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너!”윤구주는 갑자기 싸늘한 시선으로 공수이를 노려보았고 공수이는 겁을 먹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윤구주는 다짜고짜 공수이의 빡빡 민 머리에 힘껏 꿀밤을 먹였다.“이 자식, 왜 쓸데없이 내 동생을 건드리고 난리야? 또 한 번 내 동생을 건드린다면 바닥에 눌러놓고 흠씬 두들겨 팰 줄 알아!”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꿀밤을 맞은 공수이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서둘러 말했다.“형님, 잘못했어요. 그만 때리세요. 형님에게 맞아서 더 멍청해지면 어떡해요?”“쌤통이다!”윤구주는 당연히 두 사람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을 제대로 혼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불쌍하게도 두 사람은 윤구주에게 혼난 뒤 전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됐어. 너희 둘은 먼저 물러나. 귀한 손님이 오셨거든.”윤구주가 갑자기 시선을 들면서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귀한 손님이요? 어디요?”공수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미 왔어.”윤구주는 고개를 들었다.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관모를 쓰고 환관 옷을 입은 수염 없는 남자가 마당 입구에 섰다.“한진모 구주왕을 뵙습니다. 기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하지만 너른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황성 최고 실력자 한진모가 갑자기 이곳으로 찾아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한진모가 도착한 뒤 제일 처음 입을 연 사람은 공수이였다.공수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앞의 한진모를 바라보았다.“세상에, 늙은 환관이네요. 언제 도착했대요? 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요!”’공수이는 경악했다.남궁서준은 한진모를 본 순간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무시무시한 검의를 내뿜기 시작했다. 마치 큰 적을 앞에 둔 사람처럼 말이다.황성 최고 실력자라고 불리는 한진모는 두 사람을 보고 슬쩍 웃을 뿐이었다.“한진모,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지?”윤구주는 황성 최고 실력자 한진모를 보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하, 저는 국주님의 명령을 받고 저하를 뵈러 온 것입
1미터가 넘을 듯했다.상자를 본 윤구주는 실눈을 떴다.“저하, 받으시죠!”한진모가 두 손으로 비단함을 들어 윤구주에게 건넸다.그것을 건네받은 윤구주는 비단함을 열어 보았고 곧 정면에는 일월성신이, 뒷면에는 산천초목이 새겨져 있는 고검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그 검을 본 순간 윤구주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이것은 제왕의 검, 헌원하우검이잖아?”고검을 본 윤구주는 그것의 이름을 읊었다.“맞습니다. 국주님께서 직접 저하께 드리는 것이니 잘 보관하시기를 바랍니다.”한진모는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공수이와 남궁서준은 제왕의 검이라는 말을 듣자 모두 눈을 빛냈다.윤구주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눈앞의 제왕의 검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손을 뻗어 그것을 손에 쥐었다.고검을 들자 제왕의 기운이 삽시에 윤구주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챙 소리와 함께 윤구주가 검을 빼 들었고 그 순간 용의 울음소리가 고검에서 들려왔다.공수이도 남궁서준도 고검에서 느껴지는 검의 때문에 온몸이 오싹했다.마치 날 때부터 제왕 같은 검이었다.검을 쥔 윤구주는 제왕의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우리 화진 제일의 헌원검답네! 한진모, 국주님께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해줘. 이 검은 감사히 받도록 하지.”윤구주는 검을 검집에 넣으면서 호탕하게 말했다.“현명하십니다. 꼭 저하의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한진모는 말을 마치더니 윤구주를 향해 싱긋 웃으며 예를 갖춘 뒤 마당을 떠났다.윤구주는 황성 최고 실력자 한진모가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그는 제왕의 검을 손에 쥐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형님, 정말 대단하세요! 우리 화진의 국주님께서 형님을 위해 선물까지 주셨잖아요!”한진모가 떠난 뒤 공수이는 곧바로 윤구주에게 가까이 다가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형님, 이 고검 정말 멋진데요. 저 한 번 봐도 돼요?”공수이는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윤구주의 손에 들린 제왕의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노룡산은 서울 서북쪽에 있고 대막과 연결되어 있다.