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가 소씨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아름다운 여자가 쏜살같이 달려왔다.“구주야, 보고 싶었어!”소채은이었다.운동복 차림에 높은 포니테일로 젊고 이쁘게 꾸민 소채은을 보고 윤구주는 웃으며 물었다.“채은아, 이렇게 급하게 오라고 하다니, 무슨 일 있어?”“구주야, 큰일이 났어!”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무슨 일인데?”윤구주가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지금 우리 아빠가 완전히 변했어!”“변했다고?”“응. 그래. 며칠 전 어찌 된 일인지 아빠가 상처투성이인 몸으로 돌아왔어. 얼굴은 만두처럼 팅팅 붓고. 하지만 그날부터 아빠가 완전히 변해버렸어. 점점 더 온화해지고 심지어 요즘에는 집안일까지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아빠가 더 이상 우리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 하셔! 너랑 사귀는 것도 허락해 주시고!”그녀가 단숨에 며칠 동안 소청하의 변화를 전부 말해버렸다.윤구주는 당연히 놀라워 하지 않았다.그런 일을 겪었으니 소청하는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 그럼 좋은 일이지 뭐.”윤구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구주야, 왜 이렇게 덤덤해? 넌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소채은도 바보가 아니었다.윤구주의 담담한 표정을 보자 그녀는 궁금해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튼 네가 이따가 우리 아빠를 보면 알게 될 거야. 그전에 우리 아빠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았어. 너랑 사귀는 것도 반대하셨지.”소채은이 말하며 입을 삐죽이었다.그러고 그녀는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아빠! 엄마! 구주가 왔어요!”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소채은이 인사를 했다.천희수는 사실 윤구주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다.그녀가 윤구주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어머, 구주가 왔구나!”“안녕하세요!”윤구주가 예의 바르게 불렀다.“엄마, 아빠는 어딨어?”소채은이 아빠가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네 아빠가 방금 차를 끓이겠다고 방에 들어갔어.”“알겠어.”이야기하
“별일 아니야. 그냥 몸을 조심하라고 했어! 그렇죠? 아저씨?”윤구주가 말하며 소청하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그래그래. 구주 말이 맞아...”“네? 아빠 방금 뭐라 하셨어요?”소채은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의심스러운 얼굴로 자기 아빠를 바라보았다.소청하가 윤구주를 구주라고 부르는 것을 보자, 옆에 있던 천희수도 의아했다.예전 같으면 그는 윤씨 그 자식이라고 불렀는데, 오늘은 왜 이리 친절한지 이해가 안 되었다.“구... 구주라고 불렀어. 왜?”소청하는 윤구주를 ‘저하’라고 부를 수 없었기에 이렇게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아빠는 구주를 많이 무시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빠, 혹시 정말 변했어요?”소채은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바보 같은 우리 딸, 아빠가 언제 윤씨... 우리 구주를 무시했다고! 난 이미 말했어, 예전에는 아빠가 눈이 먼 거야. 그건 분명히 오해였어, 내가 구주에게 사과할게! 지금부터 너와 구주의 일은 아빠가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거야! 정말로!”소청하는 무릎 꿇고 하늘에 맹세할 것처럼 간절하게 말했다.그러자 소채은은 몹시 기뻤다.이번에 윤구주를 집에 오라고 한 것은 자기 아빠가 정말 변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뜻밖에도 아빠는 정말로 윤구주와 사귀는 것을 허락했다.“구주야, 들었지? 아빠가 우리 사귀는 걸 허락했어!”소채은은 기뻐서 윤구주의 손을 잡고 말하자 윤구주도 한마디 했다.“우리를 허락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저씨.”“아니야, 아니야.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옆에 있는 천희수도 웃었다.자기 남편이 이렇게 변했고, 집안이 이렇게 화목한 걸 보고 그녀도 마음속으로 기뻤다.“잘 됐어! 우리 집안도 이젠 화목하게 지내게 되었네! 구주야, 왔던 김에 우리 집에서 함께 저녁 먹는 건 어때?”천희수가 말했다.“그래! 그래! 함께 저녁 먹자!”소청하도 부탁하는 듯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는 윤구주와 같은 신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인지 누구보다 잘
