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 이 빌어먹을 놈.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어. 왜?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주도, 말해 봐요. 왜 그 망할 놈은 내가 아니라 여자 연예인을 선택한 거죠? 내가 그 연예인보다 못해요?”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옆에 있는 주도에게 하소연했다.옆에 서 있던 주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남녀 간의 사랑 같은 것은 200살 넘는 주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공주님, 그만 슬퍼하세요. 어쩌면 잠깐 머리가 어떻게 돼서 그 연예인을 사랑하게 된 걸지도 모르죠. 제가 보기에 윤구주는 언제가 공주님의 마음을 깨닫고 돌아올 겁니다.”그러나 이홍연은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아뇨. 난 윤구주가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아요. 난 윤구주가 미워요! 미워 죽겠어요! 난 윤구주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윤구주를 죽여버려야만 내 한이 풀린다고요!”공주의 말을 들은 주도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역시 여자는 건드리면 안 된다니까. 얻지 못하면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무시무시하네.’주도는 비록 그렇게 생각했지만 절대 그런 얘기를 입에 담지는 않았다.이홍연이 슬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밖에서 시종이 달려왔다.“공주님, 내각대학사 은성구 어르신께서 뵙기를 청합니다!”슬퍼하고 있던 이홍연은 곧바로 말했다.“안 만날 거야. 꺼지라고 해.”시종은 이홍연이 슬퍼한다는 걸 알고 감히 그녀를 방해할 수는 없어 곧바로 대답했다.“네!”시종이 물러나려는데 이홍연이 갑자기 말했다.“잠깐! 조금 전에 내각대학사 은성구 어르신이라고 했어?”“그렇습니다, 공주님!”시종은 황급히 대답했다.이홍연은 내각과 윤구주 사이에 깊은 갈등이 있다는 걸 알았다.게다가 저번에 태화루에서도 모순이 있었다.윤구주는 공공연히 내각 여덟 장로 중 한 명인 지안수를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그래서 내각의 은성구가 그녀를 만나러 왔다고 하는 말을 들은 이홍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시종은
내각대학사의 말을 들은 이홍연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그걸 어떻게 안 거죠?”“무심결에 들은 얘기입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은성구는 서둘러 말했다.이홍연은 사실 내각 여덟 장로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저번에 태화루에서도 만약 윤구주에게 상처를 받지 않았더라면 절대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홍연은 윤구주가 죽도록 미웠다.특히 윤구주가 그 여자 연예인과 알콩달콩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은성구가 윤구주를 언급하자 이홍연은 곧바로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흥! 윤구주 그 망할 놈이 제게 상처를 줬다는 걸 안다고 했죠? 그렇다면 그 자식을 죽여줄래요? 그래야 제 화가 풀릴 것 같은데.”은성구가 말했다.“공주님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죽이겠습니다!”“그래요? 그건 윤구주를 죽일 생각이 있단 말인가요? 하지만 제가 아는 바로 내각의 여덟 장로에게는 그럴만한 실력이 없을 텐데요?”이홍연의 조롱에도 은성구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공주님,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 여덟 장로만 나선다면 윤구주를 죽일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 곁의 마동한 도련님이 나서준다면 아마 가능할지도 모릅니다.”“누구라고요?”이홍연은 당황했다.이때 마동한이 갑자기 은성구의 옆에서 걸어 나왔다.“제자백가 중 마씨 일가의 후손 마동한, 공주님을 뵙습니다.”남다른 분위기를 지닌 마동한이 이홍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제자백가요? 세가 사람인가요?”이홍연의 시선이 마동한에게로 향했다.“그렇습니다.”마동한이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마동한을 본 이홍연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화진 무도의 3대 서열은 문벌, 세가, 종문으로 이루어졌고 그중 제자백가는 세가를 대표했다.제자백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수많은 제자를 두고 있었으며 조정에서 활동하며 혼란에 빠졌던 시대에 세상을 평정할 수 있는 계략을 내놓았었다.그중 마씨 일가는 기관술로 굉장히 유명했고 제자백가