과거 노룡산은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였고 산세는 그리 높지 않았다.소문에 따르면 노룡산이 노룡산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산에 있는 오래된 우물 때문이었다. 그 우물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으며 그 안에 용 한 마리가 봉인되어 있다고 한다.노룡산은 아주 유명한 관광 명소였고 가을인 지금은 마침 관광 성수기였다.노룡산 기슭에 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었는데 그중 대부분은 노룡산을 등산하고자 온 관광객들이었다.그러나 이상하게도 며칠 전부터 노룡산이 갑자기 폐쇄됐다.노룡산 매표소에는 예전에 있던 직원이 아닌 8명의 검은 옷을 입은 무인이 서 있었다.그 무인들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고 다들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었다.그리고 그들 앞에 있는 노룡산 입구에는 나무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표지판에는 오늘 산을 폐쇄하니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이러한 상황에 노룡산에 놀러 왔던 관광객들은 불만을 품었다.사람들이 새까맣게 몰려와서 노룡산 입구를 가로막고 노룡산 입구에 서 있는 8명의 무인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아니, 당신들은 대체 누굽니까? 왜 갑자기 산을 폐쇄한다는 거죠? 저희 다 인터넷에서 티켓 사서 KTX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온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산을 폐쇄한다고요?”“그러니까요. 저 아까 관련 부서에 연락해 봤는데 폐쇄한 적 없다던데요?”“얼른 비켜요. 우리 들어갈 거니까!”사람들의 불만과 항의가 끊이질 않았다.그러나 8명의 무인들은 마치 바위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았다.마치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안 비킬 거예요? 안 비키면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이때 사람들 틈에서 여행 가방을 멘 아주머니 한 명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럼에도 입구에 서 있는 8명의 무인들은 꿈쩍하지 않았다.이러한 상황에 중년 여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흥, 난 이미 티켓 샀어요.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고요!”
마을은 크지 않아 수십만 명만 수용할 수 있었다.조금 전 노룡산 입구에 있던 두 사람은 빠르게 마을의 한 은밀한 집에 도착했다.집 좌우에는 경호원들이 지키고 서 있었고 그 경호원들은 전부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도착한 뒤 우선 경호원을 향해 눈치를 주고서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어두운 방 안,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말했다.“금위군 장서훈, 염수천 통령을 뵙습니다.”방 정중앙에는 아주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남자는 사나운 인상에 두 팔은 마치 원숭이처럼 아주 길었고 절정 내공을 갖추고 있어 사람들에게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그가 바로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었다.소문에 따르면 염수천은 과거 국방부의 상장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황성으로 전출되어 금위군 통령이 되었다고 한다.“노룡산 쪽 상황은 어때?”염수천이 서늘한 목소리로 질문했다.“염수천 통령님, 현재 노룡산은 세가들에 의해 완전히 폐쇄된 상태로 관련 없는 자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장서훈이 대답했다.“세가들이 얼마나 왔지?”염수천이 또 물었다.“제가 아는 바로 13개 가문이 왔습니다. 그중에는 배씨 일가, 반씨 일가, 마씨 일가, 안씨 일가 등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번에 세가 외에도 30여 개의 문벌도 가세했다는 점입니다.”장서훈이 대답했다.“그래? 꽤 큰 판이 벌어졌구나.”염수천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원래도 몸이 아주 건장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에는 아주 살벌한 기운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말해 봐. 이번에 세가들이 노룡산에 모이면서 총 몇 명의 절정 고수들이 집결됐지?”염수천이 질문했다.“그 부분은 저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문에 따르면 마씨 일가만 해도 총 10명의 준절정 고수들이 출동했다고 합니다.”10명이라는 말에 염수천의 표정이 서늘하게 변했다.“마씨 일가 놈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10명의 절정 고수들을 출동시켜? 노룡산에서 아주 큰 판을 벌