소채은이 뭔가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윤구주가 말했다.“바보. 헛생각하지 마. 지금 네 아빠가 얼마나 좋아?”“흥! 감히 나를 바보라고? 넌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야.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이 안 날걸?”그가 자신을 바보라고 하자 소채은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다.그 모습을 본 윤구주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바보야, 이제 됐지?”“진작에 그러지!”소채은은 말을 하고 다시 행복한 표정으로 윤구주의 팔짱을 꼈다.“구주야, 이제 아빠도 우리를 허락하셨으니 우리는 이제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겠지?”윤구주는 부드럽게 소채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물론이지. 약속할게!”“헤헤.”소채은은 윤구주의 품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구주야, 며칠 후에 널 데리고 병원에 가고 싶어.”“왜 갑자기 병원으로 가는 거야?”윤구주가 궁금한 듯 물었다.“바보 같으니라고! 네 기억 상실증 때문에 그러는 거야!”윤구주는 사실 자기가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입가에 거의 나올 뻔한 말을 다시 삼켰다.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소채은은 그가 기억 상실증을 걱정하는 줄 알고 서둘러 위로했다.“구주야, 나 소채은이 오늘 맹세할게! 네 기억이 돌아오든 못 오든 난 널 한평생 보살펴줄게! 영원히 너와 헤어지지 않고 평생 너와 함께할 거야!”이 말을 듣자 윤구주의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졌다.그는 눈을 들어 부드러운 모습으로 눈앞에 있는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얼마나 좋은 여자인가!그녀는 한 번도 그를 싫어한 적이 없었다!그가 가진 게 아무도 없어도, 기억 상실증에 걸렸어도, 한평생 함께 있겠다고 했으니 말이다!“채은아, 사랑해!”윤구주가 갑작스레 고백했다.“나도 널 사랑해!”소채은이 말을 마치자, 그녀의 아름답고 예쁜 얼굴에 갑자기 홍조가 떠올랐다.한 쌍의 연인이 정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어느새 천희수와 소청하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았다.식탁으로 온 윤구주는 가족들
잠시 후 소청하는 자신이 10년 이상 간직해 온 모태 고량주를 꺼냈다.아빠가 이렇게 귀하고 좋은 술을 꺼내는 것을 보고 소채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빠, 웬일로 가장 아끼던 좋은 술을 꺼내셨어요?”“당연하지! 구주와 함께 마시니 제일 좋은 술을 꺼내야지!”소청하는 말 하며 윤구주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이 술잔에 차오르자 소청하는 술잔을 들고 윤구주와 마시려 했다. 그의 손은 분명히 떨고 있었다.“자, 한잔하세.”그러자 윤구주도 술잔을 들고 말했다.“건배합시다!”독한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그리고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말을 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얼마 안 되어 한 병을 금방 다 마셨다.소청하는 또 두 병을 더 꺼냈다.십몇 년 동안 간직해 온 이 모태 고량주는 소청하가 자기 생명보다 더 아끼는 술이었다.시장에 내놓아도 이런 좋은 술은 가격이 엄청 비쌌다.하지만 그는 지금 눈 한 번 깜짝이지 않고 윤구주와 그 술을 마시고 있다.소청하의 주량은 매우 좋았지만 윤구주의 주량은 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잠시 후 소청하는 술에 취했다.그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윤구주와 소채은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했다.말하다가 심지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빠, 울기는 왜 울어요! 그만 마시세요!”소청하가 우는 것을 보자 소채은은 얼른 위로했다.“아니야! 난 안 취했어! 더 마실 수 있어. 그리고 너한테 할 말이 너무 많아. 채은아, 미안해... 예전에는 아빠가 잘못했어, 난 좋은 아빠가 아니었어! 날 너무 탓 하지 말아줘! 하지만 걱정하지 마. 지금부터 아빠가 널 잘 돌봐줄게. 그리고 우리 가족도.”소청하는 이렇게 말하며 술잔을 들고 계속 술을 마셨다.그가 헛소리하는 것을 바라보던 윤구주는 그가 취해서 자신의 정체를 말해버릴까 봐 입을 열었다.“아저씨, 술을 많이 드신 거 같은데 얼른 들어가서 잘 쉬세요!”원래 술에 취해 있던 소청하는 윤구주의 말을 듣고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그래! 구주의 말을 들어야지!
