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평생 꿈꿔온, 가장 시집가고 싶은 사람이 다름 아닌 윤구주라고?’주세호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안나야, 구주왕한테 시집가고 싶으면 지금 빨리 윤씨한테 찾아가야지 뭐 하는 거야!”주안나는 어이가 없었다.“아빠, 무슨 말씀이세요? 어떻게 윤씨를 제 마음속 영웅이랑 비교하실 수 있어요?! 걔가 뭔데요!”주세호는 어쩔 수 없이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멍청한 녀석아! 그 구주왕이 지금 네 앞에 있는데 왜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야!’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세호는 윤구주의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윤구주와 약속한 게 있지 않은가.“안나야, 아빠 말 한 번만 들어봐. 정말 구주왕한테 시집가고 싶으면 윤씨한테 지금부터라도 잘해!”주세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아 참, 이건 윤씨가 급히 필요로 하는 약재야. 네가 가서 보내줘! 마침 두 사람 잘 지낼 수도 있고 말이야!”주세호는 주안나에게 들고 있던 약재를 건네며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매우 시큰둥했다.“걔가 뭔데요? 제가 왜 걔한테 직접 물건까지 보내줘야 해요? 싫어요!”그러자 주세호는 오히려 억지로 주안나의 손에 한약을 쑤셔 넣었다.“아빠 한 번만 믿어, 이 바보야! 네가 윤씨랑 자주 만나주기만 한다면, 이 아빠가 뭐든 다 해줄게!”주세호의 솔깃한 제안에 주안나가 귀를 쫑긋했다.“정말이요?”“물론이지, 아빠가 언제 너 속인 적 있어? 네가 윤씨랑 잘 지내기만 한다면, 아빠가 뭐든 다 들어줄게.”주세호의 말에, 주안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끝내 결론을 내렸다.“그러죠, 뭐! 아빠가 직접 말씀하신 겁니다?”“그래, 그래. 내가 그랬어!”주세호는 서둘러 말했다.그렇게 주안나는 윤구주에게 약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그녀는 비록 주세호의 제안에 승낙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계속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젠장, 그 자식 도대체 우리 아빠한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왜 저렇게 잘해주시는 거냐고. 심지어 아빠가 몇백억짜리 별장을 그냥 줄 만큼?주안나는 이미 돈에 대해 무감각했지
용인 빌리지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용인 빌리지가 워낙 큰 터라 윤구주는 그녀의 부름 소리를 듣지 못했다.결국 주안나는 거실로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기운이 거실 왼쪽에서 밀려왔다.“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더워?”주안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뜨거운 기운이 퍼지는 곳을 향해 걸어갔고, 곧이어 상체를 드러낸 채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윤구주를 보게 되었다.그가 상반신의 옷을 벗고 아름답고 탄탄한 근육을 드러낸 것을 다시 보았을 때, 주안나는 “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감쌌다.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기를 다스리고 있던 윤구주는 갑자기 웬 여자가 별장에 침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눈을 날카롭게 떴는데 앞에는 다름 아닌 주안나가 서 있었다.“왜 또 너야?”눈을 가린 주안나는 소리쳤다.“이 개자식이! 왜 또 옷 안 입고 있어요?! 노출증입니까?!”“여긴 내 집이야. 옷을 입든 안 입든 그건 내 자유 아닌가?”윤구주가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 당신... 당신 진짜 무슨 병 있는 게 확실해!”주안나는 욕을 퍼붓고 서둘러 몸을 돌려 윤구주를 다시 보지 않았다.윤구주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빌어먹을! 세호 씨한테 약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왜 이 계집애가 왔지? 그리고 또 내 몸을 봤어?’마음속으로 비록 그렇게 생각했지만, 윤구주는 재빨리 옷을 입기 시작했다.옷을 다 입은 후에야 그는 주안나에게 다가갔다.“자, 옷 다 입었어!”그제야 주안나도 몸을 돌려세웠다. 이윽고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봉황의 눈동자가 마치 원수를 보는 듯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여기요!”그녀는 손을 휙 뿌리치며 한약 더미를 윤구주 앞에 던졌고 자신의 발밑에 던져진 한약을 바라보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나한테 의견이 꽤 많나 보네.’특히, 지난번에 두 사람은 서로의 몸까지 다 봤다.윤구주는 개의치 않고 허리를 구부려 바닥에 있는 한약을 주운 후 “고마워.”라고 말했다.말을 마친 두, 윤구주는 주안
