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니야. 그냥 몸을 조심하라고 했어! 그렇죠? 아저씨?”윤구주가 말하며 소청하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그래그래. 구주 말이 맞아...”“네? 아빠 방금 뭐라 하셨어요?”소채은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자기 아빠를 바라보았다.소청하가 윤구주를 구주라고 부르는 것을 보자, 옆에 있던 천희수도 의아했다.예전 같으면 그는 윤씨 그 자식이라고 불렀는데, 오늘은 왜 이리 친절한지 이해가 안 되었다.“구... 구주라고 불렀어. 왜?”소청하는 윤구주를 ‘저하’라고 부를 수 없었기에 이렇게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아빠는 구주를 많이 무시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빠, 혹시 정말 변했어요?”소채은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바보 같은 우리 딸, 아빠가 언제 윤씨... 우리 구주를 무시했다고! 난 이미 말했어, 예전에는 아빠가 눈이 먼 거야. 그건 분명히 오해였어, 내가 구주에게 사과할게! 지금부터 너와 구주의 일은 아빠가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거야! 정말로!”소청하는 무릎 꿇고 하늘에 맹세할 것처럼 간절하게 말했다.그러자 소채은은 몹시 기뻤다.이번에 윤구주를 집에 오라고 한 것은 자기 아빠가 정말 변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뜻밖에도 아빠는 정말로 윤구주와 사귀는 것을 허락했다.“구주야, 들었지? 아빠가 우리 사귀는 걸 허락했어!”소채은은 기뻐서 윤구주의 손을 잡고 말하자 윤구주도 한마디 했다.“우리를 허락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저씨.”“아니야, 아니야.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옆에 있는 천희수도 웃었다.자기 남편이 이렇게 변했고, 집안이 이렇게 화목한 걸 보고 그녀도 마음속으로 기뻤다.“잘 됐어! 우리 집안도 이젠 화목하게 지내게 되었네! 구주야, 왔던 김에 우리 집에서 함께 저녁 먹는 건 어때?”천희수가 말했다.“그래! 그래! 함께 저녁 먹자!”소청하도 부탁하는 듯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는 윤구주와 같은 신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인지 누구보다 잘
소채은이 뭔가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윤구주가 말했다.“바보. 헛생각하지 마. 지금 네 아빠가 얼마나 좋아?”“흥! 감히 나를 바보라고? 넌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야.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이 안 날걸?”그가 자신을 바보라고 하자 소채은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다.그 모습을 본 윤구주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바보야, 이제 됐지?”“진작에 그러지!”소채은은 말을 하고 다시 행복한 표정으로 윤구주의 팔짱을 꼈다.“구주야, 이제 아빠도 우리를 허락하셨으니 우리는 이제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겠지?”윤구주는 부드럽게 소채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물론이지. 약속할게!”“헤헤.”소채은은 윤구주의 품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구주야, 며칠 후에 널 데리고 병원에 가고 싶어.”“왜 갑자기 병원으로 가는 거야?”윤구주가 궁금한 듯 물었다.“바보 같으니라고! 네 기억 상실증 때문에 그러는 거야!”윤구주는 사실 자기가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입가에 거의 나올 뻔한 말을 다시 삼켰다.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소채은은 그가 기억 상실증을 걱정하는 줄 알고 서둘러 위로했다.“구주야, 나 소채은이 오늘 맹세할게! 네 기억이 돌아오든 못 오든 난 널 한평생 보살펴줄게! 영원히 너와 헤어지지 않고 평생 너와 함께할 거야!”이 말을 듣자 윤구주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그는 눈을 들어 부드러운 모습으로 눈앞에 있는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얼마나 좋은 여자인가!그녀는 한 번도 그를 싫어한 적이 없었다!그가 가진 게 아무도 없어도, 기억 상실증에 걸렸어도, 한평생 함께 있겠다고 했으니 말이다!“채은아, 사랑해!”윤구주가 갑작스레 고백했다.“나도 널 사랑해!”소채은이 말을 마치자, 그녀의 아름답고 예쁜 얼굴에 갑자기 홍조가 떠올랐다.한 쌍의 연인이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어느새 천희수와 소청하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았다.식탁으로 온 윤구주는 가족들
잠시 후 소청하는 자신이 10년 이상 간직해 온 모태 고량주를 꺼냈다.아빠가 이렇게 귀하고 좋은 술을 꺼내는 것을 보고 소채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빠, 웬일로 가장 아끼던 좋은 술을 꺼내셨어요?”“당연하지! 구주와 함께 마시니 제일 좋은 술을 꺼내야지!”소청하는 말 하며 윤구주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이 술잔에 차오르자 소청하는 술잔을 들고 윤구주와 마시려 했다. 그의 손은 분명히 떨고 있었다.“자, 한잔하세.”그러자 윤구주도 술잔을 들고 말했다.“건배합시다!”독한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그리고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말을 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얼마 안 되어 한 병을 금방 다 마셨다.소청하는 또 두 병을 더 꺼냈다.십몇 년 동안 간직해 온 이 모태 고량주는 소청하가 자기 생명보다 더 아끼는 술이었다.시장에 내놓아도 이런 좋은 술은 가격이 엄청 비쌌다.하지만 그는 지금 눈 한 번 깜짝이지 않고 윤구주와 그 술을 마시고 있다.소청하의 주량은 매우 좋았지만 윤구주의 주량은 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잠시 후 소청하는 술에 취했다.그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윤구주와 소채은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했다.말하다가 심지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빠, 울기는 왜 울어요! 그만 마시세요!”소청하가 우는 것을 보자 소채은은 얼른 위로했다.“아니야! 난 안 취했어! 더 마실 수 있어. 그리고 너한테 할 말이 너무 많아. 채은아, 미안해... 예전에는 아빠가 잘못했어, 난 좋은 아빠가 아니었어! 날 너무 탓 하지 말아줘! 하지만 걱정하지 마. 지금부터 아빠가 널 잘 돌봐줄게. 그리고 우리 가족도.”소청하는 이렇게 말하며 술잔을 들고 계속 술을 마셨다.그가 헛소리하는 것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그가 취해서 자신의 정체를 말해버릴까 봐 입을 열었다.“아저씨, 술을 많이 드신 거 같은데 얼른 들어가서 잘 쉬세요!”원래 술에 취해 있던 소청하는 윤구주의 말을 듣고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그래! 구주의 말을 들어야지!
