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기대가 되네요! 저희 마씨 일가는 화진에서 수천 년간 존재해 왔죠. 그런데 감히 우리 마씨 일가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마동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빛이 섬뜩해졌다.“어르신, 이번에 제자백가에서 회의를 할 겁니다. 현재 배씨 가문, 반씨 일가, 그리고 다른 몇몇 가문에서는 이미 노룡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도 함께 가시죠! 세가가 궐기하기 위해서는 내각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그래야만 대업을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마동한은 미소 띤 얼굴로 품 안에서 비단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은성구에게 건넸다.“이건 저희 마씨 일가의 조상님께서 어르신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하는 물건입니다. 부디 받아주셨으면 합니다!”은성구는 비단 주머니를 건네받았고 안을 들여다보니 몹시 반짝이는 야명주가 있었다.야명주들은 모두 엄지손톱만큼 컸고 총 십여 개가 들어있었다.엄청난 값어치를 자랑하는 야명주를 본 은성구는 웃으며 말했다.“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주머니를 품 안에 넣었다.“저희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죠. 하지만 어르신, 조금 전에 여섯째 공주님께서 윤구주의 이름을 되뇌던 것 같은데 설마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는 겁니까?”마동한은 갑자기 이홍연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맞아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저 제멋대로인 공주님은 윤구주와 소꿉친구였어요. 게다가 어렸을 때 공주님께서는 줄곧 윤씨 일가에서 지내셨죠.”은성구가 말했다.“그래요?”그 말을 듣자 마동한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그렇다면 여섯째 공주님은 윤구주와 연인 관계인 건가요?”마동한이 다시 물었다.“예전에는 그랬지만... 태화루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공주님은 윤구주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렸어요.”은성구는 계속해 말했다.“태화루요?”“네. 그때 태화루에서 마씨 일가 사람이 죽임당했죠. 그날은...”은성구는 윤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이홍연을 거절한 사실을 전부 얘기했다.
황성, 금란 대전.이홍연과 은성구, 그리고 제자백가 중 마씨 일가의 마동한이 떠난 뒤 한진모가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인 채 휘황찬란한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은 화진의 대웅전으로 국주가 대신들과 함께 정무를 논하는 곳이었다.이 순간 대웅전의 가장 안쪽에는 용포를 입은 건장한 남자가 있었다.그는 뒷짐을 지고 서 있었는데 엄청난 권력을 거머쥔 제왕의 기개가 그에게서 느껴졌다.그의 앞에는 세계 지도 한 장이 있었다.그 지도는 10국의 전략적 지도였다.“국주님을 뵙습니다!”한진모는 안으로 들어간 뒤 눈앞의 용포를 입은 국주를 향해 정중히 예를 갖췄다.뒷짐을 지고 있던 국주는 몸을 돌리지 않았다.그는 10국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다들 간 것이냐?”“국주님, 전부 돌려보냈습니다.”한진모가 대답했다.그를 등지고 있던 국주는 몇 초간 침묵을 이어가다가 입을 열었다.“세가와 내각은 이미 연맹을 맺었겠지?”국주의 목소리는 두꺼우면서도 거칠었다.“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이미 연맹을 맺었습니다.”한진모가 대답했다.“우리 화진의 무도를 청소할 때가 왔구나.”국주는 천천히 말했다.그러나 그 말을 할 때 모든 걸 쓸어버릴 듯한 어마어마한 살기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6년 전, 그 어린놈은 곤륜에서 무력으로 천하를 제압하고, 화진 무도의 3대 서열을 제압했었지. 마침내 올 게 왔구나.”국주의 목소리는 평온하면서도 위엄 넘쳤다.“진모 너는 그놈이 이번에도 혼자서 육합을 휩쓸고 문벌, 세가, 종문, 3대 전통 무술 서열을 제압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느냐?”국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무게감 있는 얼굴에 짙은 이목구비, 위엄 넘치는 제왕의 기운을 띤 그가 바로 화진의 국주였다.황성 내 최고 실력자라 불리는 한진모는 허리를 숙인 채 대답했다.“제 추측을 말씀드려도 될지...”“괜찮다. 오늘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네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편히 말해보거라.”국주는 천천히 말했다.