증오할 뿐이야.”“증오라고?”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해했다.“맞아, 증오! 그 여자 때문에 난 죽을 뻔했거든. 그리고 그 여자 때문에 널 만나게 됐지.”윤구주는 그 말을 할 때 갑자기 주위 공기마저 스산해졌다.‘어머나.’“그런 일이 있었다고? 구주야. 나한테 그녀에 관한 얘기를 더 해줄 수 있어? 그 여자는 왜 널 해치려고 한 거야?”소채은이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그녀가 누군지는 당분간 묻지 마. 날 믿어줘. 언젠간 너에게 모든 걸 얘기해줄게.”윤구주의 말에 소채은은 침묵했다.그녀는 윤구주의 큰 손을 꼭 잡았다.“미안해
하루 뒤, 강성 국제 공항.연예인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자가 비즈니스석에서 내렸다.그녀는 눈부시게 빛났다.여자가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타고난 여왕 같은 그녀는 경국지색의 용모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우아한 분위기로 모든 것을 압도했다.아름다운 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한 명은 초췌한 얼굴에 무감정한 눈빛을 한 남자였다. 그는 회색 긴팔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차림새가 아주 이상했고 품에는 검은 천으로 싸인 검을 안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서울시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 있었다.“저하, 이번에 강성으로 오는데 왜 전용기를 타시지 않고 일반 여객기를 타신 겁니까?”임진형은 공항에서 나오며 곁에 있는 여자를 향해 물었다.문아름은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강성에 오기로 결심했다.그녀는 그가 살아있는 게 맞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생각이었다.“당신처럼 무능력한 사람이 뭘 알겠어요? 내가 갑자기 떠난다면 국방부에서 의심할 거 아니에요?”문아름이 차갑게 대꾸했다.“네, 네! 역시 저하는 주도면밀하십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임진형은 얼른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가서 택시나 잡아요.”문아름이 말했다.임진형은 알겠다고 한 뒤 부랴부랴 택시를 잡으러 갔다.공항 정문 앞.임진형이 택시를 잡으러 간 사이 문아름은 검을 든 사내와 조용히 서 있었다.이때 공항에서 세 명의 양아치 같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선글라스를 끼고 레게 머리를 한 남자였고 다른 두 남자는 특이한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그들은 엄청난 미인이 공항 정문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레게 머리를 한 남자가 먼저 흥분하며 선글라스를 벗었다.“미친, 저 여자 엄청 예쁜데? 우리 강성에 언제 저런 미인이 있었지?”그의 말에 뒤에 있던 두 남자도 문아름을 바라보았다.“정말 예쁘네!”“미쳤다. 강성시 미인 선발 대회 우승자보다 더 아름다워. 난 저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 봐.”“가자, 가자.
문아름은 그렇게 말한 뒤 택시를 잡고 있던 임진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임진형은 문아름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자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고 세 명의 양아치 같은 남자들이 문아름의 곁에 있는 걸 보고 당황해했다.“이 사람들은...”문아름이 덤덤히 말했다.“이 마음씨 착한 오빠들이 저희를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하네요!”‘뭐라고?’임진형은 얼이 빠졌다.세 명의 멍청한 남자가 감히 화진의 이황왕을 태워다주겠다고 하다니.비록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그럼 가요!”문아름은 고개를 돌려 세 명의 양아치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세 명의 양아치는 무척 신났다.그들은 문아름이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오늘 운이 왜 이렇게 좋지?’“그럼 이쪽으로 오세요!”세 명의 양아치는 그렇게 말하면서 들뜬 얼굴로 그들을 안내했다.이내 세 사람은 문아름을 데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왔다.“제 차는 저기 있어요. 만족스럽나요?”레게 머리를 한 남자는 차 키를 꺼내서 눌렀다.삐빅.검은색 차의 헤드라이트가 번쩍였다.그 차를 본 문아름은 싱긋 웃었다.“괜찮네요.”“이쪽으로 오세요.”레게 머리를 한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차 문을 열려고 했다.그가 운전하려고 하는데 문아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백옥 같은 손을 내밀었다.“차 키 내놓고 꺼져.”세 명의 양아치는 넋이 나갔다.“무슨 말이에요?”레게 머리를 한 남자는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듯했다.“간단해. 차 키 나한테 주고 꺼지라고.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문아름이 덤덤히 말했다.죽는다는 말에 세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미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벌건 대낮에 내 차를 빼앗겠다고?”레게 머리를 한 남자가 말하자마자 검날이 서늘한 빛을 번뜩이며 날아들었다.데구루루.눈을 뜬 채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남자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그것은 레게 머리 남자의 머리였다.검을 빼든 사람은 문아름의 곁에 무표정한 얼굴로 바위
