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그를 보지 않았다.그리고 그와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다.그는 마치 바위처럼 그곳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산속에서 바람이 불어와 윤구주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흩날렸다.그는 고개를 숙여 싸늘한 시선으로 제4나사염군의 시체를 보았다.그리고 곧 그의 눈동자에서 금빛 불꽃 화염이 뿜어졌다.쿵!귀신 가면을 쓴 나사염군의 시체는 곧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유명전 제4염군의 시체가 재가 돼버린 뒤 윤구주는 차갑게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노룡산 대전이 끝났다.유명한 관광지였는데 이제 산꼭대기는 안타깝게도 폐허가 되어버렸다.천 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적성루조차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처참한 몰골이었다.폐허 속에서 윤구주의 형제들은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며 그곳에 서 있었다.공주인 이홍연은 옆에 서서 묵묵히 윤구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사실 그녀는 아주 모순적이었다.그녀는 사실 화풀이를 하려고 윤구주를 상대할 생각이었는데 윤구주가 정말 위험해질 것 같자 곧바로 후회되었다.그런데 지금 윤구주가 무사한 걸 보니 또 저도 모르게 망설였다.그녀는 윤구주를 십여 년 동안 힘겹게 기다렸는데, 윤구주는 정작 여자 연예인과 서로 끌어안고 있었으니 그걸 생각하면 속이 뒤집혔다.이때 한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안녕하세요, 누나!”이홍연은 처음 누나라고 불려서 살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곧 대머리인 스님이 뒤에 서 있는 게 보였다.“넌 누구야? 아까 날 뭐라고 부른 거야?”이홍연은 놀란 표정으로 뒤에 있던 스님에게 물었다.“전 공수이라고 해요. 법명은 나최고예요!”“풉!”이홍연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공수이의 얼굴에 대고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 나최고라고? 날 웃겨 죽일 생각인 거야? 세상에 그렇게 웃긴 법명이 어디 있어?”이홍연은 배를 잡고 깔깔 웃었지만 그 모습은 요정처럼 아주 아름다웠다.“진짜예요! 전 정말 공수이예요!”꼬마 스님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홍연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
공수이는 아주 똑똑했다.이홍연의 말을 들은 그는 곧바로 어떻게 된 영문인지를 알아냈다.그는 반질반질한 머리를 긁적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이 공주님 진심으로 우리 형님을 좋아하는 것 같네. 날 통해서 뭔가 알아내려는 게 분명해. 안 돼! 나 공수이는 절대 형님에게 미안할 짓을 할 수 없어. 난 꼭 형님에게 도움이 돼서 가장 훌륭한 동생이 될 거야!’그런 생각들을 한 뒤 공수이는 곧바로 똑똑하게 말했다.“공주님, 틀리셨어요. 우리 형님 곁에는 비록 미녀들이 아주 많지만 우리 형님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공주님인 것 같아요!”‘뭐라고?’“윤구주가 날 가장 좋아한다고?”이홍연의 아름다운 눈이 커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 맞아요! 공주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형님은 공주님을 굉장히 신경 쓰세요. 저번에 잠을 잘 때 공주님의 이름을 중얼거리기도 했거든요. 심지어 저희에게 앞으로 공주님이 형수님이 될 거라고 말했어요!”공수이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지어냈다.형수님이라는 호칭을 처음 듣게 된 이홍연은 순간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동시에 꿀을 잔뜩 먹은 것처럼 달콤한 느낌이 마음속을 꽉 채웠다.“진짜? 윤구주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이홍연은 아주 기쁜 얼굴로 물었다.“네!”공수이는 아주 적극적으로 대답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계속해 말했다.“그 외에도 형님은 공주님이 자기 소꿉친구라고, 둘도 없는 존재라고 했어요! 참, 그리고 형님은 공주님에게 사랑의 증표를 전달하라고 했어요!”이홍연은 그 순간 깜짝 놀랐다.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흥분해서 말했다.“사랑의 증표도 있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공주님, 전 출가한 사람이에요.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제가 왜 공주님을 속이겠어요? 잠시만요. 지금 당장 사랑의 증표를 건네줄게요!”공수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자신의 백보 가방을 뒤졌다.그는 안에 손을 넣고 한참을 휘적였고 잠시 뒤 수정 반지 하나를 안에서 꺼냈다.“공주님, 받