옆에 있던 주도는 이홍연이 마씨 일가와 손을 잡고 윤구주를 죽이겠다고 하자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어쩔 수 없었다.세상 무서울 게 없는 여섯째 공주는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주도는 고개를 들어 이홍연에게 말을 건네던 마씨 일가의 후손 마동한을 바라보았다.“음?”주도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마동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곧 옅은 자줏빛의 빛줄기가 그의 동공에서 쏘아져서 마동한의 몸을 감쌌다.빛줄기를 통해 보이는 건 마동한의 몸에 붙어있는 검은 인영이었다.검은 인영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영혼 같기도, 그림자 같기도 했다.“소문에 따르면 제자백가의 뛰어난 인재들 곁에는 호위자가 있다던데. 저 자식이 그렇게 건방진 이유가 있었어.”주도는 그렇게 중얼거린 뒤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그렇게 이홍연과 연합한 뒤 마동한과 은성구는 공주저를 떠났다.그들이 떠나자 주도는 그제야 이홍연의 곁으로 다가갔다.“공주님, 설마 정말로 저들과 연합하여 그 이상한 놈을 상대할 생각입니까?”그가 말한 이상한 놈은 바로 윤구주였다.“당연하죠. 그 망할 놈이 절 배신하고 제게 상처를 줬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 자식을 용서할 수 있겠어요?”이홍연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휴, 하지만 윤구주를 죽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공주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조금 전 그 마동한이라는 놈은 절대 좋은 놈이 아닙니다. 그들과 연합했다는 사실을 국주님과 희빈마마에게 들킨다면 호되게 혼나실 겁니다!”주도는 이홍연을 설득하려고 했다.그러나 단단히 화가 난 이홍연이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상관없어요! 전 윤구주가 후회하기를 바라요. 그래야만 분이 풀릴 것 같다고요!”이홍연이 그렇게 말하자 주도는 어이없었다.그는 눈앞의 이홍연 때문에 일이 더욱 수습하기 힘들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주도는 실눈을 뜨면서 고개를 살짝 들더니 중얼거렸다.“세가 연합? 나마저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은설아는 윤구주를 따른 뒤로부터 윤구주의 일상생활을 책임졌다.이러한 상황이 윤구주는 익숙하지 않았다.그는 은설아를 곁에 두고 지켜주면서 유명전의 놈들에게 빼앗기지 않게 그녀의 영음지체를 돌봐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은설아는 마치 여자 친구처럼 그를 돌봐주면서 그의 곁을 지켰다.“구주 씨, 삼계탕을 끓였는데 좀 먹어봐요...”“구주 씨, 옷 씻을 거 있어요? 제가 씻어줄까요?”“구주 씨, 힘들어요? 제가 어깨 주물러 줄까요?”은설아의 적극적인 태도에 윤구주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설아 씨, 사실 이러지 않아도 돼요. 오늘부터 설아 씨에게 법문을 가르쳐줄게요. 일단 먼저 수련해 봐요. 어때요?”윤구주는 은설아를 피하고자 수련이라는 핑계를 댔다.“수련이요? 하지만 전 예전에 수련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는걸요. 수이 씨 말을 들어 보니 수련을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서 기초를 다지는 게 좋다면서요? 전 이미 나이도 있는데 지금 수련하는 건 너무 늦지 않을까요?”은설아는 아름다운 눈망울을 깜빡이면서 윤구주에게 물었다.“일반인이었다면 이 나이에 수련하는 건 많이 늦었죠. 하지만 설아 씨는 수련에 적절한 영음지체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제 눈을 감아요. 제가 정명결을 가르쳐줄게요. 정명결로 몸도, 기운도 단련할 수 있어요. 지금 단계에 수련하기에 딱 좋죠.”윤구주의 말을 들은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구주 씨 말대로 할게요!”말을 마친 뒤 은설아는 눈을 감았다.그녀가 눈을 감은 순간 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녀의 미간을 콕 찔렀고,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줄기가 은설아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잠시 뒤, 은설아의 머릿속에 마음을 수련하는 글들이 빽빽이 나타났다.그것 외에 그림도 있었다.그 그림들은 마치 영화처럼 플레이되면서 그녀의 머릿속에 조금씩 떠올랐다.머릿속에 나타난 장면들을 본 은설아는 매우 흥분했다.“구주 씨, 제 머릿속에 글과 그림들이 나타났어요. 정말 너무 신기해요!”윤구주는 웃었다.“신기해할 거
