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세가 사람들이 염수천, 정태웅 등 사람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주위에 살아남은 건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은 주변 광경을 보고 단단히 겁을 먹었다.그들은 사실 축하해야 했다.오늘 자신이 현명한 결정을 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했다.그 결정은 그들의 생사, 그리고 그들 뒤에 있는 방대한 세가의 존망과 관련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염수천 등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세가 사람들까지 전부 죽이자 윤구주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먼 곳에 있는 숲을 바라봤다.“구주야, 뭘 보고 있는 거야?”옆에 있던 이홍연은 윤구주가 이상한 눈빛으로 먼 곳에 있는 숲을 바라보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궁금한 듯 물었다.“별거 아냐. 홍연아, 넌 염수천 일행과 일단 여기 남아있어. 난 금방 갔다 올게.”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훌쩍 뛰어올라서 먼 곳에 있는 숲 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야, 윤구주! 대체 어디를 가려는 거야?”이홍연은 그의 등 뒤에서 멀어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공주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뭔가를 감지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뒤에 있던 주도가 갑자기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와 마찬가지로 먼 곳의 숲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구주가 이 황막한 곳에서 뭘 감지했다는 거예요?”이홍연이 물었다.주도는 눈을 접어 웃으면서 말했다.“공주님, 설마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한 겁니까? 오늘 이 판은 마씨 일가가 짠 게 아니라 저쪽에서 짠 겁니다.”주도는 손가락으로 먼 곳에 있는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이요?”이홍연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도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윤구주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숲속에 도착했고 그가 도착하자마자 세 사람이 그의 시야에 나타났다.윤신우, 윤창현, 윤정석이었다.세 사람 외에 바닥에 시체 몇 구가 있었다.윤구주는 그곳에 도착한 뒤 먼저
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윤창현은 재빨리 나서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구주야, 형님도 좋은 마음에 온 거지. 그러니까 그냥 참아줘.”“맞아, 구주야!”옆에 있던 윤정석이 거들었다.그러나 윤구주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분명 말했어요. 제가 떠나는 그날부터 전 윤씨 일가와 아무와 관련도 없다고요.”“그건...”윤창현은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16년 전, 윤신우가 윤구주 모자를 윤씨 일가에서 쫓아낸 것이 어린 윤구주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었는지를 말이다.특히 윤구주의 어머니는 섣달그믐날에 병 때문에 돌아가셨다.그리고 그전까지 아버지인 윤신우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그래서 윤구주는 윤신우가, 윤씨 일가가 미웠다.그는 윤씨 일가 때문에 어머니가 죽은 거로 생각했다.윤창현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윤신우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둘째야, 셋째야, 너희는 일단 물러나. 우리 부자 단둘이 얘기를 나눠야겠다.”윤창현과 윤정석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윤신우와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결국 두 사람은 한숨을 쉰 뒤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두 사람은 떠났다.조용한 숲속, 그곳에는 윤신우 부자만 남았다.윤구주는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러나 반대로 윤신우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동안 네가 날 미워한 거, 다 이해한다. 난 확실히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어. 너희 모자에게 잘못한 게 너무 많지.”윤신우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시선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서 유유히 말했다.윤구주가 말했다.“저한테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으니까요.”“나도 알아.”윤신우는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뿐이야.”윤신우는 그렇게 말한 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하, 책임?’윤구주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윤구주는 그를 보지 않았다.그리고 그와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다.그는 마치 바위처럼 그곳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산속에서 바람이 불어와 윤구주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흩날렸다.그는 고개를 숙여 싸늘한 시선으로 제4나사염군의 시체를 보았다.그리고 곧 그의 눈동자에서 금빛 불꽃 화염이 뿜어졌다.쿵!귀신 가면을 쓴 나사염군의 시체는 곧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유명전 제4염군의 시체가 재가 돼버린 뒤 윤구주는 차갑게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노룡산 대전이 끝났다.유명한 관광지였는데 이제 산꼭대기는 안타깝게도 폐허가 되어버렸다.천 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적성루조차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처참한 몰골이었다.폐허 속에서 윤구주의 형제들은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며 그곳에 서 있었다.공주인 이홍연은 옆에 서서 묵묵히 윤구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사실 그녀는 아주 모순적이었다.그녀는 사실 화풀이를 하려고 윤구주를 상대할 생각이었는데 윤구주가 정말 위험해질 것 같자 곧바로 후회되었다.