천희수도 의심스러웠지만 마음속으로는 행복했다.이런 화목한 분위기는 오랜만이었다.밥을 먹은 후 천희수는 설거지했고 소채은이 윤구주와 함께 있었다.저녁 9시가 되자 윤구주가 용인 빌리지로 돌아가려 했다.원래는 혼자 돌아가려 했는데 소채은이 그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문 앞에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민 지휘사님, 저하께서 나오셨어요!”멀리에 숨어 있던 백경재가 윤구주를 발견하자 말했다.소채은이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소씨 저택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본 민규현이 물었다.“백 선생, 저하께서 저 채은 아가씨를 안 지 얼마나 되었어요?”“민 지휘사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저하께서 진심으로 채은 아가씨를 좋아해요.”“그래요?”민규현은 고개를 들어 멀리에 있는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저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자는 이번 생에 복 받은 거에요. 문씨 가문의 그 독한 여자는 빼고!”민규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백경재는 가만히 서 있었다.싸늘한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소채은은 행복하게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구주야, 빨리 날 꼬집어 봐!”소채은이 갑자기 말했다.“꼬집으라고? 왜?”윤구주가 의아한 듯 물었다.“아이고! 묻지 말고 그냥 꼬집어 봐!”소채은이 고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윤구주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그러자 소채은이 갑자기 말했다.“이 모든 게 꿈이 아니었어! 진짜였네!”윤구주는 할 말을 잃었다.“...”소채은은 이 모든 게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을까 봐 두려워했다.“구주야, 난 너무 행복해! 우리 둘에게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리고 가장 행복한 것은 아빠가 우리 둘을 허락하셨다는 거야! 심지어 너한테도 그렇게 잘 해주고!”소채은이 행복에 넘친 표정으로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윤구주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날 믿어줘. 앞으로 다 잘
“영원히, 영원히 너와 함께 있고 싶어!”말을 마친 그녀는 앵두 같은 작은 입술을 윤주구의 잘생긴 얼굴에 갖다 댔다.그 순간 윤구주의 마음이 와르르 녹아내렸다.그는 원래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가장 사랑하는 그녀에게 말하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과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이전에 왕이었든 거지였든 소채은은 변할 게 없었다.그는 다시 한번 그녀를 바라보다가 덥석 끌어안았다.“채은아, 사랑해! 나랑 결혼해 줄래?”이 말을 들은 소채은은 갑자기 몸이 약간 떨렸다.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앞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너... 너... 너와 결혼해달라고?”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랑 결혼해 줘! ”결혼?사실 결혼에 대해서 그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예전에 조성훈과 같은 정략결혼마저도 그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윤구주가 갑자기 결혼 말을 꺼내니 그녀는 잠시 멍해져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바보처럼 멍하니 윤구주를 쳐다보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소채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윤구주가 말했다.“나랑 결혼하는게 싫어?”그러자 소채은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 절대 그런 건 아니야! 그냥... 갑자기 결혼 말이 나와서 그래. 너무 빠른 것 같지 않아?”“빠르다고 생각해?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게다가 네 아빠는 이미 우리가 사귀는 것을 허락하셨잖아.”윤구주가 이렇게 말하자 소채은은 다시 한번 침묵에 빠졌다.그는 말을 이어갔다.“네가 싫다고 해도, 난 괜찮아.”“아니야!”소채은은 윤구주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말했다.“구주야, 나에게 생각할 시간 좀 주면 안 돼? 어찌 됐든 나에게 있어서 이건 평생 가는 큰일이야. 딱 하룻밤만 줘. 내일 바로 답장을 줄게!”소채은은 부탁하는 어조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알겠어. 널 기다릴게!”윤구주가 말했다.그녀가 내일 그에게 결혼을 원한다기만 하면 윤구주는 그녀를 세상