동시에 윤구주는 유명전에 갇혀 있는 그의 형제 청룡을 찾아야 했다.청룡을 떠올리자 무시무시한 살기가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유명전! 100년 전 곤륜은 유명전을 완전히 처단하지 않았지. 이번에야말로 너희를 뿌리 뽑아주겠어. 전부 죽여주도록 하지!”시간은 빠르게 흘렀다.유명전이 모습을 드러낸 뒤로 민규현, 정태웅, 천현수 등 암부 구성원들은 유명전의 행방을 찾는 일을 전담했다.마당에는 꼬맹이 남궁서준이 하루 종일 바위처럼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수련하고 있었다.꼬맹이는 겨우 14살이었다.그러나 그의 기운은 아무도 얕볼 수 없었다.마당 안에서 남궁 서준은 가부좌를 틀고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보이지 않는 검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파리 한 마리가 그의 곁을 날아가다가 슉 소리와 함께 검기에 의해 가루가 되었다.“세상에, 정말 대단한 꼬맹이란 말이야. 저 검기를 봐. 곤륜에 있는, 천재라고 불리는 그 자식들보다 더 강하다니까. 몇 년 더 흐르면 검선이 되겠어.”옆에 있던 공수이가 중얼거리면서 반짝이는 눈으로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남궁서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또 수련하고 있는 거야?”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남궁서준은 방해를 받게 되자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쪽이랑 뭔 상관인데요?”“쳇, 난 그냥 좋은 마음으로 물어본 것뿐인데 왜 그렇게 날을 세워?”공수이는 짜증 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별일 없으면 비켜요. 남 수련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남궁서준은 쌀쌀맞게 대꾸한 뒤 다시 눈을 감았다.공수이는 화가 치밀었다. 그는 윤구주만 아니었어도 절대 남궁서준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공수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혹시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는 거야? 아니면 날 질투하는 거야?”“흥, 질투라뇨? 내가 왜 그쪽으로 질투해요?”남궁서준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면서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나랑 구주 형님의 사이를 질투하는 거겠지. 태웅 형님 말을 들어보
공수이도 수인을 맺었고 쿵 소리와 함께 그의 미간에 ‘卍'’ 문양이 나타났다.그 문양이 나타나자마자 아주 거대한 금빛 방패가 마당 전체를 뒤덮었다.그것은 불가의 금강 법이었다.그 금강 법은 일반적인 금강 법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했다.남궁서준의 날뛰는 검기들이 공수이의 금강 법 위로 사정없이 떨어지면서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공수이의 금강 법을 파괴할 수는 없었다.“해봐. 계속 공격하라고. 날 어떻게 벨 건지 궁금하네!”공수이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금강 법 안에 서서 남궁서준을 자극했다.하얗던 얼굴이 빨갛게 될 정도로 화가 난 남궁서준은 완전히 폭발했다.그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금지술, 칠성!”금지술을 시전하자 아주 강력한 검붉은색의 기운이 남궁서준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졌다.조금 전까지 화창하던 하늘은 남궁서준이 금지술 칠성을 시전하자마자 밤처럼 어두워졌다.하능릉 올려다보니 7개의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별빛이 나타나자마자 기괴한 검붉은색의 무시무시한 에너지들이 남궁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음? 화진의 금지술을 할 줄 안다고? 대단한걸? 그 금지술 우리 구주 형님이 가르쳐준 거지? 젠장, 구주 형님 너무 편애하는 거 아냐? 왜 나한테는 이런 금지술을 가르쳐주지 않은 거지?”공수이는 계속해 자극했고 남궁서준은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 금지술을 시전하는 순간 그의 몸은 온통 검붉은색으로 변했다.특히 그의 두 눈은 완전히 피에 굶주려 있었다.“금지술, 북두칠성 참격!”남궁서준의 목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검붉은색 기운들이 하늘 높이 치솟으며 7개의 빛줄기가 되었다. 그 7개의 빛줄기는 하늘에 나타난 7개의 별과 맞닿았고 남궁서준은 곧 날아올라서 7명이 되었다.7개의 환영이 하늘에 나타나서 북두칠성 진형을 이루었고, 그들은 곧 하늘에서 내려와 공수이를 공격했다. 남궁서준이 시전한 금지술 칠성을 본 공수이는 더는 비웃지 못하고 합장했다.“금강호!”금강 법은 그 목소리와 함께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그리고 너!”윤구주는 갑자기 싸늘한 시선으로 공수이를 노려보았고 공수이는 겁을 먹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윤구주는 다짜고짜 공수이의 빡빡 민 머리에 힘껏 꿀밤을 먹였다.“이 자식, 왜 쓸데없이 내 동생을 건드리고 난리야? 