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현무는 말을 마친 뒤 그들과 함께 돌아갔다.차에 탄 두현무는 차 안에 있던 임진형이 사라진 걸 보았다.“음? 임 부장님은?”두현무가 궁금한 듯 묻자 앞에 있던 부하가 서둘러 대답했다.“임 부장님은 도망치셨습니다.”“뭐라고? 도망쳤다고?”두현무는 황당했다.“네, 조금 전 임 부장님은 무슨 이유에선지 미친 사람처럼 귀신을 봤다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셨습니다. 저희가 불러도 아랑곳 하지 않으시더라고요.”부하의 말에 두현무는 어리둥절했다.그는 임진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는 비록 음흉하고 여자를 밝혔지만 정치질만큼은 남들보다 월등히 잘했다.게다가 그는 현재 후방지원부대의 부부장이었다.국방부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그가 겁에 질려서 도망쳤다니?게다가 귀신을 봤다고?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먼 곳을 바라보던 두현무는 고개를 돌려 용인 빌리지를 보았다. 그는 왠지 갈수록 이 일이 윤구주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됐어. 여긴 좀 이상해. 우리는 얼른 떠나는 게 좋겠어.”두현무가 말했다.“둘째 도련님, 김 노파의 복수는 하지 않는 겁니까?”이때 팔이 부러진 자서와 해저가 함께 입을 열었다.“복수? 너희들 실력으로 복수할 수 있겠어?”두현무가 일침을 놓았다.5품 대가인 자서는 그 말을 듣자 수치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그러나 사실이었기 때문에 치욕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용인 빌리지 안.한 남자가 뒷짐을 진 채로 산허리에 서서 마치 왕이 천하를 내려다보듯 두현무 등 사람들이 떠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두씨 일가라.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곧 세상에 알려지겠군.”그렇게 중얼거린 뒤 윤구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소씨 저택.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진 뒤 소청하는 무척 즐거워했다.지금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딸이 곧 결혼한다고, 그것도 윤구주와 결혼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그의 행동에 이웃들뿐만 아니라 천희수마저 그가 미친 건 아닐지 의심했다.천희수는 소청하가 왜 갑자기 달라졌
화진의 수도, 서울.이곳은 화진의 정치, 금융 중심으로 세계 최대의 무역 중심지였다.이곳에는 부자들과 권력가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쉽게 설명하자면 지하철을 타도 어느 정치가의 발을 밟을 수 있을 정도였다.서울의 서진.그곳에는 엄청난 궁전들이 있었다.그 궁전들은 기세가 웅장하고 아주 드넓었다.그곳이 화진에서 가장 유명한 국방부 최고사령부라는 건 서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화진에서 육해공 3군 모두 최고사령부의 지휘에 따랐다.화진 국방부의 왕이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멀리서 궁전들을 바라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우뚝 솟은 9개의 거대한 기둥이다.기둥은 각각 수 미터의 너비에 그 위에는 금룡이 조각되어 있었다.화진에서는 9와 용을 숭상한다.9개의 용이 조각된 거대한 기둥은 궁전들의 최전방에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기세가 산천을 삼키고 천하를 뒤흔들 듯했다.9개의 기둥 뒤에는 웅장한 기세의 궁전이 있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구주전이었다.이 전당은 당시 화진의 왕, 구주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구주전은 십여 명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안이 텅텅 비어 있었다.과거 구주전은 최고 기밀 기지인 사령부였다.이곳에서는 5미터마다 실탄을 장착한 경위들을 볼 수 있었고 이 경위들은 모두 무사급 이상이었다.무도 실력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 특전사 이상의 총기 전문가였다.그리고 이 궁전들의 최후방에는 아주 특별한 전당이 있다.그곳은 다른 궁전들보다 훨씬 더 높고 사치스러웠다.금사남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에는 아주 커다랗게 이황전 세 글자가 조각되어 있었다.그곳은 화진의 새로운 왕 이황왕의 궁전이었다.옛 왕은 세상을 떴고 새로운 왕이 세상을 다스린다.현재 이황왕은 화진의 4대 고대 무술 가문 중 하나인 문씨 가문의 딸 문아름이었다.그녀는 지난 100년 동안 화진에서 처음 나온 국방부의 여왕이었다.그리고 한때는 구주왕의 약혼녀이기도 했다.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도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던 금빛은 수련에 따라 점차 희미해졌다.