그 말에 한진모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말을 마친 뒤 화진의 국주는 고개를 들며 그윽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그 어린놈에게 희망을 걸었었다. 하지만... 운명을 피해 갈 수는 없었지. 왕권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16년 전의 그 억울한 사건을 저질렀어. 3대 서열이 궐기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 상황에서 나는 그놈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구나. 내가 나선다면 수십 년 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피로 바꿔온 이 태평성세가 한순간에 무너질 테니 말이다.”한진모는 그 말을 듣더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현명하십니다, 국주님!”“아니. 난 이미 한 번 잘못을 범했다. 더는 잘못을 저지를 수는 없어. 한진모, 윤구주에게 내 명을 전하도록 해. 그놈이 뭘 하든지 나는 언제나 그놈 편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이것을 전해줘.”국주는 말하면서 갑자기 고검을 꺼내서 한진모에게 건넸다.전설에 따르면 그 검은 신들이 황제를 위해 만든 검으로 황금빛을 띤 천 년 된 고검이었다. 검의 한쪽에는 일월성신이, 다른 한쪽에는 산천초목이 그려져 있었다.검 손잡이의 한쪽에는 농경과 가축 기르는 법이 쓰여 있고 다른 한쪽에는 천하를 통일하는 책략이 적혀 있었다.전설에 따르면 그 검은 무한한 힘을 품고 있고 요괴도, 마귀도 벨 수 있는 신검이라고 한다.그 검의 이름은 헌원하우검이었다.그 검은 날이 없었으나 황제도 벨 수 있고 백성도 벨 수 있었다.그 검을 든 자는 보고를 올리기 전에 사람을 벨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그것이 바로 화진 최고의 제왕의 검이었다.국주가 이 제왕의 검을 윤구주에게 넘겨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명 받들겠습니다!”한진모는 두 손으로 정중하게 제왕의 검을 건네받은 뒤 조심스럽게 손에 들었다.황성 최고 실력자가 제왕의 검을 건네받자 국주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지금부터 살육이 시작되겠구나. 이번에 노룡산으로 간 세가가 총 몇 개인지 말해보거라.”국주가 갑자기 말했다.“국주님, 제가 아는 바로
“윤구주 이 빌어먹을 놈.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어. 왜?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주도, 말해 봐요. 왜 그 망할 놈은 내가 아니라 여자 연예인을 선택한 거죠? 내가 그 연예인보다 못해요?”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옆에 있는 주도에게 하소연했다.옆에 서 있던 주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남녀 간의 사랑 같은 것은 200살 넘는 주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공주님, 그만 슬퍼하세요. 어쩌면 잠깐 머리가 어떻게 돼서 그 연예인을 사랑하게 된 걸지도 모르죠. 제가 보기에 윤구주는 언제가 공주님의 마음을 깨닫고 돌아올 겁니다.”그러나 이홍연은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아뇨. 난 윤구주가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아요. 난 윤구주가 미워요! 미워 죽겠어요! 난 윤구주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윤구주를 죽여버려야만 내 한이 풀린다고요!”공주의 말을 들은 주도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역시 여자는 건드리면 안 된다니까. 얻지 못하면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무시무시하네.’주도는 비록 그렇게 생각했지만 절대 그런 얘기를 입에 담지는 않았다.이홍연이 슬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밖에서 시종이 달려왔다.“공주님, 내각대학사 은성구 어르신께서 뵙기를 청합니다!”슬퍼하고 있던 이홍연은 곧바로 말했다.“안 만날 거야. 꺼지라고 해.”시종은 이홍연이 슬퍼한다는 걸 알고 감히 그녀를 방해할 수는 없어 곧바로 대답했다.“네!”시종이 물러나려는데 이홍연이 갑자기 말했다.“잠깐! 조금 전에 내각대학사 은성구 어르신이라고 했어?”“그렇습니다, 공주님!”시종은 황급히 대답했다.이홍연은 내각과 윤구주 사이에 깊은 갈등이 있다는 걸 알았다.게다가 저번에 태화루에서도 모순이 있었다.윤구주는 공공연히 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지안수를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그래서 내각의 은성구가 그녀를 만나러 왔다고 하는 말을 들은 이홍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시종은