천희수도 의심스러웠지만 마음속으로는 행복했다.이런 화목한 분위기는 오랜만이었다.밥을 먹은 후 천희수는 설거지했고 소채은이 윤구주와 함께 있었다.저녁 9시가 되자 윤구주가 용인 빌리지로 돌아가려 했다.원래는 혼자 돌아가려 했는데 소채은이 그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문 앞에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민 지휘사님, 저하께서 나오셨어요!”멀리에 숨어 있던 백경재가 윤구주를 발견하자 말했다.소채은이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소씨 저택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본 민규현이 물었다.“백 선생, 저하께서 저 채은 아가씨를 안 지 얼마나 되었어요?”“민 지휘사님,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저하께서 진심으로 채은 아가씨를 좋아해요.”“그래요?”민규현은 고개를 들어 멀리에 있는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저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자는 이번 생에 복 받은 거에요. 문씨 가문의 그 독한 여자는 빼고!”민규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백경재는 가만히 서 있었다.싸늘한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소채은은 행복하게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구주야, 빨리 날 꼬집어 봐!”소채은이 갑자기 말했다.“꼬집으라고? 왜?”윤구주가 의아한 듯 물었다.“아이고! 묻지 말고 그냥 꼬집어 봐!”소채은이 고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윤구주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그러자 소채은이 갑자기 말했다.“이 모든 게 꿈이 아니었어! 진짜였네!”윤구주는 할 말을 잃었다.“...”소채은은 이 모든 게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을까 봐 두려워했다.“구주야, 난 너무 행복해! 우리 둘에게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리고 가장 행복한 것은 아빠가 우리 둘을 허락하셨다는 거야! 심지어 너한테도 그렇게 잘 해주고!”소채은이 행복에 넘친 표정으로 윤구주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윤구주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날 믿어줘. 앞으로 다 잘
“영원히, 영원히 너와 함께 있고 싶어!”말을 마친 그녀는 앵두 같은 작은 입술을 윤주구의 잘생긴 얼굴에 갖다 댔다.그 순간 윤구주의 마음이 와르르 녹아내렸다.그는 원래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가장 사랑하는 그녀에게 말하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과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이전에 왕이었든 거지였든 소채은은 변할 게 없었다.그는 다시 한번 그녀를 바라보다가 덥석 끌어안았다.“채은아, 사랑해! 나랑 결혼해 줄래?”이 말을 들은 소채은은 갑자기 몸이 약간 떨렸다.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앞에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너... 너... 너와 결혼해달라고?”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랑 결혼해 줘! ”결혼?사실 결혼에 대해서 그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예전에 조성훈과 같은 정략결혼마저도 그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윤구주가 갑자기 결혼 말을 꺼내니 그녀는 잠시 멍해져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바보처럼 멍하니 윤구주를 쳐다보면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소채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윤구주가 말했다.“나랑 결혼하는게 싫어?”그러자 소채은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 절대 그런 건 아니야! 그냥... 갑자기 결혼 말이 나와서 그래. 너무 빠른 것 같지 않아?”“빠르다고 생각해?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면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게다가 네 아빠는 이미 우리가 사귀는 것을 허락하셨잖아.”윤구주가 이렇게 말하자 소채은은 다시 한번 침묵에 빠졌다.그는 말을 이어갔다.“네가 싫다고 해도, 난 괜찮아.”“아니야!”소채은은 윤구주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말했다.“구주야, 나에게 생각할 시간 좀 주면 안 돼? 어찌 됐든 나에게 있어서 이건 평생 가는 큰일이야. 딱 하룻밤만 줘. 내일 바로 답장을 줄게!”소채은은 부탁하는 어조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알겠어. 널 기다릴게!”윤구주가 말했다.그녀가 내일 그에게 결혼을 원한다기만 하면 윤구주는 그녀를 세상
소씨 저택으로 돌아온 후 소채은은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오늘 밤 윤구주가 갑자기 프러포즈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여자로서 행복한 일이다. 소채은도 마찬가지이다.하룻밤 고민하겠다고 한 이유도 너무 설레어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서였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이었다.앉아 있을 수도 없고!서 있을 수도 없고!소채은은 들뜬 마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1시간 넘게 혼자 끙끙거리다가 소채은은 결국 천희수를 찾으러 갔다. 천희수는 잠옷을 갈아입고 자려고 했지만 소채은의 목소리를 듣자 다시 옷을 걸치고 나왔다.“채은아,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천희수는 문을 열고 문 앞에 있는 소채은을 보며 물었다.