주안나가 떠난 후, 윤구주는 약재를 정제하기 시작했다.진귀한 한약 한 포기를 가지런히 놓고, 윤구주는 왼손을 뻗어 체내의 내력을 돌렸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황색 불길이 그의 손바닥에서 터져 나왔다.만약 무술의 대가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놀라워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선천강화라는 무술기법이니 말이다!소위 말하는 강화라는 것은 대가급까지 수련하고 나서야 진정한 내력으로 단련할 수 있다.그러나 윤구주가 수련한 은 당세 제일의 패도공법으로 약재를 정제하는데 가장 좋다.손바닥 안의 황색 불꽃이 나타남에 따라, 그는 한 포기의 한약을 손바닥에 넣은 다음 정제시켰다. 곧 이 한약들은 서서히 액체로 변해갔다!현재의 윤구주는 우선 화독을 간단히 제압하는 단약만 정제할 수 있다!하지만 진정으로 체내의 기린화독을 제거하려면, 윤구주는 반드시 피갈이 단약을 정제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윤구주는 무려 20개의 한기환을 정제해 냈다.이 한기환들은 짧은 시간 내에 그의 체내 화독을 억제할 수 있다.정제가 끝나자, 윤구주는 그제서야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탁한 백색의 기체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윤구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러고는 손에 한기환을 들고 입을 벌려 하나를 삼킨 다음, 성큼성큼 정원을 걸어 나갔다.날이 곧 어두워진다.윤구주는 용인 빌리지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고 있다.사방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리고 이 용인 빌리지는 딱 중앙에 있다.‘이 별장... 확실히 기세가 있는 곳이군’이 별장은 풍수나 지리적 위치 모두 강성 전체에서 최고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특히 궂은 날씨에 이곳은 더더욱 구름과 안개가 감돌아, 용인 빌리지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단 한 가지 단점은 이곳은 윤구주 혼자만 살고 있어 허허벌판일 뿐만 아니라 공격당하면 사방이 모두 뚫린다는 것이다.이런 생각이 드니 윤구주는 사방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이곳에는 진법의 방벽이 없
보통 사람이 만약 이 운무 속에 들어갔을 때, 만약 아무런 도움이 없다면 그저 이곳에 갇혀 죽고 만다.그리고 이것은 “운산대진”의 초기 형태일 뿐이다!진정한 운산대진은 강력한 법기와 기령으로 보호하는데. 만약 정말로 그 단계에 도달한다면, 설령 무술의 대가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 공포스러운 운산대진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하지만 지금, 윤구주의 몸에는 근본적으로 법기가 없기 때문에 잠시 운산대진의 초기 형태밖에 만들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만하면 충분하다!보통 사람들에 대해, 윤구주는 군대가 들어온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그의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그제야 용인 빌리지로 만족스럽게 돌아갔다.앞으로 이곳은 그의 본거지가 될 것이다!...강산도는 전주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만약 강성이 국내의 유명도시라면 전주는 국제적 도시이다.이곳은 전체 강산도를 통틀어 가장 풍요로운 곳이라고 할 수 있다.이곳에서는 억만 부자를 멋대로 볼 수 있다. 강변 부두에 억만장자들의 요트들은 더더욱 셀 수 없이 많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전주의 제비 강변에 있는 가장 큰 고층 건물에서 108개짜리 보리 염주 쓴 중년 남자가 법당에서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그 법당은 초고층 빌딩의 88층에 지어졌다.용감 무도한 것이 그 기가 하늘을 집어삼킬 듯하다!그리고 이 자상한 중년의 남자는 흰색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조용히 법당에 앉아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초인종이 딩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중년 남자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들어와!”하고 덤덤하게 외쳤다.방문이 열리자 온몸에 흉악한 기운을 뽐내고 있는 검은 도복을 입은 두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부처님, 상황이 안 좋습니다. 방금 강성 쪽에서 소식이 왔는데 사고가 났대요!”“부처님”으로 불리는 남자는 전주에서 채부처라고 불리는 사람이다.그는 흑룡 상회 안현수 수하에 있는 제1 군사이자 칼을 숨기고 다니며 살인을 해도 뼈 하나 남기지 않는 악마