소씨 저택으로 돌아온 후 소채은은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오늘 밤 윤구주가 갑자기 프러포즈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여자로서 행복한 일이다. 소채은도 마찬가지이다.하룻밤 고민하겠다고 한 이유도 너무 설레어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서였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이었다.앉아 있을 수도 없고!서 있을 수도 없고!소채은은 들뜬 마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1시간 넘게 혼자 끙끙거리다가 소채은은 결국 천희수를 찾으러 갔다. 천희수는 잠옷을 갈아입고 자려고 했지만 소채은의 목소리를 듣자 다시 옷을 걸치고 나왔다.“채은아,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천희수는 문을 열고 문 앞에 있는 소채은을 보며 물었다.“엄마, 정말 중요한 일이 있는데 엄마랑 얘기하고 싶어요.”소채은은 흥분하며 말했다.“무슨 일인데?”천희수는 궁굼해하며 물었다.“제 인생과 관련된 큰일이요!”뭐?“인생? 결혼?”천희수는 멍해졌다.“헤헤. 네. 엄마! 그거 아세요? 오늘 밤 구주가 갑자기 저에게 프러포즈했어요. 그래서 엄마와 아빠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결혼?그 단어를 듣자 천희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채은아, 엄마가 널 말리려는 건 아닌데. 너랑 구주가 안지도 얼마 안 되고 게다가... 구주가 기억상실증도 있고 지금 직장도 없잖아? 지금 결혼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천희수가 소채은을 달래며 말했다. 엄마로서 딸의 앞으로 생활을 위해 이런 고민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소채은은 이렇게 말했다.“엄마,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구주의 기억상실증은 제가 반드시 병원에 데려가서 잘 치료할 거예요. 그리고 구주가 직장이 있든 없든 가난하든 부자든 저는 상관없어요! 제가 구주를 선택한 건 오직 구주라는 사람 때문이에요. 엄마도 알잖아요!”“알지! 하지만 결혼은 너무 큰 일이야. 엄마가 이래라저래라 하지는 않을 건데 너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평생을 산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지
소채은은 소청하에게 물어보라는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 소청하가 어떻게 대답할지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면 소청하는 줄곧 윤구주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에만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천희수 말대로 만약 소청하가 이 소식을 들으면 갑자기 화를 내지 않을가 소채은은 겁이 났다. 심지어 지금처럼 윤구주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소채은이 걱정하고 있을 때 갑자기 소청하가 나타났다.“시집가! 채은아, 꼭 구주한테 시집가야 해!”그 말을 듣자 소채은과 천희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른 소청하를 바라봤다! 소청하는 아직도 술이 채 깨지 않은 상태였지만 두 눈은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채은이 윤구주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술이 깨는 것 같았다! 그는 지금보다 정신이 더 말짱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순간 소청하는 흥분하여 하마터면 펄쩍 뛸뻔했다.헐!윤구주와 결혼하는 것은 소씨 가문의 영광 아닌가!비록 소청하는 지금도 윤구주가 도대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하지만 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 강성 시장 임기준 그리고 정계 인사들이 모두 윤구주를 보고 굽신거리는 걸 보니 평범한 인물이 아닐 것 같았다!그래서 윤구주가 소채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고 했을 때 소청하는 격동되는 마음에 펄쩍펄쩍 뛰었다.“채은아, 아빠 말 잘 들어. 꼭 구주한테 시집가! 구주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고 아끼는데! 만약 구주한테 시집 안 가면 나는 너와 부녀 관계를 끊을 거야!”응?그 말을 듣자 소채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우리 아빠 맞아?’예전에는 윤구주와 계속 만나면 부녀 관계를 끊겠다고 했다.하지만... 오늘은? 이게 무슨 일이지?천희수도 소청하의 말을 듣자 어리둥절하며 멍을 때렸다.“여보, 술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여보가 어떻게... 채은이를 구주한테 시집가라고 할 수 있죠?”소청하는 침을 튀기며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네가 뭘 알아! 내가 똑똑히 말할
소청하의 말을 들은 소채은은 곧 현기증이 날 것처럼 멍해졌다.소청하가 윤구주를 이렇게 인정하고 그와의 결혼도 허락하다니. 예전 같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아빠가 정말 변한 것 같았다.하지만 소채은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빠가 결혼을 허락했으니 그녀는 무엇보다 더 행복했다.“아빠, 엄마! 그러면 두 분께서 모두 저와 구주의 결혼을 허락하신 거 맞죠?”천희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소청하가 먼저 말했다.“물론! 허락하지! 그렇지, 여보?”이에 천희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헤헤. 너무 좋아요! 고마워요. 아빠, 엄마! 내일에 어떻게 구주에게 답해줘야 할 지 이제 알겠어요!”기쁨에 찬 소채은은 이렇게 말한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내일 아침 일찍 이 좋은 소식을 윤구주에게 전하려고 했다.‘지금 바로 알려줄까? 아니야. 내일 아침에 알려주자.’소채은이 떠난 후 천희수는 의심에 찬 표정으로 소청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지면서 말했다.“여보, 어디 아픈 게 아니에요? 정말 우리 딸을 기억 상실증에 걸린 구주에게 시집보내려고?”“당연하지!”소청하가 흐뭇한 얼굴로 대답했다.“아무래도 결혼 같은 큰일은 잘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천희수가 계속하여 말했다.“생각하기는 개뿔!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이제 우리 소씨 가문은 앞으로 조상 대대로 빛날 일만 남았어!”말을 마친 소청하는 기뻐서 방으로 달려 들어가며 흥얼거렸다.“우리 소씨 가문이 드디어 출세했어! 출세했어! 하하하하!”소청하가 흥분하여 날뛰는 모습을 본 천희수는 심지어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깊은 밤.용일 빌리지 뒷산.산처럼 우뚝 솟은 그림자가 어두운 밤에 조용히 앉아있었다.그의 온몸은 금색의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너무 눈 부신 빛 때문에 멀리서 보면 그는 마치 신불처럼 앉아있었다.방금 소씨 저택에서 돌아온 윤구주였다.오늘 밤, 그는 십 국 전쟁 이후 가장 큰 결정을 내렸다.소채은과 결혼을 다