한 시간 뒤, 임진형은 직접 운전 해서 문아름과 검을 든 남자를 용인 빌리지로 데려다주었다.“저하, 그날 이곳에서 그를 보았습니다.”임진형은 먼 곳에 있는 용인 빌리지를 가리키면서 입을 열었다.뒷좌석에 앉아있던 문아름은 창문을 내리고 용인 빌리지를 바라보았다.“차 세워요.”문아름이 갑자기 말했다.임진형은 황급히 차를 용인 빌리지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세웠다.문아름은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그녀의 뒤로 임진형과 검을 든 남자도 내렸다.“독고명 씨, 당신은 살기가 너무 강하니까 따라오지 마요. 그가 정말 살아있다면 당신의 존재를 분명 눈치챌 거예요.”문아름이 말했다.문아름 곁의 호위인 독고명은 별말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들고 있던 검을 꼭 쥐면서 알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문아름은 앞쪽으로 걸어갔다.임진형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몇 초간 넋을 놓고 있다가 문아름을 뒤따랐다.오늘은 날씨가 화창했지만 용인 빌리지에는 안개가 자욱했다.이 산은 높지는 않았으나 운산대진이 있었기에 산기슭에서는 위를 볼 수가 없었다.이때 문아름은 산기슭에 서 있었고 아름다운 얼굴을 들어 눈앞의 빌리지를 바라보았다.“정말 살아있는 걸까?”문아름은 혼잣말했다.그녀는 자신이 윤구주가 살아있길 바라는지, 아니면 그가 살아있다는 것에 실망한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말없이 조용히 산기슭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뒤에 있던 임진형은 문아름이 뭘 하는 건지 알지 못했지만 감히 물을 수가 없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렀고 그렇게 잠시 뒤, 문아름의 눈빛이 번뜩였다.“누군가 내려오고 있네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잠시 뒤, 빌리지에서 두 명의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내려오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윤구주와 소채은이었다.“구주야, 결혼사진은 이렇게 할게! 모레 아침 아홉 시에 내가 데리러 올 테니까 절대 늦으면 안 돼!”산길에서 소채은은 윤구주의 팔에 팔짱을 끼고 말했다.“응. 꼭 시간 맞춰서 도착할게.
아팠다.심장이 따끔따끔했다.저 멀리 윤구주는 소채은을 산기슭까지 바래다주고는 그녀가 차에 타는 모습까지 지켜보았다.떠나기 전 소채은은 윤구주를 껴안고 달콤한 말을 했다.그 광경에 화진 최고의 미녀로 불리는 문아름은 심장이 저렸다.그녀는 소채은이 떠날 때까지 독사 같은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죽어라 노려보았다.윤구주는 소채은을 배웅한 뒤 몸을 돌려 산을 올랐다.두 걸음 내디뎠는데 갑자기 뭔가를 느낀 듯 걸음을 멈추고 예리한 눈빛으로 문아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문아름은 서둘러 축기술을 써서 기운을 전부 숨긴 뒤 숨을 죽였다.윤구주는 십여 초 동안 멈춰 서 있다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순식간에 용인 빌리지로 이동했다.“후!”윤구주가 떠난 뒤 문아름과 그의 뒤에서 숨을 참고 있던 임진형은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저하! 보셨습니까? 그 사람입니다. 그가 정말 살아있어요! 저희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습니다!”임진형은 귀신을 본 사람처럼 말했다.“그 입 닥쳐요!”문아름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고 겁을 먹은 임진형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윤구주! 네가 살아있을 줄은 몰랐어. 우리 문씨 세가의 기린화독에 당하고 수많은 신급 강자에게 공격받았음에도 살아있다니... 게다가 다른 여자까지 만나? 하하하하하!”비참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 웃음소리는 귀신이 우는 소리보다도 더 듣기 싫고 귀에 거슬렸다.옆에 있던 임진형은 미친 것 같은 문아름의 모습에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내요. 저 여자를 죽여버려야겠어요!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난 윤구주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가 신경 쓰는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릴 거예요!”문아름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그 순간, 경국지색의 얼굴은 분노와 질투, 증오로 인해 심하게 일그러졌다....용인 빌리지.윤구주는 왠지 모르게 요즘 따라 불안했다.게다가 오른쪽 눈꺼풀이 자꾸만 뛰었다.윤구주는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 사람