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가냘픈 몸이 격렬하게 떨렸고 온몸을 뒤덮었던 금빛은 마치 쫓기기라도 한 듯 펑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문아름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 위태롭게 숨을 쉬었다.“역시 수련할 수 없는 건가?”문아름은 실망스러운 듯 말했다.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고개를 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아름아, 내가 그랬잖니? 이 신공은 비록 천하제일이지만 너한테는 맞지 않는다고 말이야. 이건 아무래도 그의 신공이니까.”이때 밀폐된 암실에서 갑자기 희미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그것은 안개 같기도, 혼령 같기도 했다.검은 그림자 너머 노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으나 그의 외모는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문아름은 그 노인이 나타난 순간, 당황하지 않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 이 구양진용결은 정말 그만 수련할 수 있는 건가요?”‘그’를 언급하자 문아름의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 신공은 신급 경지에 다다른 내공을 근간으로 할 뿐만 아니라 그 영패의 현오심법을 보조로 해야만 수련할 수 있어. 당시 이 신공은 곤륜에서 흘러나왔는데 나조차도 그 오의를 꿰뚫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정말로 이 신공을 수련할 생각이라면 잃어버린 영패를 손에 넣는 수밖에 없어.”그 말을 들은 문아름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걸렸다.“영패요? 그 영패는 이미 그의 시신과 함께 죽음의 바다에 가라앉았어요.”그 말을 할 때 문아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노인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한 거냐?”“아뇨, 아니에요!”문아름은 서둘러 고개를 가로저었다.“당황할 필요 없다. 그냥 말해본 거니까. 사실 네가 그를 잊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지. 어쨌든 그와 같은 왕은 이 세상에 몇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우리 문씨 가문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그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너도 반드시 그를 잊어야
노인이 떠난 뒤 문아름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아름다운 두 눈을 꼭 감았다.“구주 오빠, 우리 평생 함께하자!”“구주 오빠, 무술 가르쳐줘!”“구주 오빠, 사랑해. 난 오빠랑 같이 이 세상의 풍경을 보고 싶어. 평생 내 곁에 있어 줘야 해...”지난 추억들이 영화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갔고 어느샌가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려 마침내 그녀의 백옥 같은 흰 팔 위로 떨어졌다.차가운 눈물 한 방울을 바라보며 문아름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나 팔을 털자 별안간 그녀의 온몸에서 악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그 순간, 조금 전의 부드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무자비한 기운이 감돌았다....같은 시각, 국방부 입구에 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다.차가 멈추고 누군가 허둥지둥 차에서 내렸다.자세히 보니 그는 며칠 전 강성에 갔었던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었다.임진형은 그날 윤구주를 본 뒤로 완전히 겁에 질려서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하루 종일 끼니조차 챙기지 못하고 돌아온 그는 곧장 국방부로 돌아왔다.국방부 입구에 도착한 뒤 임진형은 미친 사람처럼 국방부 대문을 향해 돌진했다.“누가 감히 국방부에 난입하려고 해?”분노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입구에 있는 네 명의 실탄을 장착한 국방부 경비원이 임진형을 향해 새까만 총구를 겨누었다.“난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다. 급한 용무가 있어 왕을 뵈어야겠다!”임진형이 숨을 헐떡이며 서둘러 품속에서 자신의 후방지원부대 영패를 꺼냈다.경비원들은 영패를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왕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폐관 수련하는 동안은 아무도 방해하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무단 침입자는 죽이라고 하셨습니다.”“급한 일이라고! 아주 큰 일이란 말이다! 시간이 지체되어 왕께서 죄를 물으신다면 너희 모두 죽게 될 거다.”임진형이 매섭게 소리쳤다.국방부 경비원들은 그 말을 들은 후 망설이는 눈빛으로 임진형을 바라보았다.그