맞는 말이었다.윤구주는 비록 설국인들을 많이 죽였지만 사실 그가 죽인 사람들 중 죽어 마땅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흑여산맥 국경 지역에서 설국의 10만 병사들은 화진의 백성들을 박해했다.그들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나스도 마찬가지였다.그동안 세나스는 계속해 설국의 병력을 키우며 6년 전의 패배로 얻은 치욕을 씻으려고 화진과 전쟁을 치를 생각이었다. 세나미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윤구주가 만약 설국 국주를 죽이지 않고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충격을 받았다.“나는 항상 죽어 마땅한 사람들만 죽였어. 내가 조금 전 얘기한 사람들 중 죽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나?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 복수해. 하지만 명심해. 벌레만도 못한 설국이 감히 정말로 우리 화진과 전쟁을 할 생각이라면 사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걸 말이야. 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일 수도 있어. 심지어 나라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도 잘 알 거야.”윤구주의 말은 칼이 되어 세나미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팠다.이 순간 설국의 군신인 세나미는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제야 윤구주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비록 윤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이고 설국인을 2, 3만 명 가까이 죽이고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지만, 윤구주의 말대로 설국과 화진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죽는 사람은 절대 2, 3만 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백만 명, 천만 명... 심지어 모든 설국인이 죽을 수도 있었다.윤구주의 엄청난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6년 전 설국의 백만 대군이 윤구주로 인해 낭파산에서 죽었던 걸 떠올린 순간 세나미는 정신이 문득 들었다.그녀는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그녀
그녀는 거의 1분 가까이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파란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지금... 지금 생사인을 그냥 없앤 거야?”“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 건 줄로 알았는데?”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세나미에게 되물었다.세나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윤구주가 자신의 미모에 반해서 옷을 벗으라고 한 건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사실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세나미는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렸다.“일단 옷부터 입어.”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세나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체임을 깨닫고 서둘러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입었다.그런 뒤 그녀는 가만히 옆에 서 있었다.움직이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했다.윤구주가 비록 그녀의 생사인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그녀를 죽이는 건 여전히 그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러니 그녀는 감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 왜 날 놓아주려는 거야?”세나미는 용기를 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처음부터 널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윤구주의 말은 사실이었다.흑여산맥에서 세나미가 화진의 유목민들을 놓아주고 그들에게 물과 식량을 나눠주는 걸 본 순간부터 윤구주는 이미 측은지심이 생겼다.설국은 처단해야 했지만 세나미는 처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국적이 다르니 입장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날 죽이지 않았다고 해도 난 당신에게 고마워할 생각이 없어. 난 오히려 당신을 증오해!”세나미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세나미는 설국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심지어 윤구주는 설국의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가족의 원수이며 설국의 원수인 윤구주를 그녀가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윤구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날 증오하는 건 상관없어. 날 죽일 실력이 된다면 언제든 날 찾아와서 복수해.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