“저하, 소채은 씨를 걱정하시는 겁니까?”민규현의 질문에 윤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왜 불안을 느끼는 건지 알지 못했다.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런 것 같아. 민규현, 이틀간 채은이 집으로 가서 채은이를 지켜. 결혼하기 전까지 절대 아무 일도 없어야 해!”윤구주가 말했다.“네!”민규현이 대답했다.10개국 간의 전쟁이 있은 뒤로 윤구주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소채은이었다.그래서 소채은만은 꼭 무사해야 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제 곧 결혼하게 되니, 지금 이런 단계에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강성의 한 화려한 스위트룸 안, 경국지색의 여자가 방 안에 앉아있었다.싸늘한 표정을 한 그녀는 단검으로 사진을 찢고 있었다.그것은 윤구주의 옛 사진이었다.사진은 이미 찢겨 너덜너덜해졌으나 여자는 멈추지 않았다.마음속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그녀의 뒤에는 검을 안고 목석처럼 서 있는 독고명이 있었다.그러다 한참 뒤,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를 들은 독고명이 문을 열었고,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임진형이 밖에서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다.“저하, 조사해 냈습니다!”그는 안으로 달려 들어오면서 황급히 문아름에게 보고했다.음험하게 칼로 사진을 찢고 있던 문아름은 임진형의 보고를 듣더니 즉각 반응했다.“말해요. 그날 윤구주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는 대체 누구죠?”“저하,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여자는 소채은이라고 합니다.”임진형이 말했다.“소채은이요?”그 이름을 들은 순간, 분노와 증오 때문에 문아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그렇습니다, 저하. 소채은은 강성 현지인이고 소씨 집안은 강성의 이류 가문입니다. 현재 소채은은 소씨 집안의 작은 가족기업 SK 제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기업은 1년 수입이 40억 정도입니다.”임진형은 자신이 조사한 바를 전달했다.“뭐라고요? 그런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요?”문아름은 그 말을
“결혼이요? 윤구주가 일반여성과 결혼하려고 한다고요?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어요!”바닥에 꿇어앉은 임진형이 말했다.“확실합니다. 제가 어찌 감히 저하를 속이겠습니까?”문아름은 윤구주과 소채은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끝없는 분노와 질투 때문에 그녀는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부들거리면서 주먹을 꽉 쥐었고 아름다운 두 눈동자도 벌게졌다.“그 여자를 죽여야겠어요! 임형진 씨, 당신은 당장 그 여자의 주소를 알아내요. 내가 직접 그 여자를 죽여야겠어요. 그 여자를 죽여서 윤구주가 후회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게 할 거예요!”문아름은 미친 사람처럼 악다구니를 썼다....밤이 찾아왔다.소씨 저택.소채은은 저녁을 먹은 뒤 홀로 방으로 돌아가서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트레이닝복을 입은 소채은은 아름다운 몸 선을 그대로 드러내며 운동했고, 소채은의 부모님은 청첩장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밤이 깊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소채은이 방 안에서 요가를 하고 있을 때 지붕 위에 귀신 같은 세 사람이 나타났다.방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요가하는 소채은은 이 상황을 전혀 몰랐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요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저하! 바로 저 여자입니다!”지붕 위, 임진형의 목소리가 문아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문아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래 있는 소채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소채은의 아름다운 얼굴과 완벽한 미모를 보았을 때 질투가 더 활활 불타올랐다.“저 여자가 바로 소채은인가요?”“그렇습니다, 저하!”“저하가 한 마디만 하신다면 저 여자를 죽여서 저하의 한을 풀어드리겠습니다.”임진형이 말했다.“한? 무엇 때문에 내가 저 여자에게 한을 품었다고 생각하는 거죠?”문아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에게서 살기가 느껴졌다.임진형은 몸을 흠칫 떨면서 서둘러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문아름의 입가에 음험한 미소가 걸렸다.“명심해요. 내가 저