그러자 염주를 돌리고 있던 채부처의 손이 멈췄다.곧이어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강성에서 누가 감히 안 도련님을 건드려?”채부처는 고개를 돌려 검은 옷차림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회장님은 아시나?”“회장님은 현재 판인국과 교역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회장님께 감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떨며 말했다. “그래, 알겠으니 이만 물러가.”그제야 검은 옷의 남자들이 자리를 물러갔다.그들이 떠나간 후, 채부처는 좁고 긴 칼 같은 두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창밖의 강 풍경을 바라보며 입으로 중얼거렸다.“강성, 이제 피바람이 불 거야.”전주!국제 상업 무역의 중심지로 기세가 웅장한 한 저택이 있다.그건 바로 전주 모두가 아는 흑룡상회의 “아지트”이다.멀리서 보니 “흑룡 상회”라는 큰 글자가 눈부시게 빛났다!입구에는 차가운 안색의 검은 옷을 입고 힘껏 무장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이 무인들은 하나하나의 몸에서 짙은 피비린내를 드러내고 있다.지금 이 순간. 마이바흐 두 대가 흑룡 상회의 야외 주차장에 도착했다.차 문이 열리자 흰 비단옷에 보리 염주 108개를 쓴 채부처가 부하들의 공손한 안내 속에 차 안에서 내려왔다.그가 나타나는 것을 바라보고, 입구의 검은 옷을 입은 무인이, 바로 “부처님, 안녕하십니까?”라고 공손하게 말했다.그러나 채부처는 힐끗 보지도 않은 채 곧장 흑룡 상회 “아지트”를 향해 걸어갔다.“회장님은?”“회장님께서는 현재 판인국의 사절단을 만나고 계십니다!”그러자 채부처는 별말 없이 “아지트” 안으로 걸어갔다.이 저택 안의 경비는 더욱 삼엄하다. 2m 간격으로 검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 무인들은 모두 무사 계급이었다.채부처가 들어서자, 하나둘 무사들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저택 홀에 들어서자 기이한 옷차림을 한 많은 판인국 사절단이 보였다.전주에서 외국인이 이곳에 발을 붙이고 싶다면, 제일 먼저 방문해야 하는 사람은 시장님이 아니라 안현수라는 것
이 말이 나오자 홀 전체에 적막이 흘렀다!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귀신을 본 듯 흉하게 변했다!안현수는 자기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손에 든 찻잔을 쨍그랑하며 그대로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그는 삼각 눈을 부릅뜨고 몇 초 동안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죽었다고? 내 아들이 죽었다고?”“네, 회장님!”이 말을 들은 안현수는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하는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 소름이 끼쳤다.“이 강산도에서 누가 감히 나 안현수의 아들을 죽였지?!”안현수가 으르렁거리자 광포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누가 내 아들을 죽였냔 말이야!”안현수가 엄하게 물었다.“회장님, 그건 아직 알 수 없으나 제가 이미 강성으로 사람을 보냈습니다!”그러자 안현수는 쿵 하고 바로 앞에 있는 탁자를 내리쳤다.“강성에 간 지도 오래됐군. 내가 직접 봐야겠다. 강성에서 어떤 눈이 돈 개새끼가 감히 나 안현수의 아들을 죽였는지.”그는 분노가 섞인 외침과 함께 손을 크게 흔들었다.“부처야, 얼른 명령해라. 즉시 강성으로 떠날 준비를 하라고!”이윽고 채부처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네!”피 바람이 드디어 불기 시작했다....강성, DH 그룹.윤구주가 안의중을 죽인 이후로 주세호는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전주의 흑룡상회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고인은 안현수 회장의 친아들이었으니 말이다.사무실에 앉아 자료를 열람하고 있던 주세호에게 갑자기 집사 표태훈이 찾아왔다. “회장님, 전주에서 움직임이 보입니다!”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표태훈이 입을 열었다.주세호는 전주라는 두 글자를 듣고 서둘러 수중의 자료를 내려놓고 물었다.“빨리 말하세요,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우리가 배치한 세관서 쪽의 감시자 보고에 의하면, 오늘 아침에 흑룡 상회 구성원 대부분이 이미 강성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듣자 하니, 그 제1 군사라고 하는 부처님도 이미 오셨다던데!" 그러자
강성의 어느 호화로운 저택.안팎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전주에서 온 흑룡상회의 사람들이며 대부분 무인, 무사 계급이다.밤 11시.몇 대의 차가 저택에 도착했다.차가 도착한 후에, 채부처는은 먼저 차 안에서 걸어 내려왔다.그가 차에서 내리자 뒤에 있던 무인들이 뒤의 검은 화물차에서 시체 한 구를 들어 올렸다.시체를 본 모든 사람들의 얼굴빛이 굳어졌다.누워 있는 사람이 바로 흑룡상회의 도련님 안의중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채부처는 차에서 내린 후 시체를 가지고 안쪽으로 걸어갔다.넓은 홀에 효웅같이 보이는 사람 그림자가 앉아 있었고 그의 곁에는 숨결이 강한 대무사 노인이 두 명 있다.“회장님! 도련님 시신 찾았습니다!”채부처는 들어오면서 입을 열었다.홀의 정중앙에 앉아 있는 안현수의 삼각 눈이 차가운 빛으로 반짝이며, 맨 뒤의 덮인 시체로 향했다!시체는 들어와 홀의 정중앙에 놓였다.그 시체를 보면서 안현수는 마음속의 비통함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열어봐라, 내가 직접 한번 봐야겠다.”