그 말에 장서훈은 흠칫했다.그는 염수천이 과거 국방부 소속이었다가 황성으로 전출되어 금위군 통령이 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 구주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의문이 생겼다.혹시 눈앞의 염수천이 구주왕과 아는 사이였던 걸까?“염수천 통령님, 전 여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구주왕께서 살아계신다면 화진은 왜 새로운 왕을 세운 겁니까? 게다가 제자백가가 공공연히 구주왕을 처단하려고 하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장서훈이 물었다.“그 일은 그만 묻는 게 좋겠다. 네가 알아야 하는 건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평정할 수 있는 분은 구주왕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구주왕이어야만 해. 그것이 국주께서 이런 명령을 내린 이유기도 하지.”장서훈은 여전히 아리송한 기분이었다.그는 고민 끝에 마지막으로 물었다.“통령님, 그러면 천하무적의 구주왕께서 이번에 노룡산으로 오시는 겁니까?”“그래. 날 믿어. 구주왕은 반드시 올 거야.”염수천의 얼굴에 동경이 드러났다.“하지만 노룡산은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게다가 세가 출신의 절정 고수들도 가득한데 만약 구주왕께서 정말로 모습을 드러내신다면...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장서훈이 물었다.“위험하다고? 걱정하지 말거라. 걱정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날뛰는 멍청한 세가 놈들이니 말이다.”염수천은 차갑게 웃었다.그 말을 들은 장서훈은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저 한때 화진의 왕이었던 구주왕을 향한 기대가 점점 커질 뿐이었다.구주왕은 그들에게 우상인 동시에 신과 같은 존재였다.“보고드립니다!”염수천과 장서훈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들어와.”염수천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하자마자 금위군 한 명이 바르게 안으로 들어왔다.“통령님, 조금 전 여섯째 공주님이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신 걸 발견했습니다. 공주님은 노룡산 쪽으로 가고 계셨습니다.”‘응?’“공주님이 나타났다고?”그 말을 듣자 염수천의 안색이 달라졌다.
윤구주가 노룡산에서 죽는 걸 지켜보는 것이 정말로 이홍연이 바라는 일일까?아니, 당연히 아니다.이홍연은 그저 고집을 부린 것뿐이고, 단순히 화풀이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그녀는 오랫동안 윤구주를 좋아했는데 정작 윤구구는 다른 여자 연예인과 서로 끌어안고 있었으니 말이다.그걸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솔직한 마음은 그랬지만 그럼에도 이홍연은 체면을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난 윤구주 그 빌어먹을 놈이 죽기를 바라요. 그게 왜요? 그 자식이 먼저 날 배신하고 내게 상처를 줬다고요.”“휴, 공주님. 남녀 사이의 감정 문제는 아이들 장난이 아니에요. 만약 공주님께서 이번에 정말로 노룡산에 가신다면 앞으로 윤구주와는 절대 이어질 수 없을 거예요.”주도는 계속해 이홍연을 설득했다.“상관없어요! 이어질 수 없으면 말죠 뭐. 난 반드시 화풀이를 해야겠어요!”이홍연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 말했다.주도는 이홍연을 설득할 수 없자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주도와 이홍연이 대화를 마쳤을 때, 금위군 통령 염수천은 멀리서 미간을 찌푸린 채 이홍연과 주도를 바라보고 있었다.“젠장, 정말로 공주님이야! 공주님이 왜 갑자기 노룡산에 오신 거지?”그의 곁에 있던 장서훈이 말했다.“통령님, 지금 당장 사람을 데리고 가서 공주님께 사실을 알릴까요?”염수천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앞쪽에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았다. 그가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홍연의 앞에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회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었고 그의 뒤에는 7, 8명의 무인들이 있었다.“공주님을 모시고 오라는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회색 장포를 입은 노인은 곧바로 이홍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당신은 누구죠?”이홍연은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저는 마씨 일가의 외문 장로 마예산입니다.”노인이 마씨 일가 사람이라고 하자 이홍연은 쌀쌀맞게 대꾸했다.“마동한 씨는요?”“공주님, 저희 세자는 지금 노룡산에서 공주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그