민규현의 뒤에는 네 명의 암부 구성원이 있었다.민규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임진형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저 사람은 암부의 호존 민규현 씨가 아닌가요? 그가 왜 여기 있는 걸까요?”문아름도 민규현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독사 같은 눈빛으로 먼 곳에 있는 민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알겠네요. 윤구주가 뭔가를 눈치챈 게 틀림없어요.”화진의 이황왕이라고 불리는 문아름은 똑똑했다.민규현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는 곧바로 윤구주의 의도를 눈치챘다.“저하, 저하 말씀은 구주왕이 일부러 민규현 씨를 보냈다는 건가요?”임진형이 의아해하며 말했다.“당연하죠. 이 세상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구주왕뿐일 거예요.”문아름이 중얼댔다.“저하, 그러면 어쩌죠? 소채은이라는 여자를 죽여야 할까요?”임진형이 물었다.문아름은 덤덤한 눈길로 먼 곳에 있는 민규현을 힐끗 보았다.“이틀은 더 살려두죠. 민규현이 나타났으니 곧 윤구주도 나타날 테니 말이에요.”“호존 혼자라면 제가 상대할 수 있습니다.”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칼을 안은 남자 독고명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마치 그의 성격처럼 무감정했다.그 말을 내뱉자마자 엄청난 전의가 그에게서 뿜어졌다.“됐어요. 일단 물러나기로 해요.”문아름은 독고명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그는 싸움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강한 상대일수록 그는 더욱 흥분했다.바위 같던 독고명은 문아름이 떠나자 싸늘한 시선으로 먼 곳의 민규현을 힐끗 본 뒤 자리를 떴다.명령을 받고 소채은의 집으로 온 민규현은 엄청난 살기를 느끼고 저도 모르게 바짝 경계했다.그러나 잠시 뒤, 그 살기는 감쪽같이 사라졌다.이러한 상황에 민규현은 미간을 찡그리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설마 내가 조금 전에 착각한 걸까?”중얼대던 민규현은 다시금 주위를 살폈고, 아무런 위험도 없다는 걸 인지하고 나서야 안도했다.그날 밤, 민규현은 네 명의 암부 구성원들과 함께 밤새 소채은의 집 문 앞을 지켰다.다음 날
윤신우는 말을 마친 뒤 별안간 손바닥을 폈고 곧 허공에 떠 있는 비검이 그의 손바닥 위로 나타났다.겨우 손바닥만 한 크기의 비검이 나타나자 윤씨 일가 저택 전체가 그것의 무시무시한 검기에 휩싸였다.“비검?”비검이 나타나자 원래도 추악했던 비검의 얼굴이 더욱더 추악해졌다.“어, 어떻게 서요산의 비검을 쓸 수 있는 거지?”독인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을 때 윤신우는 손을 들어 가리켰다.“가라.”손바닥만 한 비검은 흰 빛줄기가 되어 유성처럼 허공에 있는 검은색의 거대한 손을 향해 날아갔다.쿠구궁!하늘을 전부 가릴 듯하던 검은색의 거대한 손은 그렇게 윤신우의 일격에 파괴되었다.그뿐만 아니라 비검이 지나가는 곳에 있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비검은 독인이 만들어낸 거대한 손을 파괴한 뒤 곧장 독인을 향해 날아들었다.‘뭐야?’무시무시한 비검 때문에 독인은 당황했다. 그는 서둘러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고 자신의 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녹색의 독가스로 보호막을 만들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보호막은 윤신우의 비검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촤악!보호막이 윤신우의 비검 때문에 부서져 내렸다.“젠장... 이렇게 죽는 건가?”독인은 낙담한 얼굴로 코앞까지 날아든 비검을 바라보았다. 그의 일그러진 얼굴 위로 절망이 드리워졌다.그런데 무시무시한 비검이 독인의 머리를 꿰뚫으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 독인의 앞에 섰다.그는 문창정이었다.그가 손바닥으로 밀어내자 윤신우의 비검 위에 손자국이 생겼고 곧 탁 소리와 함께 비검은 방향을 틀어 날아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갔다.“독인, 제가 윤씨 일가의 가주를 얕보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 말을 믿지 않더니, 이젠 믿을 수 있겠습니까?”문창정은 윤신우의 비검을 막은 뒤 음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죽을 뻔했던 독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흘렀다.그는 땀을 닦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네... 선배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윤신우는 갑자기 나타난 문창정을 바라보면서 입을