채부처는 “예.”라고 대답한 후 천천히 흰색 천을 젖혔다.천이 젖힘에 따라 고약한 시체 냄새가 홀에 있는 사람들의 코에 퍼졌지만, 그들은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얼마 안 지나 안의중의 모습이 전부 드러났다.다만 시체가 보기 흉하게 훼손되어 있었다.한 손만 잘린 것이 아니라 머리 전체가 외부의 힘에 의해 완전히 부서졌다!찢어진 뇌에 검은 혈장이 달라붙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하게 만들었다.“의중아!!!”땅 위의 시체를 바라보며 안현수가 떨리는 소리로 한마디 외쳤고, 이어서 그는 주먹을 불끈거렸다.“젠장! 도대체 누가 이렇게 잔인한 수를 쓰는 거야! 내 아들을 죽인 것뿐만 아니라 손까지 잘라버려?!”그의 입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채부처도 눈빛이 굳어 땅에 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는데, 잘린 팔을 보고 눈빛이 차가워졌다.“회장님, 도련님을 죽인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닐 겁니다!”채부처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
“명령이다. 12시간 이내에 내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 기억해. 내 아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내가 한 명도 살게 두지 않을 거야. 알았어?!”그러자 채부처와 곽무현은 즉시 “예!”라고 말했다.이렇듯, 피비린내가 곧 강성에 퍼질 것이다.어두운 밤, 새벽 3시.한해 살롱.이전에는 강성에서 가장 유명하고 떠들썩했던 나이트클럽이었지만 지금은 텅 비어 한 사람도 없었다!그리고 이 한해 살롱 밖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피에 굶주린 기운을 풍기며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그때 마이바흐 두 대가 멀리서 급히 달려왔다.차가 도착하자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무인 몇 명과 채부처가 내렸다.그가 차에서 내리자 검은 옷의 무인 한 사람이 재빨리 달려왔다.“부처님, 곽무현 어르신도 이미 안에 계십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미 도련님이 이 살롱에서 봉변당하셨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채부처는 차갑게 “응”하고, 곧장 큰 걸음으로 한해 살롱을 향해 들어갔다.이전에 화려하기 그지없던 한해 살롱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다.안으로 걸어 들어오자 더욱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먼저 채부처의 후각을 자극했다.부서져 너덜너덜해진 한해 살롱의 무도장에는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만 보였다.이 시체들은 전부 한해 살롱의 보안요원들로, 더군다나 한해 살롱 황시로의 부하들이었다.다만 지금은 전부 죽었을 뿐!길을 걸어가며 지나간 시체만 해도 여섯 구가 넘었다.맨 위 룸에서는 더욱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소리를 따라 룸으로 들어간 채부처는 온몸이 피투성이이고 두 팔이 부러진 남자가 누워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용서를 빌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 사람 한해 살롱 사장, 황시로 아니야?’그리고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은 바로 안현수의 대무사 곽무현과 몇 명의 검은색 차림을 한 무사들이었다.“부처님, 오셨습니까!”온몸에 짙은 기운을 풍기던 곽무현은 멀리서 채부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공손한 인사를 건넸다.“응. 물어봤나?”곽무현이 대답했다.“이미 거의
처참한 비명과 애원하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6명의 신급 장수 모두 맥 한 번 추리지 못하고 윤구주의 손에 죽어버리자 세나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남은 설국 병사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했다.이걸 과연 전투라고 부를 수 있을까?이건 전투가 아닌 살육이었다.윤구주는 홀로 군대 하나를 없앴다.윤구주가 팔기지 술현지를 시전하자 그의 온몸에 흰빛으로 둘리며 마치 신처럼 보였다.그가 지난 곳마다 시체가 즐비했다.눈앞의 이 군대는 세나스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군대였다.그리고 조금 전의 신급 강자 6명은 세나스가 가장 아끼고 믿는 설국의 인재들이었다.그러나 그런 존재들이 윤구주에게 전부 살해당했다.이 순간, 설국의 에이스라고 불리던 부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어쩔 수 없었다.다들 죽는 게 두려웠으니 말이다.이때 갑자기 어둡던 하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서 윤구주를 가렸다.“화진인! 참 건방지구나! 우리 설국에 정말로 아무도 없는 줄 안 것이냐?”