“엄마, 정말 중요한 일이 있는데 엄마랑 얘기하고 싶어요.”소채은은 흥분하며 말했다.“무슨 일인데?”천희수는 궁굼해하며 물었다.“제 인생과 관련된 큰일이요!”뭐?“인생? 결혼?”천희수는 멍해졌다.“헤헤. 네. 엄마! 그거 아세요? 오늘 밤 구주가 갑자기 저에게 프러포즈했어요. 그래서 엄마와 아빠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결혼?그 단어를 듣자 천희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채은아, 엄마가 널 말리려는 건 아닌데. 너랑 구주가 안지도 얼마 안 되고 게다가... 구주가 기억상실증도 있고 지금 직장도 없잖아? 지금 결혼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천희수가 소채은을 달래며 말했다. 엄마로서 딸의 앞으로 생활을 위해 이런 고민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소채은은 이렇게 말했다.“엄마,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구주의 기억상실증은 제가 반드시 병원에 데려가서 잘 치료할 거예요. 그리고 구주가 직장이 있든 없든 가난하든 부자든 저는 상관없어요! 제가 구주를 선택한 건 오직 구주라는 사람 때문이에요. 엄마도 알잖아요!”“알지! 하지만 결혼은 너무 큰 일이야. 엄마가 이래라저래라 하지는 않을 건데 너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평생을 산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지
소채은은 소청하에게 물어보라는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 소청하가 어떻게 대답할지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면 소청하는 줄곧 윤구주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에만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천희수 말대로 만약 소청하가 이 소식을 들으면 갑자기 화를 내지 않을가 소채은은 겁이 났다. 심지어 지금처럼 윤구주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소채은이 걱정하고 있을 때 갑자기 소청하가 나타났다.“시집가! 채은아, 꼭 구주한테 시집가야 해!”그 말을 듣자 소채은과 천희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른 소청하를 바라봤다! 소청하는 아직도 술이 채 깨지 않은 상태였지만 두 눈은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소채은이 윤구주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술이 깨는 것 같았다! 그는 지금보다 정신이 더 말짱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순간 소청하는 흥분하여 하마터면 펄쩍 뛸뻔했다.헐!윤구주와 결혼하는 것은 소씨 가문의 영광 아닌가!비록 소청하는 지금도 윤구주가 도대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하지만 강성 제일 갑부인 주세호, 강성 시장 임기준 그리고 정계 인사들이 모두 윤구주를 보고 굽신거리는 걸 보니 평범한 인물이 아닐 것 같았다!그래서 윤구주가 소채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고 했을 때 소청하는 격동되는 마음에 펄쩍펄쩍 뛰었다.“채은아, 아빠 말 잘 들어. 꼭 구주한테 시집가! 구주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고 아끼는데! 만약 구주한테 시집 안 가면 나는 너와 부녀 관계를 끊을 거야!”응?그 말을 듣자 소채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우리 아빠 맞아?’예전에는 윤구주와 계속 만나면 부녀 관계를 끊겠다고 했다.하지만... 오늘은? 이게 무슨 일이지?천희수도 소청하의 말을 듣자 어리둥절하며 멍을 때렸다.“여보, 술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여보가 어떻게... 채은이를 구주한테 시집가라고 할 수 있죠?”소청하는 침을 튀기며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네가 뭘 알아! 내가 똑똑히 말할
“누나도 정말 날 좋아해요?”공수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곤륜을 떠난 뒤 공수이는 줄곧 달콤한 연애를 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그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전부 윤구주를 좋아했고 그것 때문에 공수이는 꽤 충격이 컸다. 그래서 정태웅과 함께 룸살롱을 드나들었다.공수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는 난생처음 고백받았다.“응, 좋아해!”차비연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상에, 태웅이 형님. 들었어요? 누나가 절 좋아한대요!”공수이는 너무 들뜬 나머지 눈시울이 빨개져서 기쁜 얼굴로 정태웅에게 말했다.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잘됐네!”“누나, 사랑해요!”공수이는 갑자기 차비연의 곁으로 달려가더니 몸매가 좋은 차비연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면서 머리를 차비연의 가슴 쪽에 대고 비볐다.이러한 상황에 차비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공수이가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몰랐다. 공수이는 단숨에 그녀를 끌어안았다.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어처구니가 없었다.함지우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차비연을 품에 안은 공수이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세상에, 저럴 수도 있다고? 대단해. 정말 대단해!”공수이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차비연을 꽉 끌어안았다.차비연은 사람들 앞에서 안기게 됐는데도 머쓱해하지 않고 공수이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울지 마. 앞으로는 내가 예뻐해 줄게. 수이야, 잠깐 너랑 단둘이 얘기를 나눠도 될까?”차비연은 갑자기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당연히 되죠!”말을 마친 뒤 공수이는 차비연의 품에서 벗어나며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요. 제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안내해 줄게요.”그렇게 공수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비연을 데리고 떠났다.두 사람이 정말로 단둘이 떠나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약 30분 뒤, 윤구주는 소채은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왔다.두 사람은 조금 전 그곳에 없었기 때문에 공수이와 칠수방의 일을 알지 못