독인은 윤신우가 단번에 자신의 녹색 발톱을 망가뜨리자 음산한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윤씨 일가의 가주다워.”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입을 열면서 뭔가를 토했고 곧 검은색의 사악한 기운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그 사악한 기운이 나타나자 독인은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이내 검은색의 사악한 기운은 장검이 되었다.장검은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그리고 독인은 검은색의 검을 들고 윤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윤신우는 독인이 검을 들고 달려드는데도 걸음 한 번 움직이지 않고 손을 들었다.쿵!무시무시한 장풍이 엄청난 파워를 지닌 채 독인의 장검에 닿았다. 무시무시한 힘 때문에 독인은 엄지와 검지 사이가 아팠다. 그는 이내 허공에서 연신 뒷걸음질 쳤다.“아주 강하네!”독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어두워진 얼굴로 윤신우를 바라보았다.윤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계속해.”“좋아! 그러면 나도 사양하지 않겠어!”독인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더니 갑자기 두 손을 폈다.“독왕정!”쿵!그의 등 뒤에 있던 검은색의 나무 상자가 갑자기 날아와서 독인의 앞에 놓였다.독인은 두 손으로 수인을 맺은 뒤 검은색의 나무 상자를 눌렀고 곧 무시무시한 독가스가 상자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독가스는 곧바로 결계를 만들었다.그 결계는 범위가 아주 넓었는데 그 범위 안에 있는 생물들이 모두 부식되었다.꽃도, 풀도, 나무도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속도로 빠르게 시들어갔다.“윤씨 일가의 가주가 30년 전 최강자였다고 하던데 오늘 그 실력을 한 번 보고 싶군.”독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폈다.그러자 독가스 결계 안에서 갑자기 아주 거대한 검은색의 손들이 나타났다. 그 손들이 나타나자마자 독인은 윤신우를 가리켰고, 수많은 손들이 윤신우를 공격했다.윤신우는 한쪽 손을 등 뒤로 가져갔는데 아주 평온한 표정이었다.수많은 손들이 그의 앞에 도착했을 때, 윤신우는 갑자기 발을 굴렀다.쿵!엄청난 폭풍이 그의 몸에서 폭
“문 선배님이 보낸 건가?”윤신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문창정 선배님이 그러더군. 윤씨 일가의 가주는 30년 전 최고로 강했다고. 그래서 오늘 한 번 그 실력을 좀 보고 싶은데.”독인이 웃으면서 말하자 윤신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독인은 킥킥 웃었다.“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형님, 저 못생긴 놈이랑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당장 죽이겠습니다!”윤창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면서 독인을 공격하려고 했다.윤창현은 원래 불같은 성격이었기에 그들이 멋대로 윤씨 일가를 침입하고 건방진 소리까지 해대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윤창현은 엄청난 힘이 담긴 주먹을 휘둘렀다.윤창현이 공격하자 독인의 뒤에 서 있던 귀형도를 지닌 탁훈이 검을 뽑았다.검은 검이 나타나는 순간 검날이 섬뜩하게 번쩍였고 탁훈은 곧 윤창현과 격투를 벌이기 시작했다.탁훈이 나서는 순간, 독인의 뒤에 있던 수십 명의 복면을 쓴 강자들이 일제히 외쳤다.“죽여라!”그렇게 대전이 시작됐다.수십 명의 사람들이 삽시에 윤씨 일가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그 사람들이 나서는 순간 윤신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싸우려고? 그렇다면 우리 윤씨 일가도 진지하게 싸워주지. 다들 나와!”윤신우가 명령을 내리자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윤씨 일가의 절정 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30여 명의 사람들 모두 절정 강자였다.그것이 바로 윤씨 일가의 저력이었다.갑자기 30여 명의 절정 강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독인의 눈가가 심하게 경련했다.대전이 시작됐다.독인이 데려온 수십 명의 강자는 이내 윤씨 일가의 절정 강자들과 싸우기 시작했고 곧 무홍의 기운들이 마치 기둥처럼 하늘 위로 치솟았다.다들 싸우고 있을 때 독인이 입을 열었다.“윤 가주, 난 당신과 한 번 실력을 겨뤄보고 싶어.”독인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웃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몸에서 녹색의 독가스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
서울 윤씨 일가.윤구주가 돌아온 뒤 윤씨 일가는 줄곧 평온한 상태였다.깊은 밤, 텅 빈 윤씨 일가의 저택 안.한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마당 안을 누비고 있었다.그 아이는 바로 윤하율이었다.자전거를 타고서 마당을 누비던 윤하율은 앞에 있는 수풀 쪽에서 기척을 들었다.윤하율은 곧바로 멈춰 서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수풀 쪽을 바라보았는데, 수풀 안에서 갑자기 사람 팔뚝만 한 독사가 튀어나와 윤하율을 물려고 했다.“꺅!”윤하율은 겁을 먹고 비명을 질렀다. 윤하율이 비명을 지른 순간, 두 사람이 윤하율의 앞에 나타났다.“아가씨, 왜 그러세요?”그 두 사람은 윤씨 일가의 강자였다.“뱀... 뱀이 있어요...”겁을 먹은 윤하율은 떨리는 목소리로 수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수풀 쪽으로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은 수풀 쪽에서 튀어나온 검은 독사를 발견했다.