황실의 여섯째 공주는 공수이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뒤 마음속 그늘이 전부 사라졌다.그녀는 아주 기쁘고 또 행복했다.윤구주가 자신을 무척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것에 기뻤고, 윤구주가 자신에게 사랑의 증표까지 주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공수이가 이홍연을 속이고 있을 때 정태웅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달려왔다.“수이 동생, 공주님과 무슨 얘기를 나눈 거야?”공수이는 즐거움 가득한 얼굴의 이홍연을 바라보면서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우리 형님을 살짝 도와준 것뿐이에요.”“도와줬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정태웅은 아리송했고 공수이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응? 수이 동생, 공주님이 들고 있는 반지, 전에 수이 동생이 말했던 그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 수납 반지 아냐? 그걸 왜 공주님에게 준 거야? 젠장, 나한테 주겠다고 약속했었잖아!”정태웅은 이때 갑자기 이홍연이 들고 있는 반지를 보았다.“쉿! 어서 조용히 해요!”정태웅의 말을 들은 공수이는 서둘러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왜? 아니야?”정태웅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였다.공수이는 서둘러 정태웅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형님은 몰라요. 제가 저 수납 반지를 공주님에게 드린 건 전부 구주 형님을 위해서예요!”“응? 그게 무슨 뜻이야?”정태웅은 계속 물었다.공수이는 조금 전 이홍연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고 정태웅은 공수이의 말을 듣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에 있는 천진난만해 보이는 꼬마 스님을 보더니 그의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세상에, 수이 동생. 수이 동생 정말 엄청난 인재였네!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대단해! 진짜 대단해!”공수이는 칭찬을 받게 되자 헤실헤실 웃었다.“수이 동생 덕분에 앞으로 공주님은 우리 저하를 귀찮게 하지 않겠어!”정태웅은 고개를 돌려 다른 쪽에서 기뻐하고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먼 곳, 이홍연은 기쁜 얼굴로 수납 반지를 들고 있다가 그것을 왼손
윤구주가 돌아왔다.윤구주가 돌아오자 윤구주의 형제들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서 외쳤다.“저하!”윤구주는 주위를 쭉 둘러보더니 염수천에게 물었다.“다 처리했어?”“저하, 세가의 잔당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염수천이 말했다.“그래.”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저하, 이 세가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염수천은 갑자기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옆에 있던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처리라는 말을 듣고 하나같이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려서는 두려움에 찬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가 죽이라고 할까 봐 두려운 듯했다. 윤구주가 죽이라고 한다면 그들 모두 오늘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테니 말이다.윤구주는 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을 싸늘한 시선을 바라보더니 그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윤구주가 다가오자 다들 겁을 먹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저하, 살려주십시오! 저희 배씨 일가는 저하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배도찬은 윤구주가 조금씩 다가오자 겁먹은 얼굴로 저도 모르게 말했다.“맞습니다, 저하! 저희 반씨 일가도 저하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습니다!”반씨 일가의 노인 한 명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윤구주는 두 가문 사람들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당신들 말대로 당신들은 오늘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어. 만약 내 심기를 건드렸다면 당신들은 이미 시체가 되었겠지.”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오늘 당신들을 한 번 살려줄 수는 있어. 하지만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내가 직접 당신들을 죽여서 배씨 일가와 반씨 일가를 멸문시킬 거야!”윤구주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저하, 살려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오늘 이후로 저희 두 가문은 저하께 충성을 바칠 것이고 절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배씨 일가, 반씨 일가 사람들은 입장을