또 한 번 내 동생을 건드린다면 바닥에 눌러놓고 흠씬 두들겨 팰 줄 알아!”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꿀밤을 맞은 공수이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서둘러 말했다.“형님, 잘못했어요. 그만 때리세요. 형님에게 맞아서 더 멍청해지면 어떡해요?”“쌤통이다!”윤구주는 당연히 두 사람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을 제대로 혼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불쌍하게도 두 사람은 윤구주에게 혼난 뒤 전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됐어. 너희 둘은 먼저 물러나. 귀한 손님이 오셨거든.”윤구주가 갑자기 시선을 들면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귀한 손님이요? 어디요?”공수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미 왔어.”윤구주는 고개를 들었다.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관모를 쓰고 환관 옷을 입은 수염 없는 남자가 마당 입구에 섰다.“한진모 구주왕을 뵙습니다. 기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하지만 너른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황성 최고 실력자 한진모가 갑자기 이곳으로 찾아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한진모가 도착한 뒤 제일 처음 입을 연 사람은 공수이였다.공수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앞의 한진모를 바라보았다.“세상에, 늙은 환관이네요. 언제 도착했대요? 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요!”’공수이는 경악했다.남궁서준은 한진모를 본 순간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무시무시한 검의를 내뿜기 시작했다. 마치 큰 적을 앞에 둔 사람처럼 말이다.황성 최고 실력자라고 불리는 한진모는 두 사람을 보고 슬쩍 웃을 뿐이었다.“한진모,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지?”윤구주는 황성 최고 실력자 한진모를 보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하, 저는 국주님의 명령을 받고 저하를 뵈러 온 것입
1미터가 넘을 듯했다.상자를 본 윤구주는 실눈을 떴다.“저하, 받으시죠!”한진모가 두 손으로 비단함을 들어 윤구주에게 건넸다.그것을 건네받은 윤구주는 비단함을 열어 보았고 곧 정면에는 일월성신이, 뒷면에는 산천초목이 새겨져 있는 고검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그 검을 본 순간 윤구주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이것은 제왕의 검, 헌원하우검이잖아?”고검을 본 윤구주는 그것의 이름을 읊었다.“맞습니다. 국주님께서 직접 저하께 드리는 것이니 잘 보관하시기를 바랍니다.”한진모는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공수이와 남궁서준은 제왕의 검이라는 말을 듣자 모두 눈을 빛냈다.윤구주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눈앞의 제왕의 검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손을 뻗어 그것을 손에 쥐었다.고검을 들자 제왕의 기운이 삽시에 윤구주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챙 소리와 함께 윤구주가 검을 빼 들었고 그 순간 용의 울음소리가 고검에서 들려왔다.공수이도 남궁서준도 고검에서 느껴지는 검의 때문에 온몸이 오싹했다.마치 날 때부터 제왕 같은 검이었다.검을 쥔 윤구주는 제왕의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우리 화진 제일의 헌원검답네! 한진모, 국주님께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해줘. 이 검은 감사히 받도록 하지.”윤구주는 검을 검집에 넣으면서 호탕하게 말했다.“현명하십니다. 꼭 저하의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한진모는 말을 마치더니 윤구주를 향해 싱긋 웃으며 예를 갖춘 뒤 마당을 떠났다.윤구주는 황성 최고 실력자 한진모가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그는 제왕의 검을 손에 쥐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형님, 정말 대단하세요! 우리 화진의 국주님께서 형님을 위해 선물까지 주셨잖아요!”한진모가 떠난 뒤 공수이는 곧바로 윤구주에게 가까이 다가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형님, 이 고검 정말 멋진데요. 저 한 번 봐도 돼요?”공수이는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윤구주의 손에 들린 제왕의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