이상한 점은 검은 독사 외에도 수풀 속에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독을 가진 생물들이 많이 나타났다는 점이다.독이 있는 전갈과 두꺼비, 독사까지...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였다.윤씨 일가의 두 강자는 그 광경을 본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어서 아가씨를 보호해! 누군가 우리 윤씨 일가를 공격하고 있어!”그중 한 명이 그렇게 얘기하면서 빠르게 오른손을 움직였다. 곧이어 무시무시한 장풍이 독을 가진 생물들을 단번에 죽였다.그럼에도 여전히 그 수가 너무 많았다.곧이어 셀 수 없이 많은 독충과 독사들이 저택과 인공산을 가득 메웠다.“기습이다!”“누군가 윤씨 일가를 기습했다!”경보 소리가 저택 전체에 울려 퍼졌다.경보가 울리는 순간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세 명의 강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그 세 사람은 바로 윤신우, 윤창현, 윤정석 형제였다.“하율아!”윤신우는 겁을 먹은 윤하율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아이에게 다가갔다.“하율아, 얼른 아버지한테 말해보렴. 어디 다친 곳은 없니?”윤신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하율을 품에 안고 물었다.“전 괜찮아요...”윤하율은
“구주 형, 수이는 스님이면서 정말 여자를 많이 밝히네!”윤구주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는 공수이가 정말로 칠수방의 여자와 만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들의 진도는 아주 빨랐다.윤구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됐어. 일단 우리는 방해하지 말자.”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뒤쪽으로 걸어갔고, 함지우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공수이 쪽을 힐끗 보더니 묵묵히 윤구주를 따라갔다.그렇게 20여 분 뒤, 공수이와 차비연이 뒤쪽 수풀에서 나왔다.공수이는 굉장히 만족한 표정이었고 차비연은 얼굴이 붉었다. 마치 물기를 머금은 한 떨기 꽃과 같은 모습이었다.“비연 누나, 앞으로 누나는 나 공수이의 여자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진짜 많이 사랑해 주고 아껴줄게요!”공수이는 수풀에서 나오면서 가슴팍을 치며 장담했다.차비연은 웃으며 말했다.“양심은 있네. 내가 그렇게 예뻐해 준 보람이 있어.”“누나는 정말 최고예요! 누나, 내가 정말 많이 아껴줄게요!”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갑자기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누구예요?”공수이는 깜짝 놀랐다.앞에는 윤구주와 함지우가 서 있었다.“어? 구주 형님? 왜 여기 있는 거예요?”윤구주를 본 순간 공수이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함지우는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공수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공수이, 볼일은 다 봤어?”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무슨 볼일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함지우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모르는 척하는 거야? 네가 호색한이라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뻔뻔하기까지 하네.”공수이는 함지우의 말이 들리지 않는 척했다. 뻔뻔하다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칠수방의 차비연이 이때 윤구주를 보았다.“멋진 오빠? 왜 여기 있는 거예요?”차비연은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너였어?”윤구주는 공수이와 만난다는 칠수방의 여자가 차비연일 줄은 몰랐다.“네, 저예요.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차비연은 흥분해서 말했다.두 사
“누나도 정말 날 좋아해요?”공수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곤륜을 떠난 뒤 공수이는 줄곧 달콤한 연애를 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그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전부 윤구주를 좋아했고 그것 때문에 공수이는 꽤 충격이 컸다. 그래서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드나들었다.공수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는 난생처음 고백받았다.“응, 좋아해!”차비연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상에, 태웅이 형님. 들었어요? 누나가 절 좋아한대요!”공수이는 너무 들뜬 나머지 눈시울이 빨개져서 기쁜 얼굴로 정태웅에게 말했다.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잘됐네!”“누나, 사랑해요!”공수이는 갑자기 차비연의 곁으로 달려가더니 몸매가 좋은 차비연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면서 머리를 차비연의 가슴 쪽에 대고 비볐다.