국제중재기구 출신의 두 사람이 떠난 뒤 윤구주는 다시 설국 금전으로 돌아왔다.아수라장인 설국 금전 안에서 세나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조금 전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의 사람들이 윤구주를 제압할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를 일격에 죽이는 걸 본 순간, 그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앞으로는 설국을 위해 나서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전 안, 윤구주는 안으로 들어간 뒤 세나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공기 취급했다.윤구주는 과거 설국 국주가 앉았었던 의자에 앉은 뒤 세나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이리 와.”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한 태도였다.그에게 목숨을 저당 잡힌 세나미는 겁에 질린 채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세나미가 얌전히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겉옷 벗어.”‘뭐라고?’그 말을 들은 순간 세나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고개를 들었다.겉옷을 벗으라니?“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세나미는 두려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윤구주는 짜증 난 표정이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벗으라면 벗어!”“싫어! 죽일 거면 그냥 죽여. 하지만 날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세나미는 분노 때문에 눈이 벌게졌다.한때 설국의 군신이자 설국 미래의 황후였던 그녀가 윤구주의 앞에서 옷을 벗는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그가 손을 올려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기운 하나가 세나미 가슴 쪽의 혈 자리에 닿았다.그 혈 자리를 눌린 세나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 악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만약 날 모욕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세나미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어도 윤구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하나가 세나미의 옷을 찢
밀라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밀라나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자랐다.그녀는 서방 제2 제국 황실 공작의 딸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유럽 교황청에서 생활한 그녀는 아시아 국가를 무시했고 그래서 아주 거만했다.밀라나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윤구주를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구주왕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우리 국제중재기구에 불경을 저지른다는 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화진은 동방의 용이라고 불리지만 아무리 강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망하게 될 거예요.”밀라나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었고 기다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다.손을 들어 올린 순간, 윤구주의 훤칠한 몸에서 눈부신 흰빛이 뿜어졌다.그 흰 빛은 바로 윤구주의 적선의 빛이었다.흰빛이 나타나자 어마어마한 살기가 밀라나를 둘러쌌다.“조금 전 그 말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서 살짝 움직였다.그 순간 무시무시한 적선기가 지현으로 변했다.그 공격은 신도 없앨 수 있고 악마도 벨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옆에 서 있던 레이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구주왕, 안 됩니다... 밀라나는... 밀라나는 제2 제국 프로이트 공작의 하나뿐인 딸입니다!”그러나 윤구주는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촤악!빛나는 지현이 밀라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제2 제국 황실 출신의 밀라나는 그렇게 윤구주의 일격에 목숨을 잃었다.눈보라가 휘몰아쳤고, 운이 좋지 않았던 밀라나의 시체는 눈보라 속에서 쓰러졌다.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다.그런데 몇 초 사이,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죽었다.제2 제국의 엄청난 천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상대는 국제중재기구의 일원이었다.윤구주는 밀라나를 죽
윤구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가장 처음 놀란 것은 레이였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칠살 절정 강자인 레이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어떻게... 어떻게 당신일 수가...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레이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져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레이 님, 왜 그러세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옆에 있던 팔이 잘린 밀라나는 궁금증이 생겼다.“저 사람은... 화진의 구주왕이에요. 6년 전 홀로 10국과 싸웠던 그자 말이에요!”레이는 윤구주의 신분을 얘기했다.‘뭐라고?’그 말에 아나스와 밀라나 모두 넋이 나갔다.구주왕?화진의 왕?윤구주를 본 아나스는 몸과 영혼 다 윤구주의 기운에 억눌린 것만 같았다.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밀라나는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했다.“화진의 구주왕이라고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요? 설마 화국이 우리 10국을, 전 세계를 속인 건가요?”아나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윤구주를 본 순간, 그들의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윤구주는 온몸이 흰빛으로 둘러싸였다.조각된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국제중재기구에 날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윤구주의 목소리에 경멸이 어려 있었다.