“네, 맞아요. 혹시 그 스님에게 전해주실 수 있나요? 호감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요.”정태웅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당연하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바로 수이에게 얘기하고 올게요.”말을 마친 뒤 정태웅은 곧바로 공수이를 찾으러 갔다.같은 시각, 공수이는 함지우와 나란히 앉아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이때 정태웅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수이야, 수이야. 오늘 대박이야!”공수이와 함지우는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개를 돌렸다.“태웅이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대박이라니요?”공수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달리느라 숨을 헐떡대던 정태웅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수이야, 칠수방의 미녀들 혹시 기억해? 그들이 널 찾으러 왔어!”‘뭐라고?’공수이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태웅이 형님, 거짓말 아니죠? 정말이에요?”공수이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진짜야. 그 미녀가 널 만나고 싶다고 직접 찾아왔어. 지금 바로 집 앞에 있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안내해 줄 테니 날 따라와.”정태웅이 말했다.그 말에 공수이는 처음엔 당황하더니 곧 흥분해서 바람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마당 쪽으로 향했다.정태웅은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함지우는 그 광경을 보더니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정말로 스님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참 별난 세상이네. 안 되겠어. 나도 가봐야겠어.”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둘을 따라갔다.집 문 앞에는 긴 치마를 입은 몸매 좋은 차비연이 서 있었고 그녀의 뒤에는 늘씬한 미녀가 있었다.공수이는 서둘러 도착한 뒤 차비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누나!”차비연을 본 순간 공수이는 잠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목소리가 떨렸다.그는 달려가면서 외쳤다.차비연은 공수이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드디어 찾았네.”“누나, 혹시 날 찾으러 온 거예요?”공수이는 매우 기뻤다.“그럼! 참, 다친 곳은 어때? 나한테 약이 있는데 써볼래?”차비연은 그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여자의 훌륭한 몸매를 가릴 수는 없었다.게다가 눈처럼 흰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가 어우러지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그리고 뒤에 있는 여자도 아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넷째 언니, 정말로 이곳에서 그 스님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뒤에 있던 늘씬한 미인이 물었다.넷째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자세히 보니 칠수방의 칠금채 중 한 명인 차비연이었다.차비연은 예쁜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야.”“하지만 어르신이 그러셨잖아요. 우리 칠수방은 이번 전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요. 그리고 현문과 자운각에서 대장로를 모셨다고 해요. 넷째 언니, 우리가 그 스님을 찾는다면 현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지 않을까요?”차비연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흥, 그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들은 여럿이서 사람 한 명을 괴롭히는 비열한 인간들이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대장로까지 불러오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얼마나 뻔뻔하니. 안 그래?”늘씬한 소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확실히 뻔뻔하긴 하죠.”“그렇지? 비록 우리 칠수방도 6대종문 중 하나지만 나는 그들을 경멸해. 그리고 내가 그 귀여운 스님을 찾는 건 내 사적인 일이야. 그게 그들과 뭔 상관이야?”차비연이 한마디 보탰다.“넷째 언니, 설마 정말로 그 스님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죠?”늘씬한 미녀가 눈을 깜빡이면서 웃으며 물었다.“좋아하면 안 돼? 그 스님은 아주 강했어. 게다가 얼굴도 귀엽잖아! 그런 애를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어?”“하지만... 스님이잖아요!”늘씬한 소녀가 말했다.“하하, 나는 원래 자극적인 걸 좋아해.”차비연이 대꾸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얘기를 나누면서 윤구주 등 사람들이 지내고 있는 집 쪽으로 향했다.“바로 저 앞이야!”윤구주의 집에 도착하기 직전, 차비연이 입을 열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곧바로 그곳으로 빠르게 다가갔고 늘씬한 미녀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집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게