이러한 상황에 차비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공수이가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몰랐다. 공수이는 단숨에 그녀를 끌어안았다.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어처구니가 없었다.함지우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차비연을 품에 안은 공수이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세상에, 저럴 수도 있다고? 대단해. 정말 대단해!”공수이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차비연을 꽉 끌어안았다.차비연은 사람들 앞에서 안기게 됐는데도 머쓱해하지 않고 공수이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울지 마. 앞으로는 내가 예뻐해 줄게. 수이야, 잠깐 너랑 단둘이 얘기를 나눠도 될까?”차비연은 갑자기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당연히 되죠!”말을 마친 뒤 공수이는 차비연의 품에서 벗어나며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요. 제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안내해 줄게요.”그렇게 공수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비연을 데리고 떠났다.두 사람이 정말로 단둘이 떠나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약 30분 뒤, 윤구주는 소채은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왔다.두 사람은 조금 전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공수이와 칠수방의 일을 알지 못
“네, 맞아요. 혹시 그 스님에게 전해주실 수 있나요? 호감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요.”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당연하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수이에게 얘기하고 올게요.”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곧바로 공수이를 찾으러 갔다.같은 시각, 공수이는 함지우와 나란히 앉아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이때 정태웅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수이야, 수이야. 오늘 대박이야!”공수이와 함지우는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개를 돌렸다.“태웅이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대박이라니요?”공수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달리느라 숨을 헐떡대던 정태웅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수이야, 칠수방의 미녀들 혹시 기억해? 그들이 널 찾으러 왔어!”‘뭐라고?’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태웅이 형님, 거짓말 아니죠? 정말이에요?”공수이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진짜야. 그 미녀가 널 만나고 싶다고 직접 찾아왔어. 지금 바로 집 앞에 있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안내해 줄 테니 날 따라와.”정태웅이 말했다.그 말에 공수이는 처음엔 당황하더니 곧 흥분해서 바람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마당 쪽으로 향했다.정태웅은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함지우는 그 광경을 보더니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정말로 스님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참 별난 세상이네. 안 되겠어. 나도 가봐야겠어.”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둘을 따라갔다.집 문 앞에는 긴 치마를 입은 몸매 좋은 차비연이 서 있었고 그녀의 뒤에는 늘씬한 미녀가 있었다.공수이는 서둘러 도착한 뒤 차비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누나!”차비연을 본 순간 공수이는 잠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목소리가 떨렸다.그는 달려가면서 외쳤다.차비연은 공수이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드디어 찾았네.”“누나, 혹시 날 찾으러 온 거예요?”공수이는 매우 기뻤다.“그럼! 참, 다친 곳은 어때? 나한테 약이 있는데 써볼래?”차비연은 그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여자의 훌륭한 몸매를 가릴 수는 없었다.게다가 눈처럼 흰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가 어우러지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그리고 뒤에 있는 여자도 아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넷째 언니, 정말로 이곳에서 그 스님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뒤에 있던 늘씬한 미인이 물었다.