뭇 형제는 윤구주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금위군 통령인 염수천은 이해하였다! 윤구주는 화진 제일 인왕이자 화진의 구주 전신으로 불리고 있다! 이 칭호에 걸맞게 그는 나라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하기에 그는 자신이 이용당하는 한 자루의 칼이 될지라도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필경 그는 화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진사람이기에! “슬기로운 왕이시여! 의리 있는 왕이시여!” 염수천은 공경스럽게 윤구주를 향해 큰절하였다. 이건 염수천이 윤구주를 향한 경의뿐만 아니라, 화진 국주의 윤구주에 대한 감정을 담은 절이었다. “구주야, 무슨 얘기 하고 있어?” 분위기가 점점 엄숙해지고 있을 무렵 이홍연이 갑자기 다가왔다. 윤구주 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얼굴에 기쁨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아무것도! 그저 염수천 통령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지.” 윤구주는 이홍연이 조정의 싸움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그렇구나!” “구주야! 나 이제 화 풀렸어! 그리고 너의 선물 고마워!” 이홍연이 살짝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화? 선물?” 윤구주는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이홍연은 가늘고 곧은 손을 뻗어 윤구주한테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선물 무척 마음에 들어! 그래서 인제 그만 널 용서해 주려고!” 말을 마친 뒤 이홍연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겨진 윤구주는 얼빠진 얼굴로 서 있었다! 방금 이홍연이 말하며 흔들던 손위의 반짝이던 물건은 아무리 봐도 반지였다!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이없어하였다. (헐? 쟤가 방금 뭐라 한 거야? 내가 언제 선물을 했다고 그러지? 게다가 그 선물이 반지라고?) 머릿속은 의혹함으로 가득하였지만, 이홍연이 기뻐하는 모습에 윤구주는 더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노룡산에서의 전쟁이 이로써 끝났다. 윤구주는 앞으로의 뒤처리를 염수천한테 맡겼다. 금위군 통령으로서 이런 뒤처리는 식은 죽 먹기였기에 그도 긴말 안 하고
우뚝 솟은 황성 중 금란 대전 내에 9마리의 용이 수놓아져 있는 용포를 입은 늠름한 자태의 남자가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빨간색 관복 차림에 사모를 쓴 노인이 서 있었다. 하얀 피부에 수염 한 올 없는 이 노인이 바로 황성 제일 내시 총관 한진모이다! 용포를 입고 있는 남자는 바로 화진의 국주이다. “진모야, 노룡산의 일은 일단락되었느냐?” 국주의 목소리는 몹시 우렁찼다. 황성 내 제일 절정으로 불리는 내시 총관 한진모가 몸을 굽힌 채 웃으며 대답했다. “국주님께 아룁니다! 노룡산의 일은 이미 마무리되었습니다!” “국주님의 예상대로 제자백가는 배씨, 반씨 이 두 가문을 제외한 모든 가문이 저하에 의해 멸문당하였습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윤신우님도 노룡산에 계셨습니다!” “유명전의 제4명군도 해치웠습니다!” 늙은 내시는 모든 소식을 조금의 숨김도 없이 국주한테 일렀다! 하하하! 이 소식들을 들은 국주는 벌떡 일어서선 크게 웃었다! “좋구나! 좋아!” “역시 내 화진의 제일 전신이야, 나를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어!” 호탕하게 웃으며 이 말은 한 국주는 다시 말하였다.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모든 것을 윤구주한테 맡겨야겠지!” “진모야, 그 어린놈이 앞으로 뭘 할 것 같으냐?” 국주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한진모가 황급히 머리를 절레절레 돌리며 말했다. “저는 아둔하여 잘 모르겠습니다!” 국주는 손을 등 뒤에 진채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예상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윤구주는 나를 찾으러 올 것이다!” “국주님을요?” “그래!” “내 예상대로라면 윤구주는 이미 나를 찾으러 오는 길에 있을 것이다!” 국주는 유유히 답했다. 한진모는 잠깐 멈칫하다 다시 말문을 열었다. “국주 님의 뜻은 이 모든 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까?”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이 웬 말이냐?” 국주의 말은 패기로 가득 차 넘쳤다. “내가 왜 헌원하우검을 윤구주한테 하사했는지 아느냐?” 한진모는 얼