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허공에 갑자기 검은색 우산이 하나 나타났다.그 우산은 아주 거대했고 겉면에는 보라색 문자가 적혀 있었다.문자가 반짝거리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싣고 윤구주를 덮쳐들었다.그 우산은 법기였다.검은 우산이 허공에서 내려오자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별 쓰레기 같은 게 날 상대하려고 하네. 당장 튀어나와!”윤구주는 갑자기 발을 힘껏 굴렀다.“뇌왕인!”쩌적.어둑어둑하던 하늘이 마치 무언가에 찢긴 것처럼 엄청난 소용돌이가 나타났다.소용돌이가 나타나자 무시무시한 뇌전들이 소용돌이 속에서 얼핏 보였다.윤구주는 뇌왕인을 시전한 뒤 곧바로 손을 들어 수많은 뇌전들이 검은색 거대한 우산을 공격하게 했다. 펑펑 소리와 함께 검은 우산은 뇌전의 공격 때문에 그 자리에서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검은 우산이 폭발한 뒤 검은색 장포에 모자를 쓴 설국 제사장 세 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세 사람은 엄청난 술법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그중 중간에 있는 백발의 노
윤구주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세나스는 정말로 두려웠다.“국제중재기구? 좋아. 그들이 날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겠어.”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살기를 서슴없이 드러냈다.앞서 말했듯이 그가 설국에 온 이유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설국인들을 죽이기 위해서였다.그래서 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었다.그는 곧장 팔기지 중의 제5기 천주금술을 사용하였다.검결이 나타나자마자 어둑어둑하던 상공이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했다. 윤구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보라색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며 곧바로 검들이 하나둘 그의 주변에 나타났다.검은 총 999자루였다.“하!”윤구주가 소리를 지르자 999자루의 검들이 허공에 떠 있다가 순식간에 거대한 천주검 한 자루로 변했다.천주검이 나타나자 날이 어두워졌다.“베어라!”윤구주가 오른손을 움직이자 거대한 천주검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격에 설국 병사들은 겁을 먹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설국 장수들도 마찬가지였다.“이것은 구주왕의 팔기지야... 다들 물러나!”세나스는 윤구주가 천주금술을 시전하자 기겁하면서 소리를 빽 질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늦었다.윤구주의 검이 내려오자 비명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눈앞의 설국 병사들 수백 명이 윤구주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그뿐만 아니라 낙일성 뒤쪽의 거대한 성벽 또한 그 공격에 무너져 내릴 뻔했다.눈앞의 설국 병사들의 찢긴 시체들을 본 세나스는 눈이 벌게졌다.“구주왕, 적당히 해. 선 넘지 마!”윤구주는 웃었다.“왜?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검이 또 한 번 내려왔다.무시무시한 천주검은 마치 세상을 파멸로 이끌 검과 같았다.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수백 명의 설국 병사들이 피바다 위로 쓰러졌다.윤구주의 살육이 시작된 걸 본 세나스 곁의 신급 장수 6명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화진인! 오늘 우리 설국 장수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널 죽일 거다!”6명의 신급 장수는 일제히 윤구
세나미는 윤구주를 설국으로 데려온 것이 후회됐다.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올 때까지 낙일성에 남아 있은 것이 후회됐다.만약 윤구주가 정말로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라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당신은 계속 날 이용했던 거였어...”세나미는 덜덜 떨면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노예 따위 이용하는 게 뭐가 어때서?”윤구주의 말을 들은 세나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악마! 이 악마 같은 자식! 죽여버리겠어!”결국 참지 못한 세나미는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건지 윤구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윤구주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녀를 날려 보냈고 그녀는 먼 곳까지 날아가서 눈밭에 쓰러졌다.“딸!”딸이 윤구주로 인해 다치자 세나스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부축하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나스, 우리 사이의 원한은 오늘부로 다 해결하자고.”