함지우는 공수이의 낙담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에게로 걸어갔다.“공수이, 뭐해?”함지우는 일부러 물었다.함지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공수이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뭘 하든 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음, 나랑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 너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그거 진짜야?”함지우의 질문에 공수이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래요. 좋아해요. 왜요?”“대단하네. 스님이 여자를 좋아하다니, 너 정말 대단하다.”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다들 속세에는 유혹이 많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일 줄이야.”함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공수이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공수이는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는 함지우와 가까이 앉기 싫은 듯했다.“자, 형한테 얘기해 봐. 넌 어떤 여자를 좋아해?”함지우는 얄미운 얼굴로 공수이에게 물었고 공수이는 그를 무시했다.“쪼잔하게 굴지 말고 얘기해 봐.”공수이가 대답하지 않자 함지우가 계속해 물었다.공수이는 잠깐 뜸을 들인 뒤 말했다.“일단 그 사람은 얼굴이 아주 예뻐요. 그뿐만 아니라 피부도 아주 매끈하고 보드라워 보였고 몸매도 굉장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도 분명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예요. 날 계속 칭찬해 줬고 날 향해 웃어주기도 했어요.”“진짜?”함지우는 그 말을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믿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공수이가 투덜댔다.“나한테 얘기해 봐. 그 사람 이름이 뭐야? 어디 출신이야?”“이름은 알지 못해요. 칠수방 사람이란 것만 알아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에 차비연을 떠올렸다.“칠수방? 6대종문 중 하나인 칠수방?”함지우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왜요?”공수이가 말했다.“네가 칠수방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칠수방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그쪽이랑 뭔 상관이에요?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다른 것까지 신경 써야 해요?”공수이가 반박했다.함지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공수
“구주 형, 혹시 우리 검조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래? 우리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거라면 나랑 같이 서요산으로 가면 되잖아. 할아버지도 폐관하기 전에 형이랑 한 번 제대로 무예를 겨뤄 보고 싶다고 하셨어!”함지우는 웃는 얼굴로 할아버지 얘기를 했고 윤구주는 은은하게 웃었다.“그럴게. 일단 볼일을 다 보고 나면 너희 할아버지를 만나러 서요산으로 갈 거야.”“좋아, 좋아.”윤구주와 함지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는 윤구주의 형제들이 서 있었다.“수이야, 서요산에서 온 저 무시무시한 사람은 누구야? 우리 저하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거야?”정태웅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공수이에게 물었다.그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공수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서요산 검종은 아주 비밀스러운 종문으로 화진의 많은 무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었다.검을 타고 비행하는 멋진 모습이나 엄청난 검도 실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지만 공수이는 함지우에게 호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재능이 조금 뛰어난 사람일 뿐이에요.”“진짜?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 사람은 정말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던데?”정태웅이 말했다.“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무리 강해도 결국엔 우리 형님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걸요.”공수이가 경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고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확실히 강하긴 해요. 젊은 세대 중에서 함지우 씨가 최고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우리 형님은 제외해야 해요. 그리고 지우 씨에게는 엄청난 실력을 소유한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 할아버지는 서요산의 검조라고 불려요. 그 할아버지는 진짜 실력이 무시무시해요. 당시 곤륜에서 검을 이용하여 외국의 강자들 여럿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어요. 우리 스승님이 그러시던데 그 검조 할아버지의 전투력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거래요.”공수이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세상에!’무도 성지 곤륜에서