“저하, 이 대답에 만족하십니까?” 황성 제일 절정인 한진모가 미소를 띠고 윤구주한테 물었다. 윤구주는 그 성지를 돌돌 말린 다음 품에 안고 머리를 들어 답했다. “만족한다!” “저하께서 만족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아 국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실컷 하라고 하셨습니다. 뒷감당은 국주님께서 맡으시겠다고!” 한진모는 말을 마친 뒤 항상 그래왔듯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윤구주는 머리를 들어 금란 대전을 바라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국주님께 대신 감사함을 전해주거라!” 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몸을 돌려 떠났다. 한진모는 멀어지는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하 가시는 길이 무탈하기를 빕니다!” 그는 금란 대전 앞에서 윤구주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돌려 떠났다. 윤구주는 드디어 국주의 성지를 받았다. 성지는 간단했다. 그 안에 쓰여 있는 죽을 사자가 모든 것을 대표했다. 지금 이 순간 윤구주는 드디어 그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게 되었다.......황성 내 오른쪽은 내각 요지이다. 바로 내각의 여덟 장로가 머물고 있는 곳이다. 조정에서 내각 여덟 장로의 지위는 화진 우상 육도진과 맞먹었다. 화진에서 고관 귀족부터 노비 백성까지 내각의 여덟 장로의 손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그러하기에 이 여덟의 장로 모두 태사와 동급이었다. 은씨 저택 내엔 내각 여덟 장로의 우두머리인 은성구가 눈을 감은 채 폭신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의 옆엔 야한 옷차림의 두 미인 궁녀가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그의 다리에 앉은 채 여지를 그의 입에 넣어주었고 다른 한 명은 그의 머리를 마사지해 주고 있었다! 은성구는 올해로 70여 세의 고령이다. 하지만 그의 기력은 몹시 좋았다! 매일 밤 그는 2, 3명의 미녀와 함께 잠자리에 들곤 하였다! 그의 이런 습관은 이미 30년간 지속되었다! 은성구가 나른해져서 풍월을 즐기고 있을 때 갑자기 신급 호위 한 명이 달려 들어왔다. “어르신,
이 말에 은성구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그럴 리가?” “마씨 가문은? 그리고 6년 전의 세가 절정들은?” 은성구가 급히 물었다.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마씨 세가가 노룡산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노룡산에 간 세가 성원 중 반씨와 배씨 가문 이외에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호위의 말에 은성구 손안에 쥐어져 있던 방금 껍질을 벗긴 여지가 이리저리 흔들거리더니 결국 땅바닥에 떨어졌다. 은성구는 안색이 시퍼렇게 질려서는 온몸이 굳어졌다! 십여 초간 멍때리다가 그는 갑자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거짓말하지 마라!” “마씨 가문이 제자백가를 불러 모았고 6년 전 절정 강자들이 10여 명이나 되는데 그들이 아무리 미련하다 한들 어떻게 살아남은 이 하나 없을 수 있단 말이냐?” 은성구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다 죽었다고? 마동한도 죽었어? 심지어 그 10여 명의 절정 강자들도 다 죽었다고?’은성구는 이런 결말을 한순간에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빠져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다 죽을 수 있지?” “혹시 황성의 국주가 손을 쓴 건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닙니다!” “전해져온 소식에 의하면 오직 한 사람이 죽인 것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윤구주 저하입니다!” 윤구주의 이름이 들려오자 은성구는 다리가 후들거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원래 그들은 윤구주를 죽일 예정으로 판을 짠 것이었다. 그런데 역으로 윤구주한테 전부 살해당하다니! 윤구주를 떠올리니 두려움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은성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쓸모없는 녀석! 마동한 그 쓸모없는 녀석! 맘에 드는 놈 하나 없어!” 은성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기라도 한 듯 말하였다. “큰일 났네!” “혹여 윤구주 그놈이 내각의 명령패를 발견하기라도 했다면 내가 마씨 가문과 손잡은 것을 알게 된 거 아냐?” 은성구의 표정이 삽시에 변하였다! “빨리!” “모든 이한테 명령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