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애꾸눈인 세나스는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뭘 어쩌고 싶냐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그걸 모른단 말이야?”윤구주의 말을 들은 순간 세나스는 몸을 흠칫 떨었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모르겠다면 내가 알려주도록 하지. 6년 전 난 그렇게 말했어. 설국에서 또 한 번 우리 화진의 영토를 넘본다면 설국 서울까지 쳐들어가서 모든 이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지? 설국 병사들은 공공연히 우리 땅을 침범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화진인들의 물자를 강탈했어. 더욱 괘씸한 건 설국이 감히 우리 화진의 세가와 결탁해서 우리 화진의 무학 정수를 몰래 훔쳐 배우며 설국의 병력을 강화했다는 거야. 이 두 죄 중 하나만 저질렀어도 난 설국을 처단했을 거야. 그런데 설국은 이 두 죄 다 저질렀지. 그러니 나도 당연히 당신을 죽여야 하지 않겠어?”윤구주가 한 말은 마치 신의 말처럼 들렸다.오늘 일은 전부 설국이 자초한 일이었
그 말에 세나스는 멍해졌다.세나미의 말대로 윤구주는 홀로 설국의 병사 수천 명을 죽였고 흑여산맥에 있는 설국의 진영 십여 개를 없앴다.게다가 설국의 노련한 절정 강자 길든마저 단숨에 죽어서 성벽에 걸렸다.구주왕을 제외하면 누가 과연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을까?그런 생각이 들자 세나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러니까 아버지,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요. 지금 떠나지 않으면 늦을지도 몰라요.”세나미는 계속해 설득했다.세나스가 말했다.“하지만 우리가 떠나면 넌 어떡하니?”“저요...?”세나미는 쓴웃음을 지었다.윤구주의 생사인에 당했으니 세나미에게는 도망칠 기회가 전혀 없었다.그녀가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윤구주는 생각 한번 하는 것으로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그녀로서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게끔 말했다.“전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그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게요. 아버지는 그냥 제 말대로 빨리 이곳을 떠나시면 돼요.”세나미가 그렇게 얘기할 때 갑자기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 있는 거리에서 들려왔다.“도망치려고? 그럴 수 있겠어?”그 말이 들림과 동시에 폭풍이 멈춘 것만 같았다.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설국 병사들의 귓가를 파고들었고, 설국 병사들은 그 순간 피가 들끓는 기분을 느꼈다.세나스 또한 마찬가지였다.그와 뒤에 있는 병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먼 거리를 바라보았다.눈보라 속에서 흰옷을 입은 남자가 서서히 걸어왔다.그는 신 같기도, 악마 같기도 했다.그는 아주 천천히 걷는 것 같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이들의 앞에 도착했다.윤구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윤구주를 본 순간, 가장 먼저 깜짝 놀라서 소리 지른 사람은 세나미였다.“큰일이야. 저 악마가 나타나다니!”세나스 역시 윤구주의 익숙한 모습을 본 순간 건장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윤구주에게 찔려서 실명한 오른쪽 눈을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6년, 무려 6년이었다.세나스의 가
세나스는 그 말을 듣고 세나미에게 말했다.“딸아, 무서워하지 마. 아버지가 있으니 아무도 널 다치게 하지 못해. 넌 지금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쉬어. 아버지가 그 빌어먹을 화진인을 잡아서 처단할게.”다들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세나미는 초조해했다.“아버지! 왜 제 말을 믿지 않는 거예요? 길든 할아버지 아시죠? 길든 할아버지는 그 악마의 손에 단숨에 죽었어요. 다들 이곳에서 죽길 바라는 거예요?”세나미가 초조한 목소리로 울먹거리자 세나스는 미간을 구겼다.그가 아는 세나미는 줄곧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침착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세나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말해 봐. 널 납치한 화진인이 정말로 그렇게 강한 거야?”“맞아요. 그는...”세나미는 조금 엄두가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그가 누군데?”세나스는 딸을 바라보았다.세나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말했다.“아버지의 숙적이에요. 유일하게 아버지를 이긴 적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뭐라고?’