만불종이 독인을 굉장히 불만스러워하자 문창정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살심스님,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이 세 분을 모신 건 온전히 우리 무도 3대 서열을 위해서니까요. 살심스님도 우리 3대 서열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그 말에 살심스님은 침묵했다.그는 비록 독인과 같은 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공수이와 서요산 함지우의 실력을 떠올리고는 결국 참았다.“살심스님, 우리 종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문창정 선배님의 말씀에 따르시죠.”이때 현문과 자운각 사람들이 하나둘 나섰다.사람들의 설득 때문에 만불종 사람들도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문창정은 만불종 사람들이 더는 뭐라고 하지 않자 계속해 웃으면서 소개했다.“이 두 분은 아마 여러분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분은 탁훈이고 이분은 옥면 여우, 미희입니다.”‘뭐라고?’다른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종문의 사람들은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은 독인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전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쳤었던 대단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옥면 여우 미희는 20년 전 이미 유명했었는데 천변 여우라고 불리기도 했었다.당시 후3품의 절정 강자들도 옥면 여우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물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희가 타고난 재능 덕분에 뛰어난 역용술을 쓸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그런데 문창정이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마귀 세 명을 단번에 불러낼 수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오늘부터 이 세 사람은 우리 종문과 함께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수호할 겁니다.”문창정은 소개를 마친 뒤 웃으며 말했다.이 순간 현문, 자운각, 만불종 사람들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비록 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의 도움이 있으면 승산이 컸다. 그래서 다들 침묵을 선택했다.“문창정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저희 세 사람은
말을 마친 뒤 살심스님은 뒤에 있던 스님에게 뭐라고 말했고 곧 그 스님은 대장로님을 모시러 부랴부랴 떠났다.만약 정말로 종문의 대장로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일이 아주 커질 것이다.“만약의 상황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와달라고 연락했습니다.”이때 문창정이 또 입을 열었다.“누구에게 연락하셨습니까?”현문, 자운각, 그리고 만불종 사람들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문창정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다들 나오시죠.”그 말과 함께 세 명의 절정 기운을 내뿜는 강자들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세 사람 중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여 아주 추악했고 등 뒤에는 검은색의 나무 상자를 메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자 아주 짙고 자극적인 독성 가스가 느껴졌다.특히 그는 두 눈동자가 녹색이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뜰 때면 마치 안개가 자욱한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그의 뒤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있었다.그 남자도 똑같이 후3품 절정 강자였고 등 뒤에 검은색의 귀형도를 메고 있었다.여자는 아주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녹색의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는 마치 여우 같아 보였다.세 사람이 다가와서 문창정을 향해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문창정 선배님을 뵙습니다.”문창정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독인입니다.”‘뭐라고?’“이 사람이 독인이란 말입니까?”문창정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의 정체를 밝히자 그 자리에 있던 살심스님과 현문의 구진철, 자운각의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갑자기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은 독인을 알지 못했기에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백 장로, 저 사람 아주 유명한가?”“저 사람은 30년 전 무림의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30년 전 수많은 무인을 죽여서 종문들에 공격당했었죠. 그 뒤로는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 사람은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그 함지우라는 사람이 왜 그 스님을 살리고 현문의 도자를 죽였겠습니까?”