내각대학사의 말을 들은 이홍연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그걸 어떻게 안 거죠?”“무심결에 들은 얘기입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은성구는 서둘러 말했다.이홍연은 사실 내각 여덟 장로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저번에 태화루에서도 만약 윤구주에게 상처를 받지 않았더라면 절대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홍연은 윤구주가 죽도록 미웠다.특히 윤구주가 그 여자 연예인과 알콩달콩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은성구가 윤구주를 언급하자 이홍연은 곧바로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흥! 윤구주 그 망할 놈이 제게 상처를 줬다는 걸 안다고 했죠? 그렇다면 그 자식을 죽여줄래요? 그래야 제 화가 풀릴 것 같은데.”은성구가 말했다.“공주님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죽이겠습니다!”“그래요? 그건 윤구주를 죽일 생각이 있단 말인가요? 하지만 제가 아는 바로 내각의 여덟 장로에게는 그럴만한 실력이 없을 텐데요?”이홍연의 조롱에도 은성구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공주님,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 여덟 장로만 나선다면 윤구주를 죽일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 곁의 마동한 도련님이 나서준다면 아마 가능할지도 모릅니다.”“누구라고요?”이홍연은 당황했다.이때 마동한이 갑자기 은성구의 옆에서 걸어 나왔다.“제자백가 중 마씨 일가의 후손 마동한, 공주님을 뵙습니다.”남다른 분위기를 지닌 마동한이 이홍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제자백가요? 세가 사람인가요?”이홍연의 시선이 마동한에게로 향했다.“그렇습니다.”마동한이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마동한을 본 이홍연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화진 무도의 3대 서열은 문벌, 세가, 종문으로 이루어졌고 그중 제자백가는 세가를 대표했다.제자백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수많은 제자를 두고 있었으며 조정에서 활동하며 혼란에 빠졌던 시대에 세상을 평정할 수 있는 계략을 내놓았었다.그중 마씨 일가는 기관술로 굉장히 유명했고 제자백가
옆에 있던 주도는 이홍연이 마씨 일가와 손을 잡고 윤구주를 죽이겠다고 하자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어쩔 수 없었다.세상 무서울 게 없는 여섯째 공주는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주도는 고개를 들어 이홍연에게 말을 건네던 마씨 일가의 후손 마동한을 바라보았다.“음?”주도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마동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곧 옅은 자줏빛의 빛줄기가 그의 동공에서 쏘아져서 마동한의 몸을 감쌌다.빛줄기를 통해 보이는 건 마동한의 몸에 붙어있는 검은 인영이었다.검은 인영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혼 같기도, 그림자 같기도 했다.“소문에 따르면 제자백가의 뛰어난 인재들 곁에는 호위자가 있다던데. 저 자식이 그렇게 건방진 이유가 있었어.”주도는 그렇게 중얼거린 뒤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렇게 이홍연과 연합한 뒤 마동한과 은성구는 공주저를 떠났다.그들이 떠나자 주도는 그제야 이홍연의 곁으로 다가갔다.“공주님, 설마 정말로 저들과 연합하여 그 이상한 놈을 상대할 생각입니까?”그가 말한 이상한 놈은 바로 윤구주였다.“당연하죠. 그 망할 놈이 절 배신하고 제게 상처를 줬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 자식을 용서할 수 있겠어요?”이홍연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휴, 하지만 윤구주를 죽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공주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조금 전 그 마동한이라는 놈은 절대 좋은 놈이 아닙니다. 그들과 연합했다는 사실을 국주님과 희빈마마에게 들킨다면 호되게 혼나실 겁니다!”주도는 이홍연을 설득하려고 했다.그러나 단단히 화가 난 이홍연이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상관없어요! 전 윤구주가 후회하기를 바라요. 그래야만 분이 풀릴 것 같다고요!”이홍연이 그렇게 말하자 주도는 어이없었다.그는 눈앞의 이홍연 때문에 일이 더욱 수습하기 힘들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주도는 실눈을 뜨면서 고개를 살짝 들더니 중얼거렸다.“세가 연합? 나마저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은설아는 윤구주를 따른 뒤로부터 윤구주의 일상생활을 책임졌다.