자신을 이긴 적이 있다는 말에 세나스는 당황했다.세나스는 살면서 수많은 전투를 했었다.그러나 그를 이긴 적 있는 사람은 오직 윤구주뿐이었다.세나미의 말을 들은 세나스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설마 그 화진인이 구주왕이란 말이야?”“맞아요. 바로 그예요.”“그가 우리 설국에 왔어요. 지금은 저 앞에 있는 온천에 있어요.”세나미는 드디어 윤구주의 일을 얘기했다.‘뭐?’화진의 구주왕이 낙일성에 왔다는 말에 세나스는 당황했다.“그럴 리가... 그는 이미 죽음의 바다에서 죽었어.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그가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세나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죽지 않았더라고요! 화진은 우리 10국을... 세상을 모두 속인 거예요. 구주왕이 살아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에요!”세나미는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얘기했다.이때 세나스는 깜짝 놀라 넋이 나갔고 그
그들을 향해 달려오던 사람은 다름 아닌 세나미였다.세나미는 달려가서 세나스의 품에 안기더니 흐느끼며 아버지를 불렀다.세나스는 당황했다.그는 서둘러 딸을 안고 기쁜 얼굴로 말했다.“나미야, 이거 꿈 아니지? 정말 너 맞니?”“그럼요, 아버지!”세나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너 화진인에게 납치된 거 아니었니? 왜 여기 있는 거야? 얼른 아빠한테 얘기해 봐. 어디 다친 데는 없어?”세나스는 서둘러 딸을 걱정하며 물었다.세나미는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저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하지만... 네가 화진인에게 납치당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히 이곳에 있는 거야?”세나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다른 장수들 또한 의아한 얼굴로 갑자기 나타난 세나미를 바라봤다. 아무도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세나미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는 서둘러 말했다.“아버지, 그건 설명할 수 없어요. 지금은 제 말대로 하세요. 당장 병사들을 이끌고 이곳을 떠나요. 그리고 당분간은 절 찾지 마세요.”세나미의 말에 세나스뿐만 아니라 그의 뒤에 있던 설국 병사들 또한 얼이 빠졌다.“나미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곳을 떠나라니? 널 찾지 말라니?”세나미가 말했다.“아버지, 제 말대로 하세요. 지금은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세나스는 이상함을 느꼈다.딸의 겁먹은 표정을 본 세나스는 뭔가 수상쩍음을 감지했다.“나미야, 너 혹시 협박당했니? 뭘 두려워하는 거야?”세나미는 긴장한 얼굴로 뒤를 바라보면서 서둘러 말했다.“아버지, 제발요. 어서 군대를 이끌고 이곳을 떠나세요. 그 악마가 온다면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을 거예요.”세나미가 악마라고 하자 세나스는 더욱 의아해졌다.“딸아, 그게 무슨 말이니? 악마라니?”“우리 설국 병사들을 죽이고 절 잡아간 그 화진인 말이에요!”세나미는 설명해도 소용없자 그냥 솔직히 털어놓았다.“네 말은 우리 설국 병사들 수천 명을 죽인 화진인이 이 낙일성에
“다들 왔나?”윤구주는 번뜩이는 두 눈으로 낙일성 성문 쪽을 바라보았다.“좋아. 드디어 왔네.”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온천에서 나왔다.그의 완벽한 몸매는 근육이 잡혀 탄탄했다. 그의 몸은 마치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조각한 조각상 같았다.손을 움직이자 바닥에 벗어두었던 옷이 그의 손에 잡혔다.윤구주는 빠르게 옷을 입은 뒤 순식간에 낙일성 성문 쪽으로 나아갔다.윤구주가 계속 낙일성에 남아있던 이유는 세나스의 대군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세나스는 설국의 군신으로 과거 설국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에 수십 차례 참여했었다. 그는 설국 병사들에게 영웅이자 군신이었다.그러다 그는 6년 전 윤구주에게 패배하였고 심지어 오른쪽 눈은 윤구주에 찔려서 실명되었다.비록 세나스는 눈 한쪽이 실명되었지만 설국 군인들 마음속 그의 지위는 여전히 확고부동했다.그는 여전히 군신이자 설국 병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존재였다.윤구주가 그를 죽여야만 설국 군대를 완전히 패닉에 빠뜨릴 수 있었다.그래서 윤구주가 떠나지 않고 계속 낙일성에 남아있었던 것이다....낙일 성, 성문 쪽.얼어붙은 시체가 가장 앞에 놓여 있었다.그것은 설국의 절정 강자 길든의 시체였다.시체 앞에 서 있는 것은 세나스였고 그의 뒤에는 장수들이 뒤따르고 있었다.초극 절정인 길든은 생전에 세나스와 사이가 굉장히 좋았다.매번 전투가 있을 때마다 세나스는 길든을 초대했었다.그런데 이번에 오래된 친구가 낙일성에 오자마자 죽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길든의 시체를 바라보던 애꾸눈 세나스는 주먹을 꽉 쥔 채로 비분에 찬 표정을 해 보였다.“군신 각하, 우리 부대는 각하의 명령에 따라 성문을 완전히 막아두었습니다. 파리 한 마리도 뚫지 못할 겁니다. 지금부터 수색을 시작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될까요?”이때 한 장수가 세나스의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군복을 입은 세나스는 눈을 부릅뜬 채 차갑게 손을 움직였다.“시작해.”“네!”설국 장수는 명령을 받은 뒤 곧바로 몸을 돌려 뒤에 있는 병