그런데 지금 윤구주가 무사한 걸 보니 또 저도 모르게 망설였다.그녀는 윤구주를 십여 년 동안 힘겹게 기다렸는데, 윤구주는 정작 여자 연예인과 서로 끌어안고 있었으니 그걸 생각하면 속이 뒤집혔다.이때 한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안녕하세요, 누나!”이홍연은 처음 누나라고 불려서 살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곧 대머리인 스님이 뒤에 서 있는 게 보였다.“넌 누구야? 아까 날 뭐라고 부른 거야?”이홍연은 놀란 표정으로 뒤에 있던 스님에게 물었다.“전 공수이라고 해요. 법명은 나최고예요!”“풉!”이홍연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공수이의 얼굴에 대고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 나최고라고? 날 웃겨 죽일 생각인 거야? 세상에 그렇게 웃긴 법명이 어디 있어?”이홍연은 배를 잡고 깔깔 웃었지만 그 모습은 요정처럼 아주 아름다웠다.“진짜예요! 전 정말 공수이예요!”꼬마 스님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홍연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
공수이는 아주 똑똑했다.이홍연의 말을 들은 그는 곧바로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알아냈다.그는 반질반질한 머리를 긁적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이 공주님 진심으로 우리 형님을 좋아하는 것 같네. 날 통해서 뭔가 알아내려는 게 분명해. 안 돼! 나 공수이는 절대 형님에게 미안할 짓을 할 수 없어. 난 꼭 형님에게 도움이 돼서 가장 훌륭한 동생이 될 거야!’그런 생각들을 한 뒤 공수이는 곧바로 똑똑하게 말했다.“공주님, 틀리셨어요. 우리 형님 곁에는 비록 미녀들이 아주 많지만 우리 형님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공주님인 것 같아요!”‘뭐라고?’“윤구주가 날 가장 좋아한다고?”이홍연의 아름다운 눈이 커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 맞아요! 공주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형님은 공주님을 굉장히 신경 쓰세요. 저번에 잠을 잘 때 공주님의 이름을 중얼거리기도 했거든요. 심지어 저희에게 앞으로 공주님이 형수님이 될 거라고 말했어요!”공수이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지어냈다.형수님이라는 호칭을 처음 듣게 된 이홍연은 순간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동시에 꿀을 잔뜩 먹은 것처럼 달콤한 느낌이 마음속을 꽉 채웠다.“진짜? 윤구주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이홍연은 아주 기쁜 얼굴로 물었다.“네!”공수이는 아주 적극적으로 대답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해 말했다.“그 외에도 형님은 공주님이 자기 소꿉친구라고, 둘도 없는 존재라고 했어요! 참, 그리고 형님은 공주님에게 사랑의 증표를 전달하라고 했어요!”이홍연은 그 순간 깜짝 놀랐다.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흥분해서 말했다.“사랑의 증표도 있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공주님, 전 출가한 사람이에요.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제가 왜 공주님을 속이겠어요? 잠시만요. 지금 당장 사랑의 증표를 건네줄게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자신의 백보 가방을 뒤졌다.그는 안에 손을 넣고 한참을 휘적였고 잠시 뒤 수정 반지 하나를 안에서 꺼냈다.“공주님, 받
황실의 여섯째 공주는 공수이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뒤 마음속 그늘이 전부 사라졌다.그녀는 아주 기쁘고 또 행복했다.윤구주가 자신을 무척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것에 기뻤고, 윤구주가 자신에게 사랑의 증표까지 주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공수이가 이홍연을 속이고 있을 때 정태웅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달려왔다.“수이 동생, 공주님과 무슨 얘기를 나눈 거야?”공수이는 즐거움 가득한 얼굴의 이홍연을 바라보면서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우리 형님을 살짝 도와준 것뿐이에요.”“도와줬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정태웅은 아리송했고 공수이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응? 수이 동생, 공주님이 들고 있는 반지, 전에 수이 동생이 말했던 그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 수납 반지 아냐? 그걸 왜 공주님에게 준 거야? 젠장, 나한테 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정태웅은 이때 갑자기 이홍연이 들고 있는 반지를 보았다.“쉿! 어서 조용히 해요!”정태웅의 말을 들은 공수이는 서둘러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왜? 아니야?”정태웅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였다.공수이는 서둘러 정태웅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형님은 몰라요. 제가 저 수납 반지를 공주님에게 드린 건 전부 구주 형님을 위해서예요!”“응? 그게 무슨 뜻이야?”정태웅은 계속 물었다.공수이는 조금 전 이홍연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고 정태웅은 공수이의 말을 듣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에 있는 천진난만해 보이는 꼬마 스님을 보더니 그의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세상에, 수이 동생. 수이 동생 정말 엄청난 인재였네!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대단해! 진짜 대단해!”공수이는 칭찬을 받게 되자 헤실헤실 웃었다.“수이 동생 덕분에 앞으로 공주님은 우리 저하를 귀찮게 하지 않겠어!”정태웅은 고개를 돌려 다른 쪽에서 기뻐하고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먼 곳, 이홍연은 기쁜 얼굴로 수납 반지를 들고 있다가 그것을 왼손