마치 국제중재기구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구주왕, 조금 전에는 저희가 무례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저희 국제중재기구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칠살 절정인 레이는 윤구주를 본 순간 서둘러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옆에 있던 아나스와 팔이 잘린 밀라나는 레이가 윤구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완전히 넋이 나갔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계속해 말했다.“국제중재기구는 아마도 설국 일 때문에 온 거겠지?”“...네.”레이는 비록 인정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국제중재기구가 왔으니 얘기해줄게. 설태현의 목은 내가 잘랐어. 설국의 백 년 국운 또한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널리 울려 퍼졌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세나미는 국제중재기구란 말을 듣는 순간 몸을 흠칫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국제중재기구? 드디어 왔어!”세나미는 어두운 밤 중에 등대를 발견한 사람처럼 흥분해서 금전 바깥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부적대진의 엄청난 힘이 그녀를 튕겨냈다.세나미는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분노 어린 눈빛으로 금전 위쪽에 있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구주왕! 당신이 얼마나 강하든 오늘 국제중재기구가 이곳에 온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 설국을 공격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세계 각국은 국제중재기구의 힘을 믿었다.국제중재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몇몇 제국이 연합해서 만든 기구였기 때문이다.국제중재기구가 나선다면 그 어떤 나라라도 감히 그들을 푸대접할 수 없었다.그런데 지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국제중재기구가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레이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 64개의 부적으로 이루어진 부적대진 안에서 갑자기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국제중재기구? 난 당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렸어.”비록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레이, 아나스,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젠장. 이 사람 엄청 강해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가장 처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게다가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이때 입을 열어 말했다.오직 레이만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부적대진을 노려보고 있었다.“우리가 국제중재기구 사람이란 걸 아시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니까?”그렇게 말하자 광기 어린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부적대진 안에서 들려왔다.“겨우 세 명이 국제중재기구를 대표하려고 하다니, 그러기엔 자격이 부족한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파
부적 대진의 중앙에서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의 몸은 자줏빛 기운을 흡수하자 온몸의 피와 살, 뼈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심지어 외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잘생겨졌다.우우!갑자기 코끼리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고 곧이어 무시무시한 코끼리의 형상이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총 9마리였다.코끼리가 9마리가 나타나자 하늘과 땅도 그 엄청난 위엄을 느낀 듯했다.윤구주가 9마리의 코끼리를 나타나게 하자 설국 금전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금전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았다.“무슨 상황이지? 저 악마... 대체 뭘 하는 거야?”금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자 금전 안에 있던 세나미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금전이 뒤흔들렸고 수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심지어 금전 상공에서도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윤구주의 등 뒤에 코끼리 9마리의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 용의 울음소리 또한 들려왔다.곧이어 9마리의 금빛 용이 윤구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용과 코끼리가 동시에 나타나다니.물에서는 용이 최고며, 육지에서는 코끼리가 최고라고 한다.그런데 윤구주는 용과 코끼리를 동시에 불러냈다.“드디어 성공했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두 눈을 번쩍 뜨며 눈빛을 번뜩였다.쿵!그 순간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구음만상결의 수련에 드디어 성공했다.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성공한 찰나, 그의 입가에 갑자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왔나? 잘 됐어. 너희를 이용해서 시험해 봐야겠어.”윤구주는 도도하게 말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먼 곳, 윤구주가 구음만상결을 수련할 때 세 명의 사람이 설국 수도에 도착했다.“엄청 강한 기운이에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푸른 눈동자는 금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저길 봐요. 