“그저 급한 일로 저하를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강성에서 죽은 사람을 봤다고 했습니다. 죽었어야 했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그 말에 문아름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죽은 사람?”그녀는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들어오라고 해.”“네!”잠시 뒤 임진형이 들어왔다.이황전 입구에 도착했을 때, 임진형은 검을 안은 채로 이황전 입구에 앉아있는 초췌한 남자를 보았다.남자는 두 눈을 감고 마치 바위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그를 본 순간, 임진형은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그는 검을 품은 사내를 쳐다볼 용기조차 없어서 급히 그를 피해서 에둘러 돌아가 이황전 안으로 들어갔다.웅장하고 장엄한 이황전 안에는 경국지색의 여자가 조용히 앉아있었다.그녀는 이황왕 문아름이었다.임진형은 궁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았다.임진형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임진형, 저하를 뵙습니다!”문아름은 덤덤한 얼굴로 그를 힐끗 보았다.“일어나시죠. 말해봐요, 왜 갑자기 서울로 돌아온 거죠?”임진형이 서둘러 말했다.“저하, 급한 용무가 있어 빨리 저하께 보고하려고 서둘러 돌아왔습니다.”“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급한 거죠?”문아름이 물었다.임진형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저하, 제 말에 절대 놀라셔서도, 화를 내셔서도 안 됩니다. 이 일은 정말 큰 일입니다.”“하하.”문아름은 웃었다.그녀의 미소는 모두를 홀릴 듯했지만 그녀의 웃음 속에는 살의가 숨겨져 있었다.“말해보세요. 무슨 일이길래 내가 놀랄 거로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네요.”임진형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말했다.“저하, 저는 강성에서 죽었어야 할 사람을 봤습니다.”“그가 누군가요?”문아름이 물었다.“구주왕입니다.”임진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국방부에서 금기시되는 이름을 내뱉었다.“뭐라고요?”그 말에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던 문아름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폈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섬뜩한 살기가 번뜩였다. 그녀는 눈
임진형은 눈앞의 새로운 왕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새로운 왕을 정할 때 국방부의 한 중장이 문아름은 왕의 자격이 없다고 직언했었다.소문에 의하면 그 중장은 다음 날 바로 머리가 잘리고 오장육부가 전부 파인 채 가죽만 집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임진형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면서 서둘러 대답했다.“네... 네!”곧이어 임진형은 강성에서 윤구주를 보았던 일을 곧이곧대로 얘기했다.그는 두씨 가문에서 두나희를 데리러 갔다는 것도, 윤구주가 용인 빌리지에 있었다는 것도 전부 얘기했다.줄곧 안색이 좋지 않던 문아름은 그 얘기를 듣더니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그가 확실해요?”임진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합니다! 틀림없습니다! 당시 저는 후방지원부대에서 잡일이나 맡았지만 그를 자주 보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왕의 기운은 정말로 남달랐습니다. 그래서 전 그가 확실하다고 장담합니다!”그 말에 문아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가 살아있다고? 진짜일까? 그는 우리 문씨 일가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기린화독에 당했고 심지어 10국의 신급 강자들에게 공격받아 죽음의 바다에 빠졌는데 살아있을 리가.’그러나 생각을 바꾼 문아름은 곧바로 마음이 일렁였다.‘하지만 그는 왕이었어. 화진의 최강자이기도 했지. 이 세상에 기린화독에 당한 채로 14명의 신급 강자와 죽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그밖에 없을 거야.’문아름은 윤구주의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렸다.그는 한때 무적이었다.문아름은 별안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제부터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아요. 만약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서 내게 들킨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알고 있죠?”문아름의 매정한 목소리가 임진형의 귓속을 파고들었다.임진형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문아름은 아름다운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윤구주, 정말 살아있는 거야? 부디 날 실망하게 하