윤구주가 돌아왔다.윤구주가 돌아오자 윤구주의 형제들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서 외쳤다.“저하!”윤구주는 주위를 쭉 둘러보더니 염수천에게 물었다.“다 처리했어?”“저하, 세가의 잔당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염수천이 말했다.“그래.”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저하, 이 세가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염수천은 갑자기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옆에 있던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처리라는 말을 듣고 하나같이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려서는 두려움에 찬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가 죽이라고 할까 봐 두려운 듯했다. 윤구주가 죽이라고 한다면 그들 모두 오늘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테니 말이다.윤구주는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을 싸늘한 시선을 바라보더니 그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윤구주가 다가오자 다들 겁을 먹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저하, 살려주십시오! 저희 배씨 일가는 저하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배도찬은 윤구주가 조금씩 다가오자 겁먹은 얼굴로 저도 모르게 말했다.“맞습니다, 저하! 저희 반씨 일가도 저하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습니다!”반씨 일가의 노인 한 명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윤구주는 두 가문 사람들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당신들 말대로 당신들은 오늘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어. 만약 내 심기를 건드렸다면 당신들은 이미 시체가 되었겠지.”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오늘 당신들을 한 번 살려줄 수는 있어. 하지만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내가 직접 당신들을 죽여서 배씨 일가와 반씨 일가를 멸문시킬 거야!”윤구주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저하, 살려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오늘 이후로 저희 두 가문은 저하께 충성을 바칠 것이고 절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입장을
뭇 형제는 윤구주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금위군 통령인 염수천은 이해하였다! 윤구주는 화진 제일 인왕이자 화진의 구주 전신으로 불리고 있다! 이 칭호에 걸맞게 그는 나라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하기에 그는 자신이 이용당하는 한 자루의 칼이 될지라도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필경 그는 화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진사람이기에! “슬기로운 왕이시여! 의리 있는 왕이시여!” 염수천은 공경스럽게 윤구주를 향해 큰절하였다. 이건 염수천이 윤구주를 향한 경의뿐만 아니라, 화진 국주의 윤구주에 대한 감정을 담은 절이었다. “구주야, 무슨 얘기 하고 있어?” 분위기가 점점 엄숙해지고 있을 무렵 이홍연이 갑자기 다가왔다. 윤구주 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얼굴에 기쁨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아무것도! 그저 염수천 통령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지.” 윤구주는 이홍연이 조정의 싸움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그렇구나!” “구주야! 나 이제 화 풀렸어! 그리고 너의 선물 고마워!” 이홍연이 살짝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화? 선물?” 윤구주는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이홍연은 가늘고 곧은 손을 뻗어 윤구주한테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선물 무척 마음에 들어! 그래서 인제 그만 널 용서해 주려고!” 말을 마친 뒤 이홍연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겨진 윤구주는 얼빠진 얼굴로 서 있었다! 방금 이홍연이 말하며 흔들던 손위의 반짝이던 물건은 아무리 봐도 반지였다!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이없어하였다. (헐? 쟤가 방금 뭐라 한 거야? 내가 언제 선물을 했다고 그러지? 게다가 그 선물이 반지라고?) 머릿속은 의혹함으로 가득하였지만, 이홍연이 기뻐하는 모습에 윤구주는 더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노룡산에서의 전쟁이 이로써 끝났다. 윤구주는 앞으로의 뒤처리를 염수천한테 맡겼다. 금위군 통령으로서 이런 뒤처리는 식은 죽 먹기였기에 그도 긴말 안 하고
우뚝 솟은 황성 중 금란 대전 내에 9마리의 용이 수놓아져 있는 용포를 입은 늠름한 자태의 남자가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빨간색 관복 차림에 사모를 쓴 노인이 서 있었다. 하얀 피부에 수염 한 올 없는 이 노인이 바로 황성 제일 내시 총관 한진모이다! 용포를 입고 있는 남자는 바로 화진의 국주이다. “진모야, 노룡산의 일은 일단락되었느냐?” 국주의 목소리는 몹시 우렁찼다. 황성 내 제일 절정으로 불리는 내시 총관 한진모가 몸을 굽힌 채 웃으며 대답했다. “국주님께 아룁니다! 노룡산의 일은 이미 마무리되었습니다!” “국주님의 예상대로 제자백가는 배씨, 반씨 이 두 가문을 제외한 모든 가문이 저하에 의해 멸문당하였습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윤신우님도 노룡산에 계셨습니다!” “유명전의 제4명군도 해치웠습니다!” 늙은 내시는 모든 소식을 조금의 숨김도 없이 국주한테 일렀다! 하하하! 이 소식들을 들은 국주는 벌떡 일어서선 크게 웃었다! “좋구나! 좋아!” “역시 내 화진의 제일 전신이야, 나를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어!” 호탕하게 웃으며 이 말은 한 국주는 다시 말하였다.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모든 것을 윤구주한테 맡겨야겠지!” “진모야, 그 어린놈이 앞으로 뭘 할 것 같으냐?” 국주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한진모가 황급히 머리를 절레절레 돌리며 말했다. “저는 아둔하여 잘 모르겠습니다!” 국주는 손을 등 뒤에 진채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예상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윤구주는 나를 찾으러 올 것이다!” “국주님을요?” “그래!” “내 예상대로라면 윤구주는 이미 나를 찾으러 오는 길에 있을 것이다!” 국주는 유유히 답했다. 한진모는 잠깐 멈칫하다 다시 말문을 열었다. “국주 님의 뜻은 이 모든 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까?”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이 웬 말이냐?” 국주의 말은 패기로 가득 차 넘쳤다. “내가 왜 헌원하우검을 윤구주한테 하사했는지 아느냐?” 한진모는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