저게 뭐죠?”아나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설국 금전 쪽에 아주 거대한 부적 대진이 설국 금전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부적? 저건 화진의 술법이에요!”파란색 머리카락의 요염한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설국 수도에 남아있는 건 분명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말이야. 우리는 그냥 여기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돼. 조급해할 이유가 없어.”염수천의 말을 듣자 박천후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세 명의 강한 절정 기운이 갑자기 박천후의 신해 속에 나타났다.똑같이 절정 강자인 박천후는 허공에서 나타난 절정 강자들의 기운에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강자가 왔어. 다들 경계해!”박천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박천후의 옆, 눈밭에서 앉아 있던 염수천은 이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홍의 기운을 온몸에서 내뿜었다.하늘에서 세 명의 사람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설국의 낙일성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세 사람을 본 순간 염수천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다.“준절정 세 명이야.”“세 사람의 실력은 아마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염수천은 차가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어떡하지? 설국에서 부른 지원군일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저 세 명을 공격할까?”박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세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해치려는 사람은 전부 죽어 마땅했다.“조급해하지 마. 저 세 사람은 설국인이 아닌 것 같아. 게다가 저하께서는 출발하기 전 우리에게 멋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령을 내리셨어.”염수천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천후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저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 저하를 상대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만 해?”“그들에게 그럴 실력이 있겠어?”염수천은 비웃었다.말을 마친 뒤 그는 박천후의 어깨를 토닥였다.“박천후, 걱정하지 마. 우리 저하께서 홀로 설국으로 가서 그들을 공격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든, 감히 우리 저하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모두 죽게 될 거야
“맞아요. 만약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면 우리 국제중재기구는 조금 두려워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잖아요...”레이라고 불린 가장 앞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는 윤구주의 얘기가 나오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레이 님,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당시 10국 간의 전쟁에서 레이 님께서는 구주왕을 직접 본 적이 계시죠?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당시 우리 10국의 강자들이 함께 연합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나요?”건장한 체구의 아나스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금발의 남자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들어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6년 전 전쟁 때가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피는 바다를 이루었고 시체는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당시 그 전투에서 레이는 구주왕의 실력을 본인의 두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그는 그 전투에서 12명의 신급 절정 강자가 윤구주와 고전을 치렀던 걸 똑똑히 기억했다.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 반이 죽었다.최후에 10국이 투항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날 10국의 강자들은 전부 윤구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 장면을 떠올리자 국제중재기구 출신이며 칠살 급인 레이는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그 남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그는... 악마예요!”악마라는 말에 아나스도,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도 침묵했다.“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죽었죠.”레이는 갑자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갑시다. 일단은 설국으로 가야죠.”그는 그렇게 말한 뒤 설국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아나스와 파란 머리카락의 여자는 그를 뒤따랐다....낙일성은 설국 수도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이 시각, 낙일성 30km 밖에서는 화진 군대가 진지를 확고히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수십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은 기세가 남달랐다.선두에 선 장수는 화진 북방군의 총사령관 박천후와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예전에 윤구주는 신념을 이용하여 염수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