“게으름뱅이네. 알겠어. 이 일은 전부 나한테 맡겨!”소채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결혼식 준비에 필요한 것들을 전부 자신의 태블릿에 적었다.다 기록한 뒤 소채은은 태블릿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야, 나 지금 엄청 중요한 거 물어볼 거거든? 제대로 대답해야 해!”“응, 얘기해.”윤구주가 말했다.“알겠어. 그럼 물을게. 나 만나기 전에 여자 친구 사귄 적 있어? 좋아하는 여자는 있었어?”그 질문에 윤구주는 당황했다.그는 소채은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다. 윤구주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구주야, 왜 대답하지 않는 거야? 설마 예전 일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래?”윤구주가 대답하지 않자 소채은이 물었다.“아니.”윤구주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그럼?”소채은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윤구주를 향했다.“채은아, 솔직히 얘기할게. 난 예전에 확실히 여자가 있었어.”윤구주의 대답에 소채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그녀는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계속 얘기해 봐.”윤구주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난 사실 그녀에 관한 일은 거론하고 싶지 않아. 그 여자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거든. 하지만 네가 물었으니 얘기할게. 사실 난 이미 오래전에 그 여자에 대한 마음을 접었어. 지금 난 그녀를 증오할 뿐이야.”“증오라고?”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해했다.“맞아, 증오! 그 여자 때문에 난 죽을 뻔했거든. 그리고 그 여자 때문에 널 만나게 됐지.”윤구주는 그 말을 할 때 갑자기 주위 공기마저 스산해졌다.‘어머나.’“그런 일이 있었다고? 구주야. 나한테 그녀에 관한 얘기를 더 해줄 수 있어? 그 여자는 왜 널 해치려고 한 거야?”소채은이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가 대답했다.“그녀가 누군지는 당분간 묻지 마. 날 믿어줘. 언젠간 너에게 모든 걸 얘기해줄게.”윤구주의 말에 소채은은 침묵했다.그녀는 윤구주의 큰 손을 꼭 잡았다.“미안해
하루 뒤, 강성 국제 공항.연예인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자가 비즈니스석에서 내렸다.그녀는 눈부시게 빛났다.여자가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타고난 여왕 같은 그녀는 경국지색의 용모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우아한 분위기로 모든 것을 압도했다.아름다운 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한 명은 초췌한 얼굴에 무감정한 눈빛을 한 남자였다. 그는 회색 긴팔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차림새가 아주 이상했고 품에는 검은 천으로 싸인 검을 안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서울시 국방부 후방지원부대 부부장 임진형이 있었다.“저하, 이번에 강성으로 오는데 왜 전용기를 타시지 않고 일반 여객기를 타신 겁니까?”임진형은 공항에서 나오며 곁에 있는 여자를 향해 물었다.문아름은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강성에 오기로 결심했다.그녀는 그가 살아있는 게 맞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생각이었다.“당신처럼 무능력한 사람이 뭘 알겠어요? 내가 갑자기 떠난다면 국방부에서 의심할 거 아니에요?”문아름이 차갑게 대꾸했다.“네, 네! 역시 저하는 주도면밀하십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임진형은 얼른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가서 택시나 잡아요.”문아름이 말했다.임진형은 알겠다고 한 뒤 부랴부랴 택시를 잡으러 갔다.공항 정문 앞.임진형이 택시를 잡으러 간 사이 문아름은 검을 든 사내와 조용히 서 있었다.이때 공항에서 세 명의 양아치 같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선글라스를 끼고 레게 머리를 한 남자였고 다른 두 남자는 특이한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그들은 엄청난 미인이 공항 정문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레게 머리를 한 남자가 먼저 흥분하며 선글라스를 벗었다.“미친, 저 여자 엄청 예쁜데? 우리 강성에 언제 저런 미인이 있었지?”그의 말에 뒤에 있던 두 남자도 문아름을 바라보았다.“정말 예쁘네!”“미쳤다. 강성시 미인 선발 대회 우승자보다 더 아름다워. 난 저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 봐.”“가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