넷째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자세히 보니 칠수방의 칠금채 중 한 명인 차비연이었다.차비연은 예쁜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야.”“하지만 어르신이 그러셨잖아요. 우리 칠수방은 이번 전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리고 현문과 자운각에서 대장로를 모셨다고 해요. 넷째 언니, 우리가 그 스님을 찾는다면 현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지 않을까요?”차비연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흥, 그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들은 여럿이서 사람 한 명을 괴롭히는 비열한 인간들이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대장로까지 불러오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얼마나 뻔뻔하니. 안 그래?”늘씬한 소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확실히 뻔뻔하긴 하죠.”“그렇지? 비록 우리 칠수방도 6대종문 중 하나지만 나는 그들을 경멸해. 그리고 내가 그 귀여운 스님을 찾는 건 내 사적인 일이야. 그게 그들과 뭔 상관이야?”차비연이 한마디 보탰다.“넷째 언니, 설마 정말로 그 스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죠?”늘씬한 미녀가 눈을 깜빡이면서 웃으며 물었다.“좋아하면 안 돼? 그 스님은 아주 강했어. 게다가 얼굴도 귀엽잖아! 그런 애를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어?”“하지만... 스님이잖아요!”늘씬한 소녀가 말했다.“하하, 나는 원래 자극적인 걸 좋아해.”차비연이 대꾸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윤구주 등 사람들이 지내고 있는 집 쪽으로 향했다.“바로 저 앞이야!”윤구주의 집에 도착하기 직전, 차비연이 입을 열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곧바로 그곳으로 빠르게 다가갔고 늘씬한 미녀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집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게
함지우는 공수이의 낙담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에게로 걸어갔다.“공수이, 뭐해?”함지우는 일부러 물었다.함지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공수이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뭘 하든 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음, 나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 너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그거 진짜야?”함지우의 질문에 공수이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래요. 좋아해요. 왜요?”“대단하네. 스님이 여자를 좋아하다니, 너 정말 대단하다.”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다들 속세에는 유혹이 많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일 줄이야.”함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공수이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공수이는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는 함지우와 가까이 앉기 싫은 듯했다.“자, 형한테 얘기해 봐. 넌 어떤 여자를 좋아해?”함지우는 얄미운 얼굴로 공수이에게 물었고 공수이는 그를 무시했다.“쪼잔하게 굴지 말고 얘기해 봐.”공수이가 대답하지 않자 함지우가 계속해 물었다.공수이는 잠깐 뜸을 들인 뒤 말했다.“일단 그 사람은 얼굴이 아주 예뻐요. 그뿐만 아니라 피부도 아주 매끈하고 보드라워 보였고 몸매도 굉장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도 분명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예요. 날 계속 칭찬해 줬고 날 향해 웃어주기도 했어요.”“진짜?”함지우는 그 말을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믿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공수이가 투덜댔다.“나한테 얘기해 봐. 그 사람 이름이 뭐야? 어디 출신이야?”“이름은 알지 못해요. 칠수방 사람이란 것만 알아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에 차비연을 떠올렸다.“칠수방? 6대종문 중 하나인 칠수방?”함지우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왜요?”공수이가 말했다.“네가 칠수방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칠수방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다른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공수이가 반박했다.함지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