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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윤구주는 그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바위처럼 그곳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산속에서 바람이 불어와 윤구주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싸늘한 시선으로 제4나사염군의 시체를 보았다.

그리고 곧 그의 눈동자에서 금빛 불꽃 화염이 뿜어졌다.

쿵!

귀신 가면을 쓴 나사염군의 시체는 곧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유명전 제4염군의 시체가 재가 돼버린 뒤 윤구주는 차갑게 등을 돌려 자리를 떴다.

...

노룡산 대전이 끝났다.

유명한 관광지였는데 이제 산꼭대기는 안타깝게도 폐허가 되어버렸다.

천 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적성루조차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처참한 몰골이었다.

폐허 속에서 윤구주의 형제들은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며 그곳에 서 있었다.

공주인 이홍연은 옆에 서서 묵묵히 윤구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사실 그녀는 아주 모순적이었다.

그녀는 사실 화풀이를 하려고 윤구주를 상대할 생각이었는데 윤구주가 정말 위험해질 것 같자 곧바로 후회되었다.

그런데 지금 윤구주가 무사한 걸 보니 또 저도 모르게 망설였다.

그녀는 윤구주를 십여 년 동안 힘겹게 기다렸는데, 윤구주는 정작 여자 연예인과 서로 끌어안고 있었으니 그걸 생각하면 속이 뒤집혔다.

이때 한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누나!”

이홍연은 처음 누나라고 불려서 살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곧 대머리인 스님이 뒤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넌 누구야? 아까 날 뭐라고 부른 거야?”

이홍연은 놀란 표정으로 뒤에 있던 스님에게 물었다.

“전 공수이라고 해요. 법명은 나최고예요!”

“풉!”

이홍연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공수이의 얼굴에 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나최고라고? 날 웃겨 죽일 생각인 거야? 세상에 그렇게 웃긴 법명이 어디 있어?”

이홍연은 배를 잡고 깔깔 웃었지만 그 모습은 요정처럼 아주 아름다웠다.

“진짜예요! 전 정말 공수이예요!”

꼬마 스님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홍연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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