비록 그들은 마씨 일가, 배씨 일가, 반씨 일가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밖에서는 한 지역을 장악하는 거물로 통하는 존재들이었다.그중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건 마씨 일가였다.예로부터 백가와 경쟁해 온 마씨 일가는 지금까지도 제자백가의 핵심 대표로 여겨진다.현재 마씨 일가의 세자 마동한은 비단으로 된 장포를 입고 정중앙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양옆에는 마씨 일가의 절정 고수 두 명이 있었다.두 사람은 초절정 고수로서 줄곧 눈을 감은 채 마치 산처럼 미동조차 없이 가만히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동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다들 도착했습니까?”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씨 일가의 제자 한 명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예씨 일가, 공씨 일가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상관없다. 공씨 일가는 유교를 중시하여 다투는 걸 좋아하지 않지. 그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예씨 일가는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것이지?”마동한이 물었다.“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예씨 일가에 사람을 보냈었는데 지금까지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을 듣자 마동한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예씨 일가 역시 제자백가 중 하나로 항상 신비로웠다. 그들은 천문을 관찰하고 음양을 알아보며,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들의 제자들이 외부에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됐다. 아직 오지 않았다면 굳이 그들을 기다릴 필요도 없지.”마동한은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대전 안에 있는 백여 명의 세가 대표들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저는 마씨 일가의 72대 세자 마동한이라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노룡산으로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마동한의 말은 예의 바르고 신중했다.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각 지역의 거물들이었다.“세자, 그런 말은 안 하셔도 됩니다. 오늘은 세자께서 회의를 주최하시는 것이니 저희 모두 기꺼이 따르겠습니다.”제자백가 중 최씨 일가의 수장인 중년 남성이 웃는
이젠 6년이 지났다.세가들은 드디어 이 기회를 통해 일어서려고 했다.“허허, 마동한. 넌 입버릇처럼 가문을 부흥시키겠다고 하지만 설마 너희 마씨 가문은 윤구주 그 녀석이 두렵지도 않은 거냐? 6년 전, 곤륜산에서 그 미친놈 혼자 단 한 자루의 검으로 종문 조차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 일을 잊은 건 아닐 테지?”갑자기 배씨 가문 쪽에서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배도찬, 바로 제자백가 배씨 가문의 세자였다.배도찬의 말이 끝나자 마동한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도찬 형, 그건 오해야! 6년 전, 우리 3대 서열은 성은을 따랐기 때문에 참은 거였어! 이젠 6년이 지났고 윤구주 그 녀석도 더 이상 화진의 왕이 아니잖아. 그러니 우리가 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냐고?”마동한이 말했다.“동한 세자의 말이 맞아. 윤구주 그 녀석은 한때 화진의 인왕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폐인일 뿐이잖아!”최윤성이 말했다.“맞아!”주변에 있던 세가들이 하나둘씩 마동한을 지지하기 시작하자 배도찬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멈췄다.“도찬 형의 우려를 이해해. 하지만 배씨 가문도 제자백가 중 하나라는 걸 잊지 마! 도찬 형이 계속 윤구주 그놈에게 눌려 살고 싶다면 내가 괜한 소리 했다고 쳐!”마동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반 씨 가문 쪽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자네 생각은 뭔가?”묻는 이는 나이가 든 절정 고수였다.그 노인은 화내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위압감을 풍기며 말 한마디로 대전 전체를 뒤흔들었다.“손 선배님, 전 우리 세가들이 이번에는 반드시 윤구주 그 녀석과 결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녀석은 혼자 힘으로 우리 세가들을 억누르려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전 그 녀석이 대체 뭘 믿고 우리를 억누르려 하는지 어디 한번 봐야겠어요!”말을 마친 마동한은 큰 소매를 휘날리며 말을 이었다.“우리 세가의 부흥은 하늘의 뜻입니다! 이번에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우리 마씨 가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제자백가의 모든 세가를 위해서입니다! 제가 사사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