자운각의 장로가 말했다.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만약 서요산에서 정말로 구주왕과 연합했다면 골치가 아픈데요... 서요산의 비검은 천하무적이니 말이에요.”살심스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흥! 비록 서요산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 종문도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함지우는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으니 반드시 우리에게 설명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와 싸울 겁니다.”구진철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에 다른 종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요산과 싸우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요산 검종은 화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두려운 종문이었다.게다가 서요산은 줄곧 무도 성지 곤륜과 같이 언급되었다.잠깐 생각하던 살심스님은 옆에 있던 문창정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문창정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때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창정에게로 향했다.문창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리 화진의 6대 종문은 원래 연합해서 함께 종문의 위상을 높여야죠. 하지만 만약 서요산이 정말로 구주왕과 같은 편이라면... 아마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요.”“선배님 말씀은 서요산과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살심스님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고 다른 자운각의 제자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습니다. 천 년의 역사가 있는 화진의 무도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이건 질서이자 규칙이에요. 다들 국주님께서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셨는지 압니까?”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사실 국주님께서는 우리 종문이 나서서 지난 백 년간 이어진 화진의 무도 난국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국주님께서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면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겠습니까? 그리고 제 손녀가 화진의 새로운 왕이 되게 하지도 않았겠죠.”문창정의 설득에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
함지우는 문씨 일가의 저택을 단번에 무너뜨리고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형, 가자. 빌어먹을 문씨 일가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자.”“맞는 말이에요. 우리 그놈들을 죽이러 가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그러나 윤구주가 말했다.“문씨 일가는 아주 교활해. 난 서울로 돌아온 뒤 줄곧 그들의 본거지를 찾고 있었어. 하지만 문씨 일가가 많은 수작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몰라. 그렇지 않으면 난 이미 그들을 없앴을 거야.”공수이와 함지우는 그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윤구주의 성격이라면 이미 복수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문씨 일가의 본거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형, 어떡해? 설마 그 자식들이 멋대로 설치게 놔둘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번에 종문에서 나섰잖아. 그 배후에 문씨 일가가 있으니 그들은 분명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러니까 내가 굳이 찾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날 찾아올 거야.”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함지우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형 말이 맞아. 종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문씨 일가의 초대 때문이지. 심지어 우리 서요산까지 나섰잖아.”“지우 씨, 서요산에서 지우 씨를 보낸 게 설마 우리 형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니죠?”공수이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함지우가 대꾸했다.“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서요산이 왜 구주 형이랑 싸워?”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흥, 서요산은 그래도 눈치가 빠르네요. 경고하는데 만약 서요산에서 우리 형님을 적으로 돌린다면 전 곤륜으로 돌아가서 괴물들을 불러와 당신들을 상대할 거예요.”공수이는 으름장을 놓았다.한때 곤륜을 주름잡았던 공수이가 한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당시 곤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윤구주를 따랐었다.만약 윤구주가 바깥세상에서 종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안다면 엄청난 실력자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됐어. 이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