이러한 상황이 윤구주는 익숙하지 않았다.그는 은설아를 곁에 두고 지켜주면서 유명전의 놈들에게 빼앗기지 않게 그녀의 영음지체를 돌봐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은설아는 마치 여자 친구처럼 그를 돌봐주면서 그의 곁을 지켰다.“구주 씨, 삼계탕을 끓였는데 좀 먹어봐요...”“구주 씨, 옷 씻을 거 있어요? 제가 씻어줄까요?”“구주 씨, 힘들어요? 제가 어깨 주물러 줄까요?”은설아의 적극적인 태도에 윤구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설아 씨, 사실 이러지 않아도 돼요. 오늘부터 설아 씨에게 법문을 가르쳐줄게요. 일단 먼저 수련해 봐요. 어때요?”윤구주는 은설아를 피하고자 수련이라는 핑계를 댔다.“수련이요? 하지만 전 예전에 수련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는걸요. 수이 씨 말을 들어 보니 수련을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기초를 다지는 게 좋다면서요? 전 이미 나이도 있는데 지금 수련하는 건 너무 늦지 않을까요?”은설아는 아름다운 눈망울을 깜빡이면서 윤구주에게 물었다.“일반인이었다면 이 나이에 수련하는 건 많이 늦었죠. 하지만 설아 씨는 수련에 적절한 영음지체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제 눈을 감아요. 제가 정명결을 가르쳐줄게요. 정명결로 몸도, 기운도 단련할 수 있어요. 지금 단계에 수련하기에 딱 좋죠.”윤구주의 말을 들은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구주 씨 말대로 할게요!”말을 마친 뒤 은설아는 눈을 감았다.그녀가 눈을 감은 순간 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녀의 미간을 콕 찔렀고,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줄기가 은설아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잠시 뒤, 은설아의 머릿속에 마음을 수련하는 글들이 빽빽이 나타났다.그것 외에 그림도 있었다.그 그림들은 마치 영화처럼 플레이되면서 그녀의 머릿속에 조금씩 떠올랐다.머릿속에 나타난 장면들을 본 은설아는 매우 흥분했다.“구주 씨, 제 머릿속에 글과 그림들이 나타났어요. 정말 너무 신기해요!”윤구주는 웃었다.“신기해할 거
동시에 윤구주는 유명전에 갇혀 있는 그의 형제 청룡을 찾아야 했다.청룡을 떠올리자 무시무시한 살기가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유명전! 100년 전 곤륜은 유명전을 완전히 처단하지 않았지. 이번에야말로 너희를 뿌리 뽑아주겠어. 전부 죽여주도록 하지!”시간은 빠르게 흘렀다.유명전이 모습을 드러낸 뒤로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등 암부 구성원들은 유명전의 행방을 찾는 일을 전담했다.마당에는 꼬맹이 남궁서준이 하루 종일 바위처럼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수련하고 있었다.꼬맹이는 겨우 14살이었다.그러나 그의 기운은 아무도 얕볼 수 없었다.마당 안에서 남궁 서준은 가부좌를 틀고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보이지 않는 검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파리 한 마리가 그의 곁을 날아가다가 슉 소리와 함께 검기에 의해 가루가 되었다.“세상에, 정말 대단한 꼬맹이란 말이야. 저 검기를 봐. 곤륜에 있는, 천재라고 불리는 그 자식들보다 더 강하다니까. 몇 년 더 흐르면 검선이 되겠어.”옆에 있던 공수이가 중얼거리면서 반짝이는 눈으로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남궁서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또 수련하고 있는 거야?”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남궁서준은 방해를 받게 되자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쪽이랑 뭔 상관인데요?”“쳇, 난 그냥 좋은 마음으로 물어본 것뿐인데 왜 그렇게 날을 세워?”공수이는 짜증 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별일 없으면 비켜요. 남 수련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남궁서준은 쌀쌀맞게 대꾸한 뒤 다시 눈을 감았다.공수이는 화가 치밀었다. 그는 윤구주만 아니었어도 절대 남궁서준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공수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혹시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는 거야? 아니면 날 질투하는 거야?”“흥, 질투라뇨? 내가 왜 그쪽으로 질투해요?”남궁서준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면서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나랑 구주 형님의 사이를 질투하는 거겠지. 태웅 형님 말을 들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