“군식 각하, 이제 어떡합니까?”한 장수가 세나스에게 물었다.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세나스는 낙일성 중심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모두 경계 태세를 취한다. 내 딸을 납치한 화진인은 분명 성안에 있을 거다. 오늘 그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어도 난 반드시 그 화진인을 죽이고 내 딸을 구출할 것이다.”세나스가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알겠습니다!”장수들은 이내 대답했고 거의 만 명 정도 되는 설국 부대는 단단히 준비하기 시작했다.세나스가 군대를 이끌고 성 안에 들어섰을 때, 낙일성의 중심에는 붉은 머리의 세나미가 온천 옆에 서서 고개를 들어 윤구주에게 흡수되고 있는 하늘 위 천지 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윤구주가 무슨 공법을 수련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무엇 때문에 주위의 천지 원기가 전부 흡수되는 건지도 몰랐다.그녀는 그저 멍하니 하늘 위 천지 원기를 바라보며 바위처럼 그곳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바로 이때 겁에 질린 설국인들이 먼 곳에 있는 거리에서 뛰어왔다.그들은 달리면서 외쳤다.“큰일이에요. 군대가 왔어요!”겁에 질린 백성들의 목소리에 온천 옆에 있던 세나미는 흠칫했다.“군대?”그녀는 빠르게 걸어가서 겁에 질린 채 달리고 있는 노인을 붙잡았다.“안녕하세요, 아저씨. 조금 전에 군대가 왔다고 하셨나요? 대체 무슨 상황인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세나미에게 붙잡힌 설국 노인은 서둘러 말했다.“아가씨, 얼른 숨어요. 우리 낙일성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아요.”“전쟁이요?”그 말을 들은 세나미는 더더욱 의아해했다.“맞아요. 조금 전에 우리 설국 군대가 낙일성에 왔어요. 게다가 탱크랑 대포도 있었어요.”노인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세나미는 의아했다.낙일성은 설국의 도시였다.군대가 낙일성에 진입했다는 것은 윤구주를 노린 것이 틀림없었다.설마 설국 군대에서 윤구주가 낙일성에 왔다는 걸 아는 걸까?“아저씨, 그들을 이끄는 장수가 누군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세나미는 황급히 물었다.“우리 설국
“또 사람이 없네요?”“어떻게 된 거죠? 낙일성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시민들과 낙일성을 지키는 병사들이 왜 보이지 않죠?”이때 한 장수가 의문을 얘기했다.다른 장수들과 병사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바로 이때, 갑자기 짙은 피비린내가 정수리 위에서 풍겨왔다.“아주 짙은 피 냄새야.”“무슨 상황이지?”한 장수는 냄새를 맡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피비린내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는 곧 깜짝 놀라 새된 소리를 질렀다.“군신 각하... 저기를 보세요...”그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며 손을 들어 성벽 쪽을 가리켰다.소리를 들은 세나스와 다른 장수, 병사들은 모두 고개를 들었다.곧이어 피 칠갑을 한 채로 얼어붙은 시체가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그 시체는 이미 얼음덩어리가 된 채 성벽에 걸려 있었다.시체는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세상에, 성벽 위에 왜 시체가 걸려 있는 거죠?”“저건 누구 시체일까요?”병사들과 장수들은 의문을 제기했다.오직 세나스만이 왠지 모르게 성벽에 걸린 시체를 본 순간 강렬한 불안감이 느껴졌다.“여봐라, 저 시체를 내려서 가져와 봐.”세나스가 명령을 내렸다.이때 한 장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훌쩍 날아올라서 성벽 위에 걸려 있던 시체를 가져왔다.시체가 내려오자 세나스는 곧바로 부하들을 데리고 달려갔다.시체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한 장수가 손을 움직여서 시체를 뒤덮은 얼음을 깨버렸다.그리고 곧 시체의 얼굴이 세나스와 다른 사람들의 눈앞에 드러났다.그는 절정 강자 길든이었다.“어? 길든 선배님이...”한 장수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서둘러 고개를 숙여 시체를 보았다.예상대로 성벽에 걸려 있던 시체는 설국 절정 강자 길든의 시체였다.길든은 죽기 전 겁을 먹은 건지, 억울한 건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던 던 것 같다.그리고 그의 심장 쪽에는 구멍이 크게